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인 수용” 주장에…온라인서 ‘反난민’ 정서 확산…난민 수용 주장 사람들 자기 집에 데리고 있을 수 있나?

“아프간인 수용” 주장에…온라인서 ‘反난민’ 정서 확산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송은경 기자 = 탈레반을 피해 탈출한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 정치권 등에서 나오는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수용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난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프간 난민의 일부라도 대한민국이 받아들이는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대한민국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며 “최소한 임산부가 있는 가족, 아동과 그 가족만이라도 받아들임으로써 국제사회가 연대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국내 거주하는 미등록(불법체류) 아프간인들에 대한 지원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탈레반이 점령한 본국으로 송환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비자와 상관없이 모든 국내 거주 아프간인들에 대한 본국 송환 중단과 체류 연장, 난민 인정 조치를 서둘러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아프간은 한국 정부가 미국을 따라 군부대와 지방재건팀(PRT) 등을 파견하는 등 서구화 시도에 동참한 전력이 있으니 책임을 느끼는 차원에서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참여연대 등 106개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외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정부는 아프간 지방재건팀과 관련 기관에서 일한 현지인·가족들의 상황을 파악해 안전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온라인 공간에서 누리꾼들은 “범죄 우려가 있다”, “난민들을 받을 경제적 여력이 없다” 등 이유를 들어 난민 수용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장혜영 의원과 강민진 대표 SNS에는 “(난민을) 당신 집에나 들여라”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미국이 아프간 피란민 수용지로 한국 등 제3국의 미군기지도 검토한다는 외신 보도를 소개한 기사에도 “극단적 이슬람교도가 섞여 있는 아프간 이슬람인들이 들어오면 큰일 날 것”이라는 등 우려 섞인 댓글이 잇달아 달렸다.

아프간 난민 수용 논의가 아직 본격화한 단계는 아니지만, 예멘인 500여명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지위 인정을 요청한 2018년에도 찬반 시위가 이어지는 등 논쟁이 격렬했던 전례가 있어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지 주목된다.

이슬람 난민 반대 정서에 범죄·테러 등 ‘안전’에 대한 우려가 결합해 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만큼 아프간 난민 수용 논의가 이뤄지면 첨예한 찬반 대립이 예상된다.

법률전문가 공동체 ㈔두루의 김진 변호사는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실제 통계를 보면 국내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보다 낮고, 재한 아프간인 중 학업·경제적 성과가 뛰어난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반면 2018년 난민 논쟁 당시 반대 의견을 낸 박성제 변호사는 “인접 무슬림 국가에서 이들을 받아들여야지, 대한민국까지 올 이유가 없다”며 “인도적 차원에서라면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재정 지원을 하거나 난민촌이 형성된다면 그곳에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하면 된다”고 했다.

“아프간 피란민이 한국으로 올 가능성 있어”..경기도·평택 주민 예의 주시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수용할 장소로 한국 내 미군 기지를 지목한 가운데 특히 세계 최대 미군 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와 평택시가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평택시의 경우 여의도 5배 규모인 1467만7000㎡에 이르는 세계 최대 미군기지가 있어 아프간 난민 수용지로 한국이 선택된다면 가장 유력시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21일(현지 시각)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해 한국 등 해외 미군 기지에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카타르와 바레인, 독일에 있는 미군기지가 아프간에서 온 피란민들로 넘쳐나고 있으며 이를 완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이러한 안이 검토되고 있다.

미 국방부가 검토하고 있는 장소에는 한국 외에도 일본과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 미군 기지 등이 포함됐다고 WSJ는 전했다.

이에 경기도와 평택시 등 지자체는 “보도만 있을 뿐 구체적인 상황은 아니어서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기에 공식입장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아직 이렇다 할 논의단계는 아니지만 실제로 아프간 난민의 수용지로 한국의 미군기지가 구체적으로 거론된다면 이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의 한 주민은 “미국이 한국을 난민 수용지로 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그냥 해프닝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며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평택시 팽성읍의 한 주민은 “우리나라가 난민을 수용할 만한 준비는 돼 있지 않다. 지역주민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미군기지를 위해 그만큼 양보했는데 혹시라도 아프간 난민을 또 이 지역에 받아들인다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기사를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겁다. 한 누리꾼은 “넓은 땅을 놔두고 왜 하필 한국이냐, 코로나19가 위중한 상황에서 아프간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자칫하다가는 우리나라가 탈레반의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인도주의 측면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들은 종교적인 색채가 너무 강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주한미군은 22일 리 피터스 대변인을 통해 “주한미군은 현재까지 아프간에서 출국하는 사람들에게 임시숙소나 다른 지원을 제공하라는 임무 지시를 하달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만약 임무수행 지시가 내려지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과 강력한 연합 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 국무부, 미 국방부, 한국 정부와 협력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한국 내 미군 기지 등에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송 대표는 “우리 정부와 협의한 적 없고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전혀 논의된 바 없고 과연 적절한지도 의문”이라며 “수송상의 문제를 생각하면 (아프간 난민은) 인접국가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다만 송 대표는 우리 정부가 아프간 현지에서 벌인 재건사업에 참여했던 아프간인 400여 명에 대해선 국내로 데려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수미 인턴기자 choko21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