헌법재판소가 23일 ‘검찰수사권 완전박탈(약칭 검수완박)’에 대한 국회의 입법 절차 가운데 원내 소수당인 국민의힘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수완박의 입법 절차에 따라 검찰수사권 박탈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 것 그 자체는 무효가 아니라는 게 헌재의 판단.
한마디로,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강행된 검수완박 법안은 입법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지만 법안 효력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
헌재는 23일 오후 2시50분경 서울 종로구의 헌재 대심판정에서 국민의힘이 국회를 상대로 제출한 권한쟁의심판의 선고를 이와 같이 결정했다.
헌재는 유상범·전주혜 의원이 국회의장·국회법제사법위원장을 대상으로 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하여, 법사위원장의 검수완박법 가결선포행위에 권한침해가 있음을 인정했다(재판관 5대4). 이와 달리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해서는 기각처리했고(재판관 4대5), 이어 국회의장·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결과 역시 기각처리했다(재판관 4:5).
이 사건은, 지난 해 4월29일과 5월3일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강행 처리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입법과정으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여부가 쟁점이 됐는데, 입법 과정 중 첨예한 대립성으로 인해 조정이 안될 때 여야 동수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원회’ 추진 과정에서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에서 탈당하는 등의 사건이 벌어진 것.
이에 대해 헌재는 23일 국민의힘이 제기한 검수완박 저리 과정에 관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대하여,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가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청구 건에 대해서는 모두 기각처리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무효로 해달라며 헌법 소송을 냈지만 각하됐다.
헌재는 오늘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개정 검찰청법과 개정 형사소송법과 관련해 한 장관과 검사들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석우 법무부 법무실장, 김선화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등 검사 6명은 개정 검찰청법이 검사의 수사권과 소추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했고, 국회 의결 과정에서 헌법상 다수결원칙과 적법절차원칙을 위배했다는 이유로 국회를 상대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는 법무부 장관에 대해 “검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으므로 수사권·소추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적격이 없다”고 판시했다.
검사에 대해서도 “이 사건 법률개정행위는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이라며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했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 입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결론이 23일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20일 “검수완박법은 위헌”이라며 법무부ㆍ검찰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각각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오는 23일로 정했다고 밝혔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상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해 다툼이 발생한 경우 헌재가 유권 판단을 내리는 절차다. 이번 사건처럼 국회의 법률 제ㆍ개정이 문제된 경우에는 입법 절차상 하자뿐만 아니라 법 자체의 위헌 여부도 심사할 수 있다.
권한쟁의심판이 받아들여지려면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앞서 지난 2021년 검ㆍ경 수사권 조정 이후 부패ㆍ경제ㆍ공직자ㆍ선거ㆍ방위사업범죄와 대형참사 등 6대 중요범죄로 축소됐던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지난해 검수완박법(개정 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 시행에 따라 ‘부패ㆍ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다시 한번 줄어들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는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ㆍ경제범죄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검수원복(검찰 수사 원상 복구)’ 조치로 맞받아쳤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법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했다”며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법무부와 검찰도 “검수완박법 개정 절차의 위헌성이 명백하다”며 권한쟁의심판을 냈다.
법 개정 당시 민주당이 이른바 ‘위장 탈당’을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서 안건조정 절차를 무력화했을 뿐만 아니라, 본회의 단계에서도 이른바 ‘회기 쪼개기’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절차를 봉쇄했다는 이유였다.
특히 법무부와 검찰은 검수완박법이 헌법상 검사의 수사ㆍ소추권을 제한해 결국 국민을 위한 기본권 보호 기능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국회는 “수사권은 본질적으로 행정권의 일부이고 입법자(국회)는 입법 당시의 시대 상황과 국민 법의식 등을 고려해 수사 주체와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며 입법 목적이나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 헌재는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선고기일을 잡지만, 오는 28일 이선애 재판관이 6년 임기를 마치는 점을 감안해 이번 달 선고는 한 주 앞당겼다.
