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책임진다했는데”…사망피해 인정 단 2건…외국에선…”신고절차 쉽고, 이상증상도 투명 공개”

“정부가 책임진다했는데”…사망피해 인정 단 2건

이상반응 신고 34만건 중 사망 1천145건…지원 결정은 1%도 안 돼

피해 신청·보상 절차 복잡…수개월 걸린 당국 결론은 ‘인과성없음’

(서울=연합뉴스) 권선미 기자 문혜원 인턴기자 = “국가가 예방접종 부작용을 책임진다고 했는데, 입에 발린 말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는 참고인으로 출석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상반응 피해 신고자와 그 가족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이들은 백신을 접종한 후 가족이 사망했거나 중태에 빠졌다고 호소하면서 정부에 백신과 이상 반응 간의 인과성을 더 폭넓게 인정해 피해를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국민의 입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잘 설명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어떤 이상 반응이 생길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인과성의 범위를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 후 취재팀이 만난 국정감사 참고인들을 포함한 피해자와 가족들은 “한 달쯤 지난 지금까지 바뀐 것이 전혀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모든 백신은 부작용이 일부 있다”면서 “아주 가벼운 통증으로 그치는 경우부터 시작해서 보다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 우리 한국 정부가 전적으로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고 말했다. “부작용에 대해서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않고 개인이 피해를 일방적으로 입게 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 이런 염려는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는 백신 허가과정에서 발견되거나 우리보다 먼저 백신을 접종한 국가에서 확인된 이상반응을 근거로만 인과성 판정을 내리는 등 인과성 기준을 너무 좁게 해석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 접종 미완료자 1천만명…”이상반응 두려운데 보상도 소극적”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이달 1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누적 인원은 4천113만8천792명이다. 전체 인구의 80.1% 수준이며, 만 18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 보면 92.2%에 이른다.

2차 접종까지 받은 국민은 총 3천868만1천202명이다. 전체 인구 대비 75.3%, 18세 이상 인구의 87.6%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백신 접종 후 어떤 점이 바뀌었을까.

질병청에 따르면 1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6만6천386명(해외유입 1만5천113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2천858명(치명률 0.78%)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1천686명(해외유입 20명)으로 나타났다.

1년 전이자 백신 접종을 하기 전인 2020년 11월 1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총 2만6천635명(해외유입 3천778명), 사망자는 466명(치명률 1.75%)이었다. 신규 확진자는 124명(해외유입 23명)이었다.

백신 접종률과 확진자 현황을 따져봤을 때 백신이 코로나19 감염 자체를 예방한다기보다는 치명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백신 접종 자체를 아예 거부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기저질환이나 건강 문제로 백신을 맞지 못하는 인원을 제외하고, 이상반응과 후유증이 두렵다는 이유 등으로 백신을 맞지 않은 18세 이상 성인은 약 500만 명에 이른다.

정은경 청장은 지난달 22일 “코로나19 백신을 권장 횟수대로 접종하지 않은 미접종자가 1천만 명에 달한다”며 이들에 접종 동참을 재차 당부했다.

미접종자들이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한국리서치가 10월 둘째 주에 발표한 만 18살 이상 성인 1천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예방접종을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응답 4%, 출국 등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예방접종을 받겠다는 응답 1%, 예방접종을 받지 않겠다는 응답 3%로, 총 8%가 예방접종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이유로(중복 응답) 70%가 ‘접종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질병청이 지난 6~7월 학부모 34만명과 학생 27만명을 조사한 결과 접종 의사를 밝힌 비율은 69.1%, ‘아마도 접종하지 않을 것’ 또는 ‘절대 접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경우는 17.1%였다.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생각은 학부모의 57.6%, 학생의 50.9%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반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학부모 26.8%, 학생 24.2%였다. 역시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혹시 모를 ‘백신 부작용’이었다.

백신 접종 후 이상 증상이 나타난 이들에 대한 백신과 인과성 인정이 극히 적고 보상이 소극적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의심 신고는 총 33만8천261건이다. 백신 1·2차 접종 건수 대비 이상반응 의심 신고율은 0.45%였으며, 백신별로는 모더나 0.63%, 얀센 0.58%, 아스트라제네카 0.52%, 화이자 0.37%로 조사됐다.

사망 신고는 환자 상태가 이상반응 발현에서 사망으로 변경된 330건을 포함해 총 1천145건이다.

이들 중 지원이 결정된 건수는 피해보상금 2천287건, 의료비 지원 49건, 사망에 대한 인과성 인정 2명이다. 모두를 합쳐도 전체 의심신고 대비 1%도 안 된다.

