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성소수자 이유로 병역거부 무죄판결 |
https://news.joins.com/article/24089942 2021. 6. 24. 중앙일보
1. 판결요지 및 의의
○ (요지)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피고인 정모씨가 ‘성소수자로서 폭력과 전쟁에 반대한다’며 현역입대를 거부한 사건(’17. 10.)에 대해 “당사자의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병역법」상 ‘정당한 기피사유’에 해당한다”라며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확정
○ (의의) 대법원이 지난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이래, 비(非)종교적 사유로 예비역이 아닌 현역병 입대 거부를 최초로 인정한 사례
2. 피고인이 주장한 양심형성 경위
1) 고등학교 시절
– 성소수자로서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 집단 문화에 반감을 느낌
2) 대학시절
○ 페미니즘을 접하게 됐고, 성소수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퀴어 페미니스트’로 규정
○ 기독교 선교 단체에서 활동하며 사회적 약자에게 고통을 안기는 전쟁과 타인에 대한 폭력을 전제로 하는 군대는 기독교 교리(대한성공회 교리)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
3) 피고인의 결론
– 다양성을 파괴하고 차별과 위계로 구축되는 군대 체제 및 생물학적 성으로 자신을 표준 남성으로 규정짓는 국가권력을 용인할 수 없었음
3. 하급심 판결내용
1) 1심
–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피고인이 종교적 양심 내지 정치적 신념에 따라 현역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2) 1심과 2심 사이에 발생한 사건
(1) 각 선고일: (1심) ’18년 2월, (2심) ’20년 11월
(2) 발생 사건
① (’18년 6월) 헌법재판소의 「병역법」 헌법불합치 결정
–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병역법」은 헌법에 위배
② (’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 종교적 사유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할 수 없다는 최초 판결 선고
3) 2심
○ 1심을 뒤엎고 무죄 선고
○ 주요 논거
–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 선교활동 자료 등 정씨가 제출한 객관적인 자료를 보면 정씨에게 폭력적인 성향이 있거나 자신이 주장하는 양심을 부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 “정씨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부터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 입영을 거부했다.”
○ 피고인이 주장한 종교적 사유에 대한 판단
– “기독교적 신념에 의한 것이라고만 볼 수 없고, 신앙과 개인적 신념이 더해져 피고인의 내면에 실체를 이룬 것”
4.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대법원의 최근 판단
1) 비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한 예비군훈련 거부에 대해 무죄판결(’21. 2. 25. 2019도18442)
– 피고인은 “폭력적인 아버지 슬하에서 성장해 어렸을 때부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됐고,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살인을 거부하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고 주장
– 이 판결에선 비(非)종교적 사유로 인한 병역거부에 대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해당한다면 인정할 수 있다”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의 구체적인 범위와 기준을 제시
※ 비종교적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를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
2) 비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더라도 그 양심이 진정한 신념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처벌 대상으로 판결(’21. 2. 25. 2019도15120, 2019도7578)
“성소수자로 폭력 반대“…‘비종교적 현역거부‘ 첫 무죄 확정
“성소수자로 폭력과 전쟁에 반대한다”며 현역병 입대를 거부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3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은 2017년 10월 현역 입영 통지서를 받았지만 “신념에 반한다”며 군 입대를 하지 않은 정모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당사자의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병역법상 ‘정당한 기피 사유’에 해당한다”며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반해 병역법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지난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이래 비(非)종교적 사유로 예비역이 아닌 현역병 입대 거부를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앞서 정씨는 1·2심 재판을 통해 “성소수자로 고등학교 시절부터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 집단 문화에 반감을 느꼈다”며 “대학생활 도중 페미니즘을 접하게 됐고, 성소수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퀴어 페미니스트’로 규정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다양성을 파괴하고 차별과 위계로 구축되는 군대 체제 및 생물학적 성으로 자신을 표준 남성으로 규정짓는 국가권력을 용인할 수 없다”면서다.
