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신들 일제히 대서특필한 ‘홍콩 시위‘…“수년간 쌓인 분노 폭발했다”
뉴욕타임스·BBC 등 톱뉴스로 다뤄
“다양한 계층 참여한 최대 규모 시위”
리추밍 “이번 싸움 진다면 더 이상 홍콩 아냐”
9일 범죄자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법에 반대하는 시위에 100만 명이 넘는 홍콩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뉴욕타임스와 BBC 등 주요 언론이 이를 주요 뉴스로 다뤘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 시위는 1997년 영국령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래 최대 규모의 시위다. 영국 BBC는 자사 홈페이지 최상단에 올린 ‘범죄인 송환 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 대규모 시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시위대에는 사업가, 변호사부터 학생, 민주화 인사, 종교 단체에 이르는 광범위한 사람들을 포함됐다”며 특정 계층이 아닌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참여했음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세계’ 섹션의 최상단에 수십만명의 인파가 집결한 시위 사진을 내걸고 “이번 시위는 홍콩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시위 중 하나였다”며 “이 땅을 중국의 다른 지역과 차별화시켜온 ‘자유’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분노의 표현이었다”고 평가했다.
시위에는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인구가 700만을 조금 넘는 것을 고려하면 시민 7명 중 1명은 시위에 참여했다는 뜻이다. 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유는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 때문이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기 위해 이 법을 악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범죄인 인도 법안이 시위의 방아쇠를 당긴 모양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수십 년 간 쌓인 반(反)중국 정서가 터지고 말았다는 것이 외신들의 시각이다. 5년 전 홍콩 시민들이 행정장관 선거의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인 ‘우산 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뒤 홍콩에 대한 중국의 내정 간섭이 더 심해졌고, 이에 따른 시민들의 반발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우산 시위는 5년 전 시 주요 상권 몇 곳을 마비시켰지만, 정부의 양보를 끌어내진 못했다”며 “중국 공산당은 홍콩에 점차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홍콩 시민들은 이에 분노했다”고 보도했다.
10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 홈페이지에서는 홍콩 시위 관련 기사가 가장 많이 본 기사 1위와 3위에 올랐다. 홍콩 민주당 창립자이자 정치운동가인 마틴 리추밍(李柱銘)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우리가 이번 싸움에서 진다면 홍콩은 더 이상 홍콩이 아니라 중국의 또 다른 도시일 뿐”이라며 “정부가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계속해서 억압한다면 7월 1일 더 큰 시위가 일어날 것”이라고 추가 시위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지유 hong.jiyu@joongang.co.kr
100만 시위 홍콩, 美·中 갈등 새 전선으로 급부상
美 “‘범죄인 인도법안‘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험“
中 ‘반대파가 서방세력과 결탁‘ 반발
‘범죄인 인도법안’을 반대하며 100만명이 시위에 참여한 홍콩이 미중 무역전쟁의 새로운 최전선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범죄인 인도법안’이 “홍콩 법치를 위협한다”며 중국에 직격탄을 날렸고 중국의 관영 매체는 반대세력이 서방과 결탁하고 있다며 미국을 정조준했다.
9일 홍콩에서는 시위 주최측 추산 103만명, 경찰 추산 24만명이 참여하는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같은 규모는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홍콩에서 벌어진 시위 가운데 최대 규모다. AP통신은 지난 2003년 국가안보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민주화시위 때보다 규모가 더 컸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홍콩의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작된 집회가 끝난 뒤 시위대는 ‘반송중(反送中·중국송환반대)’이 적힌 피켓을 들고 코즈웨이 베이, 완차이를 지나 애드미럴티의 홍콩 정부청사까지 행진했다. 시위는 밤 11시까지 이어졌으며 일부는 입법회의 입구 철책을 쓰러뜨리거나 경찰에 쇠막대를 던지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 ‘中이 언제든 나를 잡아갈 수 있다’ 홍콩 시민들 거리로
홍콩 정부가 중국을 포함한 타이완(臺灣)과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법안’ 개정을 추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중국에 반환된 이후 홍콩은 특별행정구로서 2047년까지 사법자율권이 보장돼 있다. 문제는 중국 반환 20년이 지나도록 홍콩이 아직까지 중국 본토와 타이완, 마카오 등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체결하지 않아 범죄인을 인도할 법적 근거가 전무했다는 점이다. 이런 ‘법의 미비’ 상황은 지난해 홍콩 거주 남성이 타이완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하면서 더욱 불거졌다. 용의자를 체포했지만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타이완에 인도하지 못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홍콩 당국은 현행법의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서 법안 추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어찌 보면 일리 있는 주장에도 홍콩 시민 100만명이 길거리에 나선 것은 바로 중국 때문이다. 이 법안이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의혹이 여전하다. 홍콩 정부는 법안 적용 대상을 기존 3년 이상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에서 7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경우로 대폭 축소하는 수정안을 내놨다. 또 법안이 정치범이 아닌 형사범을 겨냥한 것이며 홍콩 시민들의 안전 보호와 사회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여론전에 나섰지만 민심은 냉소적이다.
