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장관 경계태세 점검 홍보한 날…20대 탈북민, 22사단서 ‘철책 뚫고 월북’…9·19군사합의 ‘철거 GP’지역 ‘탈북·월북 루트’ 됐다

국방부장관 경계태세 점검 홍보한 날…20대 탈북민, 22사단서 ‘철책 뚫고 월북’…9·19군사합의 ‘철거 GP’지역 ‘탈북·월북 루트’ 됐다

국방부장관 경계태세 점검 홍보한 날…20대 탈북민, 22사단서 ‘철책 뚫고 월북’

월북자, 철책 경계센서 울리고 열영상감시장비(TOD) 포착됐지만…경계병력 “이상 무” 보고

월북 경로, 남북군사합의 따라 비워둔 GP 인근…“GP에 병력 배치했더라면 월북 막았을 것”

軍, 같은 날 서욱 국방장관의 대북대비태세 점검 홍보…월북자 신원, 3일 국회·정보기관서 나와

지난 1일 발생한 동부전선 육군 22사단 경계지역 월북사건은 문재인 정부 대북경계태세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월북자가 비무장지대 철책을 넘을 때 경계용 센서의 경보가 울리고 CCTV에도 포착됐다. 또한 비무장지대 감시용 열영상감시장비(TOD)에도 월북자가 포착됐다. 그럼에도 전방감시를 담당 병사는 경보를 무시했고, 현장출동 부대는 철책만 살펴본 뒤 “이상 없다”고 보고하고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이번 월북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비무장지대 철책에서 동작감지 광센서가 작동했을 때 경계부대 상황실에서 CCTV 등 감시영상을 제대로 확인했다면 월북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CCTV 영상 확인이 늦었다손 치더라도 GP에 병력이 있었다면 월북자가 군사분계선을 넘기 전에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군 관계자는 지적했다.

1일 언론보도를 보면 “서욱 장관이 ‘피스아이’에 타고 지휘비행을 하면서 합참 지휘통제팀장, 해병대 연평부대 포병지휘관, 공군작전사령부 항공우주작전본부장, 레바논 파병 동명부대장, 해군 서애 류성룡함 함장, 육군 21사단 GOP 경계부대 대대장과 통화를 했다”고 나와 있다. ‘취약지역’으로 알려진 육군 22사단은 빠져 있었다.

육군 22사단 경계지역에서의 월북은 이날 밤에 일어났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틀이 지난 3일 오후까지도 서욱 국방장관이 22사단 경계실패 문제나 부대경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거나 지시를 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합참의장이나 육군참모총장의 메시지도 없다. 다만 22사단 경계구역 문제에 대한 지적을 두고 “8군단 해체와 22사단의 3군단 편입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말만 들리고 있다.

월북 놓친 軍, 철책 경보 울려 출동하고도 “이상없다” 보고

군(軍)은 현 정부 출범 후 최전방 경계가 귀순·월북으로 수차례 뚫리는 동안 “작전 지역이 넓어서 감시에 한계가 있었다” “인공지능(AI) 등 과학화 감시 체계를 보강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지난 1일 22사단 ‘새해 월북’ 사건은 폐쇄회로(CC)TV와 동작 감지 센서, 열상감시장비(TOD) 등으로 최소 4차례 포착했음에도 군은 3시간 이상 속수무책, 우왕좌왕이었다. 군 지휘부가 ‘평화’를 강조하는 동안 경계 작전에 임하는 기초 군기(軍紀)가 허물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군이 ‘헤엄 귀순’ 대책으로 발표한 ‘AI 경계 시스템’은 현재 기초 성능 실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 AI 시스템을 보강했느냐는 질문에 “아직 확인을 못 했다”고 했다. 기초 군기를 다잡기보다 실효성 없는 대책을 보여주기식으로 포장해 발표하는 데만 급급했던 군이 초래한 인재(人災)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헤엄 귀순 때도 “기계 탓 하지 말라”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군이 이를 외면한 결과라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아무리 첨단 기계를 갖다 놔도 사람이 제대로 쓰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며 “이번엔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 오전 신년 지휘비행을 하며 한반도 전역의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서 장관은 육군 GOP 대대장 등 전군 지휘관 7명과 통화하며 “지난해 우리 군은 강한 힘으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 노력을 뒷받침해왔다”며 “새해에도 위국헌신의 자세로 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수시간 뒤 최전방 경계가 ‘새해 월북’으로 뚫렸다.

청와대 “철책 월북, 문재인 대통령 질책은 없었다”

청와대는 새해 첫날 강원도 최전방 동부전선에서 월북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질책은 없었다”고 3일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월북자 1명은 강원도 고성군의 육군 22사단 관할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과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어 북으로 넘어갔다. 해당 월북자는 추후 합참 조사 과정에서 과거 귀순했던 이력이 인물로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9·19군사합의 ‘철거 GP’지역 ‘탈북·월북 루트’ 됐다

지난해 GOP 경계보강 위해 2800여억원 투입, 최정예 사단장 임명도 무용지물

과학화경계시스템 맹신 우려…“DMZ 평화의 길 ‘GP철거’ 유사시 남침로” 우려도

새해 첫날인 1일 우리 국민으로 추정되는 1명이 강원 동부전선 22사단 최전방 철책을 넘어 월북하는 과정에서 월북자가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을 당시 열영상감사장비(TOD) 등 감시장비에 포착됐는데도 3시간가량 상황 파악조차 못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계실패와 군기 해이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월북자는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 후 비무장지대(DMZ) 내 철거한 전방초소(GP)로 보존 중인 369 GP 인근을 통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철거 GP가 탈북·월북 루트가 돼가고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우리 군의 주요경계 실패는 2019년 삼척항 북한 목선 귀순 사건 후 7번째다.

