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 인권 실태 공개 지연… 인권백서 발간도 중단 위기…북한 인권 철저히 외면하는 문정부

통일부, 북 인권 실태 공개 지연… 인권백서 발간도 중단 위기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의식, 그동안 법률에 따라 진행되온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조사 발표를 지연시키고 있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17일 북한 인권 실태를 다룬 보고서를 준비해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다음 날 공개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이 방송은 통일부 당국자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북한 인권 실태를 다룬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으며 준비가 완료되는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발간할지 검토할 시기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일부는 현재 보고서의 발간 시점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으며 공개 입장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통일부가 북한 인권 실태 조사를 일방 중단함에 따라 현재 백서 발간 중단 위기에 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은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센터가 현재까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북한인권법 13조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과 증진을 위한 정보 수집, 연구, 보존, 발간을 담당하는 센터가 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한국 내 북한인권, 탈북민 단체들이 결성한 ‘한국 정부의 북한인권·탈북민단체 탄압 공동대책위원회’ 신희석 대책위원은 “통일부는 ‘북한인권법’ 제정과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출범 당시 약속대로 유엔에서 반인도범죄에 해당하는 중대 인권 침해로 인정한 북한 인권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이와 관련된 분석 보고서를 조속히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도 “4년여 동안 보고서 발간을 하지 않던 센터가 연내 발간하겠다는 발표를 번복한 것은 북한 인권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심도를 보여준 사례”라며 “인권을 외면한 평화는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복음기도신문]

http://gnpnews.org/archives/67929

 

 

보고서 공개 않는 北인권기록센터… 탈북자 증언 공론화 꺼리나

 

“말조차 제대로 못 하는 곳에서 우리가 얼마나 원통한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겠나. 힘들었던 일들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기록으로 남겨 북에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

 

6년 전 탈북해 입국한 허모 씨(61·여) 얘기다. 알몸 조사와 고문, 구타 등 북한에서 탈북자들이 보고 겪은 인권 침해 사례는 북한의 열악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탈북자들의 증언은 그 실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조사 결과를 취합해 북한인권정책 수립에 활용하고 인권침해 사례는 장기적으로 진실 규명 등을 위해 보존이 필요하다. 1961년 서독에 세워진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는 동독 내 반인도적 행태를 기록하고 보존함으로써 이를 감시하고 억제하는 기능도 수행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제정된 북한인권법이 2016년 국회를 통과했고 같은 해 통일부 산하에 북한인권기록센터(이하 기록센터)가 출범했다. 기록센터는 2017년 1월부터 탈북자 정착지원 교육기관인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2차례의 비공개 보고서를 냈을 뿐 대외적으로 보여준 성과는 많지 않다. 게다가 올해 초에는 21년간 이뤄지던 비영리 민간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하나원 조사까지 중단됐다. NKDB가 빠지면서 올해 하나원 입소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기록센터와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3곳만 수행하게 됐다.

 

○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북한인권기록센터

 

국내 북한인권 실태조사는 탈북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됐다. 1994년 김일성 사후 고난의 행군으로 북한 내 식량 사정이 악화되자 탈북 행렬이 이어졌다. 1999년 처음으로 한국에 온 탈북자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 3년 뒤인 2002년에는 1000명대에 이르렀다. 북한의 인권 실태도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차츰 알려졌다.

 

초기 북한인권조사는 민간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1999년 하나원이 개소한 뒤 윤여상 NKDB 소장 등 일부 연구자들이 직접 탈북자들을 면담하며 북한 인권 실태를 기록했다. 입국 직후 하나원에서 이뤄지는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은 인권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통일연구원도 1996년부터 하나원을 출소한 탈북자 일부를 대상으로 한 면담과 북한 문건 분석 등을 통해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했다.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상대적으로 많은 무게를 둔 진보 성향 정권 입장에서 북한 주민 인권조사는 공론화하기 어려운 주제였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민간 주도의 인권조사는 비공식적으로 진행됐다.

 

하나원 조사를 이어오던 NKDB도 2007년부터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만들어 처음으로 민간 차원의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NKDB는 통일부의 공식 위탁을 받아 하나원 입소 탈북자 대상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

 

2005년 처음 발의된 북한인권법은 진보 성향 정당들의 반대에 막혀 계류되다가 2016년 3월에야 통과됐다. 법이 통과된 뒤 같은 해 9월 28일 통일부 산하에 북한인권기록센터가 문을 열었고 10월 10일 법무부 산하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세워졌다. 기록센터가 북한인권 관련정보의 수집과 기록을 담당하고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3개월마다 정보를 이관받아 관리했다.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긴장 관계가 고조되면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인권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았다. 다만 전문성 있는 민간단체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조사 업무 등을 외부에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을 북한인권법에 마련했다.

