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작은 ‘태아’에서 시작됐다
“정부가 주장하는 생명 존중과 인권 최우선의 가치를 낙태법 개정안에서도 반드시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을 엄중히 촉구합니다. 우리 모두 작은 태아였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생명대행진 조직위원장인 차희제 프로라이프 의사회장은 5일 오후 온라인 화상플랫폼 줌(Zoom)에서 열린 ‘제9회 생명대행진 2020’에서 성명을 낭독하다 이 대목에서 목이 멘 듯 잠시 울먹였다. 생방송을 듣던 140여명 참석자들은 정적의 시간을 지켜봤다. 차 위원장의 성명 발표 후 참석자들은 ‘여성과 태아 생명 모두를 존중하라’ ‘낙태죄 완전폐지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생명대행진 조직위원회를 운영하는 프로라이프 의사회 변호사회 여성회가 주관한 생명대행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이날 참여한 종교·여성·입양 단체 등 생명 운동가들은 낙태죄 폐지가 생명경시 풍토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태아를 보호함과 동시에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진행되는 낙태 예방을 위한 실질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로라이프 변호사회 윤형한 변호사는 앞으로 제정될 낙태죄 입법에 반드시 반영해야 할 사항을 제시했다. 윤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전면적 낙태 처벌 규정이 헌법에 불합치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의 헌재결정문에 의하면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은 전혀 아니다”며 “일부 여성단체들이 낙태의 전면 허용을 주장하는 것은 헌재 결정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변호사는 낙태 허용 사유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둘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회적·경제적 사유라는 것은 추상적·포괄적 개념이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낙태를 허용해선 안 된다”며 “이런 사유들은 원래 존재한 사회적 문제로, 낙태를 금지하고 처벌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현행모자보건법 제14조에 따라 5개 항의 낙태 허용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 사유, 전염성 질환, 근친 간의 임신은 낙태 허용 사유에서 삭제돼야 한다”며 “강간에 의한 임신, 모체의 위험을 일으키는 임신의 경우에만 (낙태를) 존치하되 그런 상황에도 임신 중기인 22주 이전에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22주 이후엔 임신중절이 아니라 살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의학 발전에 따라 유전학적 장애를 극복할 가능성이 있고, 임신 초기에 이를 식별하는 것이 의료기술상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 근친 간의 임신 경우도 사실관계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오용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참석자들은 충분한 고민과 다양한 의견 수렴 없이 낙태를 손쉽게 허용하는 입법 추진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했다.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신상현 수사는 “1973년 미국에서 낙태죄 폐지후 생명 운동이 시작됐다. 만 45년 만인 지난해 미국 10여개 주에서 낙태금지법, 태아박동법이 통과됐다”며 “미국 사회는 낙태죄 폐지 후 가치관 혼란, 가정 파괴 등의 사회 병폐를 경험했다. 이미 선진국에서 실험이 끝난 나쁜 법을 다시 도입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불행의 길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혜정 케이프로라이프 대표는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일부 여성 단체들은 태아 생명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임신을 원치 않은 여성의 상황을 강조하며 낙태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남녀 모두 생명에 책임을 갖도록 해 여성이 낙태까지 하도록 몰리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라이프 대학생회 부대표 이주현씨는 “한부모 지원법을 강화하고 남성에게 양육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미혼모의 경우 신원을 밝히지 않고 입양을 보장하는 익명 출산법도 필요하다. 여성이 출산과 양육에 있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친화적인 직장 문화도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미혼모가족협회 김은희 대표는 “한국 사회에서 혼전 성관계를 비정상적이라고 부정하지 않으나 혼전 임신과 출산에 대해선 아직도 문화적으로 억압하는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혼모단체로 낙태를 찬성해야 하지 않냐고 이야기하겠지만 모든 주수의 태아를 부정한다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며 “우리는 뱃속의 태아와 여성을 모두 지지한다. 생명을 선택하는 분들에 대한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논의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미혼모가 낳은 아이 중 10%는 입양되고 10%는 회복된 원가정으로 돌아간다”며 “나머지 80%의 아이들은 각종 시설에서 10여년 있다 사회에 나온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미혼모가 아이를 양육하기 힘들다면 입양 단체나 미혼모 지원 단체의 도움을 받길 바란다”며 “그러나 낙태라는 선택은 옳지 않을뿐더러 여성이 평생 죄책감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http://m.kmib.co.kr/view.asp?arcid=0014981291
“우린 모두 태아였다”…‘낙태죄 합헌’ 소수의견은 무엇?