김형두(58·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전 법원행정처 차장)와 정정미(54·25기) 대전고법 고법판사(부장판사)가 오는 3월과 4월 각각 퇴임을 앞둔 이선애·이석태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후임으로 내정됐다.
대법원은 6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새 헌법재판관으로 김 부장판사와 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헌법재판관 구성 다양화를 향한 국민의 기대를 염두에 뒀다”며 “헌법적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확고한 신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공감 능력과 보호 의지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조화롭게 포용하고 통찰할 능력을 갖춘 인물인지를 주요한 기준으로 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와 정 부장판사 모두 법원 내 특정 성향 판사들의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은 아니라고 한다.
김 부장판사는 1993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이후 전국 각 법원에서 민·형사 사건 뿐 아니라 특허와 도산 사건 등 다양한 재판을 맡은 정통 법관으로 알려져 있다. 법정에서 당사자에게 충분한 입증 기회를 주고 재판 결과를 납득시키려는 노력으로 소송 당사자들의 신뢰를 얻는 판사라는 평이 나온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 업무 외에도 법원행정처 심의관과 지원장, 수석연구위원, 수석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차장 등 사법행정 경험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장판사는 1996년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로 임관한 이후 주로 대전과 충남 지역에서 재판을 맡아왔다. 대전지방변호사회의 법관평가에서 두 차례 우수 법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여성인 정 부장판사가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되면서 헌법재판관 9명 중 여성은 지금처럼 3명을 유지하게 됐다. 또한 정 부장판사는 고법판사가 곧바로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된 첫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대법관 중에는 정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오경미 대법관이 고법판사가 대법관으로 직행한 첫번째 사례였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은 대법원장의 지명, 3명은 국회 선출 몫이고, 나머지 3명은 대통령이 지명권을 갖는다.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날 지명된 2명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며, 윤 대통령이 임명하는 첫 헌법재판관이 된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법관과 달리 국회 동의가 필요 없어 본회의 표결을 거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국회를 상대로 청구한 이른바 ‘검수완박법’ 권한쟁의심판의 첫 공개 변론이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됐다. 문재인 정권이 대통령 임기 내에 공포 절차까지 마치기 위해 밀어붙였던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내용과 절차상의 위헌성은 이미 수없이 제기됐고, 5시간 동안의 변론 공방도 그 연장선이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청구인을 대표해 직접 나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위험한 뉴노멀’ 주장과, 이종석 헌법재판관의 ‘민형배 위장 탈당의 법률적 효력’ 문제 제기였다.
한 장관은 “만약 헌재가 이번 심판을 통해 이 정도는 해도 된다고 허용한다면 앞으로 다수당은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본회의 원안과 관계없는 수정안 끼워 넣기 같은 백전백승의 만능 치트키를 십분 활용할 것”이라며 “이것이 대한민국의 입법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이 절차적 민주주의 파괴 문제를 지적했지만, 국회도 헌법의 범위 안에서 입법권을 행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재판관의 “가장(假裝)행위는 법률행위로 인정하지 않는 게 법의 원칙”이라는 언급이다. 이 재판관은 위장 탈당에 대한 법률적 평가의 잣대로 “내심의 의사는 탈당의 의사가 없음에도 가결을 위해 형식적으로 탈당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민주당은) 다 알면서 무소속 의원임을 전제로 안건 조정위 위원으로 선임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라면서 그렇게 밝혔다. 이 부분 역시 헌재가 이번 심판을 결정하는데 주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심판의 기본적 논점들을 살펴보면 헌재의 헌법 수호 책임이 무겁다. 우선, 국회의 입법권 행사로 개정된 검수완박법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이 가능한지 여부다. 즉, 국회가 입법을 통해 법무부 소속의 검찰 구성원인 검사의 수사권을 삭제함으로써 검사의 권한을 침해했는지를 다투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해 국가기관 등에 부여된 권한의 유무로 발생한 분쟁을 해결하는 헌법재판이란 점에서 검찰의 수사권 삭제 문제는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 이런 이유 때문에 헌법에 수사권의 근거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다. 또한, 국회가 행정부에 속한 검찰의 수사권에 대해 입법형성권을 자유롭게 행사해 삭제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 되고 있다. 핵심은 수사권이 헌법에 근거가 있는지의 문제다. 모든 국가기관의 권한에 대해 헌법은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국민의 자유·권리와 관련된 국가기관 권한은 헌법적 근거를 요구하며, 명문 규정이 없는 경우 헌법 전체를 대상으로 찾아야 한다.
