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개성공단 재개 요청, 트럼프가 거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대가로 개성공단 재개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의 완전 폐기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미국 측 양보를 요청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요미우리신문이 7일 보도했다.

한·미·일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남북 경제협력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조금 더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난색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영변 핵시설과 관련해 “진정성 있게 완전히 폐기된다면 그것은 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실질적인 비핵화의 입구가 될 것”이라고 촉구한 바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된 내용이 아닌) 본인 의견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물론 4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수차례 대북 제재 완화를 요청하고 있으나 미국과는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한미정상회담 후 판문점에서 전격 이뤄진 미·북 정상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플러스 알파`를 요구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6일 한·미·일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월 말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정상회담보다 `진전된 안`을 제시하면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전달했다”고 전했다. 영변 외에 다른 곳의 핵시설도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라늄 농축시설 등을 포함한 핵시설 5곳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상응 조치란 평양에 미국 측 연락사무소 설치 또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경제 지원 등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단계적이면서도 동시다발적인 비핵화 등 영변 핵시설의 확실한 폐기만 언급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사실상 기존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한편 전격적인 미·북 정상 회동이 수일 전 트럼프 대통령 친서를 통해 제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한미 외교관계자를 인용해 “두 정상이 개인적 친분을 통한 전격 회담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무 차원에서 이미 협의가 진행됐다”고 6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평양에 미국 고위 관계자를 파견하는 형식으로 보낸 친서를 통해 한국 방문 시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이후 북한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면 사전에 `신호`를 보내기로 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정상회담 전날인 지난달 29일 트위터로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뒤 최선희 북한 외무성 1부상을 통해 답변한 것이 `신호`였던 셈이다. 당시 최 1부상은 “만남이 성사되면 양국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 측과 판문점에서 비밀리에 만나 회담과 관련해 실무 조율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미리 양측 간에 준비를 얘기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신문은 지난달 23일 조선중앙통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친서를 받은 사실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이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로 판문점 회담 등을 제안한 것은 내년으로 다가온 본인의 재선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인 신뢰관계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을 중단시켰다는 점을 재선을 위한 실적으로 내세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도쿄 = 정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