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弔花’ 영구 보존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하는 북한 조문단이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후문을 빠져나오는 행렬 맨 앞에 흰 트럭 하나가 있었다. 빈소가 마련된 국회에 도착했을 때 북측 인사들은 차에서 먼저 내리지 않았다. 흰 트럭 문이 열리고 높이 2m 조화가 모습을 드러내고서야 차에서 내려 그 뒤를 따랐다. 김정일 조화(弔花)였다. 백합을 바탕으로 자주색 ‘김일성화’와 붉은색 ‘김정일화’가 가운데 꽂혀 있었다.
▶빈소에 자리한 김정일 조화는 훼손을 우려해 경찰로부터 철저한 경호를 받았다. 영결식 전날 김 전 대통령 사저로 미리 옮겨놓는 ‘007작전’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사정 모르는 영결식장 자원봉사자들이 “이명박 정부가 김정일 조화를 탈취하려 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 김정일 조화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울 김대중도서관 수장고에 특수 화학 처리를 거쳐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고 한다.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북한에서 온 것이니 기념으로 한번 보관해보자고 해서”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남북 관계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고 존엄’이 보낸 조화를 폐기했다가 북한이 보일 반응이 걱정돼 보존했다는 얘기도 있다.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김정일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이 비바람을 맞는 것을 보고 북한 응원단이 난리 친 일도 있었다.
▶이번 이희호 여사 장례식에 온 김정은 조화는 국화꽃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조화를 받으러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통일부 차관, 박지원 의원 등 장차관급 여럿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까지 직접 갔다. 판문점에서 장례식장까지 조화 운반을 위해 고가 미술품 운반에 사용되는 무(無)진동 트럭이 동원됐다. 김정은 조화도 김정일 조화처럼 특수 처리를 거쳐 김대중도서관에 영구 보존할 계획이라고 한다. 박 의원이 조화를 가지고 온 북한 김여정에게 “김정일 위원장 조화를 영구 보존하고 있는데 이번 조화도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김여정이 “감사하다”고 했다고 한다.
▶장례식이 끝나면 조화를 폐기하는 것이 상식이다. 리본이라면 모를까 조화를 따로 돈 들여 영구 보존하는 일이 전 세계 또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사진이나 한 장 찍어두면 될 일이다. 북한의 시대착오적 우상화에 우리까지 덩달아 맞장구칠 일도 아니다. 조화에 무진동 트럭이라니 무슨 코미디인가. 북한의 상식 밖 집단이 점차 우리를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을 흉내 내니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 같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6/2019061602199.html
김정은이 보내온 ‘이희호 조화’… 영구보존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추모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내온 조화를 영구보존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김정은 조화’의 영구보존 방법으로 “특수처리를 거칠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부패하지 않도록 방부처리된 상태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에 안치된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부자 시신의 부패를 막기 위해 1년 반~2년 주기로 러시아 모스크바의 ‘레닌연구소(Lenin Lab)’에 비용을 내고 방부처리를 반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방부처리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2016년 러시아가 처음으로 레닌의 시신 보존비용으로 “20만 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짐작된다.
‘김정은 조화’도 김일성·김정은 시신처럼 생화를 방부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조화를 보관한 김대중평화센터 측은 17일 생화가 아닌 플라스틱 인조꽃을 사용해 원래 모양을 그대로 본뜬 조화를 만들어 서울 김대중도서관 수장고에 영구보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직접 전달한 ‘김정은 조화’는 국화로 만들었는데, 원래 조화에 쓰인 생화는 시드는 대로 폐기한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장에 북한이 보낸 ‘김정일 조화’ 역시 생화는 2~3일 만에 폐기하고 플라스틱 인조꽃으로 조화를 만들어 김대중도서관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생화에 특수처리하면 5년간 보관
특수처리를 통해 꽃을 영구보존하는 방법은 비용보다 기술적 한계가 문제다. 국내 보존화 전문가들에 따르면, 생화에 특수처리를 하더라도 보존기간은 보통 5년 안팎이다. 5년 이후에는 부서지고 갈라져 재처리가 불가능해 폐기해야 한다.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김정일 조화’에 이어 ‘김정은 조화’까지 특수처리해 영구보존한다는 소식을 우리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생화를 약품처리해 영구보존한다는 게 아니고, 인조꽃으로 대체해 영구보존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생화는 아직 그대로인데, 시드는 대로 조만간 폐기할 예정”이라며 “보존비용은 10만~20만원 정도 들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중평화센터의 해명에도 정치권 일부에서는 ‘김정은 조화’ 영구보존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지원 의원이 판문점에 가서 김여정에게 받아온 김정은 조화를 반영구 보관한다고 한다”면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을 향해서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입니까, 북조선 택배기사입니까?”라고 비판했다. 조화를 받으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정부 장·차관급들이 줄줄이 판문점까지 간 것을 두고도 “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