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동맹 위협하는 ‘중국 변수’…”한국, 중국 택해 고립 자초 말아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소송과 재검표로 당선인 확정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차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한 동맹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달라진 안보 환경에 맞춰 양국 관계를 재조정할 것을 주문하면서 ‘중국 변수’에 대한 한국의 태도를 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에서 미-한 동맹의 역사적 상징성과 특별함을 부인하는 목소리는 듣기 어렵습니다. 점차 표면화되고 있는 이견과 간간이 노출되는 긴장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얻는 실익이 상당하다는 공감대 때문입니다.
“미-한 두 나라 모두 동맹을 통해 이득을 얻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그럴 것”이라는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의 평가는 양국 동맹을 장기적 ‘윈윈’ 구조로 보는 미 조야의 시각을 반영합니다.
다만, 갈루치 전 특사는 “두 나라가 당장 다루기로 합의한 위협의 초점은 북한으로부터 제기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간이 가면서 동맹이 어떻게 진화할지는 동맹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갈루치 특사가 지적한 “동맹의 진화”를 가져올 핵심 요인은 ‘중국 변수’라는 의견이 압도적입니다. 백악관의 주인이 누가 되든 미 차기 행정부에서도 미-한 동맹 유지에 우선순위를 두되, 대 중국 견제 전략 속에서 동맹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공동 대응 방향을 재설정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새 아시아 전략에 한국의 호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강도와 표현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비교적 뚜렷이 전달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중국의 부정적 반응을 의식해 즉흥적이고 단기적인 결정을 내리거나 애매한 줄타기를 하는 대신 미국이 구상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새판에 동맹국으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는 주문입니다.
4성 장군 출신으로 퇴역 이후에도 미 국방부 자문 역할을 해 온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일관적으로 이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인사입니다.
벨 전 사령관은 VOA에 “한국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민주주의로 남으려면 중국의 영역 아래로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마르크스주의 전체주의 정권으로, 러시아의 소비에트연방 수립 때와 마찬가지로 인접국을 통제하에 두고자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더 나아가 “만약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훼손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한다면, 자유롭고 독립적인 나라로서의 한국의 미래에 처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벨 전 사령관은 “이런 이유로 미국과의 동맹을 미래에까지 강화해야만 자유롭고 민주적인 한국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동맹이야말로 한국의 가장 중요한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이를 추진할 부담은 누구보다도 한국이 져야 한다”며 “미-한 간 이견을 풀어야 할 당사자는 미국이라기보다는 한국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벨 전 사령관의 직설 화법과 달리 한국의 ‘재량’과 ‘선택’에 무게를 두는 듯한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중국을 의식한 잘못된 결정이 한국의 미래에 미칠 부정적 결과를 경고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중국과의 근접성에 대해 균형을 잡아주는 (미국과의) 장기적 동맹으로부터 혜택을 얻는다”면서도 “궁극적으로 결정은 한국의 몫”이라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오핸론 연구원은 “하지만 미군은 한국에서 철수할 경우 절대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한국은) 신중히 결정해야 하며, 아마 북한의 위협이 적어도 부분적으로 완화된 뒤에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처럼 ‘미-한 동맹’은 외교적 수사에 능한 워싱턴의 전문가들이 분석과 정책 제안 사이에 끼워 넣는 ‘정치적으로 옳은(politically correct)’ 표현의 행간을 읽어야 하는 대표적인 현안입니다.
