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00억 적자 韓電, 태양광·풍력에 2조5000억 썼다
발전량의 5.8% 불과한 신재생… 구입비용은 전체의 9.9% 차지… 구입단가도 원전의 3배나 돼
“결국 전기요금 올라 국민 부담”
매년 상반기 발전원별 전력 구입비
올 상반기 9285억원의 영업 적자를 낸 한국전력이 같은 기간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구입 비용으로 2조5332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떠받치기 위해 공기업인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지나친 지출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전이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올 상반기에 신재생에너지 전력 구입에 1조5513억원,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 9819억원 등 총 2조5332억원을 지급했다. RPS는 500㎿(메가와트) 이상의 대규모 발전 사업자에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비용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6년 상반기 1조6739억원에서 2017년 상반기 1조8272억원으로 늘었다.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본격화한 2018년 상반기에는 2조2775억원으로 2조원을 돌파했고,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5.8%, 비용은 9.9%
발전 비용이 비싼 재생에너지 구입 비중이 늘면서 한전의 재정 부담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발전원(源)별 전력 구입량은 석탄이 전체의 37.5%(10만133GWh·기가와트시)로 가장 많았고, 원전 28.5%(7만6121GWh), LNG(액화천연가스) 26%(6만9534GWh), 신재생에너지 5.8%(1만5489GWh) 순이었다. 하지만 전력 구입비는 전체(25조6971억원)의 9.9%에 달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발전 비중이 줄고, 값비싼 신재생에너지와 LNG 비중이 늘면 한전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며 “한전 부담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와 한전은 “한전 적자는 탈원전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한전은 지난 14일 2분기 영업 실적을 발표하면서 “2분기 영업 손실은 전년 동기(6871억원 적자) 대비 3885억원이 개선된 2986억원”이라며 “영업이익이 개선된 주요 원인은 원전 이용률 대폭 상승과 발전용 LNG 가격 하락 등으로 발전 자회사의 연료비 등이 5000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적자가 줄어든 원인을 원전 가동률 증가라고 해, 발전 비용이 가장 싼 원전 이용률을 높여야 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자인한 셈이다.
◇신재생 발전단가, 원전의 3배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한전 적자가 급증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한전은 올해부터 ‘전력 구입 실적’ 작성 기준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한전 자회사인 발전 공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RPS)을 포함했는데, 올 상반기 집계부턴 RPS를 제외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준에 따라 계산해도 신재생에너지 구입 단가는 kWh당 100.15원(올 상반기 기준)으로, 원전(55.76원)의 2배에 가깝다. 예전 기준대로 RPS 비용을 포함할 경우엔 신재생에너지가 kWh당 163.5원으로, 원전에 비해 3배 가까이 비싸다. 기준 변경에 대해 한전은 “RPS 비용엔 작년에 발생한 비용이 혼재돼 있기 때문에 제외했다”고 했다.
수백조 들어갈 태양광, 정작 국내기업은 파산 위기
웅진에너지, 작년 560억 적자… OCI는 영업이익 반토막
정부, 자국기업 육성책 없어… 값싼 중국산에 밀려 생태계 붕괴
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중소 제조 업체 JSPV사 창고엔 재고가 100억원어치나 쌓여 있다. 한창때는 주문이 밀려 2공장까지 지어야 했지만 값싼 중국산이 쏟아져 들어오고, 발전(發電)사들이 대기업·중국 제품만 찾는 바람에 매출이 급감했다. 이정현 JSPV 회장은 “연 매출이 1200억원은 돼야 하는데 100억원대로 감소했다”며 “150명이었던 직원도 40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공장 가동률은 지금 10%대에 그친다.
이 회장은 “정부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데만 열을 올릴 뿐 국내 관련 기업이 망하든 말든 신경도 안 쓴다”며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일자리가 는다고 홍보하는데 국내 업체가 모두 문 닫게 생겼는데 무슨 일자리냐”고 했다. JSPV는 KS인증을 비롯해 국내외 기술 인증을 획득했고,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회사다. 그는 “한전이고 발전사고 공기업들이 가격만 싸면 중국산이 더 좋다고 한다”며 “정부는 제발 우리 중소기업이 처한 현장을 좀 살펴봐 달라”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수백조원을 퍼부으며 7%대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5%로 늘릴 계획이지만 정작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는 붕괴 위기에 몰리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태양광 산업 보급확대에 노력하면서) 보조금을 지원받는 설비 시공 업체와 발전사만 돈을 벌고, 정작 재생에너지 제조사들은 파산되거나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만 집중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할 구체적 지원책이나 인센티브가 없었다”며 “4월 5일 발표한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그런 내용이 조금 담겼지만 재생에너지 제조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유일의 태양광 부품 잉곳·웨이퍼 제조사인 웅진에너지는 작년 매출이 32% 줄고, 560억원 적자를 냈다. 대전공장과 구미공장 가동률은 20% 수준으로 떨어져 508명이던 직원은 306명으로 줄었다. 외부 회계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태양광 셀(전지) 재료가 되는 폴리실리콘의 국내 1위 제조사인 OCI는 작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작년 4분기 영업 손실을 내 105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국내 2위 폴리실리콘 제조사인 한국실리콘은 법정 관리에 들어가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고, 역시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한화케미칼 태양광 사업 부문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이 미국 태양광 회사와 설립한 SMP는 이미 2년 전 파산했다.