이렇다 보니 국민들 사이에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이 생겨도 피해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생긴다.

자발적 백신 미접종자 30대 남성 A씨는 “평소 건강했던 젊은 사람들도 백신 접종 후 갑자기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부에서 인과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모습을 보고 백신을 접종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백신 부작용 인과성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질병청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은 지난 10월 28일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에 대한 조사·분석 및 안전성을 검토하고, 국외 이상반응과 연구 현황 외에도 국내에서 이상반응 신고가 접수된 사례를 집중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 중증환자되면 당장 생계 곤란한데…보상금 받으려면 수개월

운이 좋아 피해 보상 대상자가 된다 해도 실제 보상금을 받기까지 수개월씩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피해 보상 항목은 진료비와 정액간병비, 장애일시보상금, 사망일시보상금, 장제비다.

진료비와 간병비를 지원받으려면 ▲진료비 및 간병비 신청서 ▲코로나19 예방접종받은 사람의 신분증이나 보상대상자와 신청인의 관계를 증명하는 주민등록등본·가족관계증명서 등 ▲의료기관이 발행한 진료확인서 ▲진료비영수증 ▲진료비 상세내역서 ▲본인부담금이 30만 원 이상인 경우 의무기록사본 ▲예방접종 전 3개월 이내의 의무기록사본을 구비해야 한다.

사망보상금 신청 시에는 ▲사망일시보상금 및 장제비 신청서 ▲사망진단서 ▲부검소견서 ▲보상금 신청인이 유족임을 증명하는 가족관계증명서 또는 주민등록등본 등을 준비해야 한다.

신청인은 서류를 보건소에 제출하고, 보건소는 서류에 이상이 없으면 지자체로 서류를 보낸다.

지자체 역학조사담당관은 예방접종 피해 관련 기초조사를 한 뒤 피해보상신청 서류에 기초조사 결과와 의견서를 첨부해 질병청에 제출한다.

질병청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지자체에서 받은 기초피해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를 통해 인과성과 보상 여부를 결정한 뒤 지자체에 통보한다.

지자체는 질병청에서 받은 결과를 신청인에게 보내고, 차후 보상 액수가 결정되면 질병청에서 신청인에게 지급한다.

이런 복잡한 절차 때문에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가 질병청에 접수되기까지도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질병청에서 심의하는 기간은 120일 이내로 규정돼 있다.

지난 6월 8일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 후 보름 만에 하반신이 마비된 이도현(66)씨는 “대학병원에서 떼어준 진단서에 ‘원인 미상’이라고 적혀 있어, 보건소에서 접수조차 해주지 않고 있다”며 “병원에서 백신과 연관이 예상된다는 진단서를 받는 것부터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백신과 인과성이 예상된다’고 적힌 서류를 구비하고 추가적인 근거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결국 질병청에서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잖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7월 29일 화이자 1차 접종을 한 뒤 3일 뒤 심정지로 사망한 수영선수 고(故) 이슬희(30)씨를 부검한 후 “화이자 백신의 경우 부작용 일부로 심근염이 보고되고 있는바, 백신 접종과 변사자 사망과의 연관성을 고려해 볼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는데, 질병청은 인과성이 없다고 판정했다. 이러한 결론이 나기까지도 석 달이 걸렸다.

중증환자가 되면 병원비가 하루에도 수십만 원씩 드는데, 만에 하나 부작용이 생기면 가족들에게 폐를 끼칠 것이 걱정돼 접종을 피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3월 4일 아스트라제네카 1차 백신을 맞고 3일 뒤 이상반응이 나타나 골수이식까지 받은 김근하(29)씨도 질병청으로부터 ‘백신과 인과성 없음’ 통보를 받았다. 대학병원에서 ‘백신과의 인과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질병청에 이유를 알려달라고 여러차례 요청했지만 ‘이의신청을 하라’는 답변만 받았다”며 “기저질환도 전혀 없었던 내가 한순간에 중증환자가 되고 보상도 받지 못하니 우리 가족은 두려워 아무도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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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병원비만 7천151만원인데…”

“모든 거 잃고 파산한 후에야 정부 도움받을 수 있나요”

지원금 심의에만 90일 걸려…정부 “의료비 지원 늘리겠다”

(서울=연합뉴스) 권선미 기자 문혜원 인턴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않고 개인이 피해를 일방적으로 입게 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 이런 염려는 전혀 하시지 않아도 된다”며 정부에서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백신 피해 신고자들에게는 이런 ‘대통령의 약속’과 현실이 달랐다. 백신 접종 후 건강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이들 중에는 “대통령을 믿고 백신을 맞았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적잖다.