홍콩 시민들의 불신에는 중국 스스로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2015년 중국이 금지하는 금서(禁書)를 판매하던 홍콩 서점 주인들이 중국에 돌연 납치돼 본토 수사기관에서 조사받는 사건이 발생했고 2017년에는 중국 금융재벌 샤오젠화(肖建華) 회장이 홍콩 호텔에서 실종됐다 본토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지 20년이 지나도록 본토와 범죄인 인도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도 협정이 정치범 송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중국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현재도 본토 공안들이 마음먹으면 누구나 홍콩에서 연행해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범죄인 인도법안’마저 통과될 경우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 공포감이 시민들을 시위로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美연구기관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 美안보에 심각한 위협”
‘범죄인 인도법안’ 논란은 홍콩과 중국 사이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홍콩의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마틴 리 전 민주당 창당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홍콩 정부가 제안한 범죄인 인도 관련 법률 개정안은 홍콩의 법치를 위협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위원회(USCC)’가 7일 낸 보고서를 통해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법안 통과를 관철하려는 홍콩 정부의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고서는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미국-홍콩 정책법의 핵심 조항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홍콩이 미국과 맺은 조약을 계속 이행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미국-홍콩 정책법 조항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미국상공회의소는 앞서 지난 3월 홍콩 공안당국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관련법이 통과돼 홍콩에 거주하거나 홍콩 공항에서 환승하는 외국 기업인들이 체포돼 중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커진다면 세계적 무역·금융 중심지라는 홍콩의 명성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의 마지막 총독을 지낸 영국의 원로 정치인 크리스 패튼도 “홍콩의 법치주의에 끔찍한 타격(terrible blow)을 줄 것”이라며 ‘범죄인 인도법안’을 공격했다. 패튼 전 총독은 SNS에 올린 동영상에서 홍콩의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법적인 구멍을 막기 위해 법안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완전한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 中관영매체 “반대파가 서방과 결탁해도 홍콩 정국 흔들 수 없어” 美 겨냥
9일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다음날 중국의 국수주의적 성향 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반대파가 서방과 결탁해도 홍콩 정국을 흔들 수 없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최근 일부 국제세력과 홍콩 반대세력은 결탁을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콩의 민주파 인사들이 지난 3월, 5월 미국을 방문한 점과 미국 정부가 홍콩 내정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는 중국과 갈등 중인 미국이 홍콩을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홍콩에서 민주화 관련 시위가 일어났을 경우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던 관례에 비춰 이례적인 반응이었다. 통상 주요 중국 매체들의 사설은 중국 선전 당국의 검열을 거치기 마련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환구시보 사설이 제기한 의혹을 중국 정부가 간접적으로 수긍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최근 미국과의 소리 없는 전쟁이 무역분야를 넘어서 정치·사회 분야로 급속 확산되고 있어 신경이 곤두선 중국 정부로서는 홍콩 시민 100만 명이 참여한 시위가 위협적으로 느껴졌을 가능성이 높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앙 정부는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가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2가지 조례를 개정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외부세력도 홍콩의 입법 활동에 간섭해 잘못된 언행을 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일각에서는 12일 입법회에서 법률 개정안 통과여부가 가려질 때까지 시위가 이어질 경우 중국 정부가 강경책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캐리람 행정장관은 10일 언론과 기자회견에서 “이 법안은 홍콩의 정의를 지탱하고 홍콩이 다른 나라나 지역과 함께 범죄에 맞서 싸워야 하는 국제적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라며 법안 처리 강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편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9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학습 요강’을 통지하며 내부적인 사상 단속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10일 소개한 학습 요강에는 당의 영도와 시진핑 사상이 포함된 헌법을 당과 국가의 지도 사상으로 삼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승리,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중국몽(中國夢)을 위해 분투해야 한다”며 중국인들의 일치단결을 강조했다.
[베이징=CBS노컷뉴스 김중호 특파원] gabobo@cbs.co.kr
홍콩서 100만 시위…美·日 등 12개국 연대시위로 번져
홍콩에서 범죄인을 중국 본토로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일어난 가운데, 미국·캐나다·독일 등 전 세계 최소 12개국에서도 이 시위를 지지하는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일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시작해 코즈웨이베이, 완차이를 지나 애드미럴티의 정부청사까지 이어진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에 주최 측 추산 103만명(경찰 측 추산 24만명)이 참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홍콩인 7명 중 1명 꼴로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03년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와 2014년 우산 혁명 참가자인 50만 명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SCMP에 따르면 이 시위는 전 세계로 번졌다. 같은 날 다른 나라에서도 시위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미국에서는 워싱턴DC, 샌프란시스코, 뉴욕에서, 캐나다는 토론토와 밴쿠버에서, 호주는 시드니, 멜버른, 캔버라, 브리즈번에서 법안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이 밖에 독일 베를린, 대만 타이베이, 일본 도쿄 등에서도 작은 규모의 반대 시위가 개최됐다.
