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목선, 표류 아닌 ‘계획적 귀순’이었다…軍 축소 발표 논란과 책임론

어선, 삼척항서 날 밝기 기다려 기획 귀순‘.. 2명은 작정하고 왔다

경계 허문 어선 귀순전말

[서울신문]NLL 북방서 위장 조업 중 야간 틈타 남하

2명은 방파제 정박 후 육상서 구조 대기

, 3일간 동해 떠도는 어선 파악 못해

가정 불화·한국영화 시청 처벌 겁나 탈북

육군·해경 카메라에 찍힌 입항마저 몰라

“GPS 분석 결과 어로 활동 한 건 맞는 듯

당시 복장과 관계없이 4명 모두 민간인

지난 15일 북한 어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한 사건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우리 군의 경계태세가 허물어졌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9일 관계기관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9일 함경북도 집삼 포구에서 출항했다. 군 관계자는 “당시 어선에 탑승한 북한 인원 4명 중 2명은 최초부터 귀순 의도를 갖고 출발한 것으로 1차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음날인 10일 NLL 북방 어선군에 합류해 11일부터 12일까지 위장 조업을 한 뒤 오후 9시 야간을 틈타 NLL을 남하하기 시작했다. 이어 13일 오후 8시 울릉도 동북방 약 30노티클마일 해상에서 기상 악화로 엔진을 일시 정지했다. 기상 상황이 나아지자 최단거리 육지를 목표로 항해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15일 오전 6시 22분 자체 동력으로 삼척항 방파제에 들어와 배를 밧줄로 정박시킨 후 해가 뜰 때까지 구조를 기다렸다.

오전 6시 50분쯤 산책을 나온 주민이 112에 최초로 신고했다. 이후 112에서 동해 해양경찰청으로 신고해 오전 7시 35분부터 해경 경비정이 북한 어선을 동해항으로 예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개된 북한 선원들의 폐쇄회로(CC)TV 영상과 사진, 주민 증언 등에 따르면 이들은 삼척항에서 흰색 홋줄(정박용 밧줄)을 배 앞부분과 방파제 벽에 직접 묶어 정박했다. 배 안에는 옷가지를 담아 놓은 듯한 여러 개의 봉지와 물고기를 잡을 때 쓰는 도구들도 보였다.

한 명은 인민복 차림이었으며 다른 한 명은 얼룩무늬 전투복, 나머지 두 명은 작업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선원 4명 중 2명은 배를 정박하는 과정에서 방파제 위로 걸어 올라왔다.

이 과정에서 한 선원을 발견한 주민이 어디서 왔는지를 묻자 “북한에서 왔다”며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할 수 있게 휴대폰을 빌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탈북한 사람과 접촉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국가정보원은 이혜훈 정보위원장에게 “귀순

을 한 2명 중 선장 남모씨는 가정불화, 선원 김모씨는 한국 영화를 시청한 혐의로 처벌을 두려워해 탈북을 결심했다”며 “나머지 두 명은 선장을 따라 휩쓸려 왔다”고 보고했다. 송환확인서 작성 과정에서 모두 귀순 의사를 표시했지만 남씨와 김씨가 ‘북으로 가면 죽거나 교화소에 간다’며 귀순 의사를 표명했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국정원은 또한 “국과수에 (목선의) GPS 분석을 의뢰한 결과 북한 선원들이 어로 활동을 했던 것은 맞는 것 같다”며 “일몰 시간을 제외한 항해 거리 등을 고려하면 해당 목선은 열심히 달려오는 것 외에 다른 활동을 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해당 인원 4명은 모두 당시 복장과 관계없이 민간인으로 1차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방파제에 접안해 육상으로 올라오기까지 군과 해경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해양경계 작전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 조사 결과 육군의 IVS(지능형 영상감시카메라)와 해경 CCTV에도 이들의 입항 모습이 나타나 있었지만 군과 해경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동해상에는 평상시보다 더 많은 해양 감시 자산이 운용되고 있었음에도 북한 어선을 발견하지 못해 총체적 무능을 보여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군은 당시 동해 NLL 인근에 해군 군함 수척과 해상초계기(P3), 해상작전헬기 등 평소보다 많은 감시 자산을 운용해 작전활동을 하고 있었다.

