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7의 반중(反中) 연대, 중대 도전 직면한 한국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응하는 새로운 인프라 파트너십을 구축키로 했다.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회의에서 이들 나라 정상들은 글로벌 인프라 구상인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 B3W) 출범에 합의했다.
B3W는 저소득 국가 등의 인프라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B3W는 주요 민주주의 국가가 주도하는 파트너십”이라며, “40조 달러가 넘는 개발도상국 인프라 투자수요를 도울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이 구상이 중남미와 아프리카,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괄해 기후·보건·디지털기술·성평등 등 4개 영역에 초점을 두고 높은 가치를 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G7의 중국 견제를 위한 연대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 동남아시아와 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뜻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제시한 이후, 중국은 철도·항만·고속도로 등에 대한 수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추진하면서 전 세계 100여 개국과 협력 관계를 맺고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미국이 이에 맞서 서방 진영과 함께 반(反)중국의 글로벌 국제질서를 만들겠다는 전략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중국의 반발과 미·중 간 갈등이 앞으로 더 격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신장 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 등 중국의 인권 침해에 대한 비판을 공동성명에 담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물론 G7의 다른 나라인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의 중국에 대한 이해관계가 각자 다르게 얽힌 상황이고 보면,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전선의 협력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B3W의 본격적인 작동이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서방 선진국들이 중국의 패권주의가 심각한 위협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있는 건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번 G7 정상회의는 국제질서 재구축이 본격화하는 출발점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G7+4’의 형식으로 개최되면서, 우리 문재인 대통령과 호주·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들도 함께 초청됐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미국 주도의 반중 연대에 한국의 동참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받는 현실을 말해 준다.
앞으로 세계 경제구도의 방향은 뚜렷하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규범이다. 미국 행정부가 최근 내놓은 반도체.배터리·희토류·바이오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전략을 무엇보다 유의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높은 대중 의존도를 감안할 때 심각한 도전이자 위협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질서, 국가 미래를 위한 전략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G7 ‘反일대일로’ 전선 추진···韓 또다른 외교시험대 될듯
글로벌 인프라투자 韓 참여 기회
쿼드 이어 미중갈등 딜레마 직면속
文은 ‘개방경제 국제 공조’ 강조
미국이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함께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대항하기 위해 글로벌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 전선을 추진하면서 한국에도 참여의 문이 열렸다. G7 국가의 ‘더 나은 세계 재건(B3W·Build Back Better World)’ 프로젝트가 한국 입장에서 쿼드에 이어 새로운 미중 갈등 딜레마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의 또 다른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백악관은 12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더 나은 세계 재건’ 구상과 관련해 G7 회원국뿐만 아니라 ‘마음이 맞는’ 다른 파트너국들과도 협력을 통해 민관 자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은 대출이 불투명하고 다소 강압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과 달리 투명하고 가치 지향적인 운영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자 동북아시아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의 참여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문제는 ‘더 나은 세계 재건’ 구상이 글로벌 인프라에 투자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철도·항만·고속도로 등 수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에 투자하면서 아시아·아프리카 국가에 대출을 활용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따라서 한국 참여 시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9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냉전적 사고로 가득 차 집단 대결을 부추기고 지역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은 강력히 반대한다”고 압박한 바 있다. G7 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치우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반중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실익을 따져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호진 아산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최대한 많은 국가를 끌어들이기 위해 인프라와 민주주의·인권 등 이슈별로 협력 전선을 열어놓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미국은 우리를 이해해주고 중국만 보복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미국에 협력하지 않으면 첨단 기술 협력에서 우리가 제외되는 등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준영 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미국 자금으로 글로벌 인프라에 투자하려고 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사회 자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만큼 한국의 참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오히려 줄어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G7정상회의 확대회의 두 번째 세션(열린 사회와 경제)에 참여해 “자유무역과 개방경제를 위한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겨냥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는 대신 민주주의 진영의 가치만을 강조한 것이다. 또 코로나19 위기로 교육 기회를 더욱 제한 받는 개발도상국의 여아들을 지원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에 기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파트너십은 개도국 아동 교육을 위해 지난 2002년 출범한 다자간 협력기금이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콘월(영국)=공동취재단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2NME1FFQ5
중ㆍ러의 도전에 자유주의 국가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중, 동아시아에서 미국 축출 기도
러ㆍ북 가세하면 국제질서 와해도
4∼5년 뒤 위기 시작, 2035년 정점
한국, 북핵과 해양 차단 위협에 놓여
국제질서와 인권을 무시하며 제어장치 없이 팽창하는 중국에 대한 자유주의 국가들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지난 13일 폐막한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가 발표한 공동성명은 중국과 러시아가 노리는 국제질서 파괴에 대비한 자유주의 연합전선 선언이었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몰아내려 하고, 러시아는 핵 및 극초음속 미사일과 로봇전투병기 등으로 유럽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도 수년 내에 100개 이상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으로 한ㆍ미ㆍ일을 압박할 태세다. 이들 3개국이 동시에 도발하면 현재 국제질서는 급속하게 와해할 가능성이 있다. 2035년쯤 최고조에 이를 갈등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어쩌면 인류의 마지막 전쟁이다. 2050년 이후는 인간이 만든 AI(인공지능)와 전쟁이 예상된다.
