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April 4, 2021

北, 아킬레스건 ‘인권문제’ 거론에 최선희 비난 수위 높여…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에 대해 방조와 침묵

北, 아킬레스건 ‘인권문제’ 거론에 최선희 비난 수위 높였다

방한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위협으로 규정하고 인권문제까지 거론하자 북한 당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한 북한의 첫 공개적 입장 표명이 미국의 대화 제안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북미 관계의 난항이 예상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부장은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미국이 먼저 접촉을 시도했다면서 “미국의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제1부상은 미국과의 대화 거부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대북제재 시행에 대한 발언,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같은 군사적 위협, 정찰자산을 동원한 정탐 행위 등을 들었다.

이런 가운데, 내부 고위 소식통은 전날 블링컨 장관의 북한 인권 발언 이후 최 제1부상 담화문에 대한 수위 조절이 이뤄졌다는 전언을 내놨다.

블링컨 장관은 17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은 자국민들에게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가치를 토대로 이를 저지하는 이들과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담화문에서 인권문제에 대한 반박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에 대한 강대강입장에 무게추를 더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다만 북한 당국은 여전히 대화나 도발 양극의 카드가 모두 준비돼 있다는 입장이다. 소식통은 “정부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이라며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우리를 깎아내리는 이중적인 태도로는 제안에 응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 제1부상은 담화에서 “우리는 이미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여전히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담화에 담고 있다”며 “구체적인 조건을 달지 않고 융통성을 확보한 것 자체가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미는 외교·국방장관 2+2 회의를 열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합의했지만 비핵화 표현에 있어서 한미 간 입장차가 오히려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담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은 우리(한국)는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포기 선언을 했기 때문에 북한도 우리와 같이 1991년 합의에 따라 비핵화를 같이 하자는 의도”라며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표현이 더 올바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북한과의 대화에서 유연성을 보임으로써 협상의 폭을 넓히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고집하며 주한미군 및 미군의 전략무기 철수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진행된 미국과 일본의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포함됐지만 한미 간 공동성명에는 “양국 장관들은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담겨있었을 뿐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은 들어가지 않았다.

또한 전날 배포된 외교부·국방부의 보도자료에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쓰였지만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의 보도자료에는 ‘북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사용됐다.

통일부, 대북전단법 논란 담은 美 인권보고서에 “논평 않겠다”

“北 주민 알권리, 정보 유입 위한 노력 중요, 다만 타인의 권리 침해하는 방식은 안돼”

통일부는 미국 국무부의 연례 인권보고서에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논란이 담긴 것과 관련, “보고서 자체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미 국무부가 3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0 인권보고서’ 한국편에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살포금지법) 관련 내용이 담긴 것에 대해 “정부는 북한 주민의 알권리 증진과 정보 유입 확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이러한 노력이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신체·평화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시금 개정안의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무부도 사실에 기반한 정보에 북한 주민들이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면서 “정부는 국제사회, 국내외 NGO(비정부기구)들과 협력해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에 대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실효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모색하고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공개된 미 국무부의 인권보고서에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는 정부 측 입장과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인권활동가들과 야당 측의 주장이 담겼다.

정부는 미 국무부가 자체적으로 발간한 보고서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다만 정부 내에서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접경지역 주민이나 지자체 등의 입장도 보고서에 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미국의 연례 인권보고서에는 통일부가 특정 단체의 활동을 제약했다는 일부 인권단체들의 주장과 함께 탈북민 박상학·박정오 형제가 설립한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등 단체의 설립허가 취소 사실이 적시됐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민법 제38조에 따라 비영리법인이 목적 의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 조건을 위반하는 등의 행위를 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했을 때는 법인의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해당 단체의 설립허가를 취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통일부가 일부 소관 민간단체들을 대상으로 사무감사에 착수했다는 보고서 내용에 대해 “사무검사가 행정적 조치 또는 탄압, 강요라고 말하기는 부적절하다”면서 “사무검사는 해당 법인이 설립 취지나 목적에 맞게 단체활동을 진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며, 단체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지원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법 제정 5년… “법 사문화, 北 반인도범죄 방조하는 것”

핵심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로 출범 지연…정부·여당에 조속한 이행 촉구 목소리 나와

북한인권법 제정 5주년을 맞아 정부와 여당에 조속한 법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올인모)과 공동으로 ‘북한인권법 통과 5주년 및 화요집회 100회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태 의원은 이날 “한국은 북한인권 개선에 책임 있는 당사자이며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 정권이 구체적인 인권 증진에 나서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정부와 여당에 북한인권법 이행을 촉구했다.

태 의원은 이어 “문재인 정권 출범 후 4년 동안 북한인권법은 사문화되었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점, 남북인권대화를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는 점, 북한인권협력대사가 임명되지 않고 있는 점, 북한인권기록센터가 4년째 공식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인권법의 입법 취지에 맞게 시행해 나가야 할 주체인 통일부가 오히려 북한과의 인도적 지원과 교류 협력만을 강조하는 편향된 통일·대북정책을 통해 북한인권법 사장화에 앞장서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목적으로 두고 있는 북한인권법은 2005년 김문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처음 대표 발의한 지 11년 만인 지난 2016년 3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법안의 핵심이라 불리는 북한인권재단은 지금껏 이사진이 구성되지 않아 현판식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인권법 제12조는 재단 임원 구성과 관련해 통일부 장관이 2명, 여야가 각각 5명을 추천해 총 12명의 이사를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와 여당은 이사 추천을 미루고 있어 재단 출범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북한인권법 통과에 앞장서 온 김태훈 한변 대표는 이날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래 지금까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역대 통일부 장관은 북한인권법의 핵심인 북한인권재단의 이사 추천과 임명을 끝내 하지 않고 있다”면서 “재단 이사의 추천, 임명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여 북한인권법을 사문화시키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의 자기부정을 넘어 북한의 반인도 범죄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외면하는 것은 역사와 국민 앞에 죄를 짓는 일일 뿐만 아니라 전 인류에 죄를 짓는 일일 것”이라며 “북한인권재단이 조속한 시일 내에 출범해 북한의 인권유린 실상을 제대로 기록하고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도록 북한인권법의 올바른 실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앞서 지난달 24일 야당 교섭단체 몫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5명에 대한 추천서를 국회 의안과에 단독으로 제출하고 정부와 여당이 재단 이사를 추천·임명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인권법이 제정 5주년을 맞은 것과 관련, “정부가 가진 기본 인식은 북한인권법이 규정한 방향대로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북한 인권재단 출범 등 북한인권법에서 이행되고 있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법안의 취지에 맞게 이행될 수 있도록 국회 등과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