합참은 “군은 북한 해역에 400여척의 어선이 활동 중인 것을 인지하고 평소보다 조밀하게 감시 능력을 증강해 활동해 왔다”며 “그럼에도 동해상이 워낙 넓은 지역이어서 감시 정찰 능력에 한계가 있었다”고 안규백(더불어민주당) 국회 국방위원장에게 보고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목선, 표류 아닌 계획적 귀순이었다축소 발표 논란

지난 15일 오전 강원도 삼척항에서 발견된 북한 어선이 기관 고장으로 표류해 삼척항까지 떠밀려 온 것이 아니라 귀순 목적으로 항해해 삼척항까지 접근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군 당국이 경계 실패 책임론을 의식해 사건을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의 최초 설명과 달리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어선은 지난 9일 함경북도에서 출항해 10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무리에 합류했다. 이어 11∼12일 위장 조업을 했고 12일 오후 9시쯤 NLL을 넘었다. 이 어선은 13일 오전 6시쯤 울릉도 동방 30노티컬마일 해상에서 정지했으며 오후 8시쯤엔 기상 악화로 표류했다.

이후 특정할 수 없는 시간에 최단거리 육지를 목표로 항해를 시작했고 오후 9시쯤 삼척 동쪽 2∼3노티컬마일에서 엔진을 끈 상태에서 대기했다. 날이 밝기를 기다린 이 어선은 15일 일출 이후 삼척항으로 출발해 오전 6시20분 삼척항 방파제 인근 부두 끝부분에 접안했다는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경계 강화중이었다는데 감시망 뚫려

해군과 해경은 북 어선이 NLL을 넘어 삼척항까지 항해해오는 동안 어선의 동태를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 동해상에서 미세한 흔적이 해안 감시 레이더에 잡혔으나 감시 요원들은 파도로 인한 반사파로 판단했다. 군의 해안선 감시용 영상감시체계가 삼척항으로 들어오는 소형목선을 약 1초간 2회 포착했고, 삼척항에서 운용하는 해양수산청과 해경 CCTV도 어선을 식별했지만 조업을 마치고 귀항하는 우리 어선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북한 어선이 NLL을 넘는 동안 이 부근에선 경비함 여러척과 P-3C 해상 초계기가 경계 작전을 하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국회에 “당시 우리 군은 오징어 생업으로 인해 북한 해역에 약 400척 어선이 활동 중인 것을 인지하고 해상 초계기 세 척과 헬기를 투입해 평소보다 조밀한 감시능력을 증강해 활동했다”고 보고했다. 평소보다 경계작전을 강화했는데도 북한 어선을 식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해류에 떠내려온 것처럼 말하더니 엔진 기동 드러나

군 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북한 어선이 표류한 시간은 채 1시간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당시 군 관계자는 “북한 어선 발견 당시 우리 군의 해안감시레이더에 미세하게 포착이 된 부분이 있지만 파도가 일으키는 반사파로 인식했다”며 “정지된 표적이어서 특정한 표적인지를 인지하지 못했다. 움직여야 배인데 해류하고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면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마치 북한 선박이 항해하지 않고 떠밀려와 군과 해경이 레이더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한 것이다.

당시 ‘어선의 표류 경로가 어떻게 되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군 당국은 “설명하기 제한된다”고만 했었다. 하지만 이 어선은 15일 새벽 엔진을 끄고 날이 밝기를 기다리다가 엔진을 가동해 삼척항까지 들어왔다. 군 관계자는 19일 군 당국의 설명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군 레이더가 해당 어선을 발견 못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어선이 일부 해류를 이용해 흘러내려온 정황이 있다는 점을 말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북 어선이 발견된 곳은 동해 NLL에서 최단거리로 130여㎞ 떨어진 해상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군 당국은 첫 발표에서 북 어선이 강원도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고만 했을 뿐 삼척항 부두에 스스로 정박한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발견 지점이 NLL에서 최단거리로 130km라는 수치는 맞는다”며 “삼척항 부두가 아닌 인근이라고 발표한 것은 해경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으나 조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삼척항 인근서 발견됐다더니 삼척항에 버젓이 정박

함경북도를 출발해 아무런 제지 없이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어선과 선원들은 15일 오전 6시50분쯤 부두에 산책을 나온 주민이 112에 신고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신고자는 차림새가 특이한 북한 선원을 발견하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북한 주민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주민 4명은 복장과 관계없이 민간인으로 1차 확인됐고, 대공 용의점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4명 중 2명은 최초부터 귀순 의도를 갖고 출발했다고 진술했고 나머지 2명은 본인 의사로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설명했다.