수사는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해 범인을 확보하고 증거를 수집·보전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이다. 수사의 목적은 범죄 사실을 조사하고 범인의 신병과 증거를 확보해 공소 제기와 유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보면 수사와 기소는 연결된 하나의 형사절차라고 할 수 있다. 헌법은 수사를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수사절차에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규정함으로써 검사가 수사에 관여해야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신체의 자유는 국민의 가장 중요한 자유권적 기본권이다. 법률에 규정된 검찰의 수사권을 삭제한 것은 헌법을 위배한 것이다. 검수완박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잘못된 정치적 결정으로 나라의 근간이 되는 제도를 흔들면, 되돌리기도 어렵고 결국 그 폐단은 국가적 재앙이 되고 만다. 졸견으로는 세종시를 만들어 정부청사가 광화문·과천·세종·대전 네 군데로 분산되게 만든 것을 그 대표적 사례로 본다. 필자는 검사 시절, 법무부에서 3번 근무한 적이 있다. 세종시가 생기기 전으로, 장관의 국회 출석이나 법안 및 예결산 심사, 조직 확충, 관계기관 회의 참석 등으로 국회, 광화문 청사, 과천 청사의 여러 부처와 기관을 수시로 들락거렸고, 늦은 밤까지 야근은 다반사였다. 어쩌다 밤에 전화를 걸어도 다른 부처의 관료들 역시 태연히 전화를 받았다. 그 시간까지 다 일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러 중앙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한 뒤부터 관료들의 근무 열기가 식기 시작했다. 고위직들은 서울을 오르내리기 바쁘고 중·하급직원들의 칼퇴근에 6시가 지나면 관가의 불은 대부분 꺼진다고 한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관료 사회의 열정은 식고 현상 유지, 보신주의만 남았다. 정부청사 분산으로 인한 부작용과 경쟁력 퇴보 사례는 언젠가 연구 분석의 대상이 될 것이다.
최근, 그런 연구 분석 대상이 될 사례가 추가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내내 개혁 미명 아래 형사사법의 한 축인 검찰의 기능을 축소·형해화한 일이 그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지난 3월 대선 패배 후, 검수완박법으로 지칭되는 검찰청법을 다급하게 통과시키고 전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 공포하자, 많은 사람은 마치 그 법으로 검찰 수사권이 비로소 박탈된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검찰 수사권이 대폭 축소된 것은 이미 지난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때부터다. 검사들은 6대 범죄 외에 그 나머지 유형과 고소·고발 사건 등을 수사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 일반 국민은 검사실에 갈 일이 거의 없어졌다. 다시 말해, 어떤 범죄 피해나 억울한 일을 당해도 경찰이 조사할 뿐 검사에게 호소하거나 검사를 대면할 기회는 소멸된 상태이며, 검수완박법은 상황을 더 가중시킨 것뿐이다.
