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정부 2년간 공공부문 18만명 정규직 전환…부작용 속출
내년까지 20만명 목표로 가속도
“우린 힘든 공채 거쳐 들어왔는데”
곳곳에서 직원 간 노노갈등
채용비리 잡음, 구조조정 압박도
올해 5월 말 서울시 공무원노조가 성명을 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가 내놓은 정규직으로 전환(무기계약직)된 공무직의 보수를 공무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조례에 대해서다. 성명에는 “수년간 도서관에서 공부해 공무원이 됐는데 하루아침에 시험도 치지 않고 정규직이 되고, 처우까지 같아지면 그게 공정인가”라는 항변이 담겼다.
노노 갈등이다. 저마다 명분이 있다 보니 조정이 쉽지 않다. 정부조차 해결책을 못 내놓는 이유다. 비정규직 제로 선언 이후 이런 갈등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6월 말 기준으로 공공부문에서 2년 동안 18만50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 결정됐다고 23일 밝혔다. 이 중 15만7000명은 정규직이 됐다. 나머지도 용역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정규직이 된다. 정부는 내년까지 20만 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직접 고용하거나 자회사 설립 또는 사회적 기업 같은 제3섹터로 흡수하는 방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5월 조사한 결과 정규직 전환자의 임금은 연평균 391만원(16.3%) 올랐다. 고용 안정과 기관 소속감도 증가했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도 심각하다. ▶전환 과정에서의 채용 비리 의혹 ▶노노 갈등 ▶공룡화된 공공부문 운영 부담 등이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자 중 상당수가 임직원의 부모나 동생, 자녀와 같은 친인척이었다. 공기업 의료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에선 부장의 자녀가, 국책 연구원에선 연구원의 배우자가 기간제에서 정규직으로 신분을 바꿨다. 까다로운 채용 시험 대신 계약직이나 용역 근로자로 공공기관에 들어가 정규직 전환 열차에 올라타면서 편법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한 지방공사 노조 홈페이지에는 “자리를 정규직화하랬지 누가 다짜고짜 공채 시스템을 무너뜨리는가”라는 주장이 올라왔다.
노노 갈등은 격화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인천공항공사, 도로공사 등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천공항공사 국정감사장 앞에선 정규직 직원들이 시위를 벌였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들어가는 공기업에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무조건 승계하도록 하는 것은 기회 균등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뒤 기존 직원과의 균등처우를 요구하는 형태로 갈등의 양상도 진화 중이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기대치만 높여놨다”며 “고용은 보장하되 임금을 비롯한 근로조건은 직업별 노동시장의 평균시세에 맞춘다는 원칙을 천명할 때”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비대화도 문제다. 도로공사의 경우 6000여 명의 톨게이트 직원을 정규직으로 흡수하면 직원 수가 1만 3000여 명으로 급증한다. 명절 무료 통행과 같은 정책으로 가뜩이나 빠듯한 살림이다. 이 상황에서 직원이 불어나면 구조조정 압박이 생길 수 있다. 모 공기업 인사담당자는 “공개경쟁 절차를 거쳐 입사한 기존 직원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몰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부작용 해소방안을 가진 것도 아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정규직 전환 등과 관련한 갈등은 노사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원만히 해결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저 대화하라는 게 고작인 셈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5&aid=0002924460
‘文케어’ 확대에 건보 1분기 4000억 적자…커져가는 우려
MRI·초음파 등 보장 강화 영향 / 2018년 1778억, 2019년 3조원 적자 전망 / 적립금도 20조→17조원 확 줄 듯 / “보험료만 올리고 정부 책임 외면 / 국고지원금 법규대로 지급해야”
올해 1분기 건강보험이 4000억원에 이르는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건강보험 보장강화로 재정지출을 늘린 데 따른 ‘계획된’ 적자다. 그러나 건보 재정 건전성 우려가 적지 않다. 보험료 인상 외에 법 규정대로 국고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3일 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2019년 1분기 현금 포괄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현금 흐름 기준으로 1분기 총수입은 16조3441억원이었다. 이중 보험료 수입이 13조4494억원이다. 총지출은 보험급여로 지급한 16조3242억원을 포함해 16조73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재정 수지는 3946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올 1분기 적자폭은 전년 동기(1204억원 적자)보다 더 커졌다.
적자는 MRI(자기공명영상)·초음파 등 보장확대 영향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케어’를 시행하면서 지속적으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수입보다 나가는 보험급여 지출비가 많아져 적자 발생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1778억원 당기수지 적자를 나타낸 데 이어 정부는 올해도 3조1636억원의 적자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20조5955억원인 건보 재정 적립금은 올해 17조4319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출이 늘면서 법에 정해진 국고지원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는 ‘예산의 범위에서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국고)에서 14%,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법으로 정해진 국고지원 비율이 지켜진 적은 없다. 보험료 예상수입액을 적게 산정해 지원해왔다. 다음해 건보료 수입액이 확정돼도 미지급분을 보전하지도 않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정의당)에 따르면 2007∼2019년 국고지원율은 15.3%에 그쳤고, 13년간 미납액은 24조5374억원에 이른다.
