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대통령 새벽잠 깨우는 김정은..’4·27 약속’ 깨졌다
“우리 때문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환담 때 건넸던 말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며 화답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 두 정상의 대화는 공염불(空念佛·실천이 따르지 않는 주장)이 됐다. 북한은 5월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지난 6일까지 총 6차례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5월 4일 오전 9시6부터 9시27분까지 강원도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1년 5개월여 만에 재개한 도발이다.
5월 9일에는 평안북도 구성 지역에서 오후 4시29분과 4시49분 각각 1발씩 단거리 미사일을 동쪽 방향으로 발사했다. 북한은 남북미 정상의 ‘6.30 판문점’ 회동에도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이후 발사부터는 모두 새벽 시간에 이뤄지며 문 대통령의 잠을 깨웠다.
◇北, 본격적으로 새벽시간에 도발 감행
북한은 7월 25일 오전 5시34분과 57분경 호도반도 일대에서 동해로 2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쐈다. 군 당국은 해당 미사일이 레이더 상실고도(음영구역) 이하에서 풀업(Pull-up·하강단계에서 상승비행) 기동을 했다며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7월 31일에는 오전 5시6분과 26분경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북방 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군은 북한의 ‘방사포’ 발표에도 미사일이라는 평가를 유지했다.
지난 2일 단거리 발사체 2발은 오전 2시59분과 3시23분 함경남도 영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됐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된 다음날인 6일 오전 5시24분과 5시36분 황해남도 과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쐈다.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형식이 아닌 관계부처 장관회의로 한 것은 문 대통령이 지난 5일 강조한 북한과의 ‘평화경제’를 위해 대북 대응수위를 조절했다는 관측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북한의 도발
북한의 도발은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고 비핵화 협상에 대한 미국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한편,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훈련이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만큼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의 발사체와 관련 “유엔 결의 위반일 수는 있지만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며 “싱가포르 (북미) 합의 위반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의 ‘봐주기’로 인해 북한의 군사행보 스탠스가 상당히 넓어진 상황이다. 연합훈련 반발이라는 명분, 미국의 용인 하에 미사일 기술 고도화라는 실리를 챙길 수 있어 추가 도발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정의용 실장 등 대북 특사단을 만났을 때 “통상적 수준의 한미 훈련을 이해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도발의 최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하겠다”던 약속과 함께 말을 뒤집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날 신형전술유도탄 위력시위발사를 참관한 자리에서 “우리의 군사적 행동이 미국과 남조선당국이 벌려놓은 합동군사연습에 적중한 경고를 보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연합훈련 기간 동안 추가 도발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탄도미사일’ 경계없는 北신형 방사포는..정밀유도 초토화 타격
기존과 다른 신형 방사포, 軍은 탄도미사일로 판단
北, 新무기 전력화 앞둔 듯..軍 대응책 마련 ‘시급’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북한이 7월 31일과 지난 2일 이틀 간격으로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이에 대해 북한에서는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라고 발표했지만 한미 군 당국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종류로 파악하면서 엇갈렸다.
북한이 매체를 통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해당 발사체는 방사포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군 당국은 북한이 의도를 갖고 사진을 조작하는 등 의도를 갖고 다른 발표를 했을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처럼 우리 군 당국은 왜 방사포라는 북한 주장과 달리 탄도미사일로 보는 것일까. 그리고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는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탄도미사일·방사포…사거리 유사하지만 탄두무게와 속도 등 차이
탄도미사일이든 방사포든 우리에게는 도발이자 위협이지만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두 무기의 체감 온도는 분명 다르다. 방사포와 달리 탄도미사일의 경우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제재대상이 된다.
우선 탄도미사일은 로켓 엔진의 추진력으로 비행하며 연료가 완전 연소되면 포물선을 그리며 자유비행으로 목표물을 찾아간다. 수백㎏ 이상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어 파괴 범위가 그만큼 넓다.
정점고도는 80㎞ 이상 달하며 비행 속도가 빠르고 비행시간이 짧기 때문에 적으로선 효과적인 방어가 어렵다.
이에 반해 방사포는 북한식 다연장로켓이다. 여러 개의 로켓 탄두를 각기 다른 발사관에 넣고 이를 연발로 발사한다.
