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공무원 눈치 보며 예배드려야 하는가”…수도권 10% ‘대면예배’의 역설

“언제까지 공무원 눈치 보며 예배드려야 하는가”

부산 세계로교회 폐쇄 명령에 심히 분개

교회 정체성 억압·제재시 순교의 각오로

설마 십자가 철거? ‘설마’ 하다 여기까지

‘대구경북 지역 예배 수호를 위한 결의대회’가 16일 오전 대구 서문교회(담임 이상민 목사) 앞에서 개최됐다.

대구경북구국기도운동에서 주최한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김성태 장로(예장 합동 증경부총회장)의 기도 후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기도운동 공동대표 이상민 목사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성명서에서는 “오늘의 한국교회는 예배와 강단이 무너져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이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감 속에, 5천명 넘는 교회에 20명 이상 예배드렸다는 이유로, 부산 세계로교회에 교회 폐쇄 명령을 내린 것에 관해 심히 분개한다”고 천명했다.

이에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 20조 1항에 명시된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라 △감염병예방법을 핑계로 교회의 성역인 예배를 방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중대본은 교회에 대한 불평등과 차별적 행정명령을 즉각 취소하라 △우리는 방역수칙을 더욱 철저히 지키며 국민 건강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 △현재 정권이 교회 정체성을 억압하거나 탄압 대상으로 제재를 가할 경우 순교의 피를 흘리기까지 주님의 몸된 교회를 끝까지 사수할 것이다 등을 결의했다.

앞서 발언한 경북교직자협의회 회장 임병재 목사(영광교회)는 “누가 교회를 함부로 폐쇄시킬 수 있는가? 언제까지 공무원 눈치를 보면서 예배를 드려야 하는가”라며 “곳곳에서 교회가 폐쇄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분노가 일어나지 않는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임 목사는 “어느 개척교회는 노인 5명과 예배드리려 모였다가, 구청에서 나와 예배 자체를 드리지 못하게 해서 그냥 돌아갔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억울하고 분해서 한참을 울었다”며 “왜 이렇게 됐는가? 문제는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5천명, 1만명 수용할 공간에 스탭 20명만 모여서 비대면으로 예배드리라는 행정명령이 내려왔다. 불복하고 현장 예배를 드렸다고 교회를 폐쇄시켰다. 이것은 분명 기독교 탄압이며 예배 방해”라며 “한국교회를 우습게 여기고, 얕잡아 보고 있다. 여기가 북한인가? 중국인가? 이제라도 한국교회가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탄압받게 되고, 십자가도 철거될지 모른다”고 밝혔다.

임 목사는 “설마 십자가를 떼겠느냐고 한다. 그러나 설마 하다 여기까지 왔다. 우리가 교회를 지키지 못하고 신앙과 예배의 자유를 빼앗긴다면, 다음 세대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며 “한국교회가 하나로 뭉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장로연합회 대구 지회장이자 전국장로회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권정식 장로도 “지금은 정부에 대항해 투쟁해야 할 때”라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비대면 온라인 예배가 왠말인가”라고 했다. 예장 합동 경북노회 증경노회장 홍성은 목사(성주중앙교회)는 구호를 제창했고, 예자연 사무총장 김영길 목사 등도 발언했다.

전북장로교총연합회 회장 한종욱 목사(등대교회)는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존재 이유가 예배”라며 “그러나 환경적 정치적으로 예배의 자유를 잃어버렸다. 한두 번 타협하다, 유럽 교회처럼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목사는 “믿음의 선진들이 어떻게 예배를 지켰는가. 일제 치하에서도 새벽기도 빠트리지 않았고, 6.25 때 신앙을 찾아 많은 성도들이 남한으로 넘어왔다”며 “정부 시책도 따라야겠지만, 신앙의 후손들에게 남겨줘야 할 것이 있다. 이럴 때 주기철 목사님의 일사각오 정신, 그리고 에스더와 다니엘처럼 뜻을 정해 철저히 회개하고 기도·말씀·성령, 예배 회복 운동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예자연 실행위원이자 세계로교회처럼 교회가 폐쇄당할 위기에 있는 심하보 목사(은평제일교회)는 “지난 1년간 너무 괴로웠다.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며 “하나님께서 예배를 기뻐하시는데, 온전한 예배를 드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심 목사는 “부산 세계로교회 지지 의사를 표시하고 예배를 드렸더니, 공무원들이 찾아와서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우리는 예배를 그만둘 수 없다”며 “왜 교회를 폐쇄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예전처럼 모이지도 않는데다, 교회만큼 방역을 철저히 하는 곳이 어디 있나. 오늘 이 자리에 모일 때도 몇 차례나 체크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대면 예배 강행’ 사인을 하라기에 거부했다. 우리는 정상 예배를 드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바꾸게 하고 서명했다”며 “어제 세계로교회 가처분에서 ‘이후에 확진될까봐’ 안 된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이래도 가만히 있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에게 예배는 그저 그런 것이 아니다. 예배는 생명”이라며 “한국교회 전체가 정상 예배를 드리면, 정상 예배를 드릴 수 있다. 헬스장 관장들도 집단으로 문을 여니 되지 않았나. 이는 정부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다. 시키는 대로 다 했다. 한국교회가 함께 일어날 때”라고 덧붙였다.

