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직난에 취업 포기하는 대학생들…상대적 박탈감에 ‘빚투’에 빠지기도
-한국경제연구원…”대학생 10명 중 6~7명(65.3%) ‘사실상 구직 단념’”
-“일해서 돈 모아봐야 집 못산다”…빚내서 투자하는 대학생들
-“혼자 살거면 밥은 안 굶겠죠”…연애도 결혼도 포기하고 ‘자급자족’ 추구도
◆ “일해서 돈 모아봐야 집 못산다”…’빚투’의 늪에 빠지는 젊은이들
작년 2월 서울 소재 대학의 경영학과를 졸업한 A양은 구직을 포기하고 가상화폐 투자와 과외를 병행하고 있다. 연이은 공인회계사 시험 낙방으로 더 이상 시험을 준비할 금전적, 정신적 여력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A양은 “시험 준비를 오래해서 직무역량은 커녕 나이와 인턴 경력도 많이 밀린다”며 “과외를 해서 번 돈으로 가상화폐에 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렇게 번 돈은 혼자서 호캉스(고급 호텔로 휴양을 가는 것)를 가거나 명품의류 등을 사는데 쓴다”며 “어차피 취직해서 돈 모아봐야 집도 못 살텐데”라고 설명했다. 또 “그래서 연애도 결혼도 다 포기했다”며 “혼자 먹고 살거면 밥은 굶지 않을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서울 소재 대학의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B군도 비슷한 처지다. B군은 졸업 이전부터 수차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연이은 실패로 결국 취직을 단념하고 지방에 위치한 본가로 돌아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전화 통화에서 “최근 주식을 하려고 조금 대출 받았다”며 “목표한 선까지 수익이 나는 순간 그만둘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라도 시험 준비하는 중에도 조금씩 돈을 벌어 놓지 않는다면 지방에도 집을 못 사고 결혼도 못할 것 같다”고 말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 대학생 10명 중 6~7명은 사실상 구직 단념…10명 중 7명 “노력형 부자될 수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최근 전국 4년제 대학 3~4학년 재학생 및 졸업생 2,7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6~7명(65.3%)은 사실상 구직에 대해 단념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적극적인 구직을 포기한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역량, 기술, 지식 등이 부족해 더 준비하기 위해’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중 64.9%의 학생이 자신의 역량 부족을 이유로 구직을 포기한 셈이다.
이는 지난 9월 한경연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에서 청년 10명 중 7명이 일자리 상황이 악화 될 것(62.9%)으로 보고,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이 낮다고(69.5%) 생각한다고 조사된 바와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본인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판단과, 일자리 시장 자체가 부정적이라는 판단이 합쳐져 구직 자체에 나서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경연은 “청년들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경쟁 속에서 스스로의 취업 가능성을 낮게 진단하고 구직 자신감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늦추고 미래의 성장 동력이 저하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 우려를 표했다.
또 이러한 청년층의 구직 단념이, 부동산 폭등 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합쳐져 청년들이 ‘한탕주의’로 내몰리고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대두되기도 했다.