비교적 가벼운 탄두를 사용해 파괴력도 그만큼 작다. 표적에 떨어질 때까지 엔진 추진제가 연소하기 때문에 정점고도가 40㎞ 이하로 탄도미사일보다 낮으며 유도 기능이 없어 특정 표적을 파괴하는 데 용이하다.
북한이 보유한 방사포는 122㎜(사거리 20㎞), 240㎜(60~70㎞), 300㎜(200㎞) 등이 있는데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경우 사거리가 300~500㎞ 정도다.
결론적으로 탄도미사일과 방사포(300㎜)는 사거리는 유사해 레이더 궤적만으로는 탄도미사일과 혼동할 때가 있 있지만 탄두 무게와 속도, 비행궤적, 파괴력 등에서 차이가 있다.
◇北신형 방사포, 기존과 달라…’빠른 속도·높은 명중률·변칙기동’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는 발사체의 제원 분석으로도 구별해낼 수 있는데 최근 발사체의 경우 유례없는 기술적 특성을 보였다.
북한이 지난달 31일과 지난 2일 각각 쏘아올린 신형 방사포의 사거리는 220~250㎞. 정점고도는 25~30㎞이었는데 최대 비행속도는 마하 6.9(시속 8453㎞)에 달했다.
보통 방사포는 탄도미사일보다 속도가 느리고 비행 고도는 높은데 이번의 경우 방사포의 정점고도보다도 매우 낮은 높이에서 탄도미사일급 속도로 비행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300㎜ 방사포의 경우 200㎞를 날아갈 때 통상 최대 속도는 마하 4.5 정도다.
이것이 군이 지금까지도 탄도미사일로 주장하고 있는 이유로 보인다.
또한 북한이 매체를 통해 신형 방사포의 Δ목표 명중성 Δ전투부 폭발 위력을 확인했다고 주장한 것을 감안하면 로켓포탄에 유도장치를 장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신형 방사포의 사진을 공개하면서도 무기의 제원을 감추려는 듯 모자이크를 통해 발사차량과 발사관의 모습을 가렸지만 기존 300㎜ 방사포와 비교했을 때 차체는 궤도형으로 바뀐 점이 확인됐고 발사관의 수가 8개에서 4개로 축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신형 방사포는 200㎜ 이상의 구경을 가진 로켓포탄에 GPS 위성항법과 INS 관성항법 등 유도장치를 차용했을 수 있다. 일각에선 미 육군이 사용중인 GMLRS(Guided MLRS)를 장착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 덕에 신형 방사포는 북한 매체 보도처럼 함경남도 무수단리 해상 근처의 한 바위섬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도장치가 없는 로켓포탄의 경우 목표물을 정확히 맞히기 위해서는 적게는 수 발 많게는 수십여 발을 발사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이번엔 명중률이 높아 군으로선 탄도미사일로 오인했을 수도 있다.
심지어 신형 방사포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과 같이 변칙 기동까지 한 탓에 군으로선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의 경계선을 완전히 잃은 것으로 판단된다.
◇軍, 요격 가능하다지만…대응체계 보완 시급
북한은 두 차례 신형 방사포 시험 발사를 진행한 다음 6일에는 신형전술유도탄 위력시위 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히면서 신형 무기의 전력화가 마지막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충분히 요격할 수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도 작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방사포에 대한 요격 수단은 마땅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탄도미사일보다 작고 비행고도도 낮은데다 여러 발이 동시에 날아오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등 다중 방어체계를 새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는 Δ레바논 헤즈볼라 테러조직의 무인기 공격에 대응하는 아이온 드론 돔 방어 Δ단거리 탄도 미사일(SRBM)에 대응하는 데이비스 스링 방어(David‘s Sling Weapon System) ΔMRBM에 대응하는 애로우 2(Arrow 2) ΔMRBM을 우주에서 요격하는 에로우 3(Arrow 3) 4단계로 구성돼 있다.
다만 우리 군은 2012년부터는 지대공 미사일 ‘천궁’을 개량한 중거리 요격미사일 체계 M-SAM(사거리 약 30㎞)과 장거리 요격미사일 L-SAM(사거리 약 50㎞)개발에 착수해 성과를 보이고 있고 내년부터 전력화되는 요격 성능이 향상된 패트리엇 체계(PAC-3 MSE)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은 다른 무기체계로 대응 작전 개념이 상이하기 때문에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신형 방사포를 혼용해 운용할 경우 우리 군의 대응이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