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中환율전쟁 “韓 수출둔화·금융불안 우려 더 커졌다”
미국,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미중 무역분쟁→환율전쟁 비화
“양국 무역분쟁 더 격화…韓 환율 증시 등 금융불안 확대 가능성”
(서울=뉴스1) 곽선미 기자,정은지 기자,박응진 기자 = 미국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이 더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가 지속될 수 있고 환율, 증시 등 금융 불안도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6일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은 Δ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시 해외민간투자공사(OPIC)의 금융지원 및 보험 보증 금지 Δ중국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미국 연방정부의 조달시장 진입금지 ΔIMF를 통한 환율 압박 Δ무역 협정과의 연계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하면서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대를 넘어선 데 따른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응해 환율 약세로 그 부담을 상쇄하려는 것으로 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역내 위안화 환율이 7위안 선을 돌파한 것은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서 연구원은 “미 재무부의 대(對)중국 환율 조작국 지정과 이 같은 조치들이 사실 강제성은 없지만 상징성은 큰 편”이라며 “양국간 무역 분쟁이 더 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예측하면 환율조작국에 지정된 중국의 위안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자금유출압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기업들의 대 중국 진출 위축, 대미 수출 감소, 중국의 보복 대응 등으로 이어지고 결국 한국 수출둔화 지속,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실질적인 조치가 1년 후라는 점, 중국 위안화 약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점, 미국과 중국이 9월 초 협상할 예정이라는 점 등을 들어 시장 불안은 단기적인 움직임에 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오늘 10시15분 내외의 인민은행이 위안화에 대한 고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안정을 찾을 수도 변동성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美, 對中 관세 부과 압박아닌 실행 가능성 높아져”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부터 관세 10%를 부과한다고 했는데 대체로 압박카드로 분석했지만,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실제 부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 경우 중국,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에 미칠 파장에 대해 임 연구원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증시와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듯하다”면서 “수출과 내수 모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이미 1200원을 넘었고 과거 대비 상단을 예측할 수밖에 없다”며 “1240~1250원이 다음 상단이 될 것이다. 이는 2016년 3월 고점과 같다”고 설명했다.
◇”美 조치 불구 中 강경 대응할 수도”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환율조작국 지정 시기마다 단기적인 통화 강세가 나타났다”며 “다만 중국의 경제가 이전 사례들보다 훨씬 크고, 무역 분쟁으로 인한 결정이기에 미국 뜻대로 위안화 강세가 가능할지 불확실하다. 미국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강경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환율조작국 사례는 Δ한국(1988년~1989년) Δ대만(1988년~1989년, 1992년) Δ중국(1992년~1994년) 등이다.
이 연구원은 “대중 관세 25% 이상 전면부과, 중국의 대규모 부양책, 연준의 매파 전환 등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진 않다”면서도 “투자자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기”라고 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재무부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미중이 재격돌했으며 미국의 추가 통상 압박이 강화될 조짐”이라며 “중국의 미국산 농산품 구매중단 발표 등 맞대응시 9월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미국의 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혼재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은 통상법 201조에 따라 (미중) 9월 합의 이전 추가 관세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도 예측했다.
日 보복 이어 미중 ‘환율전쟁’..韓경제 ‘퍼펙트스톰’ 가능성은
주식시장 연일 급락장세..중국 ‘안정화 조치’에 환율은 일단 진정
정부 “건전성 양호, 과민반응 말아야..한국 환율조작국 지정은 기우”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홍정규 김연정 정수연 기자 = 한국 경제가 안팎으로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했다.
당장 1·2차 경제보복(반도체 부품 수출규제, ‘백색국가’ 제외)을 가한 일본과 전면전을 불사할 태세다.
이런 상황에서 싸움터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며 판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다.
경제의 체력은 과거보다 튼튼해졌지만, 큰 싸움을 견뎌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있다. 자칫 악재가 겹쳐 최악의 위기로 이어지는 ‘퍼펙트 스톰’도 우려된다.
정부는 훈련한 대로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과도한 움직임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 일본과 ‘경제전쟁’ 앞둔 마당에…美中이 서로 난타전
일본이 지난달 수출규제에 이어 지난 2일 백색국가 제외로 연타를 날리자 한국도 반격 채비를 갖췄다.
‘눈에는 눈’ 방식으로 우리나라도 일본을 백색국가 목록에서 제외하는 한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카드로 경제·안보상 타격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할 것”,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의를 다졌다.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보다 대화로 푸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또 부품·소재산업 경쟁력 강화, 첨단산업 육성, 남북 경제협력 등을 통한 경제적 ‘극일(克日)’을 목표로 제시했다.
물론 쉽지는 않은 싸움이다. 일본은 부품·소재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규모가 한국의 3배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라며 일전을 다짐하는 한국 경제에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쓰나미가 덮쳤다.
한동안 ‘휴전’ 상태로 여겨졌던 이 사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3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하면서 재점화했다.
그러자 중국은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이 넘도록 용인하는 ‘포치(破七)’로 맞섰고, 미국은 즉각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강펀치를 주고받는 상황이다.
서울대학교 김소영 경제학과 교수는 “현시점에서 보면 미중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금융시장 연일 출렁…정부 “변동성 심해지면 적극적 선제조치”
그러자 금융시장이 먼저 휘청댔다.
코스피지수는 2,000선에 이어 이날 장중 1,900선까지 붕괴했다. 결국 1.51% 하락한 1,971.50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선 전날 투매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한 ‘사이드카’가 발동했지만, 지수 600선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날도 3.21% 내린 551.50에 마감했다.
