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봉사→공무직→교직원’ 法까지 만든다
경남교육청이 방과 후 학교 자원봉사자를 시험 없이 정규직인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하는 데 이어, 여권이 교육공무직을 교사·행정직원과 같은 ‘교직원’에 포함하는 입법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경남처럼 비정규직인 자원봉사자가 갑자기 교육공무직이 됐다가 이어서 교직원이 되는 경우까지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선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기준과 절차 없이 진행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사회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원봉사 보름하고 정규직 전환 경남교육청은 작년 11월 1일 기준으로 근무 중인 방과 후 학교 자원봉사자 348명을 면접을 거쳐 오는 3월 1일 주 40시간 무기 계약직인 ‘방과 후 학교 실무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본지 취재 결과, 전환 대상 348명 중에는 작년 10월 16일 봉사자로 위촉된 경우도 있다. 근무한 지 보름 만에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된 셈이다. ‘지나친 특혜’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경남교육청은 “심층 면접을 통해 자격 검증을 철저히 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남교육청의 심사 일정을 보면 자격 검증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교육청은 4일까지 희망자 신청을 받고, 19일 하루 300여 명을 심사한다. 면접관 3명이 ①공무 수행자로서 가치관과 기본 자세 ②직무에 대한 전문 지식과 응용 능력 ③창의성과 발전 가능성 ④의사 표현의 정확성·논리성 ⑤품행과 성실성 등 항목 5개를 평가한다. 여기서 3명 전원에게 항목 2개 이상에서 ‘미흡’이나 ‘매우 미흡’을 받으면 탈락한다. 한 공무직 시험 준비생은 “짧은 시간에 어떻게 항목 5개를 제대로 평가해서 ‘미흡하다’고 판단할 수 있겠느냐”며 “수많은 이가 100대1 가까운 경쟁을 뚫으려고 준비하는데, 누구는 면접만으로 전환되니 너무 허탈하다”고 했다.
◇’공무직을 교직원화’ 입법 논란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21일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도 덩달아 논란이다. 현행법은 교직원의 정의에 교원과 행정 직원을 포함하는데, 여기에 교육공무직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교육공무직’은 급식 조리사, 돌봄 전담사, 교무 행정원 등 교사·행정 직원 이외 근로자를 통칭하는 말로, 현재 40여 직종, 16만7825명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기간제 근로자였지만 2015년 이후 60세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뿐, 초중등교육법상 교직원은 아니다. 이 때문에 학교비정규직노조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발의된 지 10여 일 만에 국회 사이트에 2만 건에 달하는 의견이 쏟아질 정도로 교육계를 들썩이고 있다. 임용고시나 국가공무원 시험을 합격한 교사, 행정직원과 교육공무직은 선발 과정이 너무 다른데, 똑같은 지위를 주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초등교사는 “매번 아이들을 볼모로 파업하면서, 같은 교직원으로 대우해 달라니 기가 찬다”면서 “앞으로는 임금이나 수당 등도 공무원과 똑같이 달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진보 성향인 경남교사노조도 지난 28일 “이번 개정안은 공정성을 흔들 수 있다”고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노력 없이 교직원 되는 게 공정인가” 한 임용고시 준비생은 “나는 없는 돈 긁어모아 컵밥 먹으면서 시험 공부하는데, 왜 누군가는 노력하지 않고 요구만 하느냐”면서 “드러누우면 다 들어주고, 노력하면 바보 되는 게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함이냐”고 말했다. 교육공무직의 법제화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2016년 국회의원 시절 교육공무직 관련 별도 법안을 발의했다가 여론의 반발로 3주 만에 철회한 일이 대표적이다. 특히 법안 중 ‘공무직 중 교사 자격을 갖춘 이는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부분이 교사, 예비 교사들의 반발을 불렀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내년 대선(3월)과 지방선거(6월)를 앞두고 좌파 진영이 학교 비정규직의 표를 의식해 이런 정책들을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이런 조치는 불황으로 힘들어하는 취업준비생, 젊은이들에게 큰 절망감을 안겨줄 뿐”이라고 말했다. ☞교직원과 교육공무직 초·중·고교엔 교직원, 교육공무직 등이 근무한다. 교직원은 교사와 행정직원이다. 교사는 임용시험, 행정직원은 국가공무원 시험을 통해 선발한다. 교육공무직은 급식·돌봄·과학실험보조 등 업무를 맡는데, 과거 대부분 단기 계약직이었지만 2015년 이후 60세 정년이 보장된 무기계약직으로 대거 전환됐다.
