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세부터 전사와 강제결혼…女리스트 만드는 탈레반
12세부터 45세 미만 여성 목록 작성
이슬람 무장세력과 강제로 결혼시켜
믿을 수 없는 유화정책… 인권 탄압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하면서 수도 카불의 거리에는 여성들이 자취를 감췄다. 탈레반은 전사와 결혼 시킬 12세부터 45세 미만의 여성 목록을 만들고 있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했을 때 그들은 이슬람 율법에 대해 엄격한 해석을 하는 샤리아 법을 시행했다. 법보다 강력한 권위를 가지는 종교 칙령에는 ‘12세 소녀부터 45세 미만의 과부를 정부가 소유하게 해 이번 점령에 기여한 전사들에게 선물해준다’라고 적혀있다.
수많은 여성들이 강제 결혼당하며 인권을 탄압받고 있다. 12세 소녀도 피해갈 수 없다. 여성들은 남성의 에스코트 없이 집을 떠날 수 없고, 일을 하거나 공부할 수도 없다. 입고 싶은 옷을 선택할 수도 없다.
규칙을 어긴 여성들은 탈레반의 종교 경찰에게 구타를 당하고, 공개 처형을 당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25만 명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집을 떠났고 그 중 80%가 여성과 어린이 였다.
탈레반 통치 당시 카불에서 온 26세 여성인권 운동가인 자르미나 카카르는 어머니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데리고 나가 잠시 얼굴을 노출했다는 이유로 탈레반 전사에게 채찍을 맞았던 때를 기억했다. 그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탈레반이 집권하면 우리는 암흑기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 사러 나갔다고 채찍 맞아
현재 카불의 상점, 기업, 관공서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탈레반은 “히잡(머리카락만 가리는 스카프)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과 일자리를 가질 수 있고, 혼자 집 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할 것”이라며 유화 정책을 내세웠지만 시민들은 과거 암흑기를 기억하며 공포에 떨고 있다.
탈레반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출근하지 않은 남성 노동자들도 집마다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아프간 북부 쿤두즈의 한 병원 입구 벽면에는 “직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탈레반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경고성 안내문이 붙었다.
카불 시내 한복판에는 미용실이나 결혼식 광고 속 여성 사진들에 흰 페인트가 덧칠해졌고, 아프간 방송에선 뉴스와 드라마가 사라지고 광고 없는 종교프로그램만 방영되고 있다. 탈레반은 카불을 장악한 뒤 곳곳에 검문소를 세우고 아프간 경찰과 미군이 버린 차를 탈취해 탈레반 깃발을 달고 타고 다니며 순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인간과 동물의 그림을 허용하지 않고 음악과 남녀가 함께 있는 것을 금지해온 근본주의 세력인 탈레반이 앞으로 어떻게 통치할지를 엿볼 수 있는 광경”이라고 분석했다.
아프간 출신 모델 “도와주세요”
아프가니스탄 출신 모델 비다는 탈레반에게 항복한 모국을 걱정하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비다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다른 나라로 떠났고, 비다의 부모님은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비다의 국적은 미국이지만 그의 친척들은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에 머물고 있다.
비다는 1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2021년인데 나라가 이렇게 된 걸 보니까 너무 마음 아프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뉴스에 나온) 사진도 제대로 못 본다”고 했다.
비다는 “어머니가 (아프간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보고) 많이 슬퍼하시더라. 어머니의 가족, 친척들은 집에서 못 나가는 상태니까 더 슬퍼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아프간의 전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 가족들과의 전화 연결도 쉽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12살 여자 아이를 탈레반과 결혼시키는 집단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여자를 도울 수 있느냐. 아무것도 못하게 할 거고, 돈을 벌 수 없으니 밥도 못 먹을 것이다. 희망이 없어지는 느낌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탈레반, 강제 결혼시킬 명단 작성중”…여성외출 사라져
아프간 장악 하루만에 시민들 공포
총 든 탈레반 대원들 검문소 통제
상점-관공서-사무실 대부분 문 닫아
TV선 뉴스 대신 종교 프로그램만
16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여성 인권 시계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지 하루 만에 20년 전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의 암흑시대로 되돌아갔다. 이날 카불의 여성들은 탈레반에 구타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외출을 삼가며 거리에서 거의 사라졌다. 그 대신 집 안에 숨어, 교육을 받고 공직에 나가며 사업을 벌였던 삶의 기록들을 처형의 공포 속에 몰래 불태웠다. 카불의 한 여대생은 “탈레반은 이제 내 삶을 마음대로 할 것”이라며 “노예가 될 것 같다”고 영국 가디언에 토로했다.