원화가치는 급락했다. 환율이 전날 달러당 장중 20원 넘게 폭등하면서 1,200원대로 올라섰다. 다만 이날 개장과 함께 달러당 1,220원대를 찍었다가 중국의 ‘환율안정채권’ 발행 소식에 1,215.3원에서 보합 마감했다.
중국의 환율안정채권 발행이 원/달러 환율에 미친 영향에서 보듯,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중국 위안화에 연동되는 경향이 강했다. GDP 기준 세계 1위 미국(20조4천941억달러)과 2위 중국(13조6천81억달러)이 난타전을 벌이면 두 나라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12위 한국(1조6천194억달러)의 통화가치는 덩달아 출렁일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2017년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만큼 위안화 동조 현상이 심해졌다는 의미다.
기재부가 마련해 둔 단계별 대응계획에 따르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1단계에서는 시장 모니터링 강화와 심리 안정에 나서고, 자금경색이 일어나고 실물경기가 둔화하는 2단계에서는 유동성 공급을 확대한다.
급격한 자본 유출이 발생하고 실물경기가 침체하는 3단계에서는 금융기관 자본 확충 등을 통해 금융 시스템 안정을 추진하고 확장적 거시정책을 편다.
◇ “한국도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기우 불과하다”
미국이 이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지만, 이로 미뤄 한국도 지정 가능성이 있다고 단순 추정할 수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김회정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미국은 지난 ‘환율보고서’에서도 중국 환율 정책에 우려를 표명했고, 무역 관련 협정이 진행 중이었기에 조치를 안 취했으나, 이번에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큰 폭으로 절하하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을 반기마다 한번씩 하는데, 현재로선 한국은 다음번 평가 때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긴 했으나, 한국의 관찰대상국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종전에 예상한 것과 같다”며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업들 “수입신청 후 무작정 기다려야하나”… 불확실성 커졌다
[韓日 정면충돌]
日 수출규제 품목 안 밝히자, 기업들 “태풍 몰아치기 직전 느낌”
7일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의 후속 조치인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 세칙을 발표했지만, 우리 업계의 혼란은 오히려 더 커졌다. 애초 예상과 달리 일본 경제산업성이 개별 허가 품목을 따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건건이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품목이 여럿 지정되는 상황은 피했지만,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일본 정부가 협상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낙관론부터 ‘일본이 필요에 따라 한국에 대한 소재 부품 공급의 목줄을 쥐겠다는 의도’라는 등 분분한 해석이 나왔다.
일본 정부가 지난 5일 삼성전자 중국 법인에 불화수소 수출을 허가해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일본은 지난달부터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에 대해서는 일절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지만, 중국 내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허가를 내준 것이다. 이를 놓고 ‘일본이 유화적 제스처를 썼다’는 해석도 나왔으나, ‘일본의 유화적 신호는 삼성 등 한국 기업이 아닌 중국을 향한 것’이란 분석이 엇갈려 나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수출 규제 조치가 시행되기 전인 6월 18일 일본 수출 기업이 제출한 (수출 허가) 서류에 대해 7주 만인 5일 일본 정부가 허가했다”며 “통상 수출 허가 신청에서 승인까지 6~7주 걸리는데 이번에도 종전처럼 정상적으로 허가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西安)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D램을 생산하는 중국 우시(無錫) 공장에 불화수소가 정상적으로 입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수출은 여전히 막혀 있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日 조치에 우리 기업 불확실성 커져
일본 정부는 이날 한국에 대한 우회 수출도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향후 한국 수출에 대해 우회 수출과 목적 외 전용(轉用) 등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할 예정임에 따라 대한(對韓) 수출 기업들은 최종 수요자와 최종 용도 등의 확인에 만전을 기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 중소기업들 사이에선 일본 수출 규제 후 우회 수입도 검토해왔으나, 일본이 원천 봉쇄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이날 발표한 모호한 시행 세칙에 대해서도 업계에선 ‘불확실성이 오히려 더 커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4대 그룹 관계자는 “일본산 수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다른 공급 업체를 찾아볼 텐데,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이 됐다”며 “기업 처지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게 바로 불확실성”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폭풍우가 몰아치기 직전, 태풍의 눈에 갇힌 느낌”이라고 말했다.
◇기업들, 정부에 “빨리 해결해달라”
정부는 ‘일본 조치를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해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6일 국회 답변에서 “우리 정부가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고 단정하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인들의 정부 대처에 대한 불만은 커지고 있다. 7일 산자부 산하 전략물자관리원과 무역협회가 주관해 열린 정밀 화학, 뿌리 산업 대상 일본 수출 규제 설명회에선 우리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질문이 많았다.
화학 업체 관계자는 본지 기자와 만나 “일본의 수출 규제는 지금 당장 일어나는 상황이라 언제 공장을 멈출지 모른다”며 “국산화를 하겠다고 해도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고…”라고 한탄했다. 정보 부족으로 기초적 설명만 하는 정부 관계자를 향해 한 기업인은 “우리 같은 뿌리 산업(주조·금형 등 산업의 기초가 되는 부문) 대부분은 업체가 영세해 이런 설명회에 참가하기도 힘든데, 일반적 내용만 설명할 거면 그냥 자료를 만들어 나눠 주라”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정부에 조속한 해결책 모색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와 거래하는 일본 업체가 ‘당신들이랑 계속 거래하고 싶은데 우리 정부 눈치가 보여서 거래처를 바꿔야 한다’고 하더라”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한·일 정부 간 감정적 다툼이니 빨리 해결해 달라”고 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우리 정부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 외교적 해결 경로가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관계자는 당황한 듯 “설명회를 이만 마치겠다”며 급히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