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무연고 노인에 자체 개발 주사제 시험…잇따른 사망 ‘발칵’
북한의 대표적인 제약공장인 룡흥제약공장에서 자체 개발한 주사제를 투여받은 주민들이 잇달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앙당이 직접 해당 기관에 대한 검열조를 구성해 파견하는 등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중순 평안남도의 한 양로원에 거주하는 무연고자 10명을 대상으로 북한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코카르복실라제에 대한 시험 투여가 이뤄졌다.
북한산 코카르복실라제 시험 투여는 이달 초 중국산을 맞은 경제 부문 고위 일꾼 A 씨의 사망으로 인한 후속 조치로, 해당 약품의 대체재 마련 목적으로 서둘러 진행됐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요 병원에서 중국산 의약품을 모두 없애라’는 지시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주사제 투여 후 고위 간부 사망…김정은 “중국 의약품 싹 치워라”)
고위급 간부들이 이용하는 주요 병원에는 러시아산 코카르복실라제를 비치할 수 있지만 수량이 충분치 않아 국산을 상용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산 코카르복실라제를 투여받은 10명 중 8명이 사흘 내로 연이어 사망하면서 국산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대대적인 검증이 시작됐다.
북한산 코카르복실라제는 평양시에 있는 룡흥제약공장에서 개발됐다. 북한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합성시약과 생산 공정까지 자체적인 방식으로 국산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이 공장을 치켜세운 바 있다.
지난 2019년에는 북한 매체가 “룡흥제약공장은 과학기술로 비약하는 보배공장”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룡흥제약이 개발한 대표적인 제품은 난치성 질병 치료제로 알려진 ‘고려인삼활성알약’인데, 이번 사건으로 이 건강식품에도 불똥이 튀었다.
국산 코카르복실라제를 투여받은 사람들이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은 김 위원장은 ‘차라리 시약이 부족하거나 기술력이 부족하다면 아직 완성단계가 아니라고 솔직하게 밝혔어야 한다’면서 같은 공장에서 개발한 고려인삼활성알약도 검증을 다시 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지난 1월 룡흥제약공장에서 개발한 고려인삼활성알약을 소개하며 난치성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고 약제내성이나 부작용도 전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은 고려인삼활성알약을 중국과 일본 등에 수출하려고 계획했으나 룡흥제약에서 개발한 코카르복실라제를 맞고 여러 명이 한꺼번에 사망하면서 뜻하지 않은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차라리 인삼 자체를 수출하는 것이 낫다”면서 “효능이 없는 약품을 개발하는 데 왜 아까운 자원을 낭비하느냐”고 관련자를 질책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김 위원장이 직접 룡흥제약공장 생산 제품에 대한 안전성 검증을 지시한 만큼 중앙당에서 조직원 인원들이 검열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여정 당 부부장이 이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의약품을 생산하고 첨단 의료 기술을 갖추는 것이 우(위·당국)의 목표였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당이 난리가 났다”며 “이로 인한 후폭풍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사제 투여 후 고위 간부 사망…김정은 “중국 의약품 싹 치워라”
소식통 “의약품 부실 보관 문제 드러나…코로나 백신 받아도 수송·보급 문제될 것”
최근 북한의 고위급 간부가 중국산 주사제를 맞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보고받은 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격노하며 앞으로 중국산 의약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데일리NK 내부 고위소식통에 따르면, 코카르복실라제를 투여받은 경제 부문 고위급 일꾼 A 씨가 이달 초 사망했다.
사망한 A 씨는 60대 남성으로 김정일 시대부터 경제 일꾼으로 당의 신임을 받는 사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심장 질환과 고혈압 증상이 심화돼 질병 휴직을 하고 평양의과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사망 직전 그가 투여받은 코카르복실라제는 티아민(비타민B1) 유도체로 에너지대사 및 신경 및 근육강화에 효과가 있어 피로회복제로서의 역할을 하지만 북한에서는 폐질환, 고혈압, 감염질환 등 증상과 상관없이 만병통치약처럼 쓰인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기저질환으로 평양의과대학병원에 입원한 A 씨가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자 담당 의사는 코카르복실라제를 처방했다.
다만 A 씨의 담당 의사는 북한 룡흥제약공장에서 자체 기술로 생산한 약제를 사용하자고 주장했으나 다른 의료진들이 국내에서 생산된 주사약을 고위급 간부에게 투여할 수는 없다고 맞서면서 중국산 코카르복실라제를 투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의약품을 수입하기 어려워지면서 의약품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때문에 당국은 국산 약품으로 수입약을 대체할 수 있도록 의약품 자체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주민들 조차 국내 제약공장에서 생산된 약품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A 씨가 투여받은 코카르복실라제가 중국산 제품인 것이 김 위원장에게 보고되면서 중국산 의약품 전체에 불똥이 튀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신망하던 경제 전문가 A 씨가 갑자기 사망하자 나라의 인재를 잃었다고 슬퍼하며 평양의 주요 병원에서 중국산 의약품을 없애라고 지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백신 자체 개발을 위해 들여본 백신 샘플 중 중국산 백신은 분석 및 연구에서도 제외하라는 지시도 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A 씨가 코르카복실라제 투여 직후 사망한 것일 뿐 명확한 사인이 무엇인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료 사고가 발생한 평양의학대학병원에 중국산 코르카복실라제가 어느 무역회사를 통해 어떤 경로로 수입됐는지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 이후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평양 주요 병원조차 의약품 보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의약품들이 실온에서 방치돼 있거나 냉장·냉동고에 보관돼 있다하더라도 전력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이번 조사를 계기로 북한 내부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지원받아도 보관 시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백신을 수송·보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소식통은 “WHO(세계보건기구)로부터 백신을 지원 받는다고 해도 의료 기관에 보관 시설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WHO에서도 이와 관련된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