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도 없다”..청년 10명 중 9명 일자리 보릿고개에 우울증 허덕
아르바이트도 없어 생계 걱정에 몰린 청년 85%
구직 1년 넘은 청년은 치료 필요한 중증 우울증
직업훈련, 자격시험 감소 등 준비 부족에 더 불안
특성화고 학생은 실습 실종에 장기 실업 공포감
아예 대학 진학으로 진로 변경하는 현상까지
청년들의 취업 보릿고개가 심각하다. 취업하기 전 생계비를 벌 요량으로 하던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막혔다. 고민과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청년이 늘어만 간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문성현)가 전국의 청년 구직자 10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91%)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만29세 이하 청년과 특성화고 졸업생(졸업예정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피해를 본 19~39세 청년을 조사했다.
이들은 특히 아르바이트와 같은 단기 일자리마저 잡기 힘들다(84.7%)며 생계를 걱정하는 지경에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기 전에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청년들의 하소연이다.
경기 부진으로 기업의 채용이 감축한 데 따른 어려움(76.5%)도 문제지만 코로나19의 확산과 재확산이 반복되면서 직업교육훈련이나 자격증 시험 같은 구직 준비 기회마저 줄어든 것(70.8%)을 걱정했다. 채용문이 열리면 곧바로 달려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어려워져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 노동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청년들은 비관적이었다. 앞으로 고용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는 청년은 10.9%에 불과했다.
취업은 고사하고 취업 준비조차 어려워지는 데다 코로나19로 사회생활까지 줄어들자 청년들에게 덮친 건 우울증이었다. 조사대상 청년 평균 우울감 척도가 60점 만점에 23.2점이었다. 16점 이상이면 경증 우울증, 21점 이상이면 중증도의 우울 증상으로 진단된다. 25점을 넘으면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한 중증의 우울 증상으로 본다. 청년 대부분이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의 전 단계까지 몰렸다는 의미다.
특히 구직기간이 1년을 넘은 청년(25.9점)과 2·3년제 대학 재학 또는 졸업생(25점)은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태였다. 여성(23.6점)과 20대 후반(24.3점), 경인 지역 4년제 대학 재학 또는 졸업생(24.6점), 고졸 이하 청년(23.9점)도 심리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성화고 졸업(예정)자는 꽉 막힌 노동시장의 직격탄을 맞았다. 10명 중 7명(69%)이 취업처가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이 때문에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게(66%) 다반사였다. 실제로 채용 일정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태를 경험한 학생이 63%나 됐다. 취업설명회나 채용박람회가 연기 또는 취소돼 허탈해한 학생도 54%였다.
무엇보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에 따른 불안감이 심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면서 실습이 줄어들어(55%) 기능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경우(16%)가 많아 취업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면 그나마 대졸자보다 우위이던 기능 능력 배양마저 기대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설령 취업 문을 두드려도 채용될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된다. 특성화고 졸업 예정자의 70%가 “온라인 학습 방식이 특성화고 학생의 교육기회에 불리하다”고 평가한 이유다. 자격증 시험 일정이 없어지거나 변경돼 어려움을 겪는다는 학생도 42%나 됐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19가 청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하다”며 “미래 노동인력을 확보하고 활용하는 차원에서 노사정이 청년 고용에 대한 의제를 수립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더 가팔라진 ‘고용절벽’…이래도 ‘경제 선방’이라 할 텐가
연초부터 ‘고용절벽’이 심상찮다. 고용노동부의 ‘1월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신청자(새로운 실업자)가 21만2000명으로 월간으로 역대 최대다. 반면 고용보험 가입자는 증가폭이 10만 명대로 뚝 떨어졌다. 꾸준히 늘어온 고용보험 가입자가 지난달에는 15만1000명 증가(전년 동월 대비)에 그쳐 2004년 2월 이후 17년 만에 최저다. 일자리가 급감한 것은 코로나 쇼크가 지속된 데다 희망근로사업 등 ‘관제 고용’이 지난 연말부터 대거 중단된 탓이다. 이는 작년 12월 통계를 발표할 때도 고용부가 인정한 사실이다. 공공일자리에 따라 고용통계가 왔다 갔다 하는 ‘실업 착시’ 현상이 고착화하는 것이다.
‘실업대란’ 와중에 주목되는 것은 코로나 쇼크가 집중된 업종이 고용통계에서도 그대로 확인됐다는 사실이다. 숙박음식·사업서비스·운수업 등 서비스업종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9~11월까지만 해도 월 37만~41만 명씩 증가했지만 지난달에는 14만 명 증가에 그쳤다. 피해 업종이 뚜렷이 드러나는 이런 통계를 보면서도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일괄 배포하자는 주장이 계속 나와선 곤란하다.
