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회에 ‘관심 밖’ 된 자가격리 세대, 고열·굶주림 시달리다 사망…北 일부지역서 고열환자도 격리시설 수용 안해

당대회에 ‘관심 밖’ 된 자가격리 세대, 고열·굶주림 시달리다 사망

당대회 시간 격리자 관리 소홀로 결국 참사 발생…주민들 “하루 한 번만 들여다봤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세로 자가격리된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일부 세대가 이번 8차 당대회 기간 당국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아무런 관리도 받지 못하다 결국 한꺼번에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신의주 해방동의 2개 세대가 8차 당대회 기간 자기집 격리 중에 집밖에 나오지 못하고 굶어 죽는 일이 있었다”며 “3인 가족과 노부부 2인 가족은 모두 당대회가 끝난 뒤에 자기 집에서 뼈에 가죽만 남아있는 상태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가정 내 코로나19 의심 증상자가 발생한 이들 세대는 당대회 전부터 북한 당국의 격리 방침에 따라 집 밖 출입이 금지되고 있었다.

당대회 이전에는 동 담당 주재원(안전원)과 방역소 일꾼, 동 진료소 담당 의사 등 3명이 매일 아침과 저녁에 한 번씩 격리 세대를 방문해 창문을 통해 주민들의 발열 상태와 ‘격리’라는 딱지가 대문에 잘 붙어있는지, 밖으로 나간 인원이 없는지 등을 지속 확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8차 당대회 기간 특별경계근무 주간이 선포되면서 격리자들을 돌아볼 일꾼들이 1호 작품, 동상, 연구실, 연혁소개실 등 혁명사적 보위사업에 동원되고 기관기업소 근무까지 서느라 바빠지면서 격리 세대 관리는 점점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소식통은 “당대회 기간에 격리된 집에서 전화를 안 받는다는 친척들의 신고가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고 격리 딱지가 붙은 집에는 접근하면 안 된다는 방역 원칙 때문에 다른 주민들이 이 세대들을 돌아볼 수도 없었다”며 “사실상 자기 살림집 격리자들은 그 누구의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결국 격리된 세대의 주민들은 당대회 기간 집밖에 나오지도 못하고 고열과 굶주림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들이 사망했다는 사실은 당대회가 끝난 뒤 인민반장이 마을을 돌던 중 불현듯 자가격리된 세대가 떠올라 그 집들을 방문하게 되면서 밝혀졌다.

소식통은 “인민반장이 격리된 집들을 돌아보니 대문에 격리 딱지가 떨어져 있기에 문을 두드렸는데 인기척이 없어 바로 안전부에 신고했다”며 “안전부는 무슨 일 때문인지 신고를 받은 즉시 오지 않고 다음 날 아침에 와서 문을 뜯고 들어갔고, 일가족 전원이 모두 쓰러진 채 죽어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후 가까운 지역에 사는 친척들이 사망한 주민들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식을 치렀는데, 사망자들이 모두 피골이 상접해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고 한다.

이 같은 사건을 접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대회가 2~3일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길어지고 특별경계근무 기간도 늘어나다 보니 결국 국가로부터 제대로 관리받지 못한 격리자들이 죽고 말았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일꾼들이 당대회 기간 1호 작품 보위에만 신경 쓸 때 인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최소한 하루에 한 번이라도 들여다봤으면 죽진 않았을 것 아니냐” “결국 당대회도 사람이 살게 하고 이밥에 고깃국을 먹게 하려는 수령님 유훈 교시 관철의 연장선이 아니겠냐”며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도내에 자가격리 중인 세대를 일일이 조사하고 돌아봐서 먹을 것도 좀 주고 제대로 관리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北 일부지역서 고열환자도 격리시설 수용 안해… “약도 알아서”

소식통 “의사들 하루 2번 세대 방문해 증세만 확인…코로나 방역도 ‘자력갱생'”

북한 당국이 일부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진자(의심환자)를 격리시설에 수용하지도 않고 제대로 된 치료도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는 ‘코로나 방역도 자력갱생이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지난 15일부터 회령시에서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의진자 격리와 약 공급이 중단됐다”면서 “이제는 고열 상태만 확인할 뿐 제대로 된 치료를 아예 포기한 모습이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코로나 코로나 의심자가 격리되는 격리시설은 총 9개로 황해도와 평안도, 함경북도, 함경남도, 양강도, 자강도, 강원도, 남포시, 라선(나선)시에 각각 1개의 시설이 있다.

다만 이곳에서도 격리 자체에 의미를 둘 뿐 진단이나 치료는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지적이다. 새해부터는 이마저도 무너졌고, 코로나 사태도 일종의 ‘자력갱생’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일단 이달 중순부터 코로나 방역 사업을 위해 지역담당 의사들이 오전 9시 30분~10시, 오후 3시~5시 간격으로 하루 두 번 세대 방문을 한다. 이때 고열 상태를 점검 및 증상을 확인하면서 이를 지역병원과 방역소에 보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확인’ 수준에 그치고 만다. 고열을 호소하는 주민들을 격리시설에 보내지도 않고 자가 격리를 지시한다는 것이다. 특히 감기약과 파라세타몰(paracetamol, 해열진통제) 알약 복용에 관한 처방을 해주지만 약품 공급은 하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관련 약값이 껑충뛰었다. 100원 하던 감기약이 600원, 80원 하던 파라세타몰이 최근엔 400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도 ‘반포기’ 방역 조치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뭘 해주지도 않을 거면서 왜 의사들이 가정방문을 하는가” “자체로 약 사 먹고 편하게 있게 놔둬라”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당 대회 이후 생활이 나아질 거라 기대했던 주민들은 코로나 치료마저 자력갱생하라는 요구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럴 거면 차라리 자체로 코로나 치료제를 구입해 맞을 수 있도록 국경이라도 열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 대회에서 제시한 대로 올해는 생계도 코로나 방역도 생계도 모두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다”면서 “그러나 한발 자욱도 움직이지 못하게 꽁꽁 묶어놓고 어떻게 자력갱생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5~7일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기본종자 주제는 여전히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라고 못박고 “환경의 변화에 관계없는 계획적·안정적 경제건설”을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