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영공침범 中정찰풍선 격추… 中 “美 과잉반응”
美 “軍기지 정찰, 용납못할 주권침해”
영토 침입 7일만에 미사일 쏴 격추
中 “국제관례 위반” 추가대응 시사
블링컨, 訪中 취소… 미-중 갈등 고조
미국이 4일(현지 시간) 자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풍선을 F-22 전투기 등을 동원해 격추했다. 미 상공에 포착된 지 7일 만으로, 이 풍선은 핵무기가 있는 핵심 군사기지 등을 정찰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용납할 수 없는 주권 침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우발적 사건’이라며 유감을 표했던 중국은 정찰풍선 격추 이후 “무력을 동원한 과잉반응”이라고 반발해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 지시로 북부사령부 전투기가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영공에서 중국이 보낸 고(高)고도 정찰풍선을 성공적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내가 격추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9분 정찰풍선이 육지를 지나 대서양에 진입하자 버지니아주 랭리 기지에서 출격한 F-22 전투기가 공대공미사일을 쏴 떨어뜨렸다. 이때 바이든 행정부는 인근 3개 공항 비행기 이륙을 중지하는 ‘그라운드 스톱’ 조치를 내렸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해안경비대는 대서양에 추락한 정찰풍선 잔해를 수거해 조사할 계획이다.
중국 정찰풍선은 지난달 28일 미 알래스카 영공을 침범한 뒤 캐나다를 거쳐 1일 몬태나주 말름스트롬 공군기지, 2일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 상공을 거치는 등 7일간 미 영토를 횡단했다. 이 두 곳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핵무기와 전략폭격기가 배치된 핵심 군사기지다.
오스틴 장관은 “미 전략기지를 정찰하기 위한 감시 자산”이라며 “용납할 수 없는 주권 침해”라고 밝혔다. 중국 풍선을 군사 감시정찰용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5일 예정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도 3일 전격 취소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외교사령탑인 왕이(王毅)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통화하고 정찰풍선 영공 침입에 항의했다.
중국은 3일 블링컨 장관 방중 취소 직후 “비행선은 중국에서 간 것으로 민수(民需)용 성질이며 기상 같은 과학연구에 사용되는 것”이라며 “비행선이 불가항력으로 미국에 잘못 들어간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4일 정찰풍선이 격추되자 성명을 내고 “미 국방부도 이 풍선이 지상에 군사적, 신변적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무력을 동원해 과잉반응한 것은 국제관례를 엄중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관련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단호히 보호할 것”이라며 추가 대응을 시사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美, 中 정찰풍선 격추에 미국인들 “잘했다!”환호
“와우, 역시 우리 공군!”
미국 동부 해안 주민들이 4일(현지시간) 중국 정찰풍선 격추 장면을 지켜보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이날 미국은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영공에서 중국의 고고도 정찰풍선을 공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美공화 “中정찰풍선 7일만에 격추, 늑장대응” 바이든 규탄안 추진
중국 정찰풍선 격추를 놓고 미중 간 신경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 내부에서도 책임 공방이 벌어지며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 영공 침입 7일 만에 정찰풍선을 격추한 것을 ‘늑장 대응’이라고 공격한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 규탄 결의안의 의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5일(현지 시간)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바이든 행정부 늑장 대응(inaction) 규탄 결의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서 국정연설하는 7일 결의안 통과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美 “中 정찰풍선 잔해 수거 중”… “바이든 정부, 中에 혹독·신속 보복 고려 중” 전망 나와
4일(현지시각) 중국의 정찰 풍선이 대서양에서 F-22 전투기에 의해 격추되고 난 후 미국은 풍선 잔해를 수집하는 한편 중국에 대한 보복을 시사하고 나섰다. 만일 정찰 풍선 잔해를 조사해 미국과 그 동맹국의 기술이 사용됐음이 판명될 경우엔 혹독하고 신속하게 보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외신들이 전했다.
