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득 1억 이상 7.5% 세금 더 걷자”…’부자증세’ 신호탄
여당에서 증세 논의가 본격적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복지 논쟁에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한 재원 우려가 커지면서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여당의 증세 타깃이 이른바 ‘부자증세’로 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주 중 고소득층과 대기업에게 사회연대특별세를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대상은 ‘세후 소득’ 1억원 이상 고소득층 57만명과 3000억원 이상 법인 기업 103개다. 기존 종합소득세와 법인세에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목적세 형태로 각 7.5%를 추과 부과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상민 의원실 관계자는 “조세 저항이 있으니 언제까지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코로나 위기로 발생한 사회 불균형 관련 대상자에 우선적으로 쓰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이 당론으로 입법을 공식화한 사회연대기금법이 개인이나 기업의 자발적 기부 내지 채권 등을 통해 마련한 기금으로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는 것에 비해 취지는 비슷하되 ‘부자증세’로 이를 달성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사회연대기금법을 내놓자 기업 측에선 ‘기업 팔비틀기’란 우려가 나오는가 하면 야당은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불황을 방치하지 않고 연대와 상생의 틀을 만드는 보완적 방안”이라고 해명했다.
이상민 의원의 사회연대특별세 역시 코로나19 위기 극복이란 목적에 특정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강제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논란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코로나 불황으로 부의 격차가 심화된 상황에서 조세정책 역시 ‘뉴노멀’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여당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자영업자·소상공업자 등을 지원해 경기를 타개해 나가는 적극적·확장적 재정정책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문제는 재원인데 결국 ‘가진 자’가 ‘못가진 자’에게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뉴욕주 경우 100만달러(약 11억9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연방정부의 소득세와 별개로 부과하는 8.82%의 세율을 3~5년간 한시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득세와는 별개로 보유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 신설도 검토 중이다.
‘부자증세’는 물론 ‘보편증세’ 논의도 하나둘 터져나오고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규모 증세에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손꼽히는 부가가치세 인상 방안을 언급했다.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1~2% 인상해 자영업자 손실보상 기금을 마련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이 의원은 지난달 말 라디오 인터뷰에서 “2019년도 기준으로 부가세 (세수) 기준이 연간 70조원 정도 되는데 1%내지 2%를 (추가로) 부과해서 손실보상 기금을 마련해서 그 돈으로 지급하고, 아니면 선제적 지급을 한 이후에 손실보상 기금이 마이너스 계좌가 열리면 그것을 다 끝내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가세라고 하는 것은 가장 보편적인 경제방식 중 하나다. 물건을 살 때 누구나 내는 거니까”라며 “조금 더 여유 있는 분들은 더 내고, 지원을 받는 사람도 부가세를 내게 된다. 그렇게 해서 보편적으로 지금의 위기상황을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불을 붙인 기본소득 논쟁을 둘러싼 복지 재원 ‘청사진’ 역시 정치권 내 ‘증세 논쟁’ 역시 촉발시키는 모양새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 지사의 기본소득제 실현을 위해 ‘증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기본소득연구포럼’은 다음달 기본소득을 입법화하기 위한 준비단계로 토론회 등을 열고 이때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국토보유세법, 탄소세, 로봇세 등의 증세 방안을 공개해 증세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 포럼은 지난 23일 구체적인 증세 방안의 밑그림을 제시했는데 보편 증세와 부자 증세를 조합해 연 212조원의 추가 증세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발제자로 나선 유종성 가천대 교수는 “기본소득은 부자증세만으로는 어렵다. 보편 증세를 해야 한다”며 모든 소득 원천에 5% 과세를 골자로 하는 기본소득세 신설을 제안했다. 유 교수는 이외에도 공시지가의 1%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국토보유세와 순 자산 20억원 이상 부유층에 대한 부유세를 조합해,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212조원가량의 추가 증세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퍼주기 와중에 ‘증세 발톱’이 드러났다”며 “마구 주려니 이제는 거둬들이는 방법도 본격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결국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받은 모든 현금성 지원금은 결국 몇 해가 지나고 나면 우리 호주머니에서 빠져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부자증세? 이번엔 보편증세?…여당발 ‘증세론’ 백가쟁명
폭증하는 국가채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증세’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복지 확대에 따른 적극적 재정정책이 174석 거여(巨與)의 정책 기조로 자리매김하면서, 이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27일 기획재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다음 주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연대특별세를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2022~24년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이 법안은 세후 소득 1억원 이상 고소득층 57만 명과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연간 3조~5조원가량을 더 걷는 내용이다. 기존 종합소득세와 법인세에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목적세 형태로 각 7.5%를 추가 부과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비슷한 취지의 ‘특별재난연대세’를 발의한 적은 있지만, 그간 지도부 차원에서 증세 여지를 일축해 온 민주당에서 증세법안이 발의되는 건 처음이다.
대기업·고소득층으로부터 3~5조원 확보
이는 부유층과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들이겠다는 전형적인 ‘부자 증세’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세 최고 세율은 45%,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올리고 부동산 관련 세금을 강화하는 등 이들을 겨냥한 조세 정책을 펼쳐왔다.