정부가 태양광발전에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는데 국내 태양광 업계가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은 설비 시장은 값싼 중국 제품이 쓸어가고, 원전보다 발전(發電) 원가가 비싼 태양광 사업을 벌여야 하는 발전사업자들은 한국 업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설치·운영을 현 정부와 친한 정치인이 운영하는 몇몇 협동조합이 싹쓸이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탈(脫)원전을 선언한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늘리는 데에만 급급해 산업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했다.
◇中 값싼 전기료 무기로 물량 전술… 韓 기업 고사, 일자리는 줄어
태양광의 기초 원료인 폴리실리콘과 이것을 가공해 만드는 중간 단계 제품인 잉곳·웨이퍼의 생산 원가는 전기요금이 각각 45%, 30%를 차지한다. 중국은 내몽골 지역에서 생산되는 값싼 전기에 중앙·지방정부의 금융 지원 등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우리나라를 크게 앞선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기술 측면에서 한국산은 중국산과 비슷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가격은 중국산이 10%가량 싸다”며 “가격이 중요한 대형 프로젝트 개발 때 한국산 제품 채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확대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은 중국 업체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고 일자리 창출에도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전남 해남에 98㎿(메가와트) 규모로 건설되는 ‘솔라시도’ 태양광 프로젝트는 4000억원이 투입될 국책 사업이지만 중국산 태양광 설비가 사용될 전망이다. 인근의 영암 태양광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이 사업자로 선정되긴 했지만 이 기업은 이미 태양광 모듈 사업을 포기했기 때문에 중국 진코솔라 제품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은 중국 제품 설치업자 격”이라고 했다.
태양광 모듈 출하량 세계 1위인 중국 진코솔라는 올해 한국 시장 판매 목표를 국내 태양광 설치량(2GW)의 20%에 달하는 400㎿로 잡았다. 중국 업체 JA솔라는 국내에 물류 창고까지 갖추고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중국 태양광 모듈 업체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014년 16.5%에서 지난해 27.5%로 급증했다. 올해는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은 폴리실리콘(64%), 잉곳·웨이퍼(92%), 셀(85%), 모듈(80%) 등 글로벌 태양광 산업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태양광 셀 생산 기준 상위 기업 10곳 중 8곳이 중국 기업이다. 우리나라는 폴리실리콘 부문만 15% 정도일 뿐 나머지는 한 자릿수 점유율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가를 낮추려면 생산 능력을 늘려야 하는데 중소·중견 업체는 투자금이 없어 각종 지원을 받는 중국을 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5%… 외국 기업 놀이터
국내 풍력발전 시장도 외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2017년 말 국내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537기, 설비 규모로 1139㎿에 달하지만, 국산은 553㎿(282기)로 절반 수준에 그친다. 풍력 산업의 핵심인 터빈 제조 기술은 덴마크의 베스타스, 스페인 지멘스 가메사, 미국 GE 등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 기업도 세계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높였다. 이 업체들은 풍력발전기를 공급하면 관련 기자재까지 함께 공급하고 20여 년간 유지 보수까지 맡게 된다. 태양광 셀·모듈 제조사인 신성ENG 김동섭 사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기술 개발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부가 전략적으로 재생에너지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 수익성 떨어지고 산업 생태계 붕괴 조짐까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 에너지 정책으로 내건 정부가 올해 태양광 발전 설비 보급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지속가능성엔 경고등이 켜졌다. 태양광 발전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는데다, 태양광 산업 생태계 붕괴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계 붕괴도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태양광 잉곳ㆍ웨이퍼를 만드는 넥솔론이 파산하면서 국내 유일의 제조사가 된 웅진에너지도 지난 6월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웨이퍼는 폴리실리콘을 녹여 만든 잉곳을 얇게 절단한 기판이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태양광 모듈→발전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태양광 부품 공급망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국내 1위 폴리실리콘 제조사인 OCI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들어오면서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태양광 소재 제조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국내 구매처가 없어지면 수입에 의존해야 해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태양광 발전 보급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우후죽순 농촌 태양광…수익은 커녕 빚 걱정에 ‘울상’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한 가운데 농가 소득 증대 방안으로 농촌 태양광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소득은커녕 빚만 안기는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농촌 태양광이 고령화된 농촌의 소득증대 방안으로 떠오르면서 지난 3년 동안 지원한 정부 정책자금은 천7백여 건에, 6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수익은커녕 오히려 빚만 안기는 애물단지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서승신 입니다.
서승신 기자 (sss4854@k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