◆탈북·월북 루트가 돼가는 DMZ ‘철거 GP’

지난 1일 오후 22사단 지역 남쪽 GOP를 거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민간인 추정 신원미상 인원은 DMZ 내 철거 후 보존GP인 369GP 인근을 거쳐 월북한 것으로 열상감시장비(TOD) 등 감시장비를 통해 확인됐다. 월북자가 통과한 보존GP는 9·19남북군사합의로 병력이 철수한 곳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그곳에 경계 근무자가 있었다면 당시 월북자 검거가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0년 11월 22사단 지역을 통해 월책 탈북한 북한 남성 역시 남쪽 GOP를 넘기 전 이곳 369 GP에 숙박하며 은신처로 사용하기도 했다. 합참 관계자는 “(월북자가) 우리 GP 좌측에서 감시 장비에 포착됐다”면서 “해당 GP는 (인원을 철수한 후) ‘보존GP’로 유지되고 있고, 그 GP에 CCTV를 보강했고, 그 인근 보급 특히 경계 취약부대인 22사단 지역 보존GP(남 369GP·북 가칠봉GP)가 탈북자, 월북자의 DMZ 내 은신처로 활용되면서 11개 지역의 철거 시범GP가 유사시 ‘남침루트’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남북은 9·19 군사부문 합의에 따라 DMZ 내 GP를 11개씩 상호 철수하기로 했다가 보존가치가 있는 1개씩의 GP는 원형을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측은 ‘금강산전망대(369GP)’가 보존GP로 결정됐다. 금강산전망대는 북한의 가칠봉 GP와 거리가 580m에 불과해 휴전선 155마일 전선에서 남북이 가장 가깝게 대치한 현장이었다.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워크 대표는 ”GP철거로 유사시 남침로가 열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국군의 GP는 북한 기계화부대 기동을 막는 최초의 장애물이자 방어 거점으로, 전시에 북한군 민경부대는 국군 GP를 제거해 기계화부대의 기동로를 확보하려 시도하게 돼 있는데, 군통수권자의 지시에 따라 국군이 스스로 최전방 방어 거점을 허무는 일이 벌어졌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해 GOP 경계보강 위해 2800여억원 투입, 최정예 사단장 취임해도 속수무책

월북루트가 된 22사단 지역은 2020년 북한 남성 월책과 지난해 2월 북한남성 동해안 오리발 귀순 후 군 당국이 GOP 등 경계보강을 위해 지난해 말까지 2802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국방부와 육군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 당국은 ▲GP·GOP 노후 중거리 카메라 노후교체 설치 사업 ▲GOP 울타리 경계시설물 보강사업 ▲모 사단 ‘일체형 상단감지브라킷’ 설치사업 ▲과학화 경계체계 시뮬레이터 설치사업 ▲해·강안 과학화경계사업 ▲인공지능(AI) 융합 해안경계체계 시범구축 사업 ▲주둔지 경계력 보강사업 ▲주둔지 울타리 설치사업 등에 지난해 2802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수천억 원을 투입한 대대적인 전방 GOP 경계보강 작업에도 불구, 8개월 만에 같은 지역 경계에 구멍이 뚫리면서 ”기계나 장비가 아닌 사람이 문제로 군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월책 사건 당시 CCTV가 월북자를 오후 6시 최초 포착했다. 철책 센서인 광망(光網)체계경보는 월북자 동작을 감지하고 정상 작동했지만 현장에 출동한 초동 부대는 철책이 훼손된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2월 ‘오리발 귀순’ 당시에도 경보음이 2번 울리고 CCTV가 귀순자를 10번 포착했지만 놓친 것을 두고 기강 해이 등 경계 시스템 전반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당부대 GOP에서 복무한 한 예비역 장교는 ”22사단은 저주받은 전장환경과 현 정부 들어 추진되고 있는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 사업,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맹신, 관광지 특성의 지역민원 등이 묶인 총제적 난국“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별들의 무덤’ 재확인된 22사단…상급부대 8군단 해체 계획 차질 불가피

한편 서욱 국방부 장관은 2020년 월책 탈북과 2021년 오리발귀순 사건 등 잇따른 경계실패에 따라 작전통으로 육사 49기 선두주자인 이승오 소장을 22사단장에 발령냈다. 보통 각 기수 선두주자는 사단장 진출 시 1사단장에 발령내던 관례를 깨고 ‘사고부대’인 22사단장이라는 특별임무를 맡긴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6일 취임한 지 보름 만에 경계실패로 22사단이 ‘별들의 무덤’임이 또다시 확인됐다.

22사단은 1984년 6월 26일 ‘국군역사상 최악의 총기사건’이라 불리는 ‘조준희 일병 총기난사 및 월북사건’이 발생한 지역이다. 2009년에도 22사단 전역자인 강동림이 56연대 경계책임 구역의 철책선을 끊고 월북한 바 있다.

22사단 경계책임구역은 내륙 28㎞, 해안 69㎞로 총 97㎞ 타 최전방 경계부대의 경계책임구역의 수배에 이른다. 더욱이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인해 민통선 이북의 통일전망대, 비무장지대 평화의 길 등 관광지가 산재해 있어 장병들의 경계임무가 유독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군당국이 국방개혁 일환으로 추진 중인 부대개편에도 비상이 걸렸다. 22사단 상급부대인 8군단 해체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8군단을 내년 중·후반까지 해체하고 22사단 등은 3군단으로 흡수·통합할 계획이다. 장군 감축 및 현역병 자원 감소에 따른 조치로 8군단이 해체될 경우 22사단 지역 육지와 해안 경계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20103MW10000810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