지난달 28일 기준 백신 접종 7천528만7천995건 중 이상반응이 나타나 신고한 사례는 33만8천261건(0.45%)이었고, 이 중 2천287건(0.67%)에 대해 보상이 결정됐다.

정부는 백신 접종 후 인과성 근거가 불충분해 보상에서 제외된 중증 또는 특별관심이상반응 환자에 대해서도 1인당 1천만원까지 진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지원대상으로 확정된 인원은 49명이며 이 중 7명에게 지원금 지급이 완료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의료비 지원을 1인당 최대 3천만원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취재팀은 백신 접종 후 갑작스럽게 중증환자가 됐지만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 피해보상금은 최대 1천만원…석 달 병원비만 7천만원

‘입원 중간진료비 금액을 알려드리오니 확인 후 수납해 주시기 바랍니다. 입원진료비 : 60,739,350원.’

경남 함안에 사는 안병두(51)씨는 지난달 7일 병원에서 온 이런 문자를 보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안씨의 아내 지수복(48)씨는 지난 7월 6일 화이자 백신을 맞은 후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고, 백신을 맞은 지 불과 5일 뒤 입원했는데 급성 심근경색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보름 뒤 심장 이식 수술을 했다.

병원비는 이후 11일 동안 500만원이 더 불었다. 3개월여간 병원 치료비로 나온 금액이 총 7천151만원에 달한다. 안씨는 이 중 600만원만 낼 수 있었다.

동네 어르신들을 방문해 돌보는 일을 하는 요양보호사였던 아내는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로 지난 4월 20일 1차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을 때는 사흘간 미열이 났지만 컨디션은 괜찮았다고 한다.

안씨는 심근염이 화이자의 대표적인 이상 증상이라는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 알고 보건소에 역학조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보건소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은 생체 검사를 할 수 없다”며 접수를 거부했다.

안씨는 “아내가 떼어낸 심장으로라도 검사를 해달라”고 질병관리청에 요청했고, 검사 비용은 안씨가 모두 지불해야 했다.

병원에서는 소견서에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 후 급성 심근염 발생함. 백신과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음’이라며 아내 지씨의 상태를 상세히 기재했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역학조사관이 지씨의 질병이 백신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해 질병청으로 서류를 보냈다.

그러나 지난 8월 안씨가 질병청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으로부터 받은 피해 조사 심의 결과는 ‘4-1’ 판정이었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한 시기가 시간적 개연성이 있으나 백신과 이상반응에 대한 자료가 충분치 않아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4-1에 해당하는 경우 최대 1천만원까지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정확히 얼마를 지급할지 심의하는 데만 90일이 걸린다.

아내의 병원비로 순식간에 빚더미에 앉게 된 안씨는 질병청에 “의사도 인과관계를 인정했는데 무슨 근거로 ‘근거 불충분’이라는 결론을 낸 건지 평가 자료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질병청은 끝내 자료를 보여주지 않았다.

화물차 운전자였던 안씨는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일을 그만둬야 했다. 당장 먹고살기도 어려워져 고등학교 3학년, 중학교 2학년인 아들들의 학업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안씨는 “아내와 맞벌이를 하다가 (이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이 없으니 빚만 쌓여가고 있다”며 “아내가 백신 접종만 하지 않았어도 우리 가족이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안씨와 두 아들은 지씨가 쓰러진 뒤 정부에서 ‘나 몰라라’하는 행태를 보고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씨의 아내 사례는 국정감사장에서도 거론됐다. 지난달 7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은경 질병청장은 “현재 심근염에 대해서는 4-1로 분류하고 있는데, 근거가 더 명확해지고 부작용으로 인정이 되면 정식 피해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 순식간에 사지 마비된 어머니…질병청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

인천 부평구에 사는 이현희(52)씨는 3년 전부터 일주일에 세번씩 혈액 투석을 하는 장애 2급 남편과 공사 현장에서 보일러 설치 작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기계학을 전공한 아들은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한 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님의 일을 도우며 월 150만 원씩 생활비를 받았다.

소박하게 살아온 이씨 가족에게 불행이 시작된 건 지난 7월 6일이었다. 코로나19 1차 백신으로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았던 이씨의 친정어머니 차영숙(75)씨는 2주 뒤 화이자를 교차 접종했는데 접종 8일 뒤 갑작스럽게 다리에 힘이 풀려 몸을 일으킬 수 없게 됐다. 곧장 손자에게 업혀 응급실로 갔으나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다. 병원에서는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하반신이 마비될 수 있다”고 했다.

