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무역전쟁 승자는 누구?..시장, 미국 손들어줬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미중 무역분쟁이 막판으로 치닫는 가운/데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미국의 우위를 점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채가 랠리를 지속하는 가운데 달러화는 3차례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중국의 주식과 위안화, 국채는 힘겹게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대형주 중심의 미국 S&P500지수는 지난 몇 달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에 비해 두드러진 상승세를 나타냈다.
게리 알폰소 선완훙위안(申萬宏源) 국제담당 전무는 “미국 증시는 정말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증시는 연초 보여주었던 상승세가 시들해졌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증시는 지난 8월 높은 동조화를 보이기도 했으나, S&P500지수가 6월30일 이후 7.2% 급등한 데 반해 상하이지수가 같은 기간 3% 하락하며 동조화 현상은 사라졌다.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무려 26%가량 급등했다.
상하이지수는 올들어 지난 4월까지 31% 급등했으나 최근 상승분의 절반가량을 반납하고 16% 상승한 박스권을 지속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상하이증시도 미국과의 무역분쟁 충격을 감안하면 견조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들 투자은행은 또 상하이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최근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으며,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 밑으로 떨어지면 투자자들의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UBS에서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하이드천 애널리스트는 “전세계 투자자들은 무역전쟁이 중국과 신흥시장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 국채 금리는 지난 10월 10년물 기준으로 중국 국채보다 1.6%포인트 낮게 정해지는 등 양국 국채금리는 지난 2년간 계속 벌어졌다.
미국과 중국의 국채 금리 차이는 작년 초 25bp(1bp=0.01%포인트)로 2010년 이후 가장 작았다.
통화가치도 달러는 올해 2%가량 올랐지만 중국 위안화는 약세를 보이며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대를 나타내고 있다.
무역분쟁 장기화에..中 기업도, 은행도, 당국도 달러 가뭄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계 외은지점 단기외채②
기업의 달러조달 힘들어..경상수지 부진
中은행들도 건전성 악화로 허덕’..지원여력↓
‘최후의 보루’ 외환보유고도 1조달러 급감
환율을 올리지 않고 달러를 구하려 외은지점 이용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지난달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중국계 외국은행 지점들의 단기외채 관련 보고서가 제출됐다. 중국계 외은지점의 단기외채가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단기간에 급증한 때문이다. 중국 은행들이 다른 나라에 진출해 있는 지점을 통해 달러를 대규모로 조달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한 금통위원은 “중국은행은 달러 조달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수년간 중국 은행권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역외자산이 대부분 중국기업에 대한 대출 등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도, 은행도, 당국도…달러 가뭄
중국이 한국 등에 진출한 외은지점을 통해 달러 자금을 싹쓸이해 조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중국 본토에서 달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기업들이 자체적인 달러 자금 조달에 문제를 겪으면서 달러는 더 귀해지는 분위기다. 미·중 무역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부진해지고 있다. 벌어지는 달러가 줄었다는 뜻이다. 반면, 외부로 유출되는 달러 자금은 확대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경상수지 축소로 나타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의 경상수지는 지난 2015년에는 3042억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불거진 지난해에는 490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대폭 줄었다. 올해 상반기까지 882억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보다 상황이 나아졌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부진한 모습이다. IMF는 2022년 중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의 달러 가뭄을 중국 본토의 은행들이 뒷받침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중국 은행들은 심각한 부실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25일 중국 인민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중국 내 은행 중 13%가 고위험 등급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5월 네이멍구 소규모 은행인 바오샹은행이 20여년 만에 처음 국유화된 이후 중국 중소은행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마지막 보루 중국 당국의 외환보유고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014년 한때 4조달러에 육박했지만 2015년~2016년 1조달러 정도 소진됐다. 당시 위안화가 급격한 약세를 보이면서 중국 당국이 달러·위안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해 달러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이후 중국 외환보유고는 3조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절대적인 수치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지만, 중국의 위기 상황을 방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소강상태이긴 하지만 미국과 무역전쟁이 끝나지 않은 만큼 외환보유고를 비상금으로 활용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가령 미국 측이 미국산 농산물과 무기 수입을 요구했을 때 그에 응하려면 달러 자금이 필요하다. 함부로 외환보유고를 소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안유화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 내부에서 달러 자금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며 “중국의 외환보유고 3조달러에서 중국의 대외 채무를 제외하면 순수한 외환보유액은 1조달러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조달러도 전부 써버릴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계 외은지점의 달러 차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환율을 올리지 않고 달러를 구하려 외은지점 이용
일각에서는 중국이 달러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외은지점을 이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기업들이 중국 상하이나 홍콩, 런던 등에 위치한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화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 달러 수요를 촉발해 달러·위안 환율이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한다. 그런데 중국계 외은지점이 달러 자금을 조달하면 환율 상승을 피할 수 있다. 가령 중국계 외은지점이 한국시장에서 달러를 구해 중국 은행 본점으로 달러를 보내주는 경우, 중국의 달러-위안화 외환시장을 통하지 않는 거래가 된다. 달러·위안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달러 조달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달러·위안 환율 상승에 대해 미국 측이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중국 당국으로서는 외환시장에서 더 이상의 위안화 약세를 막는 동시에 달러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이중적 목표에도 부합하는 방식이다. 중국이 중국계 외은지점을 통해 환율과 달러 조달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다.
금융 당국의 고위 관계자도 “중국계 외은지점을 통하면 달러·위안 환율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달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중국계 외은지점이 달러 차입을 늘리기 시작한 2016년경부터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thinker@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