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法 “대북전단, 北인권 공론화”…통일부, 해석지침 바꾸나
대법원 “대북전단 北 실상 알리는 긍정 측면”
“살포행위 그 자체로 국민 위해 가하지 않아”
전단금지法 사실상 무력화…통일부 “法 존중“
통일부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단체의 법인 허가를 취소한 조치가 적법하다고 인정한 판결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통일부의 지침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외교안보 당국에 따르면 대법원은 자유북한운동연합이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낸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의 발단은 2020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탈북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그해 4~6월 접경지역에서 북한 지도부를 비판하는 전단을 살포했고, 당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을 거론하며 반발했다. 이후 통일부는 해당 단체에 법인 허가 취소를 통보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이라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특히 김여정은 대북전단으로 반발했을 당시 ‘법이라도 만들어서 막으라’는 취지로 위협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법 제정을 준비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탓에 ‘김여정 하명법’이라고도 불린다.
앞서 1·2심은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한 통일부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박 대표 측의 주장에 대해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행위(대북전단 살포)가 일방적으로 공익을 해하는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전단 살포 행위는 정보 접근에 제약받는 북한 주민에게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리고자 하는 정치·사회적 활동의 일환”이라며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한 국내외의 관심을 환기하는 등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사건 이후 제정된) 대북전단금지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판단까지 내놨다. 본법에 따라 형사 처벌이 이뤄지는 전단 살포 행위는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경우’인데, 북측으로의 단순한 전단 살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체 측 법률대리인 이헌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의 맹목적·굴종적 대북정책에 대한 국내 및 국제사회의 비판적 시각을 적극 반영한 결과”라며 “김여정 하명에 따른 처분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에 위배되는 위헌적 처분이라는 취지”라고 환영했다. 이어 “통일부는 판결 취지에 따라 법인설립 허가 취소 처분을 직권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의 대북전단금지법 해석지침 수정까지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행법상 대북 확성기 및 시각매개물 게시를 금지한 지역은 ‘군사분계선 일대’지만, 전단 살포 행위를 금지한 구역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통일부가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다소 넓게 명시한 해석지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인권대사를 지낸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일부가 할 일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북전단금지법 해석지침을 고치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1월 한국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과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영국 징검다리, 캐나다 한보이스 등 인권단체 9곳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해석지침 수정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대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며 “향후 조치에 필요한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북전단금지법 해석지침’과 관련해선 “이 또한 정부는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에 따라 관련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대법 “대북 전단 살포 단체, 文 정부 설립 취소는 부당”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이유로 탈북민 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한 조치는 부당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7일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이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낸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 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0년 4~6월 세 차례에 걸쳐 인천 강화군과 경기 김포시‧파주시 등에서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북 전단 50만장을 북한 방향 상공으로 살포했다. 당시 법률에 따르면 범죄가 되지 않는 행위였다.
“文 대북전단금지법, 北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위헌”… 한변, 토론회 개최
“한반도, 반인권적인 법 2개에 의해 심각한 위기”
태영호 “北인권 다루는 행사 많아져야 국민들이 돌아볼 것”
제성호 “대북전단금지법은 위헌이자 불필요한 과잉입법”
이상용 “북한주민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 제공해야“
文 정권이 막은 대북 전단, 대법은 “北 주민에 실상 알리는 역할” 인정
대법원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가 탈북민 단체의 설립 허가를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허가 취소가 정당했다는 하급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대북 전단 살포는 북한 주민에게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등 북 인권 문제에 대한 국내외 관심을 환기시키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형식상으론 허가 취소에 대한 판단이지만 문재인 정권이 강행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김여정 하명법’이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020년 4~6월 대북전단 50만장을 살포했다. 당시엔 범죄가 되지 않는 행위였다. 하지만 북한 김여정이 그해 6월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문재인 정부는 4시간 만에 ‘법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후 43일 만에 자유북한운동연합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그해 말 민주당은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 처리했다. 국내는 물론 미국·영국·유엔까지 비판과 우려를 쏟아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세운 유일한 근거가 ‘접경지 주민 안전’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전단 살포가 국민 생명에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이처럼 법을 만든 배경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내용도 위헌적이다.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크다. 그런데도 헌법재판소는 북한 인권단체들이 이 법안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을 2년 넘게 뭉개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헌재에 이 법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 헌재는 신속하게 위헌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
김정은 폭압 체제에서 신음하는 북한 주민을 고립과 단절로 내모는 대북전단금지법은 폐지돼야 한다. 탈북민 단체들도 앞으로는 시위를 하듯 공개적으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다. 북한 주민에게 진실을 알린다는 순수한 뜻이 의심받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