이 의원은 “최근 코로나19 피해 지원 예산을 계속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는데, 계속되는 국채 발행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반(反)도덕적 방식”이라고 법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앞서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국회가 부유세 법안을 통과시켰다. 소득 최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한 부유세 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수로부터 세금 걷는 보편 증세도 거론
‘부자 증세’와 함께 다른 계층에도 세 부담을 늘리자는 ‘보편 증세’ 논의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1~2% 인상해 자영업자 손실보상 기금을 마련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이 의원은 지난달 말 “부가세 인상은 가장 보편적인 증세 방식 중 하나”라며 “물건을 살 때 누구나 내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지금의 위기 상황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로 고민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저부담ㆍ저복지 사회에서 중부담ㆍ중복지 사회로 가야 한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증세론도 보편 증세에 가깝다. 다만 이 지사는 증세를 자신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용 재원 조달 수단으로 주로 다루고 있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을 공감하는 의원들의 연구모임인 ‘기본소득연구포럼’이 지난 23일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유종성 가천대 교수는 “기본소득은 부자증세만으로는 어렵다. 보편 증세를 해야 한다”며 모든 소득 원천에 5% 과세를 골자로 하는 기본소득세 신설을 제안했다. 유 교수는 이외에도 공시지가의 1%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국토보유세와 순 자산 20억원 이상 부유층에 대한 부유세를 조합해,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212조원가량의 추가 증세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제3의 방식을 통한 재원 마련 방안도 거론된다. 일정 요건을 갖췄을 때 낮은 특례 세율을 적용하거나 세액감면ㆍ세액공제ㆍ소득공제를 통해 세금을 깎아주던 조세 특혜를 줄이자는 구상이다. 이는 명시적 증세는 아니지만, 세제 혜택이 줄기 때문에 ‘사실상 증세’로 받아들여진다.
증세 말고, 조세 특혜 줄이자는 대안도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에 적극적이다. 부유층이 더 이익을 보는 ‘역진적 특혜’와 한 주체가 중복해서 조세 감면을 받는 ‘중복 특혜’를 줄여 복지 확대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저항이 가장 적으면서도 실현이 용이한 방법부터 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 측의 설명이다.
지난 25일 열린 ‘국회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 비전’ 초청 강연에선 이 대표가 제안한 ‘신(新)복지체제’와 관련해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신복지체제의 재원은 향후 20년간 4단계에 거쳐 점진적으로 만들어간다”며 ‘조세 감면 폐지 및 축소→소득세 중심의 누진적 보편 증세→사회보장세(기여금) 증세→부가가치세 증세’라는 ‘단계적 증세’를 제안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민심이반을 초래할 수 있는 증세가 당장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간 문재인 정부가 밝혀온 정책 기조와도 방향이 다르다. 하지만 ‘일단 주고 보자’가 아니라 ‘어떻게 돈을 마련할 것인가’라는 대안 언급을 시작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 지켜야
경제학계에서는 세금을 올린다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기본을 지킬 것을 주문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과 통계청장을 지낸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는 “예컨대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가운데 세금을 안 내는(결정세액이 0인) 비율이 37% 정도 되는데, 이는 중산층 이상 계층의 상대적 세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들에게 세 부담을 계속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조세 저항만 초래한다”라고 말했다.
박형수 교수는 이어 “소득이 있다면 조금씩이라도 세금 부담을 하도록 하는 것이 국제적 조세정책의 큰 흐름”이라며 “다만 증세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게끔 완만하면서도 지속적인 증세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손해용ㆍ오현석 기자 sohn.yong@joongang.co.kr
민주당 “20조 지원금 이달 지급”… 국민의힘 “20조 국민 빚으로 매표행위”
與 “야당이 정치공세” vs 野 ” 국가채무 이미 1000조원”… 4차 지원금 두고 충돌
여야는 3월 임시국회가 시작되자마자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발목 잡기를 지적했고, 국민의힘은 국가 재정상황을 우려하며 선거용 재난지원금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이번 재난지원금이 민생회복과 경제회복을 앞당기는 마중물이 되기 바란다”며 “국민의힘이 포퓰리즘이니 매표행위니 하며 하지 말아야 할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불과 한 달 전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에 피해보상을 주장하던 야당이 선거를 앞두고 정쟁으로 돌변하는 두 얼굴의 정치행태가 안타깝다”며 “야당의 민생 포기 선언에도 민주당은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1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은 오는 4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추경안 심사를 위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관련 상임위원회를 신속하게 가동해 최대한 빠른 심사를 할 방침이다.
이후 민주당은 18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기정예산(4조5000억원)을 포함한 총 19조5000억원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이 3월 말 지급될 수 있도록 속도전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재난지원금 대상은 690만 명에 달한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국가 재정상황을 들어 비판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미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하고, 채무비율이 47%에 육박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민주당은 어디서 재원을 마련하고 1000조원 빚은 어떻게 갚을지 전혀 답이 없다”고 꼬집었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 빚으로 20조원을 돌리는 것이 맞느냐”며 “집권세력이 국고를 무시한 매표행위에 국민들의 각성이 반드시 앞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4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시작해 이제 와서 급히 지급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며 “정부 예산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얼마나, 어디에 지급되는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