18일부터 교회 대면 예배 허용… 수도권 좌석 수 10%, 비수도권 20%

방역당국이 18일부터 교회에 대해 주일(일요일) 정규예배만 수도권의 경우 좌석 수의 10%, 나머지 지역은 20% 내 대면 예배를 허용하기로 했다.

16일 오전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브리핑한 구체적 조정 방안에 따르면 정규 예배와 법회, 미사 등 종교활동에 대해 인원 수를 제한하면서 대면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외의 모든 소모임과 식사, 기도원과 수련원 등에서의 숙식과 통성기도 등은 여전히 금지됐다. 이번 조치는 18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적용된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16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거리두기 조정 방침을 발표했다.

정 총리는 “거리두기 단계는 그대로 2주 더 연장하고, 개인 간 접촉을 줄여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데 효과가 컸던 5인 이상 모임 금지와 21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도 계속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헬스클럽, 학원, 노래연습장 등 문을 닫아야 했던 다중이용시설은 엄격한 방역 수칙을 적용하는 조건으로 운영이 재개된다”며 “카페와 종교시설 같이 방역 기준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곳은 합리적으로 보완한다”고 전했다.

다음 달 설 연휴에 대해선 “가족·친지와 마음으로 함께해 달라”며 “이동과 여행을 자제하고 접촉을 줄여 고향 부모님의 건강과 안전을 먼저 지켜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오늘 발표하는 방역대책이 국민들의 일상을 되찾아주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시름을 덜어주기에 충분치 못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다음달부터 도입되는 치료제와 백신이 생활 속 참여방역을 든든히 뒷받침할 것이다. 앞으로 한 달간 조금 더 힘을 모아주면 머지않아 희망의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 총리는 “방역의 고삐를 계속 조여 일상 회복을 앞당겨야 한다는 당위론과 누적된 사회적 피로와 수많은 자영업자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단 현실론 사이에서 깊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수도권 실내 체육시설과 노래연습장, 학원 등은 ‘동시간대 8㎡당 1명’으로 인원을 제한해 오후 9시까지 운영을 허용하기로 했다. 카페에서도 식당처럼 오후 9시까지 매장 내 취식이 가능하다.

이 밖에 결혼식, 장례식, 기념식 등도 지금처럼 수도권 50인 미만, 비수도권 100명 미만으로 인원이 제한된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도 유지됐다.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시설에 대해 1차 위반 적발시 경고, 2차 적발시 최대 10일간 운영중단 조치를 내린다.

수도권 10% ‘대면예배’의 역설

200석 미만 교회, ‘비대면’ 때보다 되레 줄어

정부가 16일 다음주 방역지침을 발표하면서 종교시설에 대해 수도권은 좌석 수 10%, 비수도권은 20%의 인원이 정규예배 등에서 현장 참여를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교계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목회자는 “우리 교회는 좌석이 150개 정도다. 수도권에 있으니 그 수에 10%, 즉 15명이 예배에 나올 수 있다. 이전 비대면 예배가 원칙이었을 때는 그래도 예배를 돕는 인원으로 20명이 참여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더 줄었다”고 했다.

국내에 있는 교회들 중 상당수가 수도권에 있고, 또 그 중 60~70% 가량은 작은 규모의 교회들로 알려져 있다. 이들 교회의 좌석 규모가 200석 미만인 경우, 다음주부터 형식상 (제한적) ‘대면예배’라 부르지만 현장 예배에 참여 가능한 인원만 따졌을 때는 결과적으로 ‘비대면 예배’보다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계 한 관계자는 “중·대형교회에 있어 종교시설에 대한 방역당국의 이번 조치는 분명 이전에 비해 완화된 것이다. 그간 교계의 불만을 반영해준 것이겠지만, 작은 교회들에 대해 좀 더 배려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출처] 기독일보 https://www.christiandaily.co.kr/news/99375#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