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감소 중인 ‘에이즈’ 감염… 왜 한국만 급증하나…늘어나는 10대 에이즈…“치료제론 한계, 예방 중요하다”

전 세계 감소 중인 ‘에이즈’ 감염… 왜 한국만 급증하나

적극적인 에이즈 예방 운동과 에이즈 치료제 보급 노력으로, 세계적으로 HIV/AIDS 감염률이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오히려 청소년·청년 감염률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이해 이러한 문제점의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사)한국가족보건협회(대표 김지연) 주최, 서정숙 국회의원실 주관으로 제6회 디셈버퍼스트(HIV 감염인과 의료보건인이 들려 주는 청소년 에이즈 예방 이야기) 세미나가 22일 서초구 대한약사회관에서 진행됐다.

에이즈는 완치제도 백신도 없어

콘돔 홍보는 근시안적 대책 불과

김지연 대표는 개회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도 백신이 개발됐지만, 에이즈는 안타깝게도 아직 완치제도 백신도 없다. 오직 에이즈 원인 바이러스의 혈중 농도를 억제하는 치료제를 개발해 상용화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그렇기에 에이즈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서정숙 의원은 “에이즈 감염을 부르는 동성에 문제에 대한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함에도, 콘돔으로 예방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것은 근시안적 대책에 불과하다”며 “아이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젊은이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기성세대들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축사를 전한 조배숙 대표(복음법률가회)는 “어떤 사회건 그 구성원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건강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더욱 그렇다”며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정확하게 에이즈의 위험성을 알고 예방함으로써 건강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 우리 사회가 더 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에이즈는 평생 약 복용… 부작용 많아

언론은 에이즈가 사라진 것처럼 침묵

첫 번째로 메시지를 전한 윤정배 한국가족보건협회 이사는 “에이즈에 감염되어도 약만 잘먹으면 괜찮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은 부담이 크고 부작용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이즈 치료제는 혈관에서 바이러스의 농도를 낮춰 주지만, 말초혈액이나 림프절 등에서는 이미 감염된 세포들의 자가증식으로 바이러스 수준이 계속 유지되고, 이로 인해 병이 악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약으로 충분하다는 안이한 생각은 올바른 지식도 아니고, 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인 스스로 감염인으로서 메시지를 전한 안다인 HIV감염인자유포럼 대표는 “청소년들이 특히 HIV/AIDS에 대해서 잘 모르고, 언론은 이 병이 마치 사라진 것처럼 침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 침묵의 대가는 너무 무섭다. 저와 같이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은 침묵의 대가”라며 “남의 일이라 생각 말고 바른 정보를 알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내 주요 감염경로, 동성 성행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예방해야

강현진 따뜻한숨결교육연구소 소장은 “우리 아이들이 왜 학교에서 에이즈 예방지식을 배울 수 없는 것인지 너무 안타깝다. 에이즈가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서만 급증한다. 주요 감염경로가 동성 간 성행위이며 10대에서 높은 감염률을 보인다는 것 감안하면, 더더욱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예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강 소장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한 경고를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감염 경로로서의 위험한 행위에 대해 경각심과 올바른 기준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다음 세대가 올바른 것을 배우고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지식을 전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한나 시소미래연구소 소장은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라도 성병은 퍼지고 에이즈는 확산될 수 있다. 한가협과 함께 뜻을 같이하는 성교육 강사들은 현장에서 에이즈의 현실을 알리고 교육한다”며 “많은 자료가 필요하지 않다. 국가에서 나온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사랑의 저금통 동전 투여식과 2021년도 한국가족보건협회 활동보고도 진행됐다.

늘어나는 10대 에이즈…“치료제론 한계, 예방 중요하다”

10~20대 젊은층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및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하 에이즈) 환자 수가 늘고 있는 가운데 예방을 위한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가족보건협회는 22일 대한약사회 4층에서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 세미나’를 개최하고 에이즈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발표를 진행한 윤정배 보건협회 이사는 에이즈 치료제의 한계를 언급하며 ‘예방’의 중요성을 말했다.