앤드루 여 미국 가톨릭대학 교수는 “미국의 아시아 동맹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거듭 표명해 온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확정된다면 현재 미-한 동맹이 직면한 몇 가지 도전 과제들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더 쉽게 다뤄질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 교수가 전제한 대로 이는 “표면적인” 차이점일 뿐입니다. 여 교수가 실제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략적 환경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누가 백악관에 입성해도 한국과 미국은 동맹을 단지 재강화하는 게 아니라 재보정해야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더 나아가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안보협력체) 쿼드와 같은 새로운 전략적 제휴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단기적으로 중국의 환심을 살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소 고립 상태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습니다. 벨 전 사령관과 오핸론 연구원이 경고한 오판에 따른 부정적 결과와 맥을 같이합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중국 변수’에 대한 시각차를 줄이고 중국의 공격적 대외 정책에 대비할 미-한 간 논의가 미 차기 행정부 출범 이후 더욱 심화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은 정부 전체와 정부 대 정부 사이에서 주도되는 노력의 일환으로서 중국 정책 조정에 관해 상당한 정도의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 미국과 한국이 중국에 대한 정책 조율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과 시점, 의제를 결정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미 전직 관리들과 한반도 전문가들이 이처럼 미 차기 정부 출범 이후의 미-한 동맹과 한국의 대중 접근법에 특히 집중하는 데는 “앞으로 미국을 계속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수혁 워싱턴주재 한국대사의 지난달 발언이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대사를 잘 아는 미국의 전 외교 당국자들은 해당 발언의 파장과 워싱턴 내 부정적 반응이 미-한 동맹을 약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발언의 의도가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대신 해명하고 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이수혁 대사의 발언은 옳다”면서 “주한미군은 손님이며 동맹은 궁극적으로 공동의 가치와 원칙에 달렸다는 것을 미국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한) 동맹은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뿐 아니라 동일한 가치와 원칙을 계속 공유한다”며 “다른 위협은 훨씬 덜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호의를 가진 양측 국민이 두 나라 간 어떤 일시적 차이라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도 “이 대사의 발언은 문맥을 무시하고 보도된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이 자신의 의지로 동맹을 선택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는 게 그가 말하고자 한 요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 차기 행정부에 대한 “최선의 반응은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귀중한 동맹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정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전직 관리들이 미 차기 행정부에 이처럼 미-한 동맹의 적절한 관리를 당부하는 것은 ‘중국 변수’와 안보 관련 협상이 핵심 현안이긴 하지만 당장 동맹의 근간을 훼손하기에는 조정의 여지가 남았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는 “미-한 동맹은 한국전쟁의 시련 속에서 구축됐으며, 이 특별한 관계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고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두 나라와 국민들 간 특별한 유대는 독특하고 오래 지속하는 것으로, 무역량과 교류를 고려해 중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려는 한국의 이해관계를 손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미-한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과 주한미군 규모, 전시작전통제권과 같은 문제가 우리의 밀접하고 지속성 있는 동맹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은 미군 주둔 비용을 공정하게 분담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만약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확정될 경우 새 행정부는 주한미군이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 한국이 상당 수준의 방위비를 추가 분담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근거 없는 과도한 요구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 그리고 한국은 이미 북한의 침략에 대한 방어를 위해 더 큰 부담을 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미 차기 행정부는 특히 쿼드 등의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중요한 협력국인 중국을 화나게 하거나 소외시키는 위험을 감수하기를 매우 꺼린다는 점을 인정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주창하며 증진 중인 가치들을 한국이 적절한 방식으로 지지하도록 미국이 압박하는 것은 옳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https://www.voakorea.com/korea/korea-politics/us-korea-alliance-china
중국에 줄 섰다가 맞게 될 한국의 미래
남북군사합의·지소미아 파기 등 현 정권 외교·안보 의문투성이
‘미국 멀리 중국 가까이’ 전략은 한미동맹 해체로 가는 징검다리