◇어선 폐기됐다더니 1함대에 보관중

통일부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어선은 선장의 동의를 받아 폐기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군에 따르면 현재 동해1함대에 어선은 보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선박은 길이 10m, 폭 2.5m, 무게 1.8t으로 28마력의 엔진을 장착했으며, 어구가 실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지희 기자 zhee@chosunbiz.com]

NLL 넘은 어선 57시간이나 탐지 못한 ..책임 불가피

9일 함경북도 출항, 12일부터 NLL 이남서 계속 항해

13~14일 울릉도~삼척 이동..제지 없이 삼척항 정박

당시 경비함·초계기 정상 초계활동..탐지 제한

감시장비·해경 CCTV 찍혔지만 남측 선박으로 오인

정경두 장관 경계 실패, 엄중하게 책임져야 할 것

【서울=뉴시스】 지난 15일 강원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던 북한 어선이 삼척항 방파제에 정박해 있는 모습. (KBS 화면 캡쳐)

【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지난 15일 강원도 삼척항에서 발견된 북한 어선(소형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3일 동안이나 군의 작전 책임구역인 동해상에 머물렀지만 전혀 식별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어선은 아무런 제지 없이 삼척항에 정박했고, 산책을 나온 주민이 이들을 발견해 112에 신고할 때까지 군과 해경은 관련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선박은 지난 9일 함경북도에서 출항해 10일 동해 NLL 북방에서 조업 중이던 북한 어선군에 합류했다.

11∼12일 위장 조업을 한 해당 선박은 12일 오후 9시께 NLL을 넘었다. 13일 오전 6시께 울릉도 동방 30노티컬마일(약 55㎞) 해상에서 정지했다.

그날 오후 8시께 기상 악화로 표류하다 최단거리 육지 방향으로 항해를 시작했고, 14일 오후 9시께 삼척 동방 2∼3노티컬마일(약 4~5㎞)에서 엔진을 끈 상태로 대기했다.

삼척항에 곧바로 접안하지 않고 밤 사이 해상에 대기한 것은 야간에 동력을 켜고 해안으로 접근할 경우 우리 군의 대응 사격 가능성을 우려한 행동으로 분석됐다.

어선은 15일 해가 뜬 이후 삼척항으로 출발해 오전 6시20분 삼척항 방파제 인근 부두 끝부분에 접안했다.

북한 어선이 12일 오후 9시 NLL을 넘어 15일 오전 6시20분 삼척항에 정박할 때까지 57시간이 넘는 동안 군과 해경은 어선의 동태를 전혀 식별하지 못했다.

14일 하루 동안 울릉도 동북방 해상에서 삼척항으로 동력을 이용해 이동하는 동안에도 군과 해경의 감시체계에 포착되지 않았다.

북한 어선이 삼척항 인근에 접근할 때 NLL 부근으로 경비함 여러 척이 경계 작전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P-3C 초계기와 해상작전헬기 등도 정상적으로 초계 활동을 펼쳤다.

심지어 군 당국은 북한 어선들의 조업 활동이 늘어난 5월말 이후 이들이 NLL을 넘어오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경계 작전을 강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군과 해경은 평소보다 삼엄한 경계 작전을 펼치고도 3일 가까이 우리 영해에 머물러 있던 불상의 선박을 탐지하지 못했다.

또 지난 15일 오전 6시15분께 삼척항 인근 해안선 감시용 지능형 영상감시체계에는 삼척항으로 접안하는 북한 선박의 모습이 1초간 2회 포착됐다.

삼척항으로 드나드는 선박을 관리하는 해양수산청과 해경의 CC(폐쇄회로)TV에도 해당 선박의 모습이 찍혔지만 조업 활동을 마친 남측 어선으로 판단,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함경북도를 출발해 아무런 제지 없이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어선과 선원들은 오전 6시50분께 산책을 나온 주민이 112에 신고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신고자는 차림새가 특이한 북한 선원을 발견하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북한 주민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주민 중 1명은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때 북한 주민 2명은 방파제로 올라와 1명은 서 있고, 다른 1명은 앉아 있었다. 나머지 2명은 선박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이들 중 1명은 인민복, 다른 1명은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고 었고, 나머지 2명은 작업복 차림이었다.

