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에 목매는 요소수, 中 살찌운 태양광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큰 둑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 사소한 것이라도 등한히 한다면 그것이 점점 더 커져 나중에는 큰 사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비유해서 하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 지경이다. 최근 요소수 품귀 대란으로 물류 체계가 마비되고, 화력발전소 운영도 차질을 빚을 뻔했다. 10일 정부의 조치로 급한 불은 꺼졌지만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요소수는 경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디젤 차량의 필수품이다. 디젤 차량에서는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 등이 배출된다. 이 배출가스를 정화하기 위해, 2015년부터 디젤 차량과 중장비에 요소수의 사용이 의무화됐다. 요소수가 없으면 차량 출력이 줄고 나중에는 시동조차 걸리지 않는다. 이 요소수 품귀 대란은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벌어졌다. 한때는 국내에도 요소수 생산 공장이 있었으나,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모두 문을 닫았다고 한다.
요소수는 화력발전소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데도 사용된다고 한다. 배출량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난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에 발전소를 세워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한다. 요소수 품귀 대란은 사소하지만, 필수적인 물질의 공급을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빚어진 사태다.
태양광 분야도 요소수 사태 못지않은 잠재적 문제를 안고 있다. 엊그제 조선일보는 정부가 전북 군산시 새만금 일대에 짓고 있는 육상 태양광발전소에 투입된 핵심 부품 대부분이 중국산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새만금 육상 태양광 1∼3구역 모듈(297㎿)을 구성하는 태양광 셀이 중국산 222.5㎿, 국산은 74.5㎿가 쓰였다고 한다. 태양광 모듈 66만5000장 중 50만 장이 중국산 셀로, 전체의 75%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육상 태양광 사업에 중국산 저가 태양광 부품이 주로 사용되면서, 국내 업체는 국내 사업에서조차 공급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일이 만연하면서 국내 태양광 산업생태계는 빈사 상태에 처해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여러 가지 이유로 중국이 갑자기 태양광 부품 수출을 중단할 경우 우리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설상가상이다. 얼마 전 석탄과 원자력을 배제하고 재생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는 ‘2050 탄소중립’ 계획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변동하는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런데 발전설비 국산화율도 낮다. 미래의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체계를 하늘과 외국의 선의에 의존하는 천수답 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강화해야 할 에너지 안보를 약화시킨 것이다.
에너지는 우리 일상과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근본이다. 에너지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에너지 정책을 세울 때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1순위 가치로 둬야 한다.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의 근간인 주력 산업을 파괴하고 국민의 삶을 퇴보시키는 탄소중립도 곤란하다.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를 굳건히 하며, 환경과 경제까지 지키는 에너지 정책이어야 한다. 요소수 사태는 우리에게 부분의 실패가 전체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탈원전 정책을 중단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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