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투기꾼 추천한 김외숙 인사수석, 청와대는 왜 감싸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경질했지만, 청와대의 부실 검증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기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었다는 지적과 함께. 김외숙 인사수석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김 수석 경질론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송영길 대표, “54억 대출해 60억 땅 산 사람을 반부패비서관에 임명한 인사시스템 문제”
김 전 비서관의 투기 의혹은 지난 25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 공직자 재산등록 현황에서 드러났다. 해당 현황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의 부동산 재산은 91억2000만원, 금융채무는 56억2000만원 규모였다. 그가 소유한 부동산 자산 중엔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일대 등 개발 호재가 있는 곳도 적지 않았다. 시세 차익을 위해 무리한 금융권 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한 정황이 뚜렷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조차도 지난 28일 “서민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제한 때문에 집을 사고 싶어도 금융권 대출이 안 돼서 쩔쩔매고 있는데, 54억 원을 대출해서 60억 원대 땅을 사는 사람을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너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서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돌이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표 비서관 임명 당시 ’투기 사실‘ 알았지만 청와대는 “문제 없다” 판단
지난 3월 김 비서관을 임명할 때부터 이런 사실을 알았지만, 청와대는 “문제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 전 비서관의 재산 현황이 공개되고 여론이 악회된 뒤에야 경질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내로남불’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 국정운영과 내년 대선에 부담이 된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결격사유를 파악하고도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청와대의 태도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다가 결격사유를 발견하지 못한 데 대해서도 “검증의 한계”라고 발뺌하는 태도에서 ‘인사 검증 시스템’이 붕괴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청와대는 김 전 비서관이 송정동 필지 일부를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가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 있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김 수석 책임론에 대해서도 “개인의 책임보다 검증 시스템의 문제가 크다”며 선을 그었다.
이런 청와대의 태도에 대해 야당에서는 “청와대가 부실 검증에 대한 반성이나 개선보다 당장의 여론 악화를 모면하려는 꼬리 자르기로 끝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김 수석은 버티고 있다. 집권 말기 힘의 균형추가 여당 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로도 풀이되지만, 기본적으로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사검증 실패로 민정수석은 4번 갈렸지만 문 대통령의 ‘부산 동지’인 김 수석은 건재
문 대통령은 자신이 점찍은 사람은 어떤 논란이 있어도 끝까지 끌고가는 식의 인사를 선호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수석은 문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법무법인 ‘부산’에서 함께 근무하며 오랜 선후배 관계로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법제처장에 임명됐던 김 수석이 인사수석으로 임명된 것은 2019년 5월이다.
인사수석과 함께 임사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은 그 이후 네 번이나 교체됐다. 조국·김조원·김종호·신현수·김진국 수석이 김 수석과 함께 청와대 인사검증을 담당했다. 부실 검증과 검찰 문제 등으로 민정수석이 네 번이나 교체된 2년 동안 김 수석의 입지는 더 탄탄해졌다.
하지만 김 수석 재임 기간에 인사 문제는 최악의 상태에 놓였다. 조국·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용구 법무부 차관 등은 자녀 관련 의혹이나 폭행·막말, 논문 표절 의혹 등으로 논란이 됐다. 2년간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만 최근의 김오수 검찰총장까지 33명에 달한다. 여권 내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됐지만 청와대 주변에선 “김 수석이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할 것이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애초 인사 분야 경험도 없이 인사수석이 됐고, 각종 인사 검증 논란에도 이렇게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신뢰와 애정이 각별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자신을 롤 모델 삼아 자신과 함께 부산에서 인권변호사 활동을 했던 김 수석에게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김 수석은 인사 교류 폭이 좁지만, 문 대통령 의중은 잘 헤아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김 수석은 청와대 회의 시간에도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조용한 스타일”이라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참모를 아끼는 문 대통령과 잘 맞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과 가장 오랜 기간 보필한 참모인 만큼, 누구보다 대통령의 성향과 의중을 잘 파악한다는 평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바로 그 점이 청와대 인사가 계속 꼬이게 된 근본 이유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입이 무거운 김 수석이 ‘인사 보안’은 잘 유지하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연이어 “그러나 교류의 폭이 좁고, 대통령 의중을 고려해 제한된 범위에서 인선을 하다 보니, 인사를 그르치게 된 것이다”고 비판했다.
김 수석은 작년 8월 ‘청와대 참모 다주택’ 논란 당시 노영민 비서실장 등 고위 참모 5명과 함께 사의를 표한 적이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노 전 실장과 김 수석은 유임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도 민주당 내에서 여러 차례의 인사 논란과 달리 이번에는 ‘김외숙 인사수석’을 콕 집어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부동산 관련 내로남불 논란에 그만큼 예민한 상황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검증 시스템의 문제’라고 답하며, 인사수석 책임론에는 선을 긋고 있어, 인사수석 거취를 두고 당정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기표 전 비서관의 경질에 그쳐서는 안 되고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과 정부 장‧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사원의 부동산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수석부대변인은 “청와대가 인사 검증과정에서 투기 의혹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임명을 강행한 것이라면 국민 기만”이라면서 ’부동산 전수조사‘를 주장했다.