지난 9월 한경연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에서 청년들은 부동산 폭등 뉴스에 가장 근로 의욕이 저하된다고 답했으며, 10명 중 7명이 노력형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취업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부동산 폭등 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청년층 내에서 확산되면서, 청년 세대의 집단적인 ‘빚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올해 2분기 청년층 가계부채액은 26.9%, 신용대출 비중은 20.1% …2년 새 크게 늘어
한국은행의 ‘9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청년층 가계부채액은 485조 7900억원으로 전체 1805조 9000억원 중 26.9%를 차지했다. 이는 2분기 기준 역대 최고액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청년 채무 증가 배경에는 신용대출 비중 증가가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2분기 신용대출 비중은 20.1%로 2019년 4분기 5%에 비해 지난 2년 사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주요 증권사 신규계좌 723만개 중 청년층이 54%(392만개)를 개설했다는 점과 연계하여 생각해보면, 신용대출액 중 많은 부분이 주식이나 증권, 가상화폐 등의 투자자산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위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0~30대의 신용거래융자 신규대출은 38조 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전체 신용거래융자 185조 9000억원 중 20%가 2030세대의 ‘빚투’에 투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자산 가격 상승으로 불안과 체념에 빠진 청년들이 높은 금리의 제2금융권과 불법 사금융에 손을 뻗고 있다”며 “빚을 더 지게 하는 정책보다 청년을 상대로 취업 지원 서비스를 늘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결국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이웅희 교수는 “현 정부의 일시적인 현금지원 등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또 공무원을 많이 뽑는 것도 민간부분 고용, 즉 사적인 고용이 위축(crowd out) 되게 만들어 국가 핵심인재들이 바이오·AI·반도체 등 미래 국가 성장 동력 산업에 진입할 동기를 약화한다”고 지적하며 “결국 규제개혁을 통한 기존 기업들의 투자증대와, 창업교육 및 창업 활성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처방약이 될 것”이라 조언했다.
정재영 인턴기자
출처 : 펜앤드마이크(http://www.pennmike.com)
http://www.pennmike.com/news/articleView.html?idxno=48409
좁아지는 취업문에… 대학생 10명 중 7명 사실상 구직 포기
대학생 65% 구직 포기, 3040 고용률은 OECD 바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출장길에 “고용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지난 9월 취업자가 전년 동월대비 67만1000명 급증해 2014년 3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는 자화자찬이다. 홍 부총리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보다 세심히 살피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그의 말이 전혀 틀린 건 아니지만, 유리한 지표만 골라 장밋빛 해석을 더하는 정부 경제팀 수장의 행태를 언제까지 봐야 하는 것인지 영 불편하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90개월 만의 최대지만 기저효과를 빼면 속빈 강정이다. 비교시점인 작년 9월은 취업자가 39만2000명 급감하며 고용 참사가 벌어진 달이다. 이를 고려하면 67만1000명 증가는 호들갑 떨 수 없는 숫자다.
‘통계 분식’이란 지적을 받는 공공 일자리로 인한 착시도 봐야 한다. 9월 한 달간 ‘공공 알바’와 관련성 높은 공공행정·보건복지 취업자가 27만9000명이나 늘었다. 반대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은 취업자 수가 3만7000명 줄었다. 8월 7만6000명 감소에 이어 두 달 연속 제조업 일자리가 급감한 것이다. 이런 결과를 두고 정부가 “부족한 민간일자리를 공공일자리로 보완했다”며 뿌듯해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9월 청년 실업률이 3.5%포인트 급락했다”고 자랑한 대목에선 울컥하는 느낌마저 든다. 취업경쟁 대열에서 탈락해 구직포기자가 급증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기막힌 인식이어서다. 실업통계에서 아예 제외되는 취업포기자와 공무원·공공기관 시험준비생을 감안하면 청년 5명 중 1명은 백수 신세라는 게 여러 경로로 확인된다. 전국 4년제 대학 3~4학년과 졸업생의 65.3%가 구직을 사실상 단념한 상태라는 충격적 조사결과(한국경제연구원)도 있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대학생은 9.6%에 불과했다.
사회 중추인 30~40대 실업도 심각하다. 작년 한국 3040 고용률은 76.2%로 OECD 38개국 중 30위에 그쳤다. 3040 구직단념자 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부터 늘기 시작해 2019~2020년에는 연평균 12%씩 급증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5년 내내 통계 마사지에만 매달리고 있다. 공급망·에너지 대란에도, 현안인 기본소득과 관련해 다산경제학상 및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비판이 잇따라도 못 들은 척 자랑거리만 찾는 듯하다. 경제브리핑이 ‘쇼통’으로 비판받는 청와대 의전참모의 이벤트를 닮는 식이어선 정말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