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발 대학입시 ‘정시확대 논쟁’ 고민커진 교육부와 정부

조국發 ‘정시확대론’ 확산… ‘오락가락’ 교육부에 혼란만 가중

조국(54) 법무부장관 딸 조모(28) 씨의 ‘입시 특혜’ 논란으로 촉발된 정시 확대 여론이 확산했다. 야당은 ‘수시전형’ 제도 폐지 법안을 발의했고, 교육단체들은 정시 확대 문제를 두고 찬반 공방을 이어갔다. 교육계는 대입제도 불공정 개선을 위해 정부가 확실한 묘안을 내놓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18일 정시전형으로 학생을 100% 선발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특별전형과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제 등 학생부 위주의 전형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교육의 다양성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다는 현행 입시제도는 이미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며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외부요인이 개입할 여지가 많은 복잡한 입시제도를 단순화하고 학생 개개인의 실력과 노력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법률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재원 ‘정시 100%’ 법률안 대표발의… 당·정·청, 대입제도 개편 ‘반대’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같은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교육개혁 논의를 위한 비공개 회의를 열고, 정시 확대는 대입제도 재검토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다만, 당·정·청은 ‘교육 공정성 강화 대책 특별위원회’를 꾸려 학종의 공정성·투명성 강화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당·정·청은 1차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통해 정시 확대가 아닌 학종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정시·수시 비중 문제는 이번에 포함될 수 없다”며 “2022년에 대입제도가 바뀌게 돼 있고, 2025년에 고교 학점제가 전면 도입됨에 따라 2028년에 또 한 번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종과 생활기록부, 수시 문제는 조국 장관의 딸 때문에 불거진 문제지만 이는 10년 전 일”이라며 “10년 전 기준과 지금은 많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정치권과 마찬가지로 교육계에서도 ‘정시 확대’에 대해 찬반 논쟁이 뜨겁다. 금수저·깜깜이 전형인 학종의 불공정 문제로 수시 제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과, 정시는 줄 세우기식 입시제도로 교육개혁에 반하는 퇴행적 방안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본지에 “대입제도는 공정해야 하는데, 국민들은 조 장관 자녀가 응시한 수시 제도를 불공정하다고 여긴다”며 “이 때문에 공정한 정시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수시제도는 온갖 편법을 안고 있어 폐단이 심각하다”며 “정시 확대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정부의 행태는 민심을 짓밟는 오만”이라고 비난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본지에 “정시를 확대할 경우 특정 고교 유형에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거나 또 다른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에 정시도 결과의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구 국장은 “대입제도 개편이 입시 공정성을 넘어 ‘특권 대물림 교육 중단’ 관점으로 확장돼야 한다”며 “수시든 정시든 현재의 대학 서열화와 채용 시 차별받는 현실이 함께 개선되지 않는다면 개편 방안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시 확대 vs 수시 개선’ 찬반 팽팽…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에 혼란만 가중

이런 가운데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바라보는 교육계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과 땜질식 처방으로 교육 일선에 큰 혼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전문가들은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갈등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 4년제 대학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준비할 시간도 없이 교육정책 기조가 수없이 변했다”며 “역대 정부 중 이렇게 교육정책이 많이 바뀐 때가 없었다”고 개탄했다. 이어 “교육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은 피로감이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진로진학전문가 A씨 역시 “대입제도 문제에 대한 갈등은 갈피를 못 잡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으로 인해 격화하고 있다”며 “안 그래도 정시 확대 문제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데, 정부의 오락가락한 태도가 교육계 일선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납득이 가능한 개편 방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지금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정시 확대냐, 학종 손질이냐’ 고민 커진 교육부

조국 자녀 논란에 대통령 “대입제도 재검토 지시”…4일 이후 논의 계획

국민 상당수 ‘정시 확대’ 선호, 교육부는 ‘학종 손질’ 기조…의견 갈려

[대학저널 신효송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녀의 입시 논란이 대입제도 공정성으로까지 번지자, 대통령까지 제도의 불공정성을 언급해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공정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정시 확대’가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적용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진 자에게 열린 전형, ‘입학사정관제’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은 당·정·청 고위 인사들을 만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이 논란의 차원을 넘어서서 대학입시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를 해 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그간 입시제도를 여러 차례 개선해왔지만,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입시제도가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상론에 치우치지 말고 현실에 기초해 실행 가능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국 후보자의 자녀 A씨는 고교, 대학, 의학전문대학 모두 별도 시험 없이 입학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핵심은 대입 준비과정에서 두 차례 대학 연구에 참여해 인턴활동, 논문 작성, 학술대회 발표 등의 스펙을 쌓았다는 점이다. 이는 당시 고려대가 운영한 입학사정관제인 세계선도인재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함이었다.