출처 : 펜앤드마이크(http://www.pennmike.com)
http://www.pennmike.com/news/articleView.html?idxno=45279
김기표 경질에도 與 내부 김외숙 책임론 확산…靑 ‘당혹
김기현 “김외숙 인사는 ‘망사’ 투성”…경질 주장
與 내부 청와대發 악재에 불만…사실상 경질 요구
靑 “무겁게 받아 들여…인사 시스템 내부 고민”
[서울=뉴시스]김형섭 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조기 진화에 나섰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김외숙 인사수석 책임론이 제기되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문 대통령 주도로 공직자 부동산 부패 청산 드라이브가 한창이던 상황 속에서 청와대 내부 인사검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부실검증의 책임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김외숙 인사수석에 대한 책임론 확산에 대한 부담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반복된 경질론 속에서도 문 대통령의 신임을 이어온 김 수석에게 책임론이 더해지자 당혹스러움도 감지된다.
앞서 김 비서관은 부동산 자산 91억2000만원 가운데 금융 채무가 56억2000만원에 달하는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빚투’ 논란 하루만인 지난 27일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경기 광주 송정동 ‘맹지(盲地)’ 매입이 송정지구 개발로 신축중인 아파트·빌라 단지와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더해지며 여론이 급격히 악화된 것도 사의 표명의 배경이 됐다.
문 대통령은 논란 하루만에 김 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경질했다. 김 비서관은 지난 3월31일 비서관으로 임명된지 88일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김 비서관 사의 수용과 관련해 “그 설명(김 비서관의 설명)이 국민의 눈높이에 납득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면 이것은 당연히 인사권자로서 국민의 그런 납득할 만한 수준에 부답한 조치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이 논란 직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대단히 송구하다”며 사과했지만, 광주 송정동 임야 매입이 투기 목적은 아니었다고 덧붙인 해명이 납득할 수준이 안됐다는 것이다.
김 비서관의 사퇴 과정에서 ‘부동산 내로남불’ 프레임이 재소환 됐다는 정무적 부담이 청와대 입장에서는 가장 큰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김외숙 수석 등 인사검증 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는 것도 고민 지점이다.
다만 청와대는 내부 인사검증 시스템의 전반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김 수석에 대한 경질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날 “청와대 인사 검증의 부실에 관해서는 많은 비판을 받아오고 있고, 그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고만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현 청와대 내부 인사 시스템 체계상 검증의 책임이 있는 민정수석과 별개로, 인사수석만 별도로 떼어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서 비등하고 있는 경질론에 대한 또다른 고민 지점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김 수석에 의해서 그동안 진행됐던 인사는 ‘망사’ 투성이였다”며 “이번 김 비서관의 부동산 검증 실패에서도 드러났듯, 김 수석의 무능은 국민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경질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내부에서도 김 수석의 책임론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차원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 국면을 갓 벗어난 상황에서 청와대 발(發) 불똥이 ‘부동산 내로남불’
프레임의 재점화로 이어질까 촉각을 곤두 세우는 모양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대구 삼성창조캠퍼스에서 대구시와 예산정책협의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김 비서관 경질에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신속히 잘 처리했다”고 평가하면서 “문제는 왜 이런 사안이 잘 검증되지 않고 임명됐는가에 대해 청와대 인사시스템 돌이켜봐야 한다”고 김 수석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서민이나 집 없는 사람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제한 때문에 집을 사고 싶어도 금융권 대출이 안 돼서 쩔쩔매고 있는데 54억원을 대출해서 60억원대의 땅을 사는 사람을 반부패비서관에 임명한 것은 너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 아닌가”라며 “이런 검증에 대해 청와대가 돌이켜봐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백혜련 최고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청와대 부실검증 지적에 “변명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어쨌든 간에 검증을 할 수 있었던 부분이 있다고 보인다”면서 “인사 검증의 문제가 인사수석 소관이기 때문에 인사수석이 그것에 대한 총책임은 질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김 수석 책임론에 가세했다.
일각에서는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의 표명에 따른 후속 인사를 비롯해 해양수산부 장관 교체를 중심으로 한 마지막 개각을 위한 검증 작업의 진행 과정에서 김 수석만 특정해서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노영민 비서실장 체제에서 이뤄진 다주택자 논란에 대한 책임으로 사표를 제출했었던 김 수석의 사의를 반려하며 한 차례 재신임을 보낸 바 있다. 야당의 공세에 잔여 임기 10개월을 고려할 때 그동안 신뢰를 보여왔던 김 수석을 즉각 교체하는 게 어렵다는 시각이 조금은 우세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기표 비서관의 사퇴 과정에서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청와대 차원의 내부 고민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러 문제 제기는 알고 있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지만김 수석 혼자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