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강 상류 11개 중국댐, 미·중갈등의 새 ‘싸움터’ 되나
미중, 메콩강 가뭄 원인에 대한 상반된 내용의 보고서 발표
전문가 “메콩강, 미중의 지정학적 전장으로 변했다는 신호”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동남아의 젖줄’로 불리는 메콩강 상류 지역에 건설된 중국의 댐들이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새로운 전장(戰場·싸움터)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왔다.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에 이어 메콩강 수자원 문제가 중국과 동남아 국가, 나아가 중국과 미국 간 갈등의 새로운 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미국과 중국의 다음 전장: 메콩강의 중국 댐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메콩강 수자원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소개했다.
SCMP에 따르면 수자원 전문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의 세바스티안 비바 연구원은 메콩강 지역의 가뭄의 원인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3개월 사이에 각각 대립하는 연구 보고서를 내놓은 점을 지적한 뒤, “이러한 대립하는 보고서들은 그 강(메콩강)이 미국과 중국가의 지정학적 전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 물 분야 연구 및 컨설팅 전문 업체인 ‘아이즈 온 어스'(Eyes on Earth)는 지난 4월 펴낸 보고서를 통해 메콩강 상류 지역의 11개 중국 댐들이 470억㎥의 물을 저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수력발전과 관개용수를 위해 메콩강 상류에 댐을 건설함으로써 중·하류 지역이 가뭄을 물러왔다는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5개 메콩강 유역 국가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연구는 유엔의 후원을 받는 ‘지속가능인프라파트너십'(SIP)와 ‘메콩강하류지역협력이니셔티브'(LMI) 의뢰로 작성됐다. LMI는 2009년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5개 메콩강 유역 국가들과 공동으로 설립한 기구다.
이에 맞서 중국 측은 지난 7월 말 정반대의 주장이 담긴 보고서를 펴냈다.
칭화(靑華)대와 중국 수자원연구소가 공동으로 펴낸 보고서는 중국의 댐들이 우기에는 메콩강의 홍수를 완화하고 건기에는 저장된 물을 방류함으로써 가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의 댐들이 위치한 상류 지역이 하류 지역보다 가뭄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메콩강 전체 유역에서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7% 정도이지만, 중국 댐들이 위치한 메콩강 상류의 가뭄 발생 가능성이 12%로 높다는 주장이다.
중국의 티베트에서 발원하는 메콩강은 미얀마·라오스·태국·캄보디아·베트남 등을 거쳐 남중국해로 유입되는 길이 4천20㎞의 강이다. 중국에서는 란창(瀾滄)강으로 불린다. 이 유역에는 동남아인 6천여만명이 거주한다.
https://www.yna.co.kr/view/AKR20200803103800009
미·중, 또다른 접전지는 메콩강…미 “중국 댐에 태국·베트남 가뭄”
동남아의 젖줄이라고 불리는 메콩강이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접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 논란에 이어 총영사관 폐쇄 맞불, 미국 내 틱톡 철수 등 전방위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맞붙는 상황에서 동남아로 전선이 확대된 양상이다.
