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April 6, 2021

“2주만 더, 2주만 더” 앵무새처럼 방역대책 되풀이…국민 방역 피로감에 방역 저항 늘어나

“2주만 더, 2주만 더” 앵무새처럼 방역대책 되풀이

흔들리는 K방역, 4차 대유행 위기

4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닷새째 500명대를 기록하며 4차 대유행 조짐이 보이자 ‘K방역의 허술한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역 당국이 유행 상황을 제때에 정확하게 분석해 경고음을 사전에 충분히 내지 못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실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효과 좋은 백신은 제대로 확보 못한 상태에서 1년 넘게 ‘거리 두기’만 강조하는 바람에 국민의 피로감과 방역 저항이 커진 것이 위기를 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2주만 더”…’양치기 방역’만 되풀이

지난 3차 대유행 이후 방역 당국은 거리 두기를 강화하면서 “1일 확진자 규모를 200명대 아래로 낮추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확진자 수는 줄곧 300명대 이상을 기록하면서 급기야 최근 일주일(3월 28일~ 4월 3일) 일평균 신규 확진자는 504명으로 500명대를 돌파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5일부터는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방역 수칙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식당·카페 등 일부 시설 외에는 음식 섭취가 일절 금지되고 방문자 전원에 대한 출입명부 작성도 의무화된다.

정부는 그동안 ‘앞으로 2주가 고비’라는 말을 반복하며 국민들에게 방역 협조를 당부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양치기 방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국민의 피로와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말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제 ‘2주만 더’라는 표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국민에게 (방역 능력 등에 대한) 장기적 전망을 솔직하게 제시하고 일관된 의사소통을 해야 방역 협조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약발 떨어지는 ‘K방역’

확진자가 쏟아지는 와중에 진단 검사에만 매달리는 ‘검사 만능주의’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3차 대유행이 고조되자 “선제 검사로 확진자를 조기에 찾아 격리하겠다”며 수도권과 일부 지자체에 임시 선별 검사소를 대거 설치했다. 일명 ‘3T(검사(test)→추적(trace)→치료(treatment)’ 전략으로 확진자를 격리해 감염 고리를 차단하겠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었다. 지난해 12월 14일부터 현재까지 전국에 112개 임시 선별 검사소를 설치해 362만 여건 검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임시 선별 검사를 통해 확진자를 찾아내는 비율은 0.1~0.2%에 그쳤다. 매일 2만~3만건씩 수개월간 검사했지만 확진자 수는 줄지 않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 비율은 최근 4주간 22.3%→26.7%→27.1%→28.3%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정부는 검사 확대를 위해 전문가들이 정확성이 떨어져 효과가 없다고 지적하는 자가진단키트를 확대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이른 바 ‘K방역’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가 광범위하게 퍼진 지금은 코로나 사태 초기와 달리 조기 검사-추적-격리 전략이 먹혀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과 같은 방역 방식은 그물을 펴놓고 물고기가 제 발로 들어오길 기다리는 것처럼 효율이 떨어진다”고 했다. 진단 검사만 무조건 확대할 게 아니라 무증상 감염 가능성이 큰 젊은 층이나 특정 지역 등을 대상으로 한 ‘타깃팅 검사’ 등을 도입해야 숨은 집단 감염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은 지지부진

4일 0시까지 국내 인구 5170만5905명 중 96만2083명(1.86%)에 대해서만 1차 접종이 이뤄졌다. 지난 2월 26일부터 하루 평균 2만6000명꼴이다. 이 속도라면 모든 국민 접종에 1952일, 5년 넘게 걸린다. 지금은 백신이 부족해 4차 대유행을 막을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방역 대책의 수정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가령 코로나 감염 위험이 없는 야외 공공장소는 대거 개방해 야외 활동은 권장하되 실내 시설 방역은 강화하는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정부는 무엇보다 백신 물량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생사 기로에 선 자영업자들…곳곳에서 방역 저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지칠 대로 지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1년 가까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갇혀 제대로 영업을 할 수 없었던 자영업자들이 끝모를 휴업으로 생사의 벼랑 끝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방역지침이 일관성 없는데다 업종간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불복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7일 한국외식업중앙회 대전시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1만9998개 음식점중 2042곳(10.2%)이 휴업했으며, 폐업한 곳도 1333곳(6.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 10곳 가운데 2곳 가까운 음식점이 코로나19 이후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휴·폐업한 셈이다. 나머지 음식점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문을 열고 있지만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곳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대전지역 골목상권 곳곳에는 휴업 또는 폐업 안내문이 부착된 식당들은 갈수록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비단 음식점뿐만 아니라 카페, 유흥업소, 헬스장 등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로 문을 닫은 다른 업종들도 생계난을 호소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정부의 방역정책에 저항하고 있다.

전국의 카페업주들로 구성된 전국카페사장연합회는 보건복지부에 공동민원을 제기한 데 이어 7일 국회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반발하는 데는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에 속하는 커피전문점의 방역수칙 차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음식점의 경우 좌석 및 테이블 한 칸 띄우기 등을 전제로 낮 시간대에 영업을 할 수 있으며, 밤 9시 이후 다음날 새벽 5시까지는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반면, 카페(무인카페 포함)는 영업시간 전체 포장·배달만 허용돼 형평성없는 정부 규제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1년간 수차례의 집합금지 조치에도 침묵하고 있던 유흥주점들도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정부의 방역지침에 저항하고 있다.

대전지역 유흥주점들이 광주에 이어 ‘집합금지’ 방역수칙에 반발, 영업에 나서진 못하지만 항의하는 의미에서 지난 5일부터 오는 17일까지 ‘간판 점등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대전·충남지회(지회장 김춘길)측은 “우리는 지난해 Δ5월 2주 Δ8~9월 4주 Δ12월8일~2021년 1월17일 6주 등 총 12주간의 집합금지 조치를 받아왔다”라며 “세금은 꼬박꼬박 걷어가면서 우리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정부와 대전시를 강력 성토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1년 내내 운영금지와 해제를 반복하던 대전지역 노래방·헬스장 업주들도 형평성 없는 정부의 방역수칙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자신들에게는 Δ밤 9시 이후 운영금지 Δ인원제한 등의 규제를 두면서 PC방은 좌석 한칸 띄우기 등 상대적으로 느슨한 방역수칙을 적용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밖에 대전시가 경북 상주 BTJ열방센터 등 종교시설 관련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관내 2700여개 교회를 대상으로 방역 점검활동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교회들의 자발적 준수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전국 17개 광역시·도기독교연합, 전국 226개시·군·구기독교연합 등이 정부 방역 대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는 등 정부의 ‘대면예배 전면금지’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서구 갈마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시민 강모씨(52)는 “업주들에게 기약없이 고통을 감내하라는 것에 지쳐간다”며 “우리가 낸 세금으로 생색내기를 하는 정부의 지원금 정책도 이젠 멈춰야 할 것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막연한 인내만 강요하지 말고 백신 접종 등 체계적인 로드맵을 갖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