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뿐 아니라 기업도 미중 사이에 중간지대에 있을 수 없는 시간 다가와

해리스 美대사, 韓기업에 ‘反화웨이’ 동참 압박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5일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상의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는 핵심 요소”라며 “신뢰할 만한 공급자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통신사들에게 사실상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2019년 6월 5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사옥에서 열린 주한미국대사관 주최 통신기술 콘퍼런스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 대사관은 이날 서울 페이스북코리아 사옥에서 통신기술 콘퍼런스를 주최하고 국내 IT(정보 기술) 업체들을 초청했다.

해리스 대사는 기조연설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말했듯 세계는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면서 “단기적인 비용 절감은 솔깃할 수 있지만,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를 선택하면 장기적으로 리스크와 비용 부담이 매우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화웨이 장비를 썼다가 보안 문제 등으로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한국 기업들에게 경고한 것이다.

그는 “5G 이동통신은 보안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5G 네트워크상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요소이며 지금 내리는 (5G 보안 관련) 결정이 앞으로 수십 년간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의 이날 발언은 사드 배치와 화웨이 문제 등 미국과 중국간의 갈등이 한창인 가운데 ‘한국이 올바른 판단을 해야한다’는 중국 외교부의 입장이 보도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중국 ‘화웨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폼페이오 장관 발언을 인용함으로써 5G 통신망 구축과 관련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국내 기업에 화웨이와의 협력 중단을 사실상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한 미국 대사가 보안 문제를 거론한 것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국내 통신사업자들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9060503255&Dep0=www.google.com&utm_source=www.google.com&utm_medium=unknown&utm_campaign=news#Redyho

트럼프, 韓 기업인과의 만남 D-2… 긴장한 재계

20여명 대상…참석여부 함구
트럼프 요구사항에 관심집중

중국과의 무역전쟁 강도를 높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이튿날인 오는 30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국내 대기업 수뇌부를 만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간담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등 약 20명의 주요 한국 기업인이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기업은 초청을 받았는지를 함구하거나 극도로 말을 아끼는 등 긴장감을 표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사항을 예측할 수 없는 데다, 첨예한 미·중 무역전쟁의 와중에 샌드위치처럼 낀 기업 입장을 고려하면 어느 한쪽을 자극하는 게 전혀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고민 때문으로 풀이된다.

간담회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가 극비리에 주관하고 있다. 암참은 이 행사를 ‘경제인 리더와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재계 순위와 별개로 미국 측에서 자국에 도움이 되는 기업을 선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 SK종합화학, SK이노베이션, LG전자, 롯데케미칼, 한화큐셀, CJ제일제당, 한국타이어, GS 등이 미국에 투자를 진행했다.

초청받은 기업 중 초청장을 받았다고 인정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기업 총수가 국가 정상을 만나기 이틀 전까지 사실 확인이 되지 않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미(對美) 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反) 화웨이’ 전선에 동참하라고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5대 그룹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 대다수가 중국에 공장을 두고 중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다”며 “매우 민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해완·유회경·임대환·김성훈·권도경 기자 parasa@munhwa.com
http://m.munhwa.com/mnews/view.html?no=2019062801070521326001

트럼프, 삼성 등 ’18명 리스트’ 주요 기업인 만난다…반 ‘화웨이 전선’ 동참 요구할 듯-정부는 ‘나몰라라’

트럼프, 30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만날 예정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해당 한국 기업 ‘리스트’ 만들어
미국 백악관, 직접 기업들 선택해 “한·미 기업인 간담회를 하자”고 통보
중국 외교부 한국 정부에게 “(미·중 사이에서) 올바른 판단 해야 한다“
필요한 건 대통령 부인의 격려 오찬이 아닌 대통령과 대기업 오너들이 모이는 전략회의

G20 정상회의 계기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30일 양일에 걸쳐 한국을 방문한다. 방한 일정 중 30일 오전 10시 하얏트 호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두산 박정원 회장 등 18명의 주요 대기업 오너들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미국 투자 규모가 크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해당 한국 기업 ‘리스트’를 만들었다고 전해졌다. 미국 백악관에서 직접 기업들을 선택해 “한·미 기업인 간담회를 하자”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펼치고 있는 ‘반(反)화웨이 전선 동참’과 ‘미국 투자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책 마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삼성, LG, SK 등의 대기업을 직접 접촉하고, 대미 투자 현황 자료를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차원의 투자 현황 파악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對미국 투자 압박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초 중국 외교부 당국자자 한국 정부에게 “(미·중 사이에서)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경고하며 한국을 압박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펼치고 있는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하라’는 미국 요구를 한국 정부가 거부하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또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직접 글로벌 기업들을 모아놓고 미국의 대중 정책에 협조하면 ‘심각한 결과'(dire consequences)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중국이 불러모은 기업들에 삼성과 SK하이닉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을 비롯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현재 미국과 중국 틈에 끼어 있다.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가 양쪽에서 압박하고 있다. 각국이 내미는 청구서를 무턱대고 받아들일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사면초가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는 보이지 않는다. 비록 기업활동이 민간 영역이지만 삼섬 및 SK와 같은 대기업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하나의 축이고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대통령 부인이 삼성·SK를 포함한 10여 개 대기업 CEO급 인사들과 청와대에서 비공개 오찬을 해서 비난을 받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지금 필요한 것은 대통령 부인의 격려 오찬이 아니라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대기업 오너들과 만나 미국 및 중국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는 전략회의라고 꼬집었다.

차광명 기자 ckm1812@pennmike.com
출처 : 펜앤드마이크(http://www.pennmike.com)
http://www.pennmik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