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소자 가족 “확진 사실도 몰랐는데, 오늘 화장하니 오라더라”
강다은 기자
구치소 수용자 가족들의 울분 – “경증·무증상” 무성의한 답변만
양성·음성 안내까지 오락가락… 가족들, 공동대응 온라인카페 개설
성탄절인 지난달 25일 오후 5시쯤, A씨에게 동부구치소에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소에 수용 중인 OOO님이 12월 23일 실시한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A씨 아버지 얘기였다. 지난해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A씨 아버지는 60대 초반으로 고혈압, 당뇨를 앓고 있다. 놀란 A씨는 즉시 구치소에 전화했지만 10여 차례 ‘삑’ 소리만 난 뒤 끊겼다. 간신히 통화가 된 구치소 관계자는 “수용자 상태를 알려드릴 수 없다”고 했다. 이튿날 또 전화하자 “구치소 확진자는 대부분 무증상자이고 경증 환자만 있다. 중증 상황이 되면 그 때 문자로 알려 주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 아버지는 지난달 28일 경북북부제2교도소로 이감됐고, 그제야 ‘열은 없고 잔기침, 콧물 증세만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A씨는 “확진자도, 확진 후 사람이 죽어도 숨기는 데 급급하지 않으냐”며 “지난 며칠간 별별 생각이 다들었는데, 그 한 마디 해주는 게 그렇게 힘드냐”고 했다.
서울 동부구치소발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하는 사상 최악의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가족들에게조차 정보를 철저히 차단해 ‘심각한 인권 유린’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구치소는 교도소와 달리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未決囚)가 많다. 그런데도 법무부가 내부 상황을 덮는 데만 급급해 “이게 강제 구금하고 가족들에게는 일체의 정보를 주지 않는 공산국가 구금 방식과 뭐가 다르냐”는 불만이 가족들 사이에 터져 나온다.
동부구치소 수용자 아내인 B씨는 지난달 29일 남편이 보낸 편지를 받고 나서야 그가 고열(高熱)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나흘 전 남편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문자를 구치소에서 받은 직후, 수차례 전화를 걸어 상태를 물었지만 “대다수가 경증이거나 무증상”이란 답만 들었다. 하지만 남편이 쓴 편지에는 “온 몸에 열이 심해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화가 난 B씨가 구치소에 따지자, “편지가 그렇게 왔느냐. 하지만 다들 증상이 가볍다”고 답했다고 한다.
동부구치소 수용자 가족들은 급기야 공동 대응을 위한 온라인 비공개 카페까지 만들었다. 지난달 25일 개설된 이 카페는 동부구치소에서 받은 편지 봉투 등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다. 1일 오후 8시 현재 169명이 가입돼 있다.
가족들은 구치소 대응을 믿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수용자 C씨 가족은 지난달 31일 “구치소에 전화했더니 (가족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전화했더니, 이번엔 음성이라며 오늘 보석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란 답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구치소 앞에서 3시간을 기다려도 가족이 나오지 않아 알아 보니 다시 오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며 “이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 밖에도 “수용자들이 매일 방을 옮긴다기에 이유를 물으니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기 때문에 나도 모른다’고 하더라” “격리 중인지를 물었는데 개인 정보라 말 해줄 수 없다고 한다” 등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구치소에서 수용자가 사망해도 유족들은 ‘깜깜이’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의왕의 서울구치소에서 사망해 당일 화장된 30대 남성 D씨의 유족들은 D씨가 코로나에 걸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31일 경기도 성남영생원 화장장에서 만난 D씨 어머니는 “아무 연락도 못 받고 있다가 오늘 아침 갑자기 전화가 와 코로나로 사망했다는 소리만 하더라”며 “사전에 코로나에 걸렸으면 걸렸다고 연락 한 통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확진 사실이) 통보되지 않은 이유는 모른다”면서 “개인정보수집 동의서를 받아 수용자들의 코로나 확진 사실을 가족들에게 통보하는데, 당사자가 동의를 안 했을 수는 있다”고 했다.
사망 후 장례 과정에서도 혼란이 빚어져 D씨 가족은 화장 모습조차 못 볼 뻔했다. D씨 가족들은 “1월 1일 12시 30분 화장한다”는 문자를 지난달 31일 받았다. 가족들이 확인차 화장장에 전화를 걸었더니, “코로나 환자는 사망하면 바로 화장한다. 오늘 1시간쯤 뒤에 바로 화장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제야 가족들은 부랴부랴 화장장으로 달려갔고, 당초 일정보다 화장이 1시간 30분가량 늦게 시작돼 화장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의왕시청 측은 화장 일정이 잘못 전달된 것에 대해 “화장장 시스템상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조유미 기자 youandme@chosun.com] [강다은 기자 kkang@chosun.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587257?cds=news_edit
“운동-목욕 같이했는데 검사도 안해줘” 동부구치소 재소자 편지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329819
[사설] 항의도 못하니 뒷전 밀린 요양병원, ‘죽어야 나가는’ 反인륜 현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연일 1000명 이상을 기록하면서 환자와 의료진 등 직원 전체를 코호트(동일집단) 격리하는 요양병원이 늘고 그 요양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경기 부천의 한 요양병원은 지난 11일 이후 155명의 확진자와 39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사망자가 급증한 것은 환자 대부분이 고령이고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데다 위·중증 환자를 전담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죽어야만 나간다”는 절규가 나올 정도다. 서울 구로구 요양병원도 누적 확진자가 190명이다. 이처럼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해 코호트 격리 등이 이뤄지는 요양병원이 17곳에 이른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충격이다.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려면 음압 병상과 인공호흡기가 필수이고, 중증 환자를 돌볼 의료진도 필요하다. 그런데 요양병원은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나 의료진이 없는 곳이다. 그런 요양병원을 당국이 통째로 봉쇄하면서 위·중증 환자 이송까지 지체하는 것은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직무유기를 넘어 범죄에 가깝다.
지금 당국은 일반인 확진자를 요양병원 확진자보다 앞 순위에 놓고 있다고 한다. 일반 환자는 외부로 항의해 당국의 잘못이 드러나게 되지만 외부와 차단된 데다 노인뿐인 요양병원은 그럴 일이 없어 후 순위로 둔다는 것이다. 코로나 고위험군인 요양병원 환자들을 이렇게 방치하는 것은 반인륜인 일이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근본 원인은 보건 당국이 충분한 병상을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의료 시스템 붕괴 직전”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지 1년 가까이 지났고 요양병원 집단감염에 대비하라는 지적도 수없이 있었다. K방역 자랑하는 정도만큼 실제 방역에 전념했다면 이런 병상 부족은 없었을 것이다. 요양병원 감염 예방은 물론 사후 관리에도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위·중증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놓아야 한다.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0/12/31/53LCHRKMI5H55FYCOLQXRIT3AE/
김종인 “미필적 고의에 가까운 살인”…文 91년 칼럼도 소환
출처 : 채널A | 네이버
– http://naver.me/FIgh6lN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