 

○ 4년간 한 차례도 공개 보고서 내지 않아

 

국장급 고위 공무원이 센터장을 맡게 된 북한인권기록센터에는 기획연구과와 조사과가 설치됐다. 센터장 포함해 약 15명의 인력이 배치됐다. 자체적으로 조사 전문가들을 새로 임용했고 법무부 소속 검사와 경찰도 지원 인력으로 파견됐다. 기록센터에 대한 통일부 안팎의 기대가 상당했다. 기록센터 운영을 위해 매년 9억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다. NKDB도 기록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인권 연구가 더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를 품었다.

 

기록센터는 출범 1주년에 맞춰 1년간의 업무 추진 경과와 조사 방법 등을 담은 1주년 보고서를 냈다. 당시 보고서에는 향후 주요업무계획으로 “2017년 조사결과를 종합, 정리해 2018년부터 북한인권 실태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1주년 보고서를 통해 발간하겠다던 북한인권 실태보고서에 대한 언급이 이후 한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보고서의 존재는 기록센터 출범 3년 직후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금순 북한인권기록센터장이 2017년도와 2018년도 보고서가 ‘3급 비밀’ 내부용 보고서로 작성됐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국회조차 보고서 발행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상당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만든 보고서가 왜 조용히 비공개 처리된 걸까. 기록센터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인사는 “2018년 초 돌연 기록센터 측에서 상부 요구로 보고서를 내지 못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지시를 내린 게 청와대인지 통일부 고위급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보고서 작성기관인 기록센터가 자체적으로 ‘3급 비밀’ 문서로 지정했다는 입장이다.

 

최근 통일부는 “올해는 정책수립 참고용 비공개 보고서와 함께 공신력을 갖춘 대외 공개용 보고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다시 번복하면서 논란을 가중시켰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인권 증진이 남북 관계 발전, 한반도 평화정책과 병행해야 하는 전반적 상황을 감안해 공개 여부를 추후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판단에 따라 보고서 공개 여부가 결정된다는 걸 시인한 셈이다.

 

기록센터의 투명성과 전문성 문제도 4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북한인권 실태조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이 이뤄졌는지도 외부에 공개된 바 없다. 기록센터 내 자문위원단이 있지만 구성원도 논의 사항도 모두 비공개다. 감시 역할을 해야 할 국회에서도 조사 과정에 대한 검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센터 출범 이후 조사를 총괄하는 조사과장만 5번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임기가 1년도 채 되지 않은 셈이다.

 

○ 민간단체 인권조사까지 막아선 통일부

 

통일부는 자체 조사한 북한인권 실태를 공개하는 것을 미뤄오면서 민간단체의 탈북자 조사에 대해서도 축소 압박을 지속했다. 기록센터가 하나원 입소 탈북자 전수조사를 하면서 NKDB의 조사 인원은 2017년부터 매월 10명으로 제한됐다. 2018년과 2019년에도 조사 문항과 내용을 줄이라는 요구가 계속됐다. 2019년에는 ‘해외파견 노동자’와 ‘납치·억류’, ‘핵·생물·화학무기 실험’ 문항에 대해 통일부의 삭제 요구가 있었다. 통일부는 올해 1월이 되자 다시 NKDB에 조사 인원을 10명에서 7명으로 줄이도록 요구했다. 난색을 표하던 NKDB가 3월에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통일부는 이미 조사가 시작됐다며 올해 용역 계약을 맺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통일부는 탈북자 수가 줄어들면서 탈북자 1명이 최대 4차례(기록센터·NKDB·통일연구원·유엔 서울인권사무소) 조사를 받는 중복 조사 문제도 이유로 들었다. 이에 NKDB 측은 “증복조사 문제는 통일연구원이 2017∼2018년 하나원 조사에 합류하면서 야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대북 지원의 명분이 되는 경제·사회권 조사를 강화하기 위해 통일연구원을 하나원 조사에 투입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NKDB의 하나원 조사가 중단되면서 14년간 발간해온 유일한 민간 북한인권백서도 발간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NKDB는 생명권과 정치적 참여권, 생존권, 건강권 등 인권 침해 유형을 16개로 분류하고 시대별로 증감을 구분해 해당 백서는 북한 인권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자료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동안 축적한 인권 침해 사건이 7만8798건, 관련 인물은 4만8822명에 이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동 제약이 심해지면서 매년 1000명을 넘던 탈북자 수가 올해 상반기에는 147명까지 급감했다. 방역을 명분으로 통제가 강화되면서 주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해상에서 총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47) 사건도 북한 내 인명과 인권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북한의 인권 침해 실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권오혁 정치부 기자 hyuk@donga.com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00928/1031658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