2007년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등에 담긴 학생의 다양한 비교과활동을 평가해 선발하는 제도다. 성적보다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고 선발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비교과활동 특히 ‘대외활동’ 영역의 제약이 없다보니, 당시 A씨와 같은 스펙쌓기가 성행했다. 대학 연구인턴, 해외유학 등 일반 학생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활동이 대입에 반영될 수 있었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고소득층, 고위층 자녀에게는 상대적으로 길이 열려있었기에 제도의 불공정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대외활동 배제한 학종으로 개편했지만 불공정성 여전

이후 입학사정관제는 2013년 정부 ‘대입 간소화 정책’에 따라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으로 개편됐다. 학종에서는 기존 입학사정관제와 달리 인턴활동, 수상경력 등을 기재할 수 없게 됐다. 열풍이었던 외부 스펙쌓기는 사그러들었지만, 이번에는 교내활동이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김해영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교내수상 작성지침을 위반한 고교가 2017년에만 197개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자료를 보면 2017년 고교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상위 5명의 상장 수 합계가 총 수상자 수를 넘어서는 등 일부 학생의 독점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소서와 면접 등이 중요해지면서 이를 지도해주는 입시컨설팅 학원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전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입시컨설팅학원은 2018년 기준 248개로 5년새 4.9배 늘어났다. 서울 강남, 서초 학원가의 경우 진학지도 한 달 동안 600만 원의 컨설팅비용을 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7년 송기석 전 의원이 교육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참여 대학 61개교를 조사한 결과, 11개 대학이 학종 서류 심사와 면접에서 부모 직업을 평가에 반영하고 있는 사실도 밝혀졌다.

결국 교내수상 몰아주기, 고액 컨설팅, 부모 직업 등 입학사정관제에서 문제가 된 공정성 문제가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학종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염동열 의원(자유한국당)과 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이 학부모 30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펼친 결과 전체의 84%가 학종을 불공정한 전형으로 꼽을 정도다.

국민들의 염원은 ‘정시 확대’

대입제도의 공정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은 정시모집 비율이 70%를 넘었던 2000년대 초반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지난 5월 한 대입제도 토론회에서 중부대 교육학과 안선회 교수는 “학종은 사교육비 증가 유발과 대입선발의 공정성, 신뢰성, 평등성을 무너뜨렸다”라며 “수능 위주 정시전형 비중을 최대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국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수시·정시 대학신입생 모집 비중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정시를 현재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53.2%로 집계됐다. 2018년 진학사가 고3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의 68.0%가 ‘정시가 공정하다’라고 응답했다.

2018년 진행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논의과정에서도 정시확대 분위기가 만연했다. 당시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가 이해관계자, 전문가, 일반 시민들과 여러 차례 논의한 결과, 의제1인 ‘정시확대·수능 상대평가 유지’가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바 있다.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의제 선정 당시

정시 확대 가능성 낮아…제도개편도 2024년 이후 가능할 듯

이처럼 학종 공정성 논란이 지속되고 정시확대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향후 대입제도 개편이 정시확대로 이어지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 고교학점제 추진과 같은 대통령 교육 핵심공약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이 확정될 당시, 일부 시민단체는 결정에 반발했다. 공론화위원회가 밝힌 의제1의 경우 ‘정시 45% 이상 선발’이 담겨있었는데, 교육부가 결정한 비율은 30%였기 때문이다. 당시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측은 “이미 상위권 대학 정시비율이 대부분 25% 전후인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주장하기도 했다.

대학들도 정시확대에 소극적이다. 4월에 발표된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에 따르면, 현 고2 대상 대입에서의 정시모집 선발 비율은 전체의 23.0%로 확정됐다. 전년 대비 상승비율은 0.3%p에 불과하다. 교육부 정시비율 권고에 맞추려면 연간 3~4%를 늘려야 하는데, 2021학년도 상승비율이 높지 않아, 2022학년도에는 정시 비율을 최소 7%p 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심지어 일부 대학은 정시비율을 높이는 대신, 학생부교과전형을 늘리는 편법을 이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교육부도 정시를 대폭 늘리는 것보다 학종 공정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서 학종 공정성 제고를 위한 개선사항을 발표했다. ▲인적사항 내 학부모 정보 삭제 ▲수상경력 및 동아리활동 개수 제한 ▲자소서 문항 축소 및 단순화 ▲자소서 대필·허위 시 입학 취소 등이 주된 내용이다.

교육부는 3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현장안착을 위해 노력 중이며, 최근 학종 투명성 및 공정성과 관련해 제도적 개선사항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를 시작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발표 계획이라 했지만, 현재로선 정시확대 관련 계획은 전무한 상태다.

개편시기도 문제다. 이미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확정된 상황에서 제도를 손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입시제도는 입학년도 4년 전에 공표해야 하기 때문에, 빨라도 2024학년도에나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일 교육부 한상신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문재인 대통령과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귀국한 이후인 4일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이미 큰 틀의 계획이 나온 2022학년도 대입은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 이번 대입제도 개편은 단순히 대입만 손본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닌 만큼, 고등학교 교육까지 다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 대학저널(http://www.dh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