정씨는 “대학 입학 후엔 기독교 선교 단체에서 활동하며 사회적 약자에게 고통을 안기는 전쟁과 타인에 대한 폭력을 전제로 하는 군대는 기독교 교리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주장도 폈다. 지금까지 집총 거부를 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모두 여호와의 증인 교인들이었지만, 정씨는 대한성공회 교리를 따르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정씨에 대한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피고인이 종교적 양심 내지 정치적 신념에 따라 현역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정씨에 대한 1심 선고는 2018년 2월 나왔는데, 같은 해 6월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병역법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같은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종교적 사유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처음으로 내렸다.
이후 병역법 개정으로 지난해 10월부터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군사훈련을 받지 않고 36개월 간 교정시설에서 합숙을 하는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처음 시행된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63명의 입교식이 열린 가운데 입교생들이 입교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처음 시행된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63명의 입교식이 열린 가운데 입교생들이 입교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흐름을 반영해 정씨 항소심을 심리한 의정부지법은 지난해 11월 “정씨의 입영 거부 사유는 진정한 양심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 선교활동 자료 등 정씨가 제출한 객관적인 자료를 보면 정씨에게 폭력적인 성향이 있거나 자신이 주장하는 양심을 부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정씨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부터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 입영을 거부했다”고도 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정씨가 주장한 종교적 사유에 대해선 “기독교적 신념에 의한 것이라고만 볼 수 없고, 신앙과 개인적 신념이 더해져 피고인의 내면에 실체를 이룬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올해 2월에는 비(非)종교적 사유로 인한 병역거부도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해당한다면 인정할 수 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의 구체적인 범위와 기준을 제시해가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성소수자로 폭력 반대“…‘비종교적 현역거부‘ 첫 무죄 확정
‘비종교적 신념‘도 진실·확고하다면 양심적 병역거부 해당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신념도 확고하고 진실하다면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5일 병역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19도18442).
A씨는 2016년 3월~2018년 4월 16회에 걸쳐 예비군훈련과 병력동원훈련 소집 통지서를 받고도 훈련에 불참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폭력적인 아버지 슬하에서 성장해 어렸을 때부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됐고,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살인을 거부하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며 “입대전 어머니와 친지들의 간곡한 설득과 전과자가 되어 불효하는 것이 이기적인 행동일수 있다는 생각에 입대했지만 이후 반성하며 양심을 속이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가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 입대 및 군사훈련을 거부하게 된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경제적 손실과 형벌의 위험 등을 감수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관해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A씨의 훈련 거부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A씨가 병역거부 중 가장 부담이 큰 현역 복무를 이미 마쳤는데도 예비군 훈련만을 거부하기 위해 수년간의 불이익을 모두 감수하고 있는 점, 유죄로 판단될 경우 예비군 훈련을 면할 수 있도록 중한 징역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A씨의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는 사실이 결과적으로 소명된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예비군법은 병역법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고, 예비군 훈련과 병력동원 훈련도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예비군법과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를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신념 등에 의한 경우라도 그것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과 병력동원 훈련 거부에 해당한다면 예비군법과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비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더라도 그 양심이 진정한 신념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라는 판단도 함께 내놨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와 형사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날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와 C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19도15120, 2019도7578).
B씨와 C씨는 종교가 아닌 신념을 이유로 현역병 입대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의 신념은 확고하거나 진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B씨는 전쟁을 위해 총을 들수 없다는 비폭력·평화주의 양심을 주장하며 입영을 거부했다.
이에 재판부는 “B씨가 주장하는 병역거부가 비폭력·평화주의보다는 주로 권위주의적 군대문화에 대한 반감 등에 기초하고 있다“며 “그는 군대 내 인권침해 및 부조리 등을 병역거부의 한 사유로 삼고 있는데, 이는 집총 등 군사훈련과 본질적인 관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복무하는 부대 및 시기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어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C씨 역시 폭력을 확대·재생산하는 군대에 입영할 수 없다는 개인적·정치적 양심을 주장하며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C씨는 모든 전쟁이나 물리력 행사에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라 목적, 동기,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전쟁이나 물리력의 행사도 정당화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C씨 스스로도 이에 가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그는 집회에 참가하여 질서유지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찰관을 가방으로 내리쳐 폭행한 사실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C씨가 병역거부의 주된 이유 중의 하나로 들고 있고 군내 내의 비리나 후진적인 군문화는 그 자체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