캐나다 밴쿠버의 경우, 지난 9일 중국 총영사관 앞에 홍콩 출신 이민자 등 수백 명이 노란 우산을 들고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같은 날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도 60명 가량의 시민이 노란 우산과 팻말을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중국 송환에 반대한다”, “캐리 람(홍콩 행정장관)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주립도서관 앞에서는 수백 명이 모여 ‘들리는가,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부르며 시위를 이어갔다.
영국과 캐나다는 이날 외무장관 명의의 공동 성명에서 “홍콩이 더 많은 범인을 중국으로 인도하면, 홍콩에 거주하는 영국과 캐나다 시민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이번 조치는 홍콩의 신뢰도와 국제적 명성을 크게 저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콩 입법회(의회)는 오는 12일 관련 개정안을 표결할 계획이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대만에서 한 남성이 20대 홍콩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홍콩으로 도주한 사건 이후 법 개정 움직임이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제도 남용 우려 때문에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반(反)중국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우산 시위는 5년 전 시 주요 상권 몇 곳을 마비시켰지만, 정부의 양보를 끌어내진 못했다”며 “중국 공산당은 홍콩에 점차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홍콩 시민들은 이에 분노했다”고 전했다.
[전효진 기자 olive@chosunbiz.com]
홍콩은 왜 ‘범죄인 송환법‘에 분노하나…“일국양제 위협“
【서울=뉴시스】문예성 기자 = 100만명이 넘는 홍콩 시민들이 9일 거리로 쏟아져 나와 ‘범죄인 송환법안’ 반대를 외쳤다.
‘범죄인 송환법안’이 도대체 무엇인데 홍콩시민들이 이처럼 분노하는 것일까.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끄는 현 홍콩 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대만과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범죄인 인도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 입법회는 12일 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홍콩 당국은 범죄인 인도법안은 현행 법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인도 여부는 홍콩이 사안별로 중국 본토와 개별적으로 결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한 남성을 대만에 인도하려면 다음달 초까지는 법 개정이 완료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 시민사회는 법 개정이 이뤄지면 형사 용의자는 물론 정치범의 중국 인도가 현실화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일국양제가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재계도 홍콩의 국제 무역허브로서 위상에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독일의 공영 방송 ‘도이치 벨레’ 중국어판은 홍콩, 대만 언론을 인용해 “9일 홍콩에서 시작된 대규모 시위 사태는 단순히 중국이나 홍콩의 ‘내정’문제가 아니라 대만, 중국, 미국과 홍콩 등 다자의 관계와 연관된 사안”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대만을 위해 홍콩의 이익을 희생하려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만 상바오는 “미국이 서방국들과 손잡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제재하고, 중국을 상대로 ‘기술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대만의 태도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됐다”면서 “대만 혹은 미국과 서방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중국이 홍콩을 ‘쥐덫’으로 이용하리라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상바오는 2015년 중국이 금지하는 도서들, 즉 금서(禁書)를 판매하던 홍콩 서점 주인들이 중국에 납치돼 조사받은 사안을 상기시키면서 지금까지 중국의 이런 행보는 ‘납치’로 비판받았지만, 법이 제정되면 ‘합법적 인도’가 된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 망명 중인 홍콩 출신 인권 운동가 황타이양은 “해당 법은 홍콩 주민을 물론 중국 본토인, 홍콩 방문 중인 외국인 등 모든 사람들에 적용된다”면서 “60년전 달라이라마는 중공의 핍박을 피해 티베트를 떠났고, 30년 전 톈안먼 학살이후 중국 학생들은 핍박에 의해 본토를 떠났으며 오늘날 우리(민주인사) 중 일부는 홍콩을 떠날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미국과 서방을 겨냥했다는 사실은 관영 언론의 사설에서도 확인됐다.
중국 지도부의 입장을 잘 대변해 주는 것으로 알려진 환추스바오는 10일자 ‘반대세력이 서방과 결탁해도 홍콩 정국을 흔들 수 없다’는 제하의 사설에서 “최근 일부 국제세력과 홍콩 반대세력은 결탁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범죄인 인도법안 목적은 정당하고 홍콩 정부와 주류민심의 법치와 정의를 위한 노력의 결과이며, 중국은 이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홍콩의 반대파 인사들은 지난 3월과 5월 미국을 방문했다”면서 “미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위원회(USCC)’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3월 방문단을 접견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5월 방문단을 만났으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두 방문단 모두 접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최근 들어 미국 정부는 홍콩 내정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였는데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급진적 정객’들은 홍콩 무역과 경제에 특별 대우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과의 갈등 중인 미국이 홍콩을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