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어민 기본권 유린한 文의 청와대…강제 북송의 범죄성…‘귀순 어민 강제 북송’도 밝히라

탈북 어민 기본권 유린한 文의 청와대

2019년 11월 7일 포승줄에 묶이고 안대를 한 두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의 대(對)테러 특수부대가 판문점까지 압송했다. 군사분계선 앞에서 안대를 벗기자 이들 눈에 북한군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제야 강제 북송된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 두 탈북민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탈북민을 강제로 송환한 최초의 사건이 벌어지는 광경이었다.

강제로 송환된 두 탈북민은 분명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국적법이 혈통주의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통치권이 미치지 못하지만, 법적으로는 북한도 엄연히 대한민국의 법이 적용되는 지역이고 대한민국 국민이 사는 곳이다.

해방과 함께 분단이 찾아오고 초기에는 북한의 경제력이 남한의 그것보다 우월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그 수준이 역전됐다. 북한은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심각한 독재체제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의 형사법 체계가 추구하는 중요한 목표는 지금도 ‘반혁명 적대분자들의 준동을 제때 적발하여 철저히 진압’하는 데 있다. 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지 7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체제에 불만을 가진 세력들에 의한 사회전복 위험을 걱정한다. 북한의 독재체제는 아마도 영원히 정착될 수 없을 것이다. 70년이 지나도 완수되지 못한 혁명이 어느 세월에 완성되겠는가.

직전 문재인 정권은 이렇게 절망적인 북한 정권이 유지되게 하려고 꽤 애를 썼던 것으로 보인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도 그렇게밖에 이해할 수가 없다. 처음에는 이들을 비밀리에 북으로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유엔사 소속 장교가 청와대에 보고하는 문자 메시지가 카메라에 포착돼 언론에 보도되면서 산통이 깨졌다. 정부도 강제 북송이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두 탈북 선원은 동료 16명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법원의 판결에 의해 확정된 사실관계가 아니다. 더구나 그 2인은 외국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도 이들의 기본권은 국가기관에 의해 철저히 유린됐다. 이들이 체포됐을 당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이 고지됐는지도 의문이다.

이들 두 어민이 16명의 선원을 살해했다면 대한민국 법원에 의해서 재판을 받더라도 사형을 선고받았을 수 있다. 이 사건보다 20여 년 전에 있었던 페스카마호 사건에서 17명의 선원을 살해한 중국 국적 선원들에게 사형이 선고된 적도 있다. 하지만 단순 비교는 살인 동기가 똑같다는 전제 아래서만 가능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1997년 말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에 속한다. 탈북 어민들을 강제로 북송하면 잔인하게 고문당하고 처형될 것임을 잘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는 것은 자국민의 생명 보호보다 북한 정권 보호가 우선이라는 전도된 생각이 없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탈북민 두 사람을 두고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했던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의 무지몽매함과 북한군에 의해 사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두고 자진 월북한 사람이니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외쳤던 당시 청와대의 잔인무도함에서 섬뜩한 기운이 느껴진다.

강제 북송의 범죄성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이가 좋아 국군에 잡히면 북송되는 줄 알고 군부대를 피해 다녔다”. 헤엄 귀순한 북한 주민 A 씨가 2021년 6월 하나원에서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한 얘기다. 지 의원은 탈북자들의 이 같은 불안이 ‘2019년 11월 목선 귀순 어부 2명의 강제 북송 이후 생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선장 등 동료 16명을 죽인 흉악범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고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어 북한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먼저 북송 사실을 공개한 것은 아니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장이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보낸 문자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북송 사실이 알려지면서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귀순의향서에 직접 서명했지만 북으로 추방됐다. 이들의 호송은 경찰특공대가 맡았고 포승줄에 안대까지 쓰게 했다. 이들은 북송 사실을 몰랐는지 북한군이 보이자 털썩 주저앉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탈북자는 물론 모든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공통 견해다. 귀순 의사를 밝히면 정부는 난민이나 귀화자가 아니라 원래 한국 국민으로 간주한다. 이들에게 새로 국적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국적을 확인하는 조치만 취한다. 그런데 문 정부는 이들이 흉악범이므로 국민은 물론 ‘국제법상 난민’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 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들어 테러나 살인 등 범죄자는 법의 보호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은 보호·정착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지 국민의 자격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탈북자는 국민으로서 거주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고 우리 법에 따라 수사·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강제 북송은 유엔에서 합의된 국제법이나 국제협약 위반이라는 비판도 있다. 세계 인권선언은 ‘사람은 누구든 국적을 가질 권리가 있고, 불법하게 국적을 박탈당하지 않아야 하며 국적 변경의 권리가 거부돼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흉악범이라도 고문·처형 등의 비인도적 처벌이 기다리고 있는 북한으로 강제 송환한 것은 고문방지협약 취지에도 어긋난다.

대한민국 주권 포기한 ‘귀순 어민 강제 북송’도 밝히라

2019년 11월 7일 발생한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은 그 당시에도 심각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진상 규명 요구가 제기됐지만, 문재인 정권이 국가 안보 사안이라는 이유로 덮으면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대한민국 주권과도 직결된 중대한 문제인 만큼 이제라도 진상을 제대로 밝히는 게 당연하다. 국민의힘이 21일 ‘해수부 공무원 월북 몰이 진상 규명 TF’를 가동하면서 강제 북송 사건의 진상 규명에도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강제 북송 사건은, 그해 11월 25∼26일 부산에서 열릴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초청 친서를 보낸 직후에 일어났다. 당시 오징어잡이를 하다 동해에서 나포된 북한 어민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대북 통신 감청 등을 통해 16명의 동료를 살해했다는 주장을 접한 당국은 북으로 추방 의사를 타진했고, 북은 바로 수용했다고 한다. 정부는 5일 만에 적십자사가 아닌 대테러 부대를 동원해 이들에게 안대를 씌우고 포승줄로 묶은 채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했다.

문제의 본질은, 이들이 흉악범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문 정부가 주권 행사를 포기했다는 사실이다. 북한 주민도 국내에 들어오면 헌법상 국민으로 대우 받는다. 당연히 국내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재판해 처벌해야 한다. 이들은 귀순 의사도 밝혔다고 한다. 살인행위도 선박에 대한 정밀 감식 등을 통해 조사된 것이 아니라, 감청 내용만 근거로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서 “이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안 봤다”는 위헌적 발언도 했다.

국제법, 헌법, 관련 법률을 모두 무시하고, 이들이 북에 가면 어떻게 될지를 알면서 조사도 없이 강제 북송한 것은 반인권이자 직무유기다. 북에 ‘남으로 내려가 봐야 소용없다’는 좋은 선전거리가 됐다. 주권 훼손이자, 사실상 북한 정권 편을 든 데 대한 철저한 규명과 문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