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원어민 강사에 에이즈 검사 강요는 위법…국가 배상”

법원 “원어민 강사에 에이즈 검사 강요는 위법…국가 배상”

2019.11.6

인권 침해 제기한 뉴질랜드 강사에 3000만원 배상 판결

원고 문제 제기로 원어민 강사 에이즈 검사 의무화 폐지

과거 한국 정부가 외국인 영어 강사에게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검사를 받도록 의무화한 것은 법률에 어긋나기 때문에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5단독 김국식 판사는 뉴질랜드 국적의 A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3000만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08년 회화지도(E-2) 비자를 발급받아 국내 한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영어 강사로 일한 A씨는 이듬해 재계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에이즈 검사를 요구받자 거절했다.

이를 이유로 재고용을 거부당하자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에 진정을 냈다.

A씨가 낸 진정을 계기로 국내에서 외국인 강사들에게 에이즈 검사를 의무화한 것이 인권 침해라는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는 2015년 5월 A씨의 사례가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정신적·물질적 피해 보상을 하라고 촉구했다.

2016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도 정부에 원어민 강사에 대한 에이즈 의무검사 관행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정부는 2017년 이런 요구를 수용해 E-2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강사들이 에이즈 검사를 받지 않아도 국내 학교나 학원에 취업할 수 있도록 했다.

A씨가 낸 소송에서 재판부는 에이즈 의무검사 관행이 현행법에도 어긋난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에이즈예방법의 조문체계를 따져보면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에이즈에 관한 검진 결과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는 규정이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적으로 검진 대상자가 아닌 A씨에게 검진 결과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은 그 자체로 에이즈예방법에 위반되는 행위”라며 “혹은 감염인 또는 감염인으로 오해받아 불이익을 입을 처지에 놓인 사람에 대한 보호 의무를 저버린, 위법성이 농후한 행위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에 국가 측은 “어린 학생들의 안전권을 확보할 공익적 필요성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 긴밀히 접촉하는 원어민 교사에게 엄격한 신체검사를 요구한 것이 기본권을 침해했거나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어민 교사에게 에이즈나 마약 검사를 하려는 정책의 목적은 일견 정당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검사를 요구하는 것은 위법한 행위”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당시 원어민 교사들에게 에이즈 검사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단정할 자료가 부족하고, A씨가 2008년 입국한 이후 에이즈에 걸렸다고 의심할 사정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81&aid=0003041516

외국인 강사 에이즈 의무검사 폐지…유엔권고 수용

2017.7.9

회화를 가르치기 위해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에게 반드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검사를 받도록 한 제도가 폐지됐다.

8일 법무부는 회화지도(E-2)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강사들이 앞으로는 에이즈와 성병 검사를 받지 않아도 취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들은 사설 학원과 초·중·고교에 취업하려면 국내 의료 기관에서 발급한 에이즈와 마약류 검사 결과서를 제출해야 했다. 3일부터 시행된 새 법무부 고시에 따르면 외국인 강사들은 에이즈와 성병 검사를 제외하고 필로폰, 코카인 등 마약류 검사만 의무적으로 받으면 된다.

2012년 국내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한 뉴질랜드 출신 A씨는 외국인 회화 강사를 대상으로 한 에이즈 의무검사에 대해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는 2015년 5월 “영어 강사 고용 조건으로 에이즈 검사를 받도록 요구한 것은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한국 정부가 A씨에게 정신적·물질적 피해 보상을 하라”고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9월 정부에 E-2 비자 대상 원어민 회화 강사들에게 에이즈 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관행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이현정 기자]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7/07/459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