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치욕”… 각계 각층에서 점차 거세지는 김명수 사퇴 및 탄핵 요구

“사법부의 치욕”… 법원·야권·시민단체로 번지는 ‘金 탄핵론’

■ 金 대법원장 거짓말 후폭풍

林 연수원 동기 공동성명 내고

법원 내부선 “법관 양심 저버려”

시민단체, 김명수·이낙연 고발

5일 김명수 대법원장을 수장으로 하는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을 향해 김 대법원장의 사퇴와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면서 사법부의 신뢰와 권위가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김 대법원장이 탄핵을 이유로 사표를 반려했던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17기 동기 140여 명은 이날 공동 성명서를 내고 “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 대법원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해 사법부 독립을 포기한 데다, 임 부장판사와의 대화 내용을 부인하는 거짓말까지 한 것에 대해 탄핵 대상은 임 부장판사가 아니라 김 대법원장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번 사태가 법조 전체뿐 아니라 국가 전체에 관련된 것이므로 다른 법조인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시민단체들도 김 대법원장을 고발하는 등 법적 책임을 묻고 나서면서 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이날 오전 대법원 앞에는 시민단체들이 모여 김 대법원장을 규탄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이날 탄핵소추안 통과를 주도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탄핵안을 대표 발의한 이탄희 의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법세련은 “반헌법적 폭거이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말살한 헌법 유린, 사법부 장악을 위한 독재”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도 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직 법관들 사이에서도 전날부터 김 대법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현직 부장판사는 “일선 부장판사들 사이에서 ‘여기까지 온 이상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맞다’는 비판 목소리가 오가고 있다”며 “법관으로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진보성향 판사들이 주도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법원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기구로 자리하고 있지만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안 발의는 물론,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 등을 논의하기 위한 법관대표회의는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법원 안팎에선 김 대법원장을 ‘정치적 중립위반’으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를 비롯한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는 지적도 강도 높게 제기된다. 하지만 윤리위는 대법원장이 부의한 법관 및 법원 공무원 윤리와 관련한 사항 등에 대한 심의 및 의견제시 업무를 하는 기구로 김 대법원장이 부의하게 돼 스스로를 회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은지·최지영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임성근 판사 사표 최소 세 차례 거부…판사들 대법원장 사퇴요구 분출

“임성근 부산高法 부장판사 사표 제출 사실 없었다”…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거짓말’ 논란에

판사들 “이 사태 그냥 뭉개고 넘어가면 떨어진 권위 어떻게 회복하나?”…사퇴 요구 목소리도

헌정사상 처음으로 일선 판사에 대한 ‘법관 탄핵’이 국회에서 이뤄진 가운데, 초유의 ‘대법원장 거짓말’ 논란이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최소 세 차례 거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여당·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법관 탄핵’을 가능케 하도록 김 대법원장이 묵시적으로나마 협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도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 부장판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 의사를 표명하며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김 대법원장에게 사표를 제출하고 면담 요청을 한 것은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직후인 지난해 4월 말이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김 차장을 통해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며 “면담은 임 부장이 수술을 받고 나서 하자”는 의사를 전했다.

임 부장판사는 이어서 지난해 5월22일 재차 사의(辭意)를 밝히고자 김 대법원장을 직접 찾아갔다. 문제의 ‘녹취’가 이뤄진 것은 이때였다. 당시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정치적 상황을 포함해) 여러 영향을 생각해야 하고, (여당에서) 탄핵하자고 설치고 있는데, (임 부장의) 사표를 내가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이야기를 듣겠느냐”며 “오늘 그냥 (임 부장의 사표를) 수리해 버리면 탄핵 이야기를 못 한다”고 말했다.

이때는 원(院) 구성이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탄희·이수진 등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던 판사 출신 초선 의원들이 “사법 농단 판사를 탄핵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책임 방기”라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가졌을 뿐 당 차원에서 ‘법관 탄핵’을 밀어붙이던 시기는 아니었다.

임 부장판사가 세 번째로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김 대법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은 지난해 12월14일이었다. 임 부장판사는 2월 초로 예정된 정기 인사에 맞춰 물러나면 후임자 인사(人事)를 할 수 있어 인사의 걸림돌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정기 인사 때 나가고 싶다”는 뜻을 김 대법원장에게 전했다. 하지만 김 차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대법원장의 뜻”이라며 2월28일 임기 만료 때 나가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무렵 법원은 소위 ‘드루킹 사건’으로 알려진 ‘댓글 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실형을 선고(2020년 11월6일)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직무정지’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윤 총장의 요구를 인용(2020년 12월1일)하고 직무 복귀시키는 등의 결정(2020년 12월24일)을 했다.

이 때문에 여당 내부에서는 법원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 거부 의사를 표명한 지 9일만인 12월23일 이탄희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임성근을 탄핵하겠다”고 밝혔으며, 결국 올해 들어 민주당은 지난 1월27일과 28일 의원총회를 열고 임 부장판사에 대한 ‘법관 탄핵’ 추진을 공식화했다.

당초 김 대법원장은 “탄핵”을 운운하며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는 국내 매체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지만 임 부장판사 측이 김 대법원장의 육성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하며 김 대법원장의 해명이 결국 거짓말이었음이 들통나게 됐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이 정국(政局)을 강타한 가운데 판사들 사이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법원 인트라넷(코트넷)에 마련된 익명 게시판에 글을 남긴 어느 판사는 “이 사태를 그냥 뭉개고 넘어가면 떨어진 권위는 어떻게 회복하나요? 사퇴 안 하시고 뭉개면 지금의 비웃음이 계속될 것 같아 너무 창피합니다”라고 적었다.