그런 검수완박법이 지난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위헌적 소지가 너무나 많은 이 법의 시행을 막기 위해 법무부는 일찌감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도 제기하고, 아울러 시행일 전에 결론이 안 날 경우에 대비해 법 시행을 잠정 보류하는 처분을 해 달라는 청구도 제기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들은 이 법으로 초래될 사법체계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이면서도 지난 서너 달 동안 위헌 여부 결론은 고사하고 법 시행의 보류 결정조차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검수완박법은 내용 면에서 검찰 수사권을 대폭 제한(박탈)해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우리 형사사법 체계의 한 축이 돼 온 검찰의 역할을 뿌리째 흔드는 법이다. 그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법 통과 과정에서, 여야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법사위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소속 의원 1명을 ‘위장 탈당’시키는 절차상의 불법까지 자행했다.
결과적으로 검수완박법에 따라 검찰의 손발이 묶이면 정치인들은 겁낼 곳이 없어 좋겠지만, 그 피해는 주로 형사사법적 구제가 필요한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훨씬 큰 일반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검사들은 더는 비리의 실체적 진상을 규명하는 힘든 일에 매달릴 생각을 않게 되고, 그에 따라 직무 의지나 역량도 차츰 줄게 된다. 사건 관계인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평면적 진술이 담긴 경찰 조사 서류만으로 판단하다 보면 현장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검사들 머리 위에서 지능범들의 교활한 범행과 비웃음은 춤을 출 것이다. 마치 퇴근 시간만 되면 불이 꺼지는 세종시 정부청사와 유사한 전국 각 검찰청사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런 검수완박법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는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오늘(27일) 다시 열린다. 이번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접 출석해 청구인 측 입장을 설명한다고 한다. 검수완박법의 타당성과 합헌성 여부는 어차피 헌법재판관들의 직권적 판단 사안이다. 정치적 성향이나 코드에 관계없이 형사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 정말 신속히, 또 정확히 결론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중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전원을 임명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사법부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27년 5월 임기를 마칠 때까지 김명수 대법원장 후임과 대법관 12명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하게 된다. 지난해 9월 임명된 오경미 대법관을 제외한 나머지 후임 대법관을 전부 임명할 수 있는 것.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 후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윤 대통령은 올 9월 임기를 마치는 김재형 대법관의 후임자부터 임명할 예정이다. 내년 7월부터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조재연 박정화 대법관, 김명수 대법원장이 차례로 퇴임한다. 대법원장은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2024년 1월엔 안철상 민유숙 대법관이 임기를 마치고, 같은 해 8월에는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대법관이, 12월에는 김상환 대법관이 물러난다. 2026년에는 노태악 이흥구 대법관이, 윤 대통령 퇴임을 앞둔 2027년에는 천대엽 대법관이 교체된다.
헌재 재판관은 전원이 윤 대통령 임기 중 교체된다. 대통령은 소장을 포함한 헌재 재판관 9명을 임명할 수 있는데 이 중 국회와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을 추천 및 지명한다. 윤 대통령은 2023년 11월 물러나는 유남석 헌재 소장의 후임, 2025년 4월 퇴임하는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재 재판관 상당수는 진보 성향 변호사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나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이었던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선 “새 정부에서 문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진보 대법관 및 헌재 재판관이 사실상 전부 교체되는 만큼 두꺼운 ‘진보 벨트’가 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헌법재판소가 학생의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혐오표현을 금지하는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가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고 뉴스1이 9일 보도했다.
기독교학교인 서울디지텍고 교장이었던 곽일천 이사장과 같은 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해당 조례가 헌법 위임이 없고 표현·종교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9일 합헌 결정했다.
이 조례 5조1항은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국가·민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또 5조3항에서 이같은 이유로 차별적 언사나 행동, 혐오적 표현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헌재는 “차별·혐오표현은 그 자체로 상대방인 개인이나 소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특정집단의 가치를 부정한다”며 “이러한 표현이 금지되는 건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 보장 측면에서 긴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조례가 금지하는 차별·혐오표현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할 것을 인식했거나 최소한 인식할 가능성이 있고, 결과적으로 그러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표현”이라며 “이는 민주주의의 장에서 허용되는 한계를 넘는 것으로 민주주의 의사형성의 보호를 위해서도 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조례는 서울시 교육감이 헌법과 법률,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에서 규정, 선언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규범화해 마련한 학교운영기준 중 하나로 법률상 근거에 따른 것이고 법률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도 아니다”며 표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곽 이사장 등 14명은 이 헌법소원과 함께 2017년 12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무효화해야 한다며 서울시 교육감 대상 행정소송도 냈으나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각하됐다.
