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집회’ 기독교인들은 왜 거리로 쏟아졌나?

‘광화문 집회’ 기독교인들은 왜 거리로 쏟아졌나?

3일 서울 광화문과 세종로 일대에서 진행된 대규모 집회는 약 3년 전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촛불집회’를 방불케 할 만큼 수많은 인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 이 같은 집회로 이어졌다.

특히 집회 군중들 중 상당수가 기독교인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집회는 이날 전국 17개 광역시도 226개 기독교연합기관이 주축이 돼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된 ‘한국교회 기도의 날’이 유일했지만 나머지 집회들에도 기독교인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곳곳에서 찬양이 울려퍼졌으며, 예배와 기도회를 별도의 순서로 진행한 집회도 있었다. 집회 한 참석자는 “적어도 50~60%는 기독교인들일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기독교인들이 거리로 직접 나온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한민국의 건국 정신인 ‘자유민주주의’와 이를 기초로 한 ‘한미동맹’에 금이 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분단과 6.25전쟁 등을 겪으며 종교의 자유를 위해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사회·공산주의에 반대해 왔다.

특히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활동 전력이 있는 조국 장관이 지난 청문회에서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밝히고,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장관으로 임명하자 그 같은 위기의식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광화문 집회에서 이용규 목사(한기총 증경대표회장)는 “나라를 살리기 위한 애국정신으로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확고히 지키자. 사회주의, 전체주의 공산주의는 절대 반대한다”고 역설했다. 권태진 목사(한교연 대표회장)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내자”고 했다.

‘한국교회 기도의 날’ 주최 측 역시 “우리나라와 교회가 존망의 고비에 처했다. 망국의 소용돌이로 급속하게 말려들고 있는데도 위기를 위기로 알지 못하는 국민이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유시장경제, 한미동맹 수호를 적극 지지한다. 성경적 신앙에 배치되는 제도와 법률 제정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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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가치의 정치적 표출’ 광화문 집회의 의미

10월 3일과 9일 열린 대규모 ‘광화문 집회’는 기독교의 목소리를 정치적으로 공론화 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거리로 쏟아지면서 사실상 이번 집회를 이끌었다.

“자유·대한민국·기독교를 하나로 생각
‘개인 구원’과 함께 ‘조국 구원’ 신앙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잇따른 제정 시도 등 동성애 합법화 논란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 △’자유’ 삭제 개헌 논란 △’조국 사태’로 촉발된 ‘사회주의’ 논란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기독교’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느낀 기독교인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이자 ‘종교의 자유’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기독교인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교회사)는 “기독교는 대한민국 건국 세력으로,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반공을 그 핵심 가치로 여겨왔다”며 “그런 가운데 자유가 무너지면 기독교가 무너지고, 기독교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절박함에서 기독교인들이 대거 (광화문 집회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김명구 박사(연세대이승만연구원)도 “해방 이후 한국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에게는 ‘개인 구령’이라는 기본적 바탕 위에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한국 구원’ 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다”며 “이것이 바로 기독교 국가 건설 의식으로, 한국이 기독교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여기서 중요한 게 자유민주주의라는 영미식 민주주의 체제, 그리고 그것과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반공이다. 만약 이 두 가지에서 위협을 느낄 경우 이는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과 연결되는 것”이라며 “이런 것들이 표출됐다는 점에서 지난 10월 3일과 9일에 있었던 대규모 광화문 집회는 현대 기독교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 한국의 ‘제리 파웰’?
“대중적이나 지식사회 포용 못해
‘정파성’ 경계하며 ‘빅 텐트’ 쳐야”

이번 광화문 집회에서 전광훈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는 단연 눈에 띄었다. 기독교계는 물론 범보수 권 인사들과 물밑에서 접촉해 온 전 목사는 두 번의 집회를 통해 그 세(勢)를 과시했다. 일각에선 그를 미국의 제리 파웰(Jerry Falwell, 1933~2007) 목사와 비교하기도 한다.

미국 버지니아의 대형교회인 토마스로드침례교회(Thomas Road Baptist Church)를 개척했고, 1971년 리버티대학교를 설립한 파웰 목사는 남침례교인으로서 미국 복음주의를 대표했던 목회자였다. 그는 결혼과 가정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동성애와 낙태를 반대하는 등 미국 기독교가 전통적으로 지지해 온 가치들을 고수했다.

그는 단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지난 1979년 ‘Moral Majority’라는 단체를 만들어 그런 가치들을 적극적으로 정치권에 반영하기 위해 행동했다. 기독교인으로서 앞장서 정치에 참여했던 것이다. ‘케이아메리칸포스트’에 따르면, ‘Moral Majority’는 미국 20개 주에 조직을 세웠고 약 4백만 명의 회원을 두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 힘을 발휘한 결과가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당선이었다고.

강원근 목사(뉴헤이븐 한인연합감리교회)에 따르면 ‘Moral Majority’는 청교도 정신으로 세워진 미국이 낙태 등의 이슈에서 점점 복음주의 가치에서 멀어지고 세속화의 길을 걸으면서 제리 파웰 목사 등 이를 보다못한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만든 기독교 정치운동 단체였다.

강 목사는 “교회에서 아무리 기도를 열심히 하라고 가르치고 창조론을 가르쳐도,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진화론을 배우면서 기도를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런 현실을 고치기 위해서는 법을 고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미국의 법을 고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의회를 바꿔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일단은 전광훈 목사가 앞서 깃발을 든 만큼 ‘대의'(大義)를 위해 그를 중심으로 힘을 결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전 목사라면, 이번 광화문 집회를 계기로 모인 기독교계의 목소리가 향후 체계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김명구 박사는 전 목사의 리더십이 일반 기독교 대중을 넘어 지식인 계층에까지 영향을 주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70년대 지식사회는 민주화운동의 깃발을 들었던 한경직 목사를 따랐다”며 “그러나 지금 전광훈 목사는 자유민주주의와 반공을 기치로 대중성은 확보했을지 몰라도, 지식사회의 지지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전 목사는 기독교 지식인들을 품어 이 운동의 당위성과 역사성을 이론적으로 체계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명수 교수는 전 목사의 운동이 정파적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했다. 기독자유당 사례처럼, 전 목사가 정치참여의 하나로 기독교 정당을 내세울 수는 있으나 그것이 유일한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제리 파웰 목사의 ‘Moral Majority’처럼 일반 사회단체를 표방하면서 복음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일종의 ‘빅 텐트’를 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자유민주주의와 반공은 단지 기독교만의 가치는 아니다. 지난 3일과 9일의 대규모 집회는 기독교인 외에도 다수의 국민들이 그것에 공감한다는 걸 보여주었다”며 “그런 많은 이들이 기독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광훈 목사가 그것을 잘 담아내 부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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