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모이는 걸로 난리”…코로나19 우려에도 민노총, 총파업 시작…”민주노총 총파업은 반민주·반문명 폭거”…각계 80명 성명

“사람 모이는 걸로 난리”…코로나19 우려에도 민노총, 총파업 시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 사거리 주변에 기습적으로 모여 총파업대회를 시작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을지로입구역, 종로3가 등지에 흩어져 있다가 이날 오후 1시 30분경 서대문역 사거리를 향해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총파업’ 등이 적힌 깃발과 ‘비정규직 철폐’, ‘임금 교섭 승리’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이동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의식한 듯 방호복, 페이스 쉴드(얼굴 가리개)를 착용하고 집회에 참석한 이들도 보였다.

한 집회 참가자는 마이크를 잡고 “코로나19 때문에 저희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릴 수 있게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사람이 모이는 것에 대해서 난리”며 “민노총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현실에 대해서 그 어디에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저희 조합원들은 거리로 나왔다”고 소리쳤다.

경찰은 경복궁역, 광화문역, 시청역, 종각역, 안국역 등 5곳의 지하철역을 통제해 참가자들이 모이는 것을 막고 있으며, 열차는 통제 중인 역에 정차하지 않고 지나가고 있다. 일대 버스 정류장의 버스 정차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정부는 전날과 이날 오전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민노총에 총파업 자제를 요청했지만 민노총은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에 펜스와 차 벽을 세우고 도로에 임시검문소를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도로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20~30분씩 지각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민노총 때문에 왜 우리가…” 총파업 예고한 날 서울은 출근 대란

민노총이 총파업을 예고한 20일 서울 도심 곳곳은 이른 오전부터 출근대란이 빚어졌다. 경찰이 펜스와 차벽을 설치하는 등 통제에 나서면서 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진통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부터 종로구 광화문까지 경찰 차량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구세군회관–서린동 일대, 경복궁역–안국역 등 동서구간까지 채워지면서 ‘간(干)’자 차벽이 만들어졌다. 수십대의 경찰 버스가 정차된 세종대로 일대는 출근 시간대에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석모(38)씨는 “평소 광화문까지 20분 정도 걸리는데 오늘은 45분이나 걸렸다”며 “민노총 때문에 왜 내가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청역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34)씨는 “대규모 시위가 있다는 걸 듣고 30분이나 일찍 나왔는데도 도착 시간은 똑같았다”고 했다. 서울 광화문의 한 직장인은 “팀원 절반이 지각을 했다”며 “아침부터 난리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도심에 집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민노총 측 인원은 약 3만 명이다. 경찰은 주요 도로 등에 차벽·펜스를 설치하고, 171개 부대 약 1만 명을 투입해 통제에 나선다. 오전 중으로 검문소 20곳도 추가 운용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부터 집회가 예상되는 주요 지하철역에는 ‘대규모 집회로 무정차 통과가 실시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종각역·광화문역·시청역·안국역·경복궁역 등 5개 지하철역은 이날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열차가 무정차 통과할 예정이다.

민노총의 불법집회에 대해 대통령, 국무총리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은 “방역수칙 위반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고, 서울시에서도 금지 통보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민노총은 지난 19일 “진정성 없는 ‘파업 자제와 대화’ 운운은 그만하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노동자 파업 대오를 마주할 것”이라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 민노총의 본 집회는 오후 2시쯤 열릴 예정이지만 경찰과의 충돌을 고려해 현재까지 정확한 집회 장소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기습적인 릴레이 집회를 대비하고, 불법 행위를 확인해 추후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총파업은 반민주·반문명 폭거”…각계 80명 성명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반민주·반문명 폭거다.”

전국의 지식인 80명이 20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의 철회를 촉구하고, 대국민 사과와 반성을 요구했다.

전국의 교수와 언론인, 공직자 등으로 구성된 지식인 80명은 ‘민주노총은 10·20 총파업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18일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전·현직 학계, 노동계, 문화계, 경영계, 출판계, 시민사회단체, 공무원, 정부 산하기관 단체장, 금융인, 법조인 등이 서명했다.

“민주노총, 폭력으로 힘없는 사람 괴롭혀”

이들은 성명에서 “민주노총 소속 건설노조, 택배노조 등 관련 조합원은 폭력으로 힘없는 사업주를 괴롭혔고,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당연히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은 사과와 자숙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화를 거부하고 기업의 지원을 받으면서 기업을 적대시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전체 노동자의 5.5%에 지나지 않는 민주노총의 전투적 노동운동으로 힘없는 노동자를 소외시켰다”며 “민주노총이 노동자들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국민과 뜻있는 조합원들의 상식과 기대를 저버리는 반민주, 반문명 폭거일 뿐이다”며 “이번 파업은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정치파업이다.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다”고 규정했다. 그 근거로 이들은 민주노총이 총파업 요구사항으로 내건 것들이 모두 사업장의 노사문제를 벗어난 정치적 주장이라는 점을 들었다.

“대통령 선거 겨냥한 정치 파업”

민주노총은 총파업 핵심 요구사항으로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법 전면 개정 ▶정의로운 산업전환과 일자리 국가 책임 ▶주택·의료·교육·돌봄 부문의 공공성 강화 등이다. 사실상 국가가 모든 노동자의 삶을 책임지라는 것으로 일선 사업장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노동관련법에는 파업과 같은 쟁의행위를 하려면 근로조건 등과 관련해 노사가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식인들은 이런 민주노총의 일탈이 일상화한 데는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이 정상적인 노동운동을 이탈한 데에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정치의 잘못이 가장 크다. 노사문제에 자의적으로 개입했을 뿐 아니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게 임의 균형을 잡아주는 법·제도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설프게 노사관계를 안정시킨다고 불법·폭력 파업을 용인했고, 노동조합의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도 묻지 않았다”고 정부와 정치권을 질타했다.

“민주노총의 일탈은 정부와 정치 책임”

이들은 민주노총과 정부에 세 가지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조의 기득권을 옹호하고 지키려는 불법적인 10·20 총파업 시도를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라 ▶민주노총은 현재 자행하고 있는 불법적인 제반 폭거들을 당장 중단하고, 대화와 협력으로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구축에 앞장서라 ▶정부는 민주노총의 불법적인 쟁의행위들에 대해 조합 대표자는 물론 범법 참여자들 모두 예외 없이 엄정하게 사법처리하라 등이다.

한편 이날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국기관장회의를 열어 “민주노총이 총파업과 대규모 집회·행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응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