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검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백운규·채희봉·정재훈 기소”… 뭉개는 대검…법치 내로남불

대전지검 “백운규·채희봉·정재훈 기소”… 뭉개는 대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가동 중단 지시한 혐의

이달초 기소 보고, 대검 재가안해… 법조계 “김오수에 미루기”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가 최근 월성 원전(原電)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라고 압력을 넣은 혐의(직권남용 등)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그런데 대검은 이를 재가(裁可)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대검이 이 결정을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미루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은 이달 초쯤 대검에 이 3명이 경제성이 충분한 월성 1호기를 가동 중단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내려 원전 운영을 담당하는 한수원 등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기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운규 전 장관은 2018년 4월 3일 ‘월성 1호기를 2년 반 동안 한시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를 올린 산업부 주무과장에게 “너 죽을래.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써서 청와대에 보고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채희봉 전 비서관도 비슷한 시기 산업부 박모 에너지정책실장에게 “월성 1호기를 당장 가동 중단할 수 있도록 원전 관련 계수(係數·수치)를 뜯어 맞춰라. 한국수력원자력을 압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압박’을 받은 정재훈 사장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가 진행 중이던 2018년 5월 10일 “원전 이용률과 전력 판매 단가를 낮춰 원전 경제성을 낮추도록 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그런데 대검은 아직까지 이들의 기소 문제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수원지검도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 무마’ 혐의(직권남용)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기소한 다음 날인 지난 13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불법 출금’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기소해야 한다고 대검에 보고했지만, 대검은 마찬가지로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조남관 대검 차장(총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대검 지휘부가 민감한 사건 처리를 ‘김오수 총장 체제’로 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예정대로 내달 취임하면 곧바로 대규모 검찰 인사가 이어진다. 한 법조인은 “인사로 주요 사건 수사팀이 뿔뿔이 흩어지면 사건 처리가 다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수사팀의 ‘원전 3인방’ 기소 방침을 대검이 재가할 경우, 작년 11월부터 진행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도 일단락된다. 법조계 일각에선 “월성 1호기 폐쇄의 배후를 검찰이 제대로 못 밝혔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검찰 수사에 앞서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 2일 “월성 1호기는 언제 폐쇄하느냐”고 주변 참모들에게 말한 직후부터 청와대와 산업부가 본격적으로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을 밀어붙였다.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가 이뤄지기 전부터 문 대통령이 산업부에서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보고를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대전지검 “백운규·채희봉 등 기소 의견”…대검 “보완 여부 검토 중”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을 대검에 보고했습니다.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월성 1호기 원전 가동 즉시 중단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겠다고 최근 대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 1월 대전지검 수사팀은 백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는데, 재청구 여부를 신중히 검토했지만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백 전 장관은 지난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원전의 경제성을 낮게 평가한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채 전 비서관도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과정에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검은 대전지검 수사팀의 기소 의견을 보고받은 뒤 수사 내용에 보완할 점은 없는지 검토하고 기소하게 될 경우 처분 시점을 언제로 할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검이 이들의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자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취임한 이후 판가름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배준우 기자(gate@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