https://news.v.daum.net/v/20210104041322891
348명 시험 안보고 정규직 전환, 경남교육청 ‘제2의 인국공사태’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의 무원칙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태다.” 경상남도교육청이 비정규직인 방과 후 학교 자원봉사자 348명을 내년 3월 시험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기로 하면서 반발이 일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이들을 무기 계약직인 교육공무직으로 채용할 방침인데 교육공무직이 되려면 경쟁률이 최고 90대1에 달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번 결정은 이런 채용 조건을 무시하고 특정 인원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다. 현 경남교육감은 전교조 출신 박종훈<사진> 전 경남교육포럼 대표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결정 경남교육청은 지난 24일 초·중·고교 전체에 “방과 후 학교 자원봉사자를 주 40시간 무기 계약직 교육공무직으로 처우를 개선해 방과 후 학교를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방과 후 학교 코디’로도 불리는 이들은 방과 후 학교 관련 서류 작성, 학생 출결 점검 등 방과 후 담당 교사 업무를 도와주는 일종의 보조원. 2009년 교육부가 한시적 사업으로 도입했고, 이후 학부모를 자원봉사자로 위촉하거나 단기 근로자를 따로 채용하는 등 다양하게 운영됐다. 경남교육청은 그동안 ‘방과 후 코디’를 주 15시간 미만 업무를 하는 자원봉사자로 위촉하고, 교통비·식비로 하루 3만원을 지급해왔다. 그런데 이들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해 올 초부터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근로자로 일하니,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고”고 강하게 요구하면서 교육청의 입장이 바뀌었다.
시위가 이어지자 경남교육청은 지난 11월 1일 기준 학교에 근무 중인 봉사자 348명을 면접 평가를 거쳐 내년 3월 1일 자로 주 40시간 일하는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해주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방과 후 실무사’라는 직종도 새로 만들었다. 기존 업무만으론 주 40시간을 채우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 행정 업무를 함께 맡기기로 했다. 경남교육청은 “해당 봉사자들의 처우 개선뿐 아니라, 이들에게 방과 후 학교 업무 전체를 전담하도록 해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고 방과 후 학교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공채 제도 버젓이 있는데 왜…”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교육공무직 시험을 공부하던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교육공무직을 공채로 선발했다. 정년퇴직 등 결원 위주로 채용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다. 내년 1월 시험 원서를 받아보니 242명 채용에 2143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8.9대1이었다. 가장 높은 직종은 93대1(창원·학부모 지원전문가)까지 치솟았다. 교육공무직 중 하나인 교무행정원 시험을 준비 중인 취준생 A씨는 “300명 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앞으로 더 기회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 교육공무직 준비생은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공개 채용을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취업준비생에게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경남교육청의 계획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경남교육청은 “이미 방과 후 코디들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해준 시도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울산은 방과 후 학교 코디들에게 공채 시험을 치도록 하고 일정 점수가 넘으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고, 부산·전북 등은 교육공무직 공채 제도 실시 전인 2013년과 2018년에 단기 근로자였던 방과 후 코디들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서울, 경기 등은 아직 자원봉사자나 단기 계약직이다. 교육공무직 시험 준비생인 B씨는 “공채가 있으니 기존 방과 후 코디들에게 경력 가산점을 주고 공채를 거치도록 하면 되는데 왜 저렇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방과 후 코디를 하다 그만둔 C씨는 “지금 코로나 때문에 방과 후 수업도 운영 안 하는데 운 좋게 지금 근무하는 일부 집단에게 정규직 채용이란 특혜를 주니 문제”라고 전했다. 경남교총은 지난 29일 “경남교육청의 계획은 공정성, 형평성을 잃은 행정으로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https://www.chosun.com/politics/north_korea/2020/12/30/7FUJOD2NUFGCPO7OMZ5XD5M32I/?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