군 관계자는 “주민 4명은 복장과 관계없이 민간인으로 1차 확인됐고, 대공 용의점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4명 중 2명은 최초부터 귀순 의도를 갖고 출발했다고 진술했고 나머지 2명은 본인 의사로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타고온 북한 선박은 현재 동해 1함대에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선박은 길이 10m, 폭 2.5m, 무게 1.8t으로 28마력의 엔진을 장착했으며, 어구가 실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침투가 예상되는 곳에 경계 밀도를 높이고, 침투가 예상되지 않는 곳은 (경계) 밀도를 낮추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군의 경계작전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나중에 조사 결과가 나오면 면밀히 분석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군과 해경의 해안 경계시스템에 문제가 드러나면서 경계작전 지휘 책임자 등의 문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전반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모두 발언에서 “경계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되짚어보고 이 과정에서 책임져야 할 인원이 있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ohjt@newsis.com

어선에 뻥 뚫린‘ 3중 해안경계망..철책 절단 부대서 또 구멍

(삼척=연합뉴스) 김귀근 배연호 이재현 기자 = 지난 15일 북한 어선이 동해상으로 130㎞를 이동해 삼척항 내항까지 진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군과 해경, 육군으로 이어지는 3중의 해상·해안 감시망이 완전히 뻥 뚫렸다.

19일 관계 당국과 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9시께 NLL을 넘은 북한 어선은 지난 14일 밤 삼척 동방 2∼3노티컬마일(3.7∼5.5㎞)에서 엔진을 끄고 대기했다. 이 어선은 다음날인 지난 15일 오전 5시가 넘자 동해 일출과 함께 삼척항으로 진입했다.

군경은 삼척항 외항 방파제를 지나 부두까지 다가와 접안한 북한 어선을 인근에 있던 우리 주민이 오전 6시 50분께 “북한 말투를 쓰는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112신고를 하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문제는 북한 어선이 지난 12일 동해 NLL을 넘어 지난 15일 주민 신고로 발견되기까지 나흘간 우리 해상에 머무는 동안 해군과 해경, 육군의 3중 감시망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 어선이 야간에 삼척 앞바다에서 엔진을 끄고 대기하는 동안 군의 해안 감시레이더에 미세하게 포착됐다. 그러나 당시 레이더 감시 요원들은 포착된 표적이 기동하지 않고 정지해 이를 파도로 인한 반사파로 인식했다는 게 관계 당국의 해명이다.

목함인 전마선의 특성상 해상 레이더는 이를 감지하지 못할 수 있으나, 육군의 또 다른 감시장비인 TOD(열상감시장비)로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반응이다.

결과적으로 북한 어선이 삼척항 부두에 정박해 우리 주민과 휴대전화를 빌려달라는 내용의 대화를 직접 나누는 상황이 연출됐지만 아무런 조치도 가동하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육군의 허술한 해안 경계태세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주민은 “해안선에 근접한 북한 어선을 장시간 식별하지 못한 것은 경계태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군경의 경계태세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가뜩이나 이 문제가 불거진 육군의 해안 감시 부대는 지난 4월 29일 해안 철책선이 절단된 상태로 발견됐던 부대로 드러나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한층 가중하고 있다.

당시 동해시의 한 해안에서 육군 모 부대 장병들이 정찰 활동을 하던 중 해안 경계철책이 가로 30㎝, 세로 50㎝ 크기로 절단된 것을 발견했다.

군 당국은 기동타격대 등을 출동시켜 조사한 결과 대공 용의점이 없어 작전을 종료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낚시꾼이 뚫었더라도 철책이 절단된 지 여러 날이 지났으면 문제가 아니냐며 우려를 제기했다.

더욱이 이번에 북한 주민의 삼척항 ‘대기 귀순’ 사태까지 이어지자 주민들은 더는 군의 해안감시망을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편 북한 선박이 군과 해경의 감시망을 뚫고 삼척항 부두에 정박하고, 민간인이 신고할 때까지 몰랐던 군 내부의 문책이 뒤따를 전망이다.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