아프간 현지 매체 톨로뉴스는 이날 “카불에서 평소 흔하던 여성들의 모임이 사라졌다”며 “공공에서 여성의 존재감이 눈에 띄게 희미해졌다”고 전했다. 신체 일부라도 노출된 여성이 등장한 광고는 철거됐다. 총을 든 탈레반 대원들이 검문소를 통제하며 순찰했고 상점과 관공서, 사무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거리에는 음악이 끊겼고 TV에서는 탤런트 선발 프로그램과 해외 연속극, 뉴스 대신 종교 프로그램만 이어졌다.
카불의 여성 정치인은 가택 연금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 여성 정치인은 16일 탈레반 조직원들이 집에 들이닥쳐 경호원을 무장해제하고 집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지키기 시작했다고 했다. 또 다른 여성은 남편과 머무는 호텔 방에 들이닥친 탈레반 대원들에게 폭행당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탈레반이 점령지에서 여성들에게 외출 시 몸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르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탈레반이 한 점령지에서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대원들과 강제로 결혼시킬 12∼45세 미혼 여성 및 남편을 잃은 여성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고 프랑스24는 전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탈레반 집권기의 억압과 폭력이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에 떨고 있다. 탈레반은 당시 거리에서 여성이 신체 일부를 노출하면 마구 폭행하거나 채찍질을 했다. 여학생은 중학교부터 다니지 못하게 했다. 1999년 아프간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여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초등학교에도 9000명에 불과했다.
영국 가디언은 15일 아프간 명문 카불대에 재학 중인 한 여대생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학생은 이날 탈레반이 카불에 진군하자 고교 졸업증명서를 숨겼다. 그는 “24년간 인생에서 이뤘던 모든 것들을 불태워야 했다”며 “몇 년간 따려고 노력했던 학위도 이제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공무원은 탈레반 대원들이 아파트 입구에 모인 것을 보고 문을 잠근 뒤 정부에서 일한 것을 드러내는 자료를 전부 불태웠다. BBC에 따르면 탈레반이 장악하기 전 아프간에서는 여학생 350만 명이 학교를 다녔고 대학생 중 3분의 1이 여성이었다. 여성 22%가 직업이 있었고 공직자의 20%가 여성이었다. 그러나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으로 이 모든 숫자가 다시금 ‘0’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카불의 분위기는 급속히 극도로 보수화되고 있다. 카불의 한 여대생은 “15일 집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여자를 태웠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것을 우려한 택시운전사들이 우리를 거부했다”고 했다. 이어 “길거리의 남자들은 우리의 공포를 비웃었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부르카를 다시 써라’ ‘오늘이 길거리에 나갈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며 조롱했다”고 전했다. 이 여대생은 “그들이 탈레반의 편에서 힘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 인권운동을 벌였던 이들은 죽음을 예감한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성 시장인 자리파 가파리 씨(29)는 “탈레반이 찾아와 나를 죽일 테지만, 어디로 가겠나”라고 했다고 영국 아이뉴스가 15일 전했다. 가파리 씨는 2018년 마이단 와르다크주에서 시장이 됐다. 탈레반은 과거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여성 인사들을 살해하겠다고 되풀이해 밝힌 바 있다.
탈레반 대변인은 15일 “여성도 히잡(스카프의 일종)만 쓴다면 교육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 집 밖에 나가는 것이 허용된다”고 했다. 탈레반은 또 “모두에게 사면령을 선포했으니 신뢰를 갖고 일상을 시작하라”며 “탈레반은 여성이 희생자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샤리아법에 따라 그들은 정부 구성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약속이 그대로 지켜질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탈레반 통제 지역에서 사춘기가 지난 여학생이 학교에 다니도록 허용하는 사례는 극소수였다. 탈레반이 장악한 농촌지역 두 곳에서만 여학생 6000명이 학교에서 쫓겨났다.
탈출 인파가 몰리면서 아수라장이 됐던 카불 하미드카르자이 국제공항은 16일 오후 11시경 운영을 재개했다고 미군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공항 관제 업무를 미국이 맡고 있으며, 공항에 머무는 사람들의 안전이 유지되는 한 되도록 많은 사람을 아프간에서 데리고 나오겠다고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