크리스천 퍼스펙티브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대한민국 헌법이 있는데도, 성경에 근거해 동성애를 죄라고 선포하고 그들이 회개하고 주께로 돌아오도록 하는 전도가 마치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것 처럼 인식해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순을 헌법재판소가 깨닫게 해주시길 기도하자. 죄를 제도로 합법화시켜도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기억하며 교회가 죄로 멸망할 영혼들에게 더욱 죄에 대하여, 의에 대하여, 심판에 대하여 선포하며 영혼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하게 하시기를 구하자.[복음기도신문]
헌재의 낙태 헌법불합치 결정 100일 현장은
여성들 국회ㆍ정부 손놓은 새 불법 낙태 내몰려
“7주 5일이네요. 남편만 같이 오시면 오늘 저녁 바로 가능해요.”
24일 서울 강남구의 A산부인과. 낙태(인공임신중절) 수술이 가능한지 묻는 기자에게 병원 측은 이렇게 안내했다. 병원 직원은 결혼 여부, 마지막 생리 시작일, 성관계 날짜 등을 물은 뒤 임신 주수를 계산했다. 그는 “보호자 동의를 꼭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자가 “부작용이 생길까봐 걱정된다”고 말하자 직원은 “병원 생기고 10년이 넘었지만 사고 난 적이 한번도 없다”라고 안심시켰다.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시의 B 산부인과를 찾은 기자가 낙태 수술 상담을 요청하자 접수대의 직원은 “의사 상담부터 받아야 하고, 기록이 남으면 안되니 건강보험 적용이 안된다”며 접수비부터 현금을 요구했다. 1만5000원의 접수비를 냈더니 진료실로 안내했다. 의사는 낙태하려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는 “임신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술이 위험해지고 비용도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의사 진료 후 따로 기자를 상담실로 안내한 간호사는 “수술비를 60(만원)으로 해드린다”며 “영양제는 5만원, 10만원짜리가 있다”고 했다. 염증이 생기지 말라고 쓰는 유착방지제에 10만원이 추가로 붙는다고도 했다. 임신 주수가 올라가면 전처치에 10만원 정도 더 들어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계좌 이체도 안 되고 무조건 현금”이라며 “수술 기록은 안 남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한 여성과 의사를 처벌하는 규정을 담은 형법 269조 1항과 27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20년 12월 말까지 법을 개정하도록 주문했다. 그로부터 100일 흘렀지만 법 개정 작업은 진척이 없다.
검찰은 지난 달 임신 기간 12주 이내 낙태한 피의자를 기소유예 처분(검찰이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하는 등 낙태 사건 처리기준을 마련했다. 임신 12~22주라면 법령이 새로 마련될 때까지 기소를 중지할 방침이다. 관련법 개정 전까지 처벌을 유보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입법 공백기를 틈타 현실에선 여전히 낙태수술이 성행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23~24일 서울ㆍ경기의 산부인과 20곳을 무작위로 골라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낙태 수술 가능 여부를 물었더니 13곳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2곳은 “원장 진료 후 할 수 있다” “일단 와보라”며 방문 상담을 유도했다. “안 한다”라고 잘라 말한 곳은 5곳이었다. 부르는 게 값이고, 기록에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며 모두 현금을 요구했다. 당일치기 수술을 할 정도로 낙태 여성의 안전성 같은 것은 뒷전으로 밀려있다.