윤 이사는 “에이즈 치료제는 바이러스 증식을 막기 위한 억제제로, 이를 복용하는 HIV감염인의 혈액에서는 HIV 농도가 ‘0’으로 나올 수 있다. 즉 HIV가 검출되지 않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혈액에서 HIV가 검출되지 않더라도 이미 감염된 세포들은 림프조직 내로 숨어들어가서 자기복제를 한다. 치료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니라 말초혈액과 림프절에 저장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상태에서 약을 안 먹는다거나 못 먹는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에이즈에 감염될 여지가 있는 것”이라며 “실제로 에이즈 치료제는 내성, 부작용 등의 문제가 있다. 약을 먹는다고 해서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방이 최선이기 때문에 올바른 지식의 전파와 홍보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안다한 HIV 감염인자유포럼 대표도 이날 영상메시지를 통해 치료제 복용의 어려움을 전했다.

안 대표는 “치료제가 나왔다는 이유로 에이즈를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 중 하나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약을 먹는 사람이고 부작용 때문에 그걸 억제하기 위한 고지혈증치료제도 먹고 있다”면서 “동시에 두 가지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는 게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다행히 우리나라는 모든 환자에게 에이즈 약을 무료로 주지만 언제까지 줄지 모르겠다. 미국처럼 약값 일부를 부담시킨다면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치명적인 질환에 안 걸렸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데 정부 통계를 보면, 청소년 70%정도가 에이즈 전파 경로를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파되는지와 약 먹는 과정은 쉽지 않다는 것 등을 잘 알려줬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한나 시소미래연구소장(전 서울대병원 간호사)은 신규 환자 발생이 계속될 경우 약값 부담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에이즈 치료비용은 월 60만~100만원, 말기환자들은 1000만원까지 발생한다. 지금은 무료로 지원해주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본인 부담이 생기면 힘들 것”이라며 “다만, 계속해서 지원받기 위해서는 신규 감염자 수가 줄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이 못 버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감염자와 신규 감염자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완치제가 나오면 다행이겠지만 의학적으로 어려운 과제”라며 “국가통계포털 통계를 보면, 암환자는 평균 70~84세까지 사는데 에이즈 환자는 40~59세에 사망한다. 또 HIV 진단 환자 45%는 6개월 이내 사망하고, 진단 후 사망까지 평균 기간은 6.7년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환자들이 어떻게 감염됐는지 정보를 알려서 신규 감염자를 줄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신규 HIV 감염의 발생은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6년 12월부터 2018년 1월 까지 ‘한국 HIV/AIDS 코호트’에 등록된 HIV 감염인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1474명 중 남성은 1377명, 여성은 97명으로 확인됐고 감염 경로는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이 886명 (60.1%), 이성 간 성접촉이 508명(34.6%), 수혈 및 혈액제제에 의한 감염이 5명(0.3%), 마약주사 공동사용에 의한 감염이 1명(0.0%)이었다.

연령군에 따른 감염 경로를 비교해 보면 젊은 연령군으로 갈수록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에 의한 비율이 증가했다. 18~29세의 젊은 연령군에 있어서는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이 71.5%로 크게 증가했고, 이 중 10대인 18~19세의 경우 92.9%가 동성 및 양성 간 성 접촉에 의해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협회가 발표한 ‘2020 청소년 HIV/AIDS 인식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 대부분은 HIV/AIDS 관련 실태 및 감염경로 등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중·고등학교 재학생 2만2227명 중 82.3%는 국내 청소년 감염자의 대다수가 동성 간 접촉을 하는 청소년인 점을 묻는 질문에 ‘몰랐다’고 응답했고, 전체 응답자 중 70.1%는 HIV/AIDS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교육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응답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