내년도 국고지원도 20%에 못 미칠 전망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국고지원금 비율을 14%를 목표로 예산 당국과 협의 중”이라며 “올해의 13.6%와 14% 중간 어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보험료는 꼬박꼬박 걷어가고 정부는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정부는 올해 3.49% 보험료를 인상한 데 이어 내년에도 3.49% 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건강보험 정책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가입자단체는 ‘정부가 국고지원 책임을 100% 지지 않으면 보험료율은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내년도 건강보험료율 결정을 미뤘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보장성 강화로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만 남기고 누적적립금의 사용을 먼저 고려하는 게 맞다”면서 “이와 병행해 모호한 ‘예상수입액’ 규정을 ‘과거 3년 평균’ 또는 ‘전전년도’ 보험료 수입 등으로 명확하게 해야 적정규모의 국고지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2&aid=0003383135
한전, 배임 논란속 누진제안 통과…年3천억 추가손실 예상
당장 내달부터 적용되는데 정부 압박에 거부하기 힘들어
적자보전방안 명확하지 않아 소액주주 `실적악화` 반발변수
여름철에 한해 월평균 1만원씩 할인해주는 정부의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안이 우여곡절 끝에 한국전력 이사회를 통과했다. 공기업인 한전으로서는 정부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밀어붙이고 있는 누진제 완화안을 끝까지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이사회는 누진제 개편안과 함께 전기요금 체제 개편안도 통과시켰다. 요금체제 개편안은 사외이사들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에 앞서 사외이사들은 별도 모임을 갖고 장시간 정부에 제안할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에 수차례 적자보전 방안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일부 재정 지원 외에는 별다른 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배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컸던 사외이사들이 요금체제 개편안을 앞세워 조건부로 누진제 개편안을 통과시켰다는 분석이다. 전기요금 체제 개편안은 시행 시기는 못 박지 않았지만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나 복지할인 같은 할인제 개편과 함께 한전이 그동안 주장해 왔던 계시별(계절·시간) 요금제, 도매가격 연동제, 산업용·농사용 요금 조정 등 중장기 계획 중 일부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 의장인 김태유 서울대 공대 교수는 “자세한 내용은 1일 공시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시행되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막연한 정부 계획으로만 밝혔던 전기요금 체제 개편안을 한전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통과시키면서 어느 정도 구속력을 확보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재정 지원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금액을 확정할 수 없다”며 “요금체제 개편은 정부가 추진하던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들여다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전 적자보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여전히 부족해 배임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일정 수준의 재정 보전과 함께 요금체제 개편을 구체화함으로써 배임 가능성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누진제 개편안이 한전에 추가 손실을 떠넘기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전 소액주주들은 누진제 개편안에 따라 추가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한전 경영진을 상대로 직무유기와 배임 등으로 조만간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액주주들은 이날도 한전을 찾아 적자보전 방안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번에 통과된 누진제 개편안은 7~8월 여름철에만 구간별 사용량 기준을 1단계는 200kwh에서 300kwh로, 2단계는 400kwh에서 450kwh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지난해 7~8월 시행됐던 한시적 누진제 완화가 매년 여름마다 적용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주택용 전기요금은 한 가정이 한 달간 사용하는 전기에 따라 3단계 누진제로 운영돼 왔다. 한 달 사용량이 200kwh 이하(1단계)일 때에는 1kwh당 93.3원만 내면 되지만 201~400kwh(2단계) 187.9원, 401kwh 초과(3단계)는 280.6원으로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다. 2016년 말 최고 구간과 최저 구간 요금 차이를 11배에서 3배로 축소하는 누진제를 시행한 지 2년6개월 만에 이번에 다시 개편되는 것이다. 1974년 주택용 전력소비 억제를 위해 도입된 전기요금 누진제는 지금까지 수차례 개편됐고 이번이 7번째다.
누진제를 유지하되 여름철에만 구간별 사용량 기준을 1단계는 100kwh, 2단계는 50kwh씩 확대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요금을 내는 사용자 구간이 확대되면서 요금 할인 효과가 생긴다. 폭염 시 기준으로 1만142원이 할인된다. 평균 할인율 15.8%로, 할인금액은 총 2847억원으로 추산된다. 사용량 300kwh 가구는 가장 높은 26% 할인율로 요금이 종전 월 4만4390원에서 3만2850원으로 1만1540원 줄어들게 된다. 사용량 450kwh 가구는 8만8190원에서 6만5680원으로 금액으로는 가장 많은 2만2510원을 할인받는다.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전기요금 누진제 민관 태스크포스(TF)는 지난 18일 세 가지 개편안을 제시했고 이후 공청회와 국민의견 수렴을 거쳐 여름철에만 누진제 구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확정했다. 정부는 곧바로 21일 한전 정기이사회에서 개편안을 통과시키려고 했지만 구체적인 적자보전 방안 없이 밀어붙이는 데 대해 사외이사들이 반발하면서 안건 처리가 보류됐다. 당시 정부는 재정을 통해 일부 적자를 보전하겠다는 입장 외에는 별다른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배임 가능성이 있다는 로펌의 검토의견을 전달받은 사외이사들이 개편안 처리에 난색을 표했다.
정부가 추산한 누진제 완화에 따른 할인액은 2848억원이다. 3000억원에 가까운 할인액은 고스란히 한전에 비용 폭탄이 될 전망이다. 이날 정부가 일부 지원 방안을 밝혔지만 충분한 적자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에는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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