법 개정 시한까지 남은 시간은 1년 5개월. 그때까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은 여전히 몰래 낙태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다녀야 한다. 병원에서 얼마를 제시하더라도, 수술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홀로 감당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공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낙태 건수는 연간 4만9764건으로 추정된다. 성 경험이 있는 여성 중 10.3%, 임신한 적이 있는 여성 중 19.9%가 낙태를 경험했다. 낙태 수술을 받은 여성 8.5%는 자궁천공, 자궁유착증, 습관성 유산, 불임 등 신체적 후유증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 중 43.8%만 치료를 받았다. 또 54.6%는 죄책감, 우울감, 불안감, 자살충동 등 정신적 후유증을 경험했지만 이 중 14.8%만이 치료를 받았다. 어디 드러내놓고 말할 수가 없어서였다.
낙태 수술을 해주는 의사들도 위험을 감수해야는건 마찬가지다. 김동석 산부인과의사회장은 “법이 여전히 살아있는 상황이라 의사 입장에선 위험 부담이 크다. 여전히 수면 아래서 암암리에 이뤄질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산부인과 전문의는 “좋아서 (낙태 수술을) 하는 의사가 어디있겠느냐. 자칫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원치않는 임신한 여성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한다”라고 털어놨다.
정부는 조용하다. 보건복지부ㆍ법무부ㆍ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는 “법 개정 작업을 준비 중이다”라는 입장이다. 이제껏 제대로 된 토론회 한번 열지 않았다. 손문금 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그간 헌재 결정문을 분석하고, 의료계·법조계·여성계를 차례로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 쟁점이 워낙 많아서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국회도 묵묵부답이다. 지난 4월 헌재 결정 직후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낙태죄 폐지’ 법안 외에 별다른 입법 움직임이 없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국회 파행이 이어져 제대로 된 논의가 시작되지도 못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종교계 반발을 의식해 여야 막론하고 총대 메고 나서려는 의원이 없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빨리 법 개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낙태가 합법화된 나라에서도 우리나라처럼 ‘당일 낙태’가 가능한 나라는 없다. 대부분 상담ㆍ숙려 제도를 두고 있고, 저소득ㆍ청소년층은 건강보험으로 지원한다.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선·문형배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헌법재판소 9인 체제가 완성됐다. 최근 퇴임한 조용호·서기석 재판관 자리에 진보 성향 후임이 임명됨에 따라 헌재 진보색도 한층 짙어졌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19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전자결재를 통해 두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재가했다.
이 신임 헌법재판관의 주식 보유 논란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결국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통과되지 못했지만,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서 헌재는 공백 없이 9인 체제를 완성하게 됐다.
두 재판관 자리 교체로 헌법재판관 이념 성향 지형도는 다소 변화가 생기게 됐다. 전임자인 조용호·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으며, 보수 성향으로 분류됐다.
문 대통령이 지명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김명수 대법원장 지명 이석태·이은애 재판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김기영 재판관도 더불어민주당 지명으로 진보 성향으로 꼽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지명 몫인 이선애 재판관과 바른미래당 지명 이영진 재판관은 중도 성향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추천을 받은 이종석 재판관은 보수 성향으로 파악된다.
이전까지 헌재는 진보 성향 4인, 보수 성향 3인, 중도 성향 2인으로 균형 잡힌 구도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신임 헌법재판관 취임으로 진보 6명, 보수 1명, 중도 2명으로 바뀌면서 진보색이 강해졌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 재판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알려졌으며, 문 재판관은 그 전신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바 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2019.04.11. photo@newsis.com
이때문에 헌재 6기 재판부에서 전향적인 결정이 다수 내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위헌 결정을 하려면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여섯 자리를 진보 성향 재판관들이 채우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재 헌재에 사형제나 군 동성애 처벌 관련 심판이 진행중인 만큼, 헌재 결정이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앞서 헌재는 사형제 심판에서 1996년 7대 2 의견으로, 2010년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유 소장을 비롯한 진보 성향 재판관들이 인사청문회 등에서 사형제를 폐지하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낸 바 있어 향후 사형제 조항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신임 재판관들의 연구회 활동 이력으로 이념 성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문 재판관은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법연구회를 학술연구단체로 생각해 들어갔다. 지방에 살다보니 독선에 빠지기 쉬워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좋다고 생각했다”며 이념 논란을 일축하기도 했다.
