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중단 언제 결정?’ 文 댓글에…월성 1호기 연장 계획 뒤집혔다…“文, 월성원전 폐쇄 지시했다면 정권교체 뒤 법적 책임”

최재형 “文, 월성원전 폐쇄 지시했다면 정권교체 뒤 법적 책임”

“지난 4년, 法治아닌 人治시대”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사진) 전 감사원장은 22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문재인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지시했고, 그 지시에 따라서 일이 이뤄진 것이 있다면 정권교체 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진행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검찰의 공소장에서 문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망에 ‘월성 1호기의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을 단 사실이 드러난 것과 관련, “감사원의 감사결과 보고서에도 담겼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은 “대통령은 감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가 문제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한 바가 없어서 지금 (관여 정도가) 있다·없다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문 대통령이 댓글로 월성 원전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을 독려하는 듯한 질문을 한 이후 경제성평가 하향 조작, 조기 폐쇄로 이어졌다는 검찰 수사의 흐름과도 일치한다.

최 전 원장은 “모든 국가 권력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행사하고, 중요한 것은 그 절차가 적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지난 4년간 문 정부에서 이뤄지는 정책이나 국정이 법률을 근거로 하기보다는 이념이나 정파적 이익에 따라 진행돼 결국 법치가 무너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치가 아닌 자의적 통치 즉, 인치(人治)의 시대였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부처 장관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 인사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82301030130115001&w=ns

‘영구중단 언제 결정?’ 文 댓글에…월성 1호기 연장 계획 뒤집혔다

文대통령 댓글 이틀만에… 산업부 원전 방침 뒤집혀

2018년 청와대 내부 시스템에 원전 정비 연장 보고 올라오자

“영구중단 언제 결정하나” 댓글… 산업부, 이틀 후 조기 폐쇄 보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2018년 4월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실이 청와대 내부 보고시스템에 ‘월성 1호기 정비를 연장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올리고, 이를 확인한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계획’을 묻는 댓글을 단 뒤 이틀 만에 결정됐다는 내용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의 공소장에 담긴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당시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월성 1호기를 폐쇄하되, 원자력안전위의 원전 영구정지 허가가 나올 때까지 2년 6개월 더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문 대통령의 ‘지시’로 인해 ‘조기 폐쇄’로 뒤집혔다는 것이다. 또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부하 직원을 압박해 작성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보고서가 청와대 결재 라인을 거쳐 문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정황도 공소장에 등장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4월 2일 문미옥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앞서 월성 1호기를 방문하고 돌아온 뒤 청와대 내부 보고시스템에 ‘월성 1호기 외벽에 철근이 노출되어 정비를 연장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등록했다. 그날 이를 확인한 문 대통령은 ‘월성 1호기의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고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그걸 본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 김모 행정관은 채희봉(기소)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에게 보고했다. 이에 채 전 비서관은 김 행정관에게 “대통령께 빨리 보고를 해야 한다. 산업부에 연락해서 대통령께서 하문(下問)하신 내용을 전달하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추진 및 향후 계획을 산업부가 장·차관까지 보고한 입장을 전달받아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8년 4월 2일 오후 채 전 비서관은 다시 김 행정관에게 “대통령은 월성 1호기가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은 산업부에서 잘 챙기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며 산업부로부터 조기 폐쇄와 관련한 보고를 받으라고 재촉했다. 이후 이틀에 걸쳐 산업부는 일사천리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방안을 작성했고, 이는 이후 한수원에 대한 압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공소장 내용을 종합하면, 채 전 비서관 지시 다음 날인 4월 3일 백운규 전 장관은 산업부 정모(기소) 원전산업정책 과장으로부터 ‘원전 영구 정지 허가 때까지 2년 6개월 가동’ 방안을 보고받은 뒤 “너 죽을래. 일을 이따위로 하느냐”며 크게 화를 내고,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정 과장은 다음 날인 4월 4일 청와대의 요구대로 수정된 보고서를 백 전 장관에게 전달했다. 이에 백 전 장관은 “진작 이렇게 하지 어제는 왜 그랬냐” “일 잘하는 줄 알았는데 수준이 이 정도였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그날 산업부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원전 조기 폐쇄 추진방안 및 향후 계획’이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만들어 채 전 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댓글’ 이틀 만에 산업부의 방침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정황인 셈이다.