물론 전쟁이 갑자기 터지는 것은 아니다. 전쟁은 전략적 경쟁(competition)→전쟁 억제(deterrence)→충돌(conflict) 과정을 거쳐 발생한다. 이번 G7과 이어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ㆍNATO) 정상회의는 곧 다가올 전쟁 억제 단계에 대비하는 첫 조치다. 전쟁 억제란 상대방에게 강력한 힘과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적이 함부로 도발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냉전 때도 그랬다. 당시 미국은 공세적인 소련과 첨예한 군비경쟁을 했다. 그러나 양측은 지구를 몇 번씩이나 파괴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핵무기로 도발을 억제해 전쟁을 예방했다. 이번에도 억제에 성공하길 바라지만, 실패하면 전쟁에 돌입할 수 있다. 강력하고 치명적인 무기 발전추세를 볼 때 전쟁이 확대되면 인류가 절멸할 수도 있다.
나토 새 전략은 쿼드와 연계
나토 정상회의가 공개한 새로운 전략개념은 이런 우려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나토 2030’ 제목의 새 전략개념은 2022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공식 채택된다. 이 전략은 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의 안보 협력체인 쿼드(QUAD)와 연계해 태평양ㆍ인도양-대서양을 안정시키는 핵심축이 될 전망이다. 쿼드는 인도ㆍ태평양에서 중국의 강압적 팽창에 대처하기 위해 구성됐다. 최근 영국과 프랑스가 인도ㆍ태평양에 항공모함과 함정을 파견해 쿼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쿼드에 나토가 연대하는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새 전략개념이 수립되면 나토는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가장 시급한 도전에 더 잘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의 새 전략개념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나토 정상회의에 처음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촉구해 추진키로 했다. 나토 정상들은 현재 중국의 팽창전략이 국제질서에 구조적인 도전이라고 했다.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또 공격적 성향의 러시아는 중국과 군사적으로 협력하고 있어 우려가 더 크다. 지난해 12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19대가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해 공동으로 위력을 과시한 게 최근 사례다. 중ㆍ러 위협이 유럽과 동아시아를 넘나들고 있다.
G7과 나토 중심의 자유주의 연대와 범 공산권의 전략적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 4∼5년 뒤부터 위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이 실현될 2035년경엔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미국은 예상하고 있다. 그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위기의 시발점은 중국의 반접근거부(A2AD) 전략이다. 중국은 A2AD전략에 따라 2025년경부터 동ㆍ남중국해에서 미 해군의 접근을 막으려 한다. 미 해군 함정이 동ㆍ남중국해에 들어오면 중국이 미사일로 격파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내륙에 둥펑-21D와 26 등 함정 타격용 미사일을 대거 배치해뒀다. 요격이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도 개발했다. 항공모함은 현재 2척에서 6척으로 늘리고, 이지스급 구축함도 레고 찍듯 건조하고 있다. 중국이 조만간 대만 침공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이 군사행동에 나서면 러시아와 북한도 가세할 소지가 크다.