한편 신임 헌법재판관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에서 취임식을 가져 6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선 11일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단이 이미 예견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헌재 재판관들도 진보 성향 인사들로 대폭 메워졌기 때문이다.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8명은 문재인 정부 들어 바뀌었거나 바뀔 예정이다. 헌재의 진보 색채가 뚜렷해지며 향후 각종 쟁점 사안에 대한 이념 편향적 판단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7년 전과 달라진 판단…왜?
헌재는 2012년 8월 낙태죄에 대해 4(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낙태죄에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면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며 “경미한 벌금형은 낙태 시술의 기능, 약품을 알고 있는 것을 남용해 영리 행위를 추구하는 조산사에 대해 범죄 억제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7년이 지난 뒤 헌재의 판단은 달라졌다. 헌재 재판관 구성원이 바뀐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당시 결정에 참여했던 재판관들은 모두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새로 구성된 6기 재판관은 9명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명한 서기석·조용호 재판관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선애 재판관 등 3명을 제외하곤 모두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됐다.
법조계에선 6기 헌재 재판관들의 성향을 진보 4·중도 2·보수 3으로 분류한다. 문 대통령이 지명한 유남석 헌재 소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석태 재판관은 민변 회장과 참여연대 공동대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은애(김명수 대법원장 추천)·김기영(더불어민주당 추천) 재판관도 진보 성향으로 꼽힌다. 이종석·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 재판관은 판사 시절 ‘도덕 교사’ ‘영국 신사’로 불렸을 만큼 원칙을 중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명한 서·조 재판관은 오는 18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선애(양승태 전 대법원장 추천)·이영진(바른미래당 추천) 재판관은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날 헌재 재판관들의 헌법불합치 판단도 이런 성향과 엇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진보 성향의 유남석 소장, 중도 성향의 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낙태죄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며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진보성향인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한발 더 나아가 “낙태죄가 폐지돼도 법적 혼란이 없다”며 낙태죄를 유예 기간 없이 당장 폐지해야 한다는 단순위헌 의견을 냈다. 반면 보수 성향으로 꼽히는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한 다른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며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보수 성향의 서기석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자율형사립고와 일반고가 학생을 동시에 선발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0조 1항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에선 재판관의 이념 성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진보 성향인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낸 반면 보수와 중도 성향의 재판관 5명은 모두 위헌 의견을 냈다. 위헌 선고가 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위헌 의견을 내야 한다.
━ 서기석·조용호 이달 말 퇴임…’진보 헌재’ 예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문형배(54·사법연수원 18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와 이미선(49·연수원 26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연합뉴스]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이 퇴임하면 헌재의 진보색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두 재판관의 후임으로 문형배(54·18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와 이미선(49·26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지명했다. 현재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가 진행 중이다.
두 후보자는 모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문 후보자는 진주 대아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줄곧 부산과 경남에서만 판사생활을 했다.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이 후보자는 부산 학산여고와 부산대 법대를 졸업하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했다. 재판연구관 시절부터 노동법 분야를 연구해온 전문가로 꼽힌다.
두 후보자가 모두 임명되면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진보 성향 재판관으로 채워진다. 앞으로 주요 결정에서 위헌이나 헌법불합치를 끌어낼 수 있는 정족수를 진보 성향 재판관만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향후 ▶동성애 ▶국가보안법 ▶사형제 ▶최저임금제 같은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있을 경우 이념 편향적 결론이 나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정권에선 보수 편향이 우려였고 이번 정권에선 반대”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판관들의 편향성 얘기가 나오는 건 사법부 독립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헌재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석태 재판관을 제외한 8명 재판관은 모두 판사 출신이다.
