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실업급여 먹튀’ 급증한다는데…

올 상반기 168억 지급…50%↑
‘6개월 보험료 납부’ 조건 채운 뒤
태업 등으로 해고 유도해 퇴사
실업급여 받고 해외여행 떠나기도
인천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지난달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나를 해고해달라”는 중국 동포 직원의 부탁을 거절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앙심을 품은 직원이 “사장과 손님 3명에게 성추행당했다”며 난동을 부린 것. 경찰서까지 가는 소동 끝에 직원이 신고를 취소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됐지만, 단골손님들은 다시는 가게를 찾지 않았다. 박씨는 “최근 비슷한 피해를 봤다는 사장이 많다”며 “국민 세금으로 왜 외국인들의 실업급여까지 챙겨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고용보험 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해고당하기 위해 태업하는 등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최근 들어 급증해서다. 실업급여는 임금체불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비자발적으로 이직했을 때만 지급한다.
실업급여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 중 적지 않은 수가 다른 곳에서 일하는 등 부정수급으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안 그래도 건강보험기금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이어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 혜택이 과도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행처럼 번지는 ‘실업급여 먹튀’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외국인 실업급여 지급액은 올 들어 매월 급증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4384명의 외국인이 총 168억원의 실업급여를 탔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8000명이 넘는 외국인이 총 350억원가량의 실업급여를 수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인 6800명이 총 247억원의 실업급여를 탄 것과 비교하면 41%가량 늘어난 규모다.
외식업계 등에서는 이 같은 증가세의 원인을 ‘실업급여 먹튀’ 급증에서 찾는다. 기행을 벌여 일부러 해고를 유도한 뒤 업주를 고용노동청에 신고하는 게 대표적인 수법이다. 내국인처럼 고용보험 강제가입 대상인 중국 동포들이 주로 사용한다. 강제가입 대상이 아닌 외국인 근로자는 별도 신청을 통해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임의가입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들은 실업급여 수급 조건인 ‘6개월 보험료 납부’ 조건만 채우고 일을 그만둔다.
이렇게 실업급여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 중 상당수는 부정수급의 유혹에 빠진다. 서울 동대문의 한 식당 사장은 “업주와 짜고 부당해고로 처리한 뒤 같은 직장에서 계속 일하는 사례가 많다”며 “되레 한국인 업주가 외국인에게 ‘실업급여를 받게 해줄 테니 월급을 깎자’고 먼저 제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사업주는 인건비를 덜고 외국인 근로자는 월수입을 늘리는 ‘묘책’이지만, 이는 고용보험기금을 갉아먹는 범죄다.

“혈세로 왜 해외여행 보내주나”
악용 사례가 늘면서 제도에 대한 비판 여론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한국인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직원으로 일하던 외국인 부부가 육아휴직을 했는데 고용보험에서 연간 1300만원 넘는 돈을 받게 됐다”며 “이들은 돈을 받아 해외여행에 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혈세로 외국인에게 막대한 이득을 주는 셈”이라며 “외국인 고용보험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에는 1000여 명이 동의했다.
고용보험의 재정건전성이 갈수록 악화되는 점도 이런 여론에 힘을 실리는 배경이다. 국회 등에 따르면 올해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은 약 1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 적립금이 5조5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재정 악화다. “고용보험 특성상 경기가 나쁘면 지출이 급증한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기금 고갈 시점이 빨라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한 노동 관련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제도 내에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며 “정부가 더욱 엄격하게 고용보험 부정수급을 관리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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