차씨는 바로 수술을 받았지만 다리 마비 증세는 악화했고, 손을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물을 삼키는 것도 어려워졌다. 급기야 자가호흡까지 불가능해지자, 의료진은 척수염·반응검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길랑-바레증후군'(감염 등에 의해 몸 안의 항체가 말초신경을 파괴해 마비를 일으키는 신경계 질병)으로 나왔다.

의료진은 이씨에게 “어머니가 말초신경 손상이 심해 언제 사망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차씨가 응급실에 간 지 불과 열흘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주치의는 “차씨처럼 길랑-바레증후군이 급격히 진행돼 식물인간처럼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했다.

차씨가 입원 치료를 받게 되자 이씨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병원비는 한 달에 1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늘었다.

차씨는 전혀 차도를 보이지 않았고, 3개월이 지나자 병원에서는 전원(轉院)을 요구했다. 위급 환자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중환자실에 장기간 입원시킬 수 없다는 이유였다. 길랑-바레중후군은 치료 방법이 없어 병원에서도 인공호흡기와 욕창 관리 외에는 더는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

이씨는 어머니가 화이자 백신 주사로 인해 이런 증상을 겪게 됐다고 생각하고 7월 11일 보건소에 역학조사를 신청했다. 주치의는 진단서에 ‘환자의 병력이나 시간관계 등을 고려해 볼 때 화이나 백신 접종과 길랑-바레증후군 발생과의 연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이라고 기재했다. 역학조사관은 이씨에게 “어머니가 백신 후유증으로 길랑-바레증후군이 발생했다는 근거 자료를 모두 수집해 질병청으로 넘겼다”고 전했다.

이씨는 “당연히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받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두 달여 뒤 질병청에서 나온 결과는 4-2 판정이다.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한 시기가 시간적 개연성이 있지만 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아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였다.

이씨가 역학조사관에게 “백신보다 가능성이 더 높은 ‘다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조사관은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은 외국에서 길랑-바레증후군을 부작용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지만, 어머니가 맞은 건 화이자 백신이라서 부작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질병청에 관련 자료를 요구해도 “이의 제기를 하라”고만 할 뿐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우리 가족은 지금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차라리 엄마가 의식이 없어서 고통이라도 느끼지 못하셨다면 마음이 이렇게 아프지는 않았을 거예요. ‘엄마와 함께 죽으면 남편과 자식은 짐을 덜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파산한 후에는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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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선…”신고절차 쉽고, 이상증상도 투명 공개”

“의료인도 신고절차 잘 모르는 경우 많아, 정보는 국민에게 쉽게 알려야”

외국서 부작용 밝혀져도, 질병청 “몇가지 문헌만으론 인과성 인정 안돼”

코로나19 백신은 개발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용화됐다. 그러다 보니 밝혀지지 않은 부작용이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정부 당국은 “국제적으로 인과성이 인정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은 아나필락시스와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며, 이 경우가 아니면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은 피해 신고자 측에서 외국에서 연구를 통해 밝힌 백신 부작용 관련 자료를 근거로 제출해도 소극적으로 인과성을 인정해왔다.

◇ “백신 부작용 관련 연구결과 적극 수용했으면”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밝혀지면 접종을 중단하기도 했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4개국은 모더나 백신 부작용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해 모더나 2차 접종 후 심근염과 심낭염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결론을 얻었다. 특히 30살 이하 남성에서 심근염이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스웨덴은 30세 이하 젊은 층, 덴마크는 12~17세 미성년자, 핀란드는 30세 이하 남성에 대한 모더나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미국에서도 화이자 백신과 비교해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젊은 남성의 심근염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모더나 백신이 청소년에게 심근염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며 긴급 사용 승인을 연기했다. 모더나는 지난 6월 12~17세 청소년에 대한 자사 백신의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했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 연구팀도 지난 8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은 1차 접종군 분석에서 대뇌정맥동혈전증, 장간막혈전증, 문맥혈전증 또는 정맥혈전색전증이 동반된 혈소판 감소증이 유사한 수준에서 발생했으나, 모더나 백신에선 눈에 띄게 발생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 투자도 활발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많은 여성이 백신 접종 후 생리불순을 겪는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연구비 167만 달러(약 20억원)를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부인과 등 5개 기관에 투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신종 백신인 만큼 과거 부작용이 밝혀진 사례가 없기 때문에, 부작용에 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면 적극적으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질병청은 이상반응 신고 시 백신과의 인과성 근거로 이러한 연구 결과를 제출하더라도 “몇 가지 문헌만으로 인과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청은 이상반응 신고가 접수됐을 때 실제 부작용 사례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는데 이런 대응은 잘못된 것”이라며 “초기에는 몰랐지만 많은 연구 문헌상 혈전증, 길랑-바레증후군 등이 특정 백신과 인과관계가 높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개연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 역학조사관은 “코로나19 백신은 나온 지 1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밝혀진 것보다 앞으로 밝혀야 할 부작용이 더 많다”며 “역학조사를 할 때 연구 문헌과 논문을 수십 개씩 읽고 관련 근거를 제출하고 있지만 최종 판단은 질병청에서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학조사관이 백신과의 인과성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인과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야 최소한 질병청에서 토론이라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질병청은 연합뉴스 질의에 “코로나19 백신이 신규 플랫폼으로 생산되고 긴급승인됐으므로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모든 이벤트(질환, 징후 등) 및 사례 문헌 수집이 중요하다”면서 “이런 자료가 통계학적 분석이나, 발생 기전이 밝혀지면 인과성 인정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 “누구나 쉽게 신고할 수 있게,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지난 2월 3일 화이자 백신을 맞은 뒤 왼팔에 마비 증상과 통증이 몇 달간 지속됐습니다. 8월부터는 혈소판감소증후군을 동반한 혈전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0월 10일, 왼쪽 팔 전체에 극심한 통증을 느낀 후 왼쪽 약지 끝에 혈전이 생겼습니다. 10월 21일에는 응급실에 갔습니다.” (49세 남성)

