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100년 진심 축하”…“文의 中공산당 축하 실망… 이러려고 우리가 피흘려 한국 지켰나”

“文의 中공산당 축하 실망… 이러려고 우리가 피흘려 한국 지켰나”

밥 메넨데스 차기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1일(현지 시각) 본지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에서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한 데 대해 “실망스럽고(discouraging) 걱정된다(concerning)”고 했다. 그는 “중국이 홍콩인들에게 한 일, 대만에 가하는 위협 등은 정말 우려스럽다. (중국 공산당의) 그런 역사에 크게 기뻐할 일이 뭐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인공지능(AI)과 안면인식 등 최첨단 기술을 동원한 “’디지털 전체주의’를 자국뿐만 아니라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촉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시진핑을 띄워주기(flatter) 위해서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그것(중국 공산당의 가치)들이 우리가 세계나 한국과 공유하는 가치가 아니란 점을 이해하고 있기를 바란다”면서 “이러려고 우리가 함께 피를 흘리고 한국의 방어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계속 자원을 투입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이 중국에 맞서 반드시 미국 편을 들어야 한다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파괴적인 (6·25)전쟁 후에 한국을 강한 나라, 믿기 힘든 경제적 호랑이로 만들었던 그 원칙들을 옹호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미·중 간의 대결에서 한국이 미국 편을 드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공유한 민주주의, 자유 시장, 법치, 반(反)부패, 분쟁의 평화롭고 외교적인 해결, 인권 같은 가치들을 수호하기 위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아는 한국인들은 항상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인권을 준수하며 국제 질서, 법치, 공정하고 개방된 무역 시장을 믿었다”며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하고 있는 일을 본다면 한국이 역사의 어느 편에 서고 싶은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계승에도 부정적이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했던 일들은 전부 김정은을 정당화(legitimize)해주고 그를 국제적으로 버림받은 인물(pariah)에서 수용 가능해 보이는 인물로 만들어줬다”고 했다. 또 “트럼프가 했던 위험 부담이 많은 개인적 외교는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진전시켰다”면서 “어떻게 이런 역사를 알면서도 그것이 바이든 행정부가 계속해야 하는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우리가 만약 그런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면 그건 ‘재앙을 부르는 길(recipe for disaster)’”이라고도 했다.

작년 말 공포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그는 “문 대통령은 그것(대북 전단)이 도발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정보의 흐름은 보편적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북한 사람들에게 그들이 고통받을 때 우리가 그들 편에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에선 전 세계적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미국 외교의 주춧돌(cornerstone)로 격상시킬 것”이라며 “(상원 외교)위원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원하는 대북 제재 완화·해제 가능성에 대해선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관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했다. “만약 북한이 한반도를 비핵화하고 핵 프로그램을 되돌리고 국제 사찰을 받으려 한다면 제재의 해제나 현 수준 유지를 포함해 여러 가지 대응을 할 만하다”면서 “그러나 이는 김정은에게 달린 것”이라고 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발의한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지난달 미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가 발생했을 때 YTN 라디오에 출연해 “미국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훈계할 상황일까 의문이 든다”고 했다. 송 위원장의 카운터파트가 될 메넨데스에게 이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의사당에 난입한 폭도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본질은 아니다. 어두운 날이었지만 미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제도들은 굳건했고 폭도들은 미국민의 뜻을 뒤집지 못했다”고 했다. 또 “한국에 훈계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미 동맹의 슬로건인) ‘같이 갑시다’는 우리가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무슨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민주주의와 인권이란) 그 가치들을 한국민들이 지킬 것이라 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위안부 배상 판결 등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와 관련해선 “최근 (이수혁 주미) 한국 대사에게도 말했지만 한국이 일본과 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의 깊은 상처를 이해한다”면서도 “북한과 중국을 모두 억지하기 위해서 미국, 일본, 한국 간의 전략적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란이 지난달 한국케미호를 나포하고 국내 은행에 동결된 70억달러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한국이 계속해서 이란에 대한 국제 제재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밥 메넨데스 의원은

뉴저지주에 지역구를 둔 3선 상원의원으로 현재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다. 새로 출범한 연방의회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됨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중 신임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쿠바 이민자의 아들로 뉴욕에서 태어나 뉴저지에서 자란 그는 2006년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 15년째 상원의원을 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3~2015년 라티노(중남미계)로는 처음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냈다.

[워싱턴= 조의준 특파원 joyjune@chosun.com]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geumbori@chosun.com]

“中 공산당 100년 진심 축하”… 文, 바이든보다 시진핑과 먼저 통화했다

시진핑 요구로 40분간 통화… 靑 “시 주석과 신년 인사, 바이든 취임 축하와 성격 달라”

혈맹 美보다 6·25 적국, 中 먼저 챙긴 모양새… 中 ‘시진핑 방한 文 요청’ 보도 안 해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먼저 통화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었다. 혈맹인 미국보다 과거 6·25전쟁 당시 적국이었던 중국을 먼저 챙긴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27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요청으로 26일 오후 9시부터 40분간 통화하고 양국의 교류협력과 한반도 정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시 주석과 통화는 신년 인사이고,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는 취임 축하로 각각 다른 사유”라며 “성격이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靑 “바이든과 통화도 조속히 추진”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 일정과 관련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추진하기로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조율했기 때문에 조만간 알려드리지 않겠나”라며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것이 지금은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후 캐나다·멕시코·영국·프랑스 등 전통적 동맹국가 정상과 통화하며 협력을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도 통화하며 ‘동맹 복원’ 행보를 가속화할 계획이었다.

이런 와중에 시 주석이 선제적으로 미국보다 앞서 한국에 정상 통화를 요구했고,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통화 내용은 중국 매체들의 보도와 결이 달랐다. 중국 매체는 한·중 경제협력과 다자주의를 강조한 대신, 시 주석의 방한이나 북한 문제 관련 대화는 공개하지 않아 양국이 ‘동상이몽’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통화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 2단계 담판을 빨리 마무리 짓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서둘러 발효시키며, 한·중·일 자유무역지대 건설을 빠르게 진행하자”고 말했다.

文 “중국 국제적 지위·영향력 나날이 강해져”

신화통신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 공산당 성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중국의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은 나날이 강해졌다. 두 번째 100년(2049년 건국 100주년) 분투 목표의 실현을 향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언급했다. 이는 청와대 발표에 없던 내용이다.

또한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의 강인한 영도하에 중국이 방역에 성공하고 전 세계 주요 경제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거둔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중국 매체는 시 주석의 방한이나 북한 관련 대화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날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조기 방한을 기대한다”고 언급하자, 시 주석이 “여건이 허락되는 대로 조속히 방문해 만나뵙기를 바란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청와대는 또 시 주석이 “북한이 8차 노동당대회에서 밝힌 대외적 입장은 미국·한국과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것으로 본다”며 “비핵화의 실현은 (한중)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 남북·북미대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시진핑, 美 겨냥 “작은 파벌” 신경전

앞서 시 주석은 지난 25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미국을 겨냥해 “작은 파벌을 만들거나 새로운 냉전을 시작하고, 다른 이들을 거부하고 위협하는 것은 세상을 분열로 몰아넣을 뿐”이라며 “대립은 막다른 골목으로 이어질 것”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날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중 경제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시 주석이 언급한 ‘작은 파벌’은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동맹과 함께 형성하려 하는 ‘반중전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도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이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핵심축”이라며 대중 강경노선 동참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한편 지난달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경비함이 백령도에서 40㎞가량 떨어진 해역까지 접근해 군사적 영역을 과시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항의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