메콩강은 중국 고산지대에서 시작돼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와 만나는 동남아 최대의 강이다. 메콩강은 6000만명 이상의 동남아 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수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며 메콩강 상류에 많은 댐을 지으며 분쟁이 일고 있다. 최근 메콩강 하류에 극심한 가뭄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3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이 연구기관을 앞세워 메콩강 가뭄에 대해 엇갈린 분석을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몇 년 들어 메콩강과 인접해있는 동남아 곡창지대에 심각한 가뭄이 들고 있는데, 메콩강 상류의 중국 댐이 그 원인인지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 분야 연구 업체인 ‘아이즈 온 어스’는 미 국무부의 지원을 받고 메콩강의 대규모 수위 하락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지난 4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메콩강 수위 예측 모델을 통해 메콩강 상류의 수위는 지난해 우기 동안 평균을 넘었지만, 하류의 수위는 예상 수위보다 훨씬 낮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량 감소와 함께 상류에 건설된 중국 댐들을 가뭄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앨런 베이시스트 ‘아이즈 온 어스’ 대표는 “댐들의 방류 제한이 하류 지역 가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중국이 우기 동안 물을 내보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해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메콩강 상류 중국 댐들이 메콩강 하류 수위를 최저 수준으로 낮춰 인접 국가 주민들의 생활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지난 7월 중국 당국도 칭화대와 합동으로 연구보고서를 내놓으며 반박에 나섰다. 보고서는 메콩강의 가뭄은 고온과 강수량 감소와 같은 환경적 요소로 인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메콩강 상류의 중국 댐이 우기의 물을 저장하고 건기에 방류함으로써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연구 결과를 보도하며 “메콩강 하류 가뭄에 대해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는 무지한 외국 연구자들의 음모에 대한 반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SCMP는 많은 전문가와 환경단체가 중국 보고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이언 에일러 스팀슨 센터 동남아 책임자는 “우기에도 메콩강 하류에서 가뭄이 발생하는 데 중국 보고서는 이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7년 메콩강유역위원회(MRC)의 자료를 인용해 “메콩강 우기 때 발생하는 홍수로 인한 경제적 이익은 피해보다 100배 이상 크다”고 지적했다. 메콩강의 자연적 흐름이 중국이 주장하는 댐으로 인한 수위 조절보다 훨씬 더 유익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수력 자원 정치에 대한 책을 저술하기도 한 세바스티안 비바 괴테대학교 연구원은 메콩강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상이한 분석은 메콩강이 미·중의 지정학적 전쟁터로 변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https://mnews.joins.com/amparticle/23839636
“작년 메콩강 수위 하락, 상류 중국 댐들이 원인”…연구보고서
“하류 수위 3m 낮아져도 중국 댐들 물 안 내보내”…중국 “비합리적” 반박
‘동남아의 젖줄’ 메콩강에서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수위 하락은 상류의 중국 댐들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14일 통신에 따르면 물 분야 연구 및 컨설팅 전문 업체인 ‘아이즈 온 어스’는 최근 미 국무부의 지원을 받아 펴낸 연구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메콩강 유역 수위는 50여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면서 이 지역 농·어민들이 극심한 타격을 입었는데, 여기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함께 강 상류 중국 댐들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동남아에서 중국 영향력 확대를 견제 중인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외교장관 회의에서 메콩강 상류 중국 댐들이 하류 국가 주민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강의 수위를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고 비판했다.
‘아이즈 온 어스’는 보고서에서 메콩강 상류 중국 윈난성의 ‘표면 습기’에 대한 위성 측정값은 지난해 5~10월 우기 동안 비와 눈 녹은 물의 혼합 수량이 평균을 약간 넘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태국~라오스 국경을 따라 펼쳐진 메콩강 하류의 경우, 수위가 예상 수위보다 3m까지 낮은 적도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기상학자이기도 한 앨런 베이시스트 ‘아이즈 온 어스’대표는 “이는 방류 제한이 하류 지역의 가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중국이 우기 동안 물을 내보내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메콩강 상류에 중국이 건설한 11개 댐의 영향에 대해 논란이 많았지만, 중국 측이 저수량 등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관련 데이터가 부족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번에 ‘아이즈 온 어스’는 1992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측 메콩강 유역 표면에서 비와 눈 녹은 물로 인한 물의 양을 추적한 위성 데이터를 사용했다. 그 다음 메콩강유역위원회(MRC)의 강 수위 측정값을 비교, 메콩강 상류의 비와 눈 녹은 물의 양에 따른 강의 ‘정상적인’ 수위에 대한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
초기에는 예측 모델과 강 수위 측정값이 대체로 가깝게 이동했다.
그러나 메콩강 상류에서 중국 측이 대형 수력발전소 댐을 운영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는 예측 모델과 강 수위 측정값이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예측 모델과 강 수위 측정값 차이는 특히 지난해 두드러졌다고 베이시스트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자신들은 지난해 메콩강 가뭄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데이터는 그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연구 결과에 대한 의견 표명 요청에 대해 성명을 통해 “란창(瀾滄·중국에서 메콩을 일컫는 표현)강에 있는 중국 댐들이 하류의 가뭄을 가져왔다는 설명은 불합리하다”고 일축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윈난성도 지난해 심각한 가뭄을 겪었고, 메콩강 내 중국 댐들의 저수량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