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서 세종으로 옮기는데…한전직원 ‘특공’ 특혜 논란
한국전력공사가 세종시에 지방 통합 사옥을 지어 이전하는 과정에서 이미 세종시에서 근무하던 직원들까지 이전기관에 주어지는 아파트 특별공급(특공)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 공공기관의 세종 이전을 유도하기 위한 특공 취지가 퇴색되면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한전과 관련부처에 따르면 한전이 대전에 있는 세종전력지사(20명)와 중부건설본부(151명),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세종지사(21명) 등 3곳을 통합한 사옥을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로 통합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 192명이 특공을 통해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한전은 2017년 세종시에 통합사옥을 세울 땅을 사들였다. 특공 자격은 부지 매입일을 기준으로 주어진다. 이 때문에 부지 매입 이후 192명이 특공에 신청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던 세종지사 직원들도 세종 통합사옥 이전 대상에 포함돼 특공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 통합사옥은 지난해 11월 공사가 시작돼 내년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한전 직원 중 2명은 이미 퇴직했다.
한전 측은 “현행 규정상 적법하다”고 해명했다. 당시 행복도시 건설 예정 지역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직원은 특공 대상이었으며 조치원읍은 같은 세종시에 속하지만 행복도시 예정지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도권 공공기관의 세종 이전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특공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수도권 지역 정부와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특공 투기’ 논란이 일자, 정부는 지난달 비수도권에서 행복도시로 이전하는 기관은 세종시 아파트 특공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운영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한전 직원도 특공 혜택 논란…”지자체 운영기준 충족” 해명
세종시 통합사옥 건립으로 192명 특공
“행정중심복합도시로의 이전 필요성有”
[세종=뉴시스]고은결 기자 =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이 세종시 특별공급 아파트를 노리고 ‘유령청사’를 지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한국전력공사 세종지사 직원들도 세종시로 이전하는 기관에 주는 특공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전은 세종시 구도심인 조치원 소재 세종지사와 대전 소재 세종전력지사, 대전 중부건설본부 등 3곳을 통합하는 사옥을 세종시에 건립하며 직원 192명이 특공으로 세종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
특공을 받은 직원 중 2명은 현재 퇴직한 상태여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한전이 짓고 있는 세종시 소담동 사옥은 내년 말에 완공되는데, 특공받은 직원들이 이곳에 근무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도 눈총을 받고 있다.
앞서 한전은 지난 2015년 8월 국무조정실의 ‘공공기관 대상 행정중심복합도시 입주 수요조사 협조요청’에 입주의향서를 제출했고, 같은해 12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으로부터 3개 사업소의 입주 예정지를 통보 받아 통합사옥 이전 계획을 확정했다.
한전 관계자는 “세종지사는 구도심 지역에 위치해 행정중심복합도시로의 이전 필요성이 있다”라며 “통합사옥 이전 사업소 직원들의 특공은 해당 지자체가 수립한 운영기준 조건을 충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특공 불법’ 알고도 바로잡지 못하는 정부
■ 고장난 행정시스템… 5개부처 동시 오류에도 속수무책
기재부는 예산, LH는 토지 제공
행복청은 잘못 적발하고도 특공
감사원조차 행정오류 監査 안해
이젠 ‘불법 특공’ 환수방법 없어
홍남기, LH직원 투기 지적하며
경제부처 의사결정 잘못엔 함구
정부 주요 부처들의 동시다발적 오류로 ‘171억 원 유령청사’라는 행정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바로잡을 국가행정시스템이 여전히 오작동하고 있다. 해당 기관들은 “우리는 잘못이 없다”며 발뺌하고 있고, 사태의 주요 책임자들이 진상조사를 지시하는 이해충돌 상황까지 빚어졌다. 유령청사를 짓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챙긴 부당 이득조차 환수할 방법이 없다는 게 20일 관가의 중론이다.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의 세종시 유령청사 신축 및 아파트 특별공급(특공) 사건은 관세청과 관평원은 물론 기획재정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감사원, 법제처, 행정안전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부처들이 한꺼번에 오류에 빠지면서 벌어진 사태다. 세종시 이전대상이 아닌 관평원이 청사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 부처들은 예산(기재부)을 내주고 땅(LH)을 마련해줬다. 행복청은 2018년 행정 오류를 적발해놓고도 관평원 직원 49명에게 세종시 특공을 배정했다. 정부 조직을 감시·견제하는 감사원조차 ‘법제처가 반려했다’는 이유로 감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배귀희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차적으로 기재부에서 걸러냈어야 하고 최종적으론 감사원에서 막아냈어야 했다”며 “감사원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부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관평원 사태가 외부에 알려지자마자 진상조사에 착수했으나 벌써 ‘셀프 조사’의 한계를 곳곳에서 노출하고 있다. 관평원 세종시 이전이 한창이던 2017~2019년 행안부 장관으로 재임했던 김부겸 총리는 18일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수사 의뢰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관세청이 로펌 3곳의 법률자문까지 받아가며 법의 허점을 파고든 점을 간과한 발언”이라며 “당시 총괄 기관장이었던 김 총리 스스로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사 책임자인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관평원 예산 심의 당시인 2016년 하반기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으로 일했다. 행복청은 관평원 직원들이 받은 세종시 특공 아파트도 현재로썬 취소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LH 직원들의 투기 사태를 지적하면서도 경제 부처의 의사결정 구조 오류에 대해선 따로 발언하지 않았다.
서종민·조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