중국과 손잡고 성공한 나라 없어… 인접국 ‘1인 GDP’ 中의 3분의 1
정부 여당의 ‘중국 편향’이 심해지고 있다. 최근 부산시 여러 곳에 내걸렸던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70주년 경축’ 현판은 그 작은 징표다. 중국 공산당의 존재는 수도 서울의 시의회까지 들어왔다. 지난달 말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중국 건국 기념 사진 전시회는 공산당 정권 수립과 경제 발전을 찬양하는 사진 160여 장으로 채워졌다. 6·25 때 이 땅에서 14만명의 젊은 피를 흘린 미국을 위한 경축 행사는 한 번도 연 적이 없는 서울시의회가 국군에게 총을 쏜 중국에는 장소를 내주었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중국 관련 경제 포럼에선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의 리더십’ ‘한·중의 새로운 관계 설정’ 등이 핵심 주제로 떠올랐다. 이 포럼에는 설훈, 김두관, 정동영 등 범여권 실세 의원들이 참석했다. 학생운동권 출신 여당 정치인들은 이제 ‘미국을 대체할 중국’과 ‘새로운 한·중 관계’를 염두에 두는 것 같다. 안민석 의원이 “한국이 북·중과 연대하여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일본 욱일기의 반입을 막자”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취해온 의문투성이의 외교 안보 조치들 역시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고 거기엔 ‘친중(親中) 전략’이 숨어있다. 환경영향평가를 핑계로 미룬 사드 정식 배치, 안보 역량을 약화시킨 남북 군사 합의, 한·일 간 지소미아(GSOMIA· 군사 정보 보호 협정) 파기, 한·미·일 안보 협력 대신 중국 포함 다자 협력 추구 등은 한미(韓美) 동맹 해체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이는 모두 중국에 이로운 조치다. 문 정부 외교는 ‘미국을 멀리하고 중국을 가까이하는(遠美親中)’ 전략이다. 그 목적은 북한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식 연방제 통일을 하는 데 중국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다. 중국과 북한은 한반도에 미군이 있는 한 통일에 협력할 수 없다는 입장이므로, 문 대통령은 통일과 미군 철수를 함께 추진해야 할 수도 있다. 결국 ‘미국을 버리고 중국과 손잡는’ 결단의 순간에 직면해야 한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14개 국가의 1인당 GDP
한국 좌파 정치권은 ‘연방제 통일’이야말로 7500만 한민족이 ‘분단 체제’를 끝내고 강대국 앞에서 떳떳하게 살 수 있는 대전제라고 본다. 이 목표를 위해 ‘친중 반미(反美)’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 같다. 청와대가 북핵 문제에 작은 돌파구라도 열리면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남북 경협에 총력을 쏟을 태세인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 성과를 동력으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여 연방제 개헌(改憲)에 다가선다는 계산법이다.
‘미국을 버리고 중국과 손잡는 것’이 문 정부가 꿈꾸듯이 남북한 공동 발전과 평화통일로 가는 길일까? 우린 장밋빛 미래 대신 리스크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한국이 한·미·일 삼각 동맹에서 이탈해 북·중·러 삼각 체제에 편입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한국 사회는 엄청난 충격과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가 받을 충격은 1997년 IMF 위기 이상이 될 수 있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의 승리가 예상되면 연방제 통일을 우려한 국제 자본이 한국을 이탈할 것이고 주식과 원화 가치는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 부자들이 해외로 떠나면 부동산 시장도 위험하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서 제외되면 수출길은 급격히 좁아진다. 기업들이 문을 닫으면 실업자는 급증하고 청년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 금융기관 파산으로 수십 년 부어왔던 개인연금이 날아갈지도 모른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좌파가 꿈꾸는 것처럼 북한 개발 붐이 일어나기도 전에 한국 경제부터 무너질 수 있다.
또 한미 동맹을 버리고 연방제에 합의한 한국은 장차 북한과 대등하게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자국의 군사력이 도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누구도 자신의 정치 체제를 강요할 수 있다”는 스탈린의 말처럼, 핵 무력을 가진 김정은 일인 독재 체제는 한국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을 짓누르게 될 것이다. 말이 ‘평화적 연방제 통일’이지, 북한 주도의 흡수 통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란 든든한 친구를 버린 한국은 중국 관계에서도 대등하고 공정한 대우를 받으리란 보장이 없다. ‘수직적 위계’를 중시하는 중국은 한국에 종속과 굴욕을 강요할 것이다.
사회주의 중국과 손잡아서 성공한 나라는 예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14국 중 러시아를 제외하고 중국보다 잘사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14국의 1인당 GDP 평균은 3064달러에 불과하다〈그래픽 참조〉. 캄보디아와 미얀마 베트남은 마오(毛) 사상 영향으로 내전과 학살에 시달렸다.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에 협력한 국가들은 지금 엄청난 빚에 신음 중이다. 북한 대외경제성 관리조차 “미국과 동맹을 맺은 한국은 잘사는데, 중국과 동맹 맺은 우리는 못산다”고 하소연하겠는가. 중국 땅 끝에 위치한 한국이 3만달러 수준에 오른 것은 한미 동맹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미 동맹을 버리고 ‘중국 줄’에 서는 선택은 지난 70년간 우리가 누려온 자유민주와 풍요의 정치 경제 구조를 근본부터 파괴하는 일이다. 미군이 주둔하는 곳은 자유민주 정치가 가능하지만, 중국 인민해방군의 힘이 미치는 곳엔 감시와 억압이 있을 뿐이다. 지금의 위구르 지역과 홍콩을 보라. 중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한국 경제에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미 동맹 위에서나 가능하다. 미국은 한국의 ‘친구’지만, 중국은 ‘친구’가 될 수 없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09/201910090001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