“9월 21일 첫 주사를 맞았고, 다음날 많은 양의 생리를 했습니다. 이후 1주일 동안 몸에 반점이 생겼습니다. 10월 21일에 두 번째 주사를 맞은 뒤 오한, 몸살, 두통이 있었습니다. 다음 날 평소보다 생리 출혈이 심해져 1시간 30분마다 생리대를 바꿔야 했고, 이 현상은 오늘(22일)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25세 여성)

지난달 22일 미국의 백신부작용보고시스템(VAERS)에 올라온 글들이다.

VAERS는 미국 FDA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감독하는 백신 부작용 추적 시스템으로,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 일반인이나 의료진이 VAERS에 직접 보고할 수 있다. 또 사망자, 중증환자, 몸살 등 가벼운 증세, 이상증세를 겪은 후 회복한 사례 등 보고자가 올린 이상증세 관련 내용을 누구나 볼 수 있다.

지난달 22일 기준 VAERS에 총 83만7천593건의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고, 그중 1만7천619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도 의약품·백신 등 부작용 신고 시스템 ‘옐로카드’를 운영 중이다.

MHRA는 작년 12월 9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화이자 12만4천530건, 아스트라제네카 23만5천341건, 모더나 1만7천39건, 기타 백신 1천164건 등 총 37만8천74건의 이상증상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중 사망한 것으로 보고된 사례는 화이자 576건, 아스트라제네카 1천111건, 모더나 20건, 기타 백신 31건으로 나타났다.

MHRA는 증상별·국가별(잉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스코틀랜드)로 나눠 백신의 종류에 따라 몇 건의 이상증상이 나타났는지 등에 대해 상세한 보고서를 매주 발간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은 기존의 의료시스템 보고 체계를 통해 백신 접종 현황과 접종 후 생기는 이상반응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간으로 하면서 전문가들이 상황에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VAERS와 옐로카드는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이상반응을 누구나 보고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이에 대한 통계와 보고서도 작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상증상 신고 절차를 간소화해 누구나 쉽게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질병청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이상반응관리팀에서 매주 ‘주간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지만, 의료기관에서 신고한 정보만을 기반으로 산출하고 있다.

이상증상은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신고하며, 신고는 코로나19 예방접종관리시스템을 이용하거나 팩스로 할 수 있다.

백신 접종자에게는 이상증상이 발생한 경우 ‘코로나19 예방접종’ 홈페이지(https://ncv.kdca.go.kr/) 하단에 있는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건강상태 확인하기>를 통해 신고하라는 안내 문자가 발송된다. 그러나 홈페이지에 이상증상을 신고한 이들은 ‘연락도 오지 않고 조치가 전혀 없다’고 하소연한다.

일반인이 이상증상을 정식으로 신고하려면 의사를 통해 보건소에 접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상증상 신고 장벽이 너무 높다는 불만이 많다.

한 달 전 화이자 1차 백신을 맞은 후 어지럼증, 가슴 답답함, 온몸에 멍 등이 생겼다는 30대 여성 A씨는 “홈페이지에 이상증상을 보고해도 연락이 없고, 보건소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진료를 본 병원을 통해 접수하라고 했다”며 “진료 의사는 백신을 접종한 병원을 통해 접수하라고 하고, 접종 병원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의료인들도 이상반응 신고 관련 절차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국민들에게 쉽게 알려 이상반응이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