부활한 공산주의 패자들의 역습
나토의 우려는 패자들의 역습이다. 공산주의 블록은 냉전을 치르면서 민주주의 진영에 완전히 패배했다. 냉전이 해체된 1990년대엔 지구상에서 공산주의는 미래가 없고 와해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런 공산주의가 21세기에 들어서자 중국 시진핑 주석에 의해 부활했다.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던 기름 덩어리가 폭우로 흩어져 시야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였지만, 비가 그치자 다시 뭉쳐지면서 호수 위를 덮는 현상과 유사하다. 중국ㆍ러시아ㆍ북한 등이다.
이 세 나라의 특징은 전제정치를 기반으로 전체주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시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종신형 전제군주나 마찬가지다. 국제질서와 인권을 무시한다. 역사에서 전제정치는 필연적으로 폭정을 수반했고, 전체주의로 흘렀다. 이들은 자원 확보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주변국에 폭력을 행사했다.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 무솔리니, 일본의 군국주의가 그랬다. 그 결과는 세계전쟁으로 이어졌다. 나토 정상들이 ‘구조적 도전’이라고 보는 이유다.
미국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미 국방부는 육군을 개편하고 있다. 육군에 다영역임무군(MDTF: Multi-Domain Task Force)을 창설할 예정이다. 육ㆍ해ㆍ공군과 해병대, 우주군과 합동군(지역사령부)을 통합해 운영할 수 있는 신속대응군이다. 원거리에서 초정밀 무기로 신속하게 대응한다. 미 육군성 자료(2021. 3. 16)에 따르면 2035년에 발생할 수 있는 중국·러시아와의 대규모 전투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기존의 미군 부대로는 중ㆍ러의 갑작스런 도발에 제때 대응하기 어렵다. 지난 4월 13일 미 육군 발표에 따르면 5개 MDTF가 창설된다. 미 본토에 1개, 인도ㆍ태평양지역에 2개, 유럽과 북극해에 각각 1개씩 두기로 했다. 독일에 배치될 유럽 MDTF는 당장 오는 9월부터 임무를 시작한다. 전체 지휘는 4성 장군이 맡는다.
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로 대응
이 부대가 보유하는 무기도 간단치 않다. 사거리 2800㎞ 이상인 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LRHW)은 중국이 도발하면 중국 내륙의 1600㎞ 이내 표적을 타격하게 돼 있다. 중국이 대만 점령을 시도하면 괌이나 태평양에 전개한 함정과 잠수함에서 LRHW를 발사한다. 중거리 미사일(MRC)은 사거리가 500∼1500㎞로, 2023년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MDTF는 해외 미군 및 우방국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작전한다. 미국이 지난달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를 해제한 배경에는 유사시에 대비해 한국의 미사일 능력을 키워놓으려는 전략적 고려도 있다.
미국의 준비는 이게 다가 아니다. 스텔스 구축함과 로봇함정으로 구성된 유령함대를 2025년 창설한다. 중국이 A2AD전략을 본격 시행할 시기에 맞춘 것이다. 또 미 육군과 해병대에 전투 로봇을 배치하고, 태평양 지역의 육군을 2028년까지 전면 재편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동맹ㆍ우방국 군대와 협력ㆍ지원하기 위해 안보지원여단(SFABㆍSecurity Force Assistance Brigade)도 6개 창설한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혼자서 중국 등 새로운 공산주의 세력에 대처하기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의 참여를 촉구했고, 이번 G7 및 나토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이 나온 것이다.
국제안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우리는 한가하다. 연일 성추행 문제가 터지고 군기는 극도로 문란해졌다. 11년 전 북한 잠수정 어뢰 공격에 침몰한 천안함 사건을 두고 아직도 북한 소행 여부를 따진다. 중국ㆍ러시아ㆍ북한에 가장 근접하게 둘러싸인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그런데도 북한에 비핵화 요구는커녕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 정부다. 정부의 실책에 백성이 맨몸으로 맞서 싸우는 역사가 더이상 반복돼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