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靑의 화웨이 발언, 동의 안한다“
주한美대사 “화웨이한테서 장비 사는 것 엄격 주시해야…
기업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 靑, 국가안보 문제로 다뤄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청와대가 최근 ‘화웨이 통신 장비 사용이 한·미 군사 안보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나는 그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I disagree with that statement)”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11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미 국무부 청사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외국 정부로부터 통제할 수 없는 강요를 받거나 사법 절차에 의거하지 않은 요구를 받을 위험이 있는 화웨이 같은 기업으로부터 (장비를) 구매하는 것은 엄격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일 청와대 관계자는 “(화웨이 장비가 쓰이는) 5G는 군사 안보 통신망과는 확실히 분리돼 있다”며 “한·미 군사 안보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해리스 대사는 또 청와대가 반(反)화웨이 캠페인에 대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이 있다’라고 한 데 대해서도 “미국이 화웨이와 관련한 이슈를 국가 안보에 기초해 다루는 것처럼 청와대도 모든 옵션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은 민감한 안보 정보를 수용할 수 없는 위험 수준으로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며 “그 말은 우리가 동맹국들과 정보 공유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재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한국과의 정보 공유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군사 안보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발언과 관련해 “(화웨이 장비 사용이) 안보에 미치는 위험성이 현재는 높지 않다고 보지만 향후 그런 위험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는 뜻”이라며 “5G 문제에 대해 정부가 기업들과 긴밀히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 유력 민간연구소인 ‘궈관(國觀) 싱크탱크’의 런리보(任力波) 총재는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에 절대 굽히지 않고 강대강으로 맞설 것”이라면서 “한국은 사드 때처럼 오판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사로는 이례적으로 ‘反화웨이 동참’ 압박하는 해리스
“靑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공개석상서 연일 강경 목소리
해리 해리스(사진) 주한 미국대사가 중국기업 화웨이 보이콧 동참을 한국에 압박하는 ‘선봉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대사로는 이례적으로 연일 공개석상 발언과 인터뷰를 통해 화웨이뿐 아니라 한·미·일 공조 강화를 주문하는 등 ‘강경파’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13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이 한·미 군사 안보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화웨이 장비 구매를 엄격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7일 한국군사학회 주최 세미나에서도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안보 영향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며 한국이 동맹·우방으로서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지난 5일 주한 미국대사관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는 “5G 네트워크상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며 “지금 내리는 (5G 보안 관련) 결정이 앞으로 수십 년간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힌 바 있다.
대사가 주재국 정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일축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열흘도 안 되는 기간에 한국 정부를 향해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해 달라는 요청을 3차례나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이례적이라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이는 미국이 화웨이 보이콧을 대중 견제를 위한 핵심적 도구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화웨이 문제를 미·중 세력경쟁의 핵심으로 보고 있으며, 동맹국 및 우방국의 동참을 대중 압박의 관건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리스 대사는 대사 부임 전 미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낼 정도로 강경한 인사로 분류된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미중 화웨이 갈등에 낀 한국, 정부가 내놓은 입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편 가르기 식’ 패권경쟁으로 흐르면서 그 사이에 낀 한국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 동참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우리 기업들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 겪었던 중국의 경제보복 악몽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미국의 화웨이 전선에서 이탈하지도 못한다. 한미동맹 균열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는 대신 ‘화웨이와의 거래 여부는 시장경제의 논리에 따라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5G 통신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군사통신보안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나가고자 한다”며 “관련 부처간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관련국가와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이번 입장 표명은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화웨이 제재 동참에 대한 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서 나왔다.
특히 미측에서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이 한미 군사안보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한데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해리스 대사는 화웨이 장비 구매를 엄격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일 한 세미나에서도 “5G 네트워크의 안보 영향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이 동맹·우방으로서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 확신한다”며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지난 5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는 “5G 네트워크상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며 “지금 내리는 결정이 앞으로 수십 년간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도 말했다.
외국 공관의 대사가 주재국 정부의 입장을 일축하거나 압박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란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의 경우 2016년 2월 “사드를 배치하면 한중관계가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가 국내 여론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