조용호·이종석 재판관, ‘낙태죄 합헌’ 소수의견
“태아, 모체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생명체다”
“여성 자기결정권과도 비교 안돼…생명 침해”
낙태 현실도 지적…”여전히 광범위하게 발생”
태아생명권, 자기결정권보다 중대 공익 판단
“지금 우리가 자기낙태죄 조항에 대한 위헌, 합헌 논의를 할 수 있는 것도 우리 모두 모체로부터 낙태 당하지 않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태아였다.”
조용호(64·사법연수원 10기) 헌법재판관이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반대하며 밝힌 소수의견이다. 그는 오는 19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조 재판관은 이종석(58·사법연수원 15기) 재판관과 함께 낙태죄는 합헌임을 주장하며 다음과 같은 근거를 설명했다.
두 재판관은 먼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는 헌법 10조와 함께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고유한 가치를 가지며,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라고 판단한 헌재 결정 예 등을 거론했다.
두 재판관은 “임신한 여성의 관점에서 볼 때 태아는 나인 동시에 내가 아니다”며 태아와 임신한 여성 사이를 ‘미묘한 관계’로 표현했다. 태아와 임신한 여성은 명백히 ‘한 사람’이라거나 또는 ‘두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 없고, 모두 존중돼야 하는 생명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서로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적대자라 칭할 수 없는 특수한 관계라는 것이다.
두 재판관은 태아에 대해 “인간으로서 형성돼 가는 단계의 생명으로서 인간의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태아는 다른 누구로 대체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인격체로 발전할 수 있는 자연적인 성장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태아는 모체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생명체라는 것으로, 장래에 존엄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존재라는 설명이다. 즉, 태아와 출생한 사람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두 재판관은 출생 전 생성 중인 생명이 헌법상 생명권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이는 생명권의 보호가 불완전한 것에 그친다고도 지적했다. 적어도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된 때부터 출생까지의 태아는 그 기간의 구분 없이 내재적 인간의 가치를 지닌 ‘생성 중인 생명’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향유한다는 판단에서다.
낙태의 자유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통해 보호될 수 있는지에 대해 두 재판관은 의문을 표했다. 태아가 생명의 내재적 가치를 지닌 존재라면, 그 생명을 적극적으로 소멸시킬 자유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두 재판관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근본적으로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며 “낙태는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에 어긋나는 생명침해행위”라고 강조했다.
국가기관이 낙태를 금지하는 것과 관련해 두 재판관은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봤다. 두 재판관은 “임신한 여성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두 재판관은 그러면서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도 꼬집었다. 두 재판관은 “형벌로써 낙태를 규제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광범위하게 낙태가 이뤄지고 있다”며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가벼운 제재를 할 경우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자기낙태죄 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두 재판관은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 균형에 대해 “국가가 어떠한 방법으로, 어느 정도로 태아를 보호할 것인가에 관한 구체적인 결단은 입법자의 과제”라면서도 “임신한 여성에게 신체의 자유 또는 자기결정권을 주기 위해 태아의 생명권을 희생하는 것은 동등한 배려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태아는 인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소중하고, 국가는 이를 보호해야 하는 정당한 공익이 있다”며 “태아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행위는 우리 헌법질서가 받아들일 수 없으며,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수호한다는 규범적 목표를 지향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어느 정도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나,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에 비해 제한의 정도는 결코 크다고 볼 수 없다는 두 재판관의 결론이다.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서도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기반한 제네바 선언을 사례로 들며 정당하다고 봤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411/95007973/1
“낙태 거부하고 생명 지켜갈 것”
기독교생명윤리협회·성산생명윤리연구소 공동 성명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상임대표 이상원)와 성산생명윤리연구소(소장 이명진)가 공동으로 최근 정부가 입법예고한 낙태 관련 법률개정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29일 발표했다.
이들은 ‘생명의 법을 따라 낙태허용 법안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이 성명에서 “낙태죄 헌법 불합치 이후 형법과 모자보건법이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지더라도 세상 법이 아닌 생명의 법, 양심의 법을 따라 모든 낙태를 거부하고 생명을 지켜갈 것을 천명한다”고 했다.
또한 “낙태가 죄라는 것을 모르고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에 영향을 받아 낙태를 했던 가정들의 회복운동에 앞장 설 것”이라며 “알고 지었든 모르고 지었든 생명을 죽인 죄를 회개하고, 낙태라는 죄의 멍에를 깨뜨리고 자유함을 얻도록 모든 교회에 회개와 회복운동이 일어나도록 힘쓸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 모든 기독교계가 한 마음으로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복음주의 생명운동을 펼쳐 나가도록 교계와 연합하여 강력한 생명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지극히 약한 인간인 태아의 생명을 지키고 임신한 여성을 보호하고 지키는 고귀한 사명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태아가 살면 대한민국이 산다. 태아가 죽으면 대한민국이 죽는다”고 덧붙였다.
https://www.christiandaily.co.kr/news/96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