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태죄 개정안, “아기 살인에 관한 입법이다”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세미나 개최
의료계 “임신 10주 이후 사회경제적 사유 낙태 허용 안돼”
[의학신문·일간보사=진주영 기자] 정부가 현행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이는 ‘아기 살인’의 정당화라며 제한 없는 낙태 기간은 ‘임신 10주 미만’으로 낮춰야한다는 의료계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행동하는 프로라이프는 지난 21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엄마와 태아가 모두 행복할 수는 없을까’라는 주제로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1차 세미나를 열었다.
홍순철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살인을 종용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하는 현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많은 고위험 임산부가 조산을 피하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는 상황에서, 국가의 법무부에서는 저출산 극복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배속의 아기 살인에 관한 입법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형법 개정안에는 임신 14주 이내에는 제한 없는 낙태를 허용하고 임신 15주부터 임신 24주 이내에는 상담 및 24시간의 숙려기간만 거치면 낙태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임신 10주 이후에는 사회경제적 사유의 낙태가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홍순철 교수는 “임신 10주 이후 고려할 수 있는 사유에는 임신 유지 시 임산부 생명 또는 건강이 극심히 위험 받는 경우와 출생 후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며 “이러한 경우에도 해당 부모와 전문가의 상담이 반드시 전제돼야한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산부인과단체들은 비의학적 사유의 낙태 허용은 비교적 안전하며 태아 검사가 어렵고 대부분의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 ‘임신 10주 미만’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해왔다.
최안나 대한산부인과학회 낙태법특별위원회 간사는 “임신 10주 미만의 태아는 발달이 일정해 초음파 검사로 정확한 임신 주수 측정이 가능하고 임신 10주부터 태아 DNA 선별검사를 포함해 광범위하게 태아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 의료현실을 감안해 의학적 개입이 이뤄지기 전인 임신 10주 미만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안나 간사는 “낙태에 대해 의학적 고려 없는 주장은 여성들을 위험하게 한다”며 “정부는 사회경제적인 문제로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사회적, 경제적 지원을 충분히 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들의 임신 중절 시기는 평균 6.4주이며 8주 이하가 84%, 12주 이하가 95.3%로 대부분 임신 초기에 낙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홍순철 교수는 “산부인과 전문의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우리나라 의료 환경이 뒷받침된 결과”라며 “헌법재판소도 이번 판결에서 낙태로 인한 모성 사망의 상대적 위험도는 임신 8주 이후 각각 2주마다 두 배로 증가하고, 안전한 낙태를 위해서는 전문 의료인의 도움을 받고 적절한 의료서비스·돌봄이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한편 행동하는 프로라이프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등 종교계, 여성단체, 학부모단체, 입양가족단체, 미혼모 단체 등 55개 단체가 연대한 시민단체로, 현재 낙태죄 전면 폐지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진주영 기자 pearlzero21@bosa.co.kr
낙태 급여화 웬 말?…산부인과 의사들 반발
거세산부인과醫, “권인숙 의원 건보법 개정안 목적-취지 부합하지 않아” 지적
직선제 산의회 김동석 회장 “건보재정 낙태 아닌 분만에 투입해야” 조언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국회에서 인공임신중절수술(이하 낙태)을 국민건강보험권 내로 진입시키려는 법안이 발의되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낙태와 관련 시술은 건강보험법의 목적인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만약 산부인과에 건보재정을 활용한다면 낙태가 아니라 필수의료지만 붕괴 직전에 놓인 분만에 투입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최근 낙태를 급여화하는 건강보험법 일부법률개정안를 대표발의했다. ‘모자보건법’상 낙태가 더 이상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급여를 실시해 전문 의료영역으로 포함시켜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제공돼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권 의원은 이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단과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면 건강보험 급여가 지급될 필요가 있다”며 “인공임신중단이 합법적 의료서비스라는 점에서 급여를 적용하는 것은 건보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의 입장을 현저하게 달랐다. 이 개정안은 건보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건보법의 기본적인 입법 목적과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연)에 따르면 낙태는 건보법의 목적인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포함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용성형의 경우도 합법적인 의료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급여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산부인과의사회 측 설명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가 불법이 아니라 급여에 포함한다는 것은 건보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부족에서 기인된 것”이라며 “사회 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는 질병·부상에 해당되지 않는데다 임신 출산에 대해 역행하는 행위로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의 목적에도 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산부인과의사회는 “게다가 낙태를 급여화한다면 그 원인 제공자인 남성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에 따라 제3자의 행위로 급여사유가 생겨 손해배상을 청구해야하는 모순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동석)에서도 이번 개정안에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동석 회장은 “낙태죄에 대해서는 전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해 의사가 찬반을 논할 수도, 급여화에 대한 부분도 결정할 수도 없다”며 “하지만 건보법상 급여화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만약 낙태에 건보재정을 투입할 것이라면 그 비용을 현재 붕괴 직전에 놓인 분만에 쏟아야한다”며 “출산은 국민 건강과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김현기 기자 khk@bo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