이날 미국에 의해 격추된 중국 정찰 풍선의 잔해 및 파편들은 미국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머틀 시의 머틀 해변(Myrtle Beach)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와 관련해 “적어도 스쿨버스 두대 크기의 풍선과 여러 센서들의 잔해가 머틀 해변 바닷속 50피트(15미터) 속에 빠져 있고 7마일(11 킬로미터) 근방에 흩어져 있다”며 “잠수부들과 크레인이 향후 며칠 동안 수면에서부터 각종 잔해들을 수거할 에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마도 정보 전문가들이 이 잔해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중국의 정보 공작 능력에 대해 중요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은 또 풍선 잔해 분석을 통해 풍선 적재물(payload)에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기술이 적용됐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중국이 저궤도 위성(low earth orbiting satellites)과는 별개로 정찰 풍선을 띄운 의도가 미국 본토에 있는 주요 전략 시설들에 대한 상세한 시각자료를 획득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도의 촬영 기술이 들어간 센서 등이 필요한데, 이는 중국이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의회가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의원들이 이미 풍선의 적재물이 미국 또는 그 동맹국들의 기술을 탑재하고 있는지를 알아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며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풍선이 어떤 것들을 탑재하고 있었는지를 정확히 공개하긴 원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
만일 미국 및 동맹국 등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제공한 기술들이 되레 중국의 정보 공작 활동에 사용됐음이 판명된다면, 미국 조야에서 중국에 대한 보복이 필요하단 여론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정찰 풍선 관련 미국 여론은 이미 격추 상황을 지켜보던 미국인들의 환호·열광으로 확인된 바 있다.
미국은 냉전이 한창이던 1971년 핑퐁 외교를 시작으로 대체로 중국과 협력하며 중국 경제의 발전을 묵인·장려해왔다. 이는 중국의 경제 수준이 올라가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변화해 상호 화합이 가능할 거란 장밋빛 전망이 미국 내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전 세계에서 제2위의 경제 규모를 갖게 되자 대국굴기의 야욕을 그대로 드러내며 미국과의 패권경쟁을 노골화했다. 이에 미국은 2011년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선언하며 중국을 본격 견제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러한 미중대결의 맥락 속에서 이번 정찰 풍선 사건을 바라보고 있단 평가다. 중국은 풍선이 그저 ‘기상 관측용’이며 민간기업의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거짓으로 보고 중국 정부의 정보 공작 활동의 일환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혹독하고 신속한 보복을 고려 중이란 익명의 관계자의 발언이 있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미 미국의 보복은 시작됐단 평가다. 늦어도 6일엔 방중할 것으로 알려졌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번 사건을 이유로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더해 블링컨 장관이 정찰 풍선에 대해 중국에 더 강경한 메시지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 본토 영공을 침범한 정찰 풍선을 즉각 격추하지 않고 동부 해안까지 날아가게 뒀다며 공화당이 비판하고 나서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더 공세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단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정찰 풍선에 미국 기술이 담긴 부품이 사용됐음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엔, 미국의 대중 규제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미 중국의 전략 분야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가 추가로 이뤄지기 시작했고, 투자 제한도 강화되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경부터 대 중국 수출 통제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고, 중국이 하이엔드(최고 성능의) 반도체를 다루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이에 더해 네덜란드,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었다.
중국은 미국의 풍선 격추를 비난하면서도 소통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미국에 대응할 수단이 마뜩잖다는 것을 의미하며 운신의 폭이 좁음을 반증하는 것이란 평가가 속속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 응한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들켜버렸는데 갈 곳이 없는 것”이라며 중국의 지정학적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고 평가했다. 또 스탠퍼드 대학교의 프리먼 스폴리 국제학연구소 연구원인 오리아나 스카일라 매스트로는 “중국이 이번 사건을 크게 문제삼을수록 중국 입장에서 매우 나쁜 전략적 행보가 될 것”이라면서 “흥분하면 할수록 중국 측 주장의 신빙성이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해왔던 중국으로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진퇴양난’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하게 된 셈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출처 : 펜앤드마이크(http://www.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