또 다른 걱정은 다시 악화하는 청년실업이다.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10~12월엔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보였으나 올 들어 2만5000명 감소세로 반전됐다. 청년실업이 20대를 넘어 30대로 확산하고 있어, 누가 봐도 위기적 상황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지난주에 “올해 1분기 중 청년고용 대책을 내놓겠다”고 언급한 걸 보면 사정을 모르진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고작 관제알바 늘리는 수준의 대책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착화시키는 낡은 법규와 기득권을 깨는 노동개혁 의지가 있는가. 아울러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실질적 ‘투자 유도’로 기업정책을 전환할 용의가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는 ‘정책의 종합성적표’이고, 목표가 아니라 결과임을 알아야 해법도 나올 수 있다.
코로나 장기화에 청년 고용절벽…일본의 ‘잃어버린 세대’ 되나
코로나19 여파로 청년 채용 문이 굳게 닫히면서 국내 사회에서는 과거 일본 청년들이 경험한 ‘잃어버린 세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부터 부동산 및 증시 거품이 꺼지면서 청년층이 극심한 취업난을 겪었다. 당시 20~30대 일본 청년들은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한 뒤 처우가 낮은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했다. 일부 청년들은 아예 구직 활동을 포기하고 실업자 신세가 됐다.
이러한 청년 고용 부진이 10여 년간 지속되면서 이들은 소위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했다. 이후 일본 사회는 청년 실업난 해결이 큰 사회적 화두가 됐다.
우리나라 청년들도 고용 절벽이 심화되면서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저서 ‘제로이코노미’를 출간한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층의 고용 빙하기가 장기화하면 취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술, 지식, 경험을 쌓을 기회를 잃게 된다”며 “우리 청년들이 소위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9.0%로 2018년(9.5%) 이후 2년 만에 다시 9%대로 올라섰다. 특히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6.0%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체감실업률은 기존 실업률이 노동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통계청이 잠재경제활동인구를 넣어 계산한 고용보조지표를 말한다.
경제 활동에서 이탈한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에서도 연령계층별로 보면 청년층의 증가 폭이 컸다. 지난해 12월 기준 20대는 증가 폭이 11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1%, 30대는 5만5000명으로 25.0% 각각 증가했다.
청년들 대부분은 그냥 쉰 이유로 재학, 수강 등을 꼽았다. 취업난에 대학 졸업을 미루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많았던 것도 이유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아예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았던 청년들이 많았던 점도 주목할 일이다.
문제는 청년들이 기술과 지식, 경험 등을 축적하지 못한 채 나이가 들면 경쟁력이 떨어져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에 머물거나 잦은 실업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는 미래에 국가 경쟁력을 깎아내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정부는 인턴 등 단기 청년 일자리 보다 민간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용절벽 최악… ‘반기업 정서’부터 바꿔야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은 고용절벽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넘치는 실업자, 치솟는 실업률, 세금으로 부양하는 관제 일자리는 이제 일상이 됐다. 정부는 숫자만 채우는 단기고용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점점 노골화해가는 여당의 ‘반기업 정서’가 문제다. 모든 기업의 성공을 견인하는 정책은 외면하고, 성공한 기업의 이익을 빼앗을 궁리부터 하는 잡권당의 의식구조가 도무지 한심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2천652만6천 명으로, 2019년에 비해 62만6천 명이나 줄었다. 대신 실업자는 19만4천 명이나 늘어나 113만5천 명에 달했다. 고용률은 59.1%(1.7%p 하락)로 60% 선이 무너진 반면 실업률은 0.7%p 상승해 4.1%에 닿았다.
내용은 더 나쁘다. 증가한 건 관제 일자리들뿐이고 고용률도 65세 이상 노인들만 늘었다. 질 좋은 일자리의 대명사인 제조업은 11만 명이나 줄었다.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161만1천 명 감소했고,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54만6천 명 증가했다. 취업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는 19만 명 이상 늘어나 72만5천 명에 달한다.
정부의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른 12월 고용 악화는 예견된 일”이라는 핑계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엄중한 시기에 정부·여당은 각종 입법과 행정조치로 기업의 숨통을 옥죄는 일만 탐닉하고 있다. 코로나로 수익을 올린 기업들에게 노골적으로 ”번 돈 내놓으라“는 ‘이익 공유제’는 또 뭔가.
벌써 몇 년째 백수인 청년들은 취업적령기 자체를 넘기고 있다. M세대, Z세대가 아닌 ‘코로나 백수 세대’가 양산되는 중이다. 고용절벽을 벗어날 유일한 길은 민간의 고용역량 증대밖에 없다. 민간기업이 자발적인 투자의지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유권자의 표를 훑어낼 선동정치의 개미지옥에 빠져서 ‘반기업 정서’에 기대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나랏돈 퍼 돌리는 일만 탐닉하는 이 한심한 정책 기조를 확 바꿔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캠페인이 필요하다.
출처 : 경북매일(http://ww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