다른 판사는 “형사재판 하면서 증인들에게 만날 하던 말들이 기억난다. ‘기억이 없으면 없다고 해라. 괜히 거짓말하면 위증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만날 남의 진실을 판단하느라 그랬는데, 허무하다”고 쓰기도 했다.

또 다른 어떤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사퇴하는 경우 현(現) 정권 코드에 더 ‘찰떡’인 분이 임명될 수도 있지만, 국민 앞에 대법원장이 이렇게까지 망신당할 일을 만든 이상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라고 적었고 “’사퇴도 못 할 것 같다. 정치권 눈치 보느라.’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보고 참담했다”는 의견을 낸 판사도 있었다.

한편, 법원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사법부 중립성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전국법관대표회의에 회부해 중지(衆志)를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출처 : 펜앤드마이크(http://www.pennmike.com)

“거짓말 대법원장, 헌정사 치욕”… 전직 변협회장 8명 ‘사퇴’ 성명

한변, 전국변호사 대상 연판장

법원 내부게시판도 “물러나라”

전직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들이 8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즉각 사퇴하라”며 공동 성명을 냈다. 대법원장·검찰총장과 함께 법조 3륜 수장의 하나로 꼽히는 역대 변협 회장들이 직접 사퇴를 촉구하면서 ‘대법원장 거짓말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보수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도 전국 변호사들에게 연판장을 돌리고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김두현(30대)·박승서(35대)·이세중(37대)·함정호(39대)·정재헌(41대)·신영무(46대)·하창우(48대)·김현(49대) 전 대한변협 회장은 이날 오전 김 대법원장이 탄핵을 이유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고 거짓말까지 이른 현 사태를 비판하고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사법부 독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집권 정치세력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할 의지는커녕 권력 앞에 스스로 누워버린 대법원장, 국민 앞에 거짓말하는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으로 김 대법원장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는 것만이 공인의 책무이며 우리 사법부를 살리는 길”이라고 밝혔다.

일선 판사들도 익명 게시판을 통해 “더 이상 자격이 없다”며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도 이날 “김 대법원장은 헌법상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 등으로 대법원장으로서는 물론 판사로서의 자격까지 사실상 국민에 의해 탄핵됐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법학교수회도 성명서를 내고 “국민은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종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김 대법원장 사퇴 요구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

전국 6000여 교수들 “김명수는 민주 공화정에 대한 반역” 사퇴 촉구

“이미 대법원장과 판사 자격 상실…국민에 의해 김명수는 이미 탄핵됐다!”

“김명수는 자리에서 내려오기 바란다. 툭 까놓고 말해 보라. 그만하면 출세와 영달도 충분하지 않은가”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8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제출한 사표를 집권 여당이 탄핵을 거론하고 있어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반려하고 이에 대해 거짓말을 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행위는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위태롭게 하고 민주공화정의 근간을 흔든 반역에 해당한다”며 김 대법원장은 더 이상 대한민국 최고법원의 수장이 아니며 판사의 자격도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전국 377개 대학 전현직 6,200여명의 교수들로 구성된 정교모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김 대법원장은 명백한 헌법상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 형법상 직권남용 등의 범죄 행위, 두 번의 대국민 거짓말 등으로 대법원장으로서는 물론 판사로서의 자격을 상실해 국민으로부터 이미 탄핵을 당했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표를 반려할 여하한 사유도 없는 상태에서 일선 법관이 건강의 악화 등으로 제출한 사표를 탄핵이 거론되고 있어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반려함으로써 형법상 명백한 직권남용죄를 저질렀고 그로부터 8개월 후 실제로 탄핵으로 이어져 대법원장이 앞장서서 집권당과의 탄핵 거래를 하였다는 공분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뿐 아니라 탄핵을 거론하며 사표를 반려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자 즉각 그러한 사실이 없다며 불과 몇 시간 후에 밝혀질 거짓말을 했고, 그 말이 거짓으로 밝혀지자 이번엔 불완전한 기억 탓으로 돌렸다”며 “툭 까놓고 말하면, 김명수 대법원장의 이런 행동은 위증죄를 범한 자들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단골로 내놓는 변명”이라고 꼬집었다.

교수들은 “법관들이 모인 법원의 최고 수뇌로서, 그 역시 대법관으로서 직접 재판을 하는 사람으로서 판사 김명수가 위증의 선서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두 번의 명백한 거짓말의 책임을 벗을 수 없다”며 “대법원장 김명수는 정치적, 도덕적 위증을 하였고, 법적인 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렸으며, 헌법에 따라 전체 국민의 봉사자가 되어야 할 직업 공무원의 최소한의 기준마저 스스로 팽개친 자로서 이미 국민에 의해 탄핵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김명수의 행위는 삼권분립의 한 기둥인 사법부라는 기둥을 송두리째 흔들어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위태롭게 하고, 사법에 대한 불신을 자아내어 민주 공화정의 근간을 흔든 반역에 해당한다”며 “김명수는 더 이상 대한민국 최고법원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아닐뿐더러 판사의 자격도 없음을 확인한다”고 했다.

또한 교수들은 “김명수는 대다수 법관들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고, 혼백이 떠난 그 누추한 껍데기만이라도 수습하여 자리에서 내려오기 바란다”며 “툭 까놓고 말해보라. 그만하면 출세와 영달도 충분하지 않을가”라고 반문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출처 : 펜앤드마이크(http://www.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