이 같은 공소장 내용은 이날 열린 한수원 노조 간부의 행정소송 재판을 통해서도 일부 공개됐다. 공소장에는 그와 같은 ‘방침 변경’이 향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산업부 정 과장이 청와대에 우려를 전달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2018년 4월 5일 정 과장은 청와대 김 행정관에게 전화해 “경제성 평가도 만만치 않고 이사회 리스크도 있다. 이런 내용 VIP(문 대통령)도 알고 계시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행정관은 “(VIP는 원전 조기 폐쇄가) 다 확정됐다고 생각하고 계실 텐데”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 전날인 4월 4일 문 대통령에게 산업부 보고서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결재를 거쳤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나왔다.

당시 청와대 ‘압박’으로 인한 산업부의 방침 변경은 2018년 5월 한수원의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과 그해 6월 15일 한수원 이사회의 즉시 가동 중단 의결로 이어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법조인들은 “검찰의 공소장 내용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과 원전 조기 폐쇄’의 출발점은 결국 대통령이란 것”이라며 “수사가 현직 대통령까지 향할 수 없으니 최종 책임자를 백운규 전 장관과 채희봉 전 비서관으로 한정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 검찰은 지난 6월 30일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을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게 ‘경제성 조작’을 지시한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정 사장에게는 한수원 이사회를 통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 한수원에 1481억원의 손해를 입힌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당초 대전지검 수사팀은 백 전 장관에게 ‘한수원 사장 배임 교사 혐의’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18일 소집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백운규 불기소 권고’를 내놓는 바람에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수사팀은 한수원 임원들로부터 “산업부 공무원들이 ‘장관님 지시’ ‘BH(청와대)에도 보고했다’면서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을 압박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검찰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일지를 논의 중이라고 한다.

‘월성1호 조작 폐쇄’ 배임 행위, 시킨 사람이 없다니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18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의 주범 중 한 명인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을 배임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의결했다. 이해하기 힘들다. 백씨의 배임 교사 혐의는 수사심의위를 열 필요도 없을 정도로 뚜렷하다.

산업부 실무진과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은 애초 월성 1호기를 2년 반 더 가동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 산업부 실무진은 그런 내용을 2018년 3월 중순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에게 보고까지 해놓고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1호 폐로는 언제 결정하느냐”고 물었다는 얘기를 들은 백 전 장관은 ‘2년 반 계속 가동’을 보고해온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고 협박했다. 바로 이때부터 산업부 실무진들이 한수원과 회계법인 관계자들에게 월성 1호기 조기 폐로가 더 이득인 것처럼 경제성평가를 조작하도록 강요했다. 이것은 한수원과 한전, 나아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침해한 배임이다. 그래서 한수원 사장은 이미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전형적인 갑을 관계다. 그런데 한수원 사장에게 배임을 지시하고 강요한 백 전 장관이 배임 교사 혐의를 지지 않는다면 누가 납득하겠나.

이 사건을 수사한 대전지검 수사팀 전원은 만장일치로 백 전 장관에게 배임 교사 혐의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김오수 검찰총장이 민간인들로 구성되는 수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듣겠다고 제동을 걸었다. 결국 김 총장 의도대로 배임 교사 혐의가 없어지게 됐다.

한수원은 월성 1호 조기 폐쇄로 인한 손실을 500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백 전 장관이 배임 교사 혐의를 면해 한수원이 스스로 가동 중단한 것으로 되면 정부에는 책임이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정권 측 김 검찰총장이 수사팀의 배임 교사 혐의 기소를 막은 것은 이렇게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이 묻힐 수는 없다. 사실 탈원전 강행의 모든 책임은 문재인 한 사람에게 있다. 월성 1호기 폐쇄 피해액 5000억원에 대한 배상 책임에서 문 대통령이 빠질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책임 문제를 따져야 할 때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