법조계에선 11일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단이 이미 예견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헌재 재판관들도 진보 성향 인사들로 대폭 메워졌기 때문이다.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8명은 문재인 정부 들어 바뀌었거나 바뀔 예정이다. 헌재의 진보 색채가 뚜렷해지며 향후 각종 쟁점 사안에 대한 이념 편향적 판단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년 전과 달라진 판단…왜?
원본보기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헌재는 2012년 8월 낙태죄에 대해 4(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낙태죄에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면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며 “경미한 벌금형은 낙태 시술의 기능, 약품을 알고 있는 것을 남용해 영리 행위를 추구하는 조산사에 대해 범죄 억제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7년이 지난 뒤 헌재의 판단은 달라졌다. 헌재 재판관 구성원이 바뀐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당시 결정에 참여했던 재판관들은 모두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새로 구성된 6기 재판관은 9명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명한 서기석·조용호 재판관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선애 재판관 등 3명을 제외하곤 모두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됐다.
원본보기[뉴스1]법조계에선 6기 헌재 재판관들의 성향을 진보 4·중도 2·보수 3으로 분류한다. 문 대통령이 지명한 유남석 헌재 소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석태 재판관은 민변 회장과 참여연대 공동대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은애(김명수 대법원장 추천)·김기영(더불어민주당 추천) 재판관도 진보 성향으로 꼽힌다.
이종석·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 재판관은 판사 시절 ‘도덕 교사’ ‘영국 신사’로 불렸을 만큼 원칙을 중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명한 서·조 재판관은 오는 18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선애(양승태 전 대법원장 추천)·이영진(바른미래당 추천) 재판관은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날 헌재 재판관들의 헌법불합치 판단도 이런 성향과 엇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진보 성향의 유남석 소장, 중도 성향의 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낙태죄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며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진보성향인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한발 더 나아가 “낙태죄가 폐지돼도 법적 혼란이 없다”며 낙태죄를 유예 기간 없이 당장 폐지해야 한다는 단순위헌 의견을 냈다.
반면 보수 성향으로 꼽히는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한 다른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며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보수 성향의 서기석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자율형사립고와 일반고가 학생을 동시에 선발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0조 1항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에선 재판관의 이념 성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진보 성향인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낸 반면 보수와 중도 성향의 재판관 5명은 모두 위헌 의견을 냈다. 위헌 선고가 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위헌 의견을 내야 한다.
서기석·조용호 이달 말 퇴임…’진보 헌재’ 예고
원본보기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문형배(54·사법연수원 18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와 이미선(49·연수원 26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연합뉴스]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이 퇴임하면 헌재의 진보색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두 재판관의 후임으로 문형배(54·18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와 이미선(49·26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지명했다. 현재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가 진행 중이다.
두 후보자는 모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문 후보자는 진주 대아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줄곧 부산과 경남에서만 판사생활을 했다.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이 후보자는 부산 학산여고와 부산대 법대를 졸업하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했다. 재판연구관 시절부터 노동법 분야를 연구해온 전문가로 꼽힌다.
두 후보자가 모두 임명되면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진보 성향 재판관으로 채워진다. 앞으로 주요 결정에서 위헌이나 헌법불합치를 끌어낼 수 있는 정족수를 진보 성향 재판관만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향후 ▶동성애 ▶국가보안법 ▶사형제 ▶최저임금제 같은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있을 경우 이념 편향적 결론이 나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정권에선 보수 편향이 우려였고 이번 정권에선 반대”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판관들의 편향성 얘기가 나오는 건 사법부 독립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헌재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석태 재판관을 제외한 8명 재판관은 모두 판사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