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단골 많은 ‘몸캠‘…500만원에 팔린 탈북 성노예였다
CNN, 탈북여성 2인 탈출기 조망
중국 옌지에서 5년, 7년 감금
한국인 남성 상대 사이버 성매매
“채팅남 원하는 모든 것 했다“
‘최저 입장료 150원, 팁은 300원부터.’
한국 남성들을 상대로 한 사이버 성매매 웹캠 사이트에 강제고용됐던 탈북민 여성들의 생생한 증언이 나왔다. 미 CNN 방송은 10일(현지시간) 사이버 성노예 생활을 했던 탈북여성 두 명의 탈북기를 집중 조명했다. 인터뷰에 등장한 이유미, 광하윤(이상 가명) 양은 각각 5년, 7년간 감금 상태로 이른바 ‘몸캠’에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CNN에 따르면 이 양은 공산당 하위급 간부 집안 출신이다. “집에 충분한 음식이 있었고 쌀과 밀을 저장고에 쌓아두기도 하는” 환경이었다. 그녀는 배고픔이 아닌 자유에 대한 갈망 때문에 탈북했다. 이 양은 “해가 지기 전 무조건 귀가해야 했고 부모님이 의약공부를 못하게 했다”고 회상했다. 5년 전 어느 날, 이 양은 부모와 크게 다툰 뒤 중국 국경을 넘기로 결심했다.
김정은이 집권한 2011년 이후 두만강 탈북 경계는 더욱 삼엄해졌다. CNN은 “전기 철조망과 감시 카메라가 국경 지역에 추가로 설치됐다”고 전했다. 이 양을 포함한 소녀 8명은 500~1000달러(약 60만~120만원)를 브로커에게 건네고 얼음장 같은 추위 속에서 맨발로 두만강을 건넜다. 중국 지린성 옌지에 있는 한국 식당에 종업원으로 취직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목숨 건 탈북을 감행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린 건 희망이 아닌 절망이었다. 중국 동포 밀집지역의 한 원룸에 갇힌 뒤에야 비로소 이 양은 식당 종업원 일자리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인신매매 브로커는 사이버 성매매 웹캠 사이트 운영자에게 3만 위안(약 510만원)을 받고 그녀를 팔아넘겼다. CNN 조사에 따르면 탈북 여성들은 연령, 외모에 따라 6000~3만 위안(105만~530만원)에 팔려간다. 눈물을 흘리며 내 보내달라고 통사정했지만 이미 모든 게 끝난 뒤였다. 이 양은 “굴욕감을 느꼈지만 포주가 빚을 갚아야 한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사이버 성노예 생활이 시작됐다. 한국인 남성 포주가 거실에서 24시간 감시했고 여성들이 2인 1조로 한방을 썼다. 방에는 침대와 책상, 컴퓨터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이 양의 룸메이트는 그곳에 2년 먼저 잡혀 온 광하윤(당시 19세) 양이었다. CNN은 광 양이 부모 이혼 후 암에 걸린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갔다고 전했다. 광 양은 “매일 오전 11시에 일어나 다음 날 새벽까지 일했다”고 증언했다.
사이버 몸캠 고객은 주로 한국인 남성이었다. CNN은 “매춘이 불법인 한국에서는 최근 이 같은 (몸캠) 서비스가 최근 급격히 성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저 채팅방 입장료는 150원이라고 이 양 등은 설명했다. 여성들이 직접 입장료를 설정할 수 있어 인기 있는 계정은 입장료가 비싸지는 구조였다. 팁은 300원부터 줄 수 있었다.
포주는 채팅 사이트에 이 여성들의 사진을 올린 뒤 한국 대도시 거주자라고 소개했다. CNN은 “대부분의 남성 고객은 이들의 사투리 때문에 한국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광 양은 “입장하는 남성들 대부분은 대화 이상의 것을 원했다”며 “외설적인 포즈를 취하거나 옷을 벗고 나 자신을 만지길 원했는데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모두 브로커가 차지했다. 여성들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포주는 이용자들이 오랜 시간 접속하도록 유도하라고 여성들을 압박했다. 탈출 시도는 매번 끔찍한 폭행으로 끝났다. 광 양은 “1000번 이상이나 죽어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감시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살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문은 항상 외부에서 잠겨 있었고 내부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허락된 바깥 외출은 6개월에 1번이 전부였다.
지옥 같은 몸캠 노예 생활은 한국에 있는 한 북한 인권단체 활동가의 도움으로 막을 내렸다. 그는 채팅 형식으로 이들에게 접근해 노트북을 보내주고, 탈북민 구조를 돕는 중국 현지 목사를 카카오톡으로 소개해줬다. 지난해 10월 포주가 외출한 틈을 타 두 여성은 지상 4층 아파트에서 창문에 내려진 끈을 타고 탈출했다. 현재 동남아를 거쳐 한국 입국을 앞두고 있다.
탈북 여성들의 인권 유린은 국제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지난달 20일 영국의 민간단체 ‘코리아미래계획(Korea Future Initative)’은 ‘성노예: 중국 내 북한 여성과 소녀들의 매춘, 사이버섹스, 강제결혼’이라는 보고서에서 북한 여성들이 형성한 중국 내 성매매 시장 규모가 1억500만달러(약 125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9세 소녀가 인터넷 음란 채팅에 동원되고, 14세 소녀가 2만4000위안에 36세 남성에게 팔리는 등 아동을 상대로 한 성매매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제결혼은 1000위안(약 17만원) 선에서 이뤄진다. 보고서를 작성한 윤희순 연구원은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한 여성의 60%가량이 브로커 등을 통해 성매매 시장으로 보내지고, 그중 절반은 강제로 매춘에 동원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30%가량이 강제 결혼을 하고, 15%가량은 사이버 섹스 업체로 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1137명) 중 85%가 여성이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탈북여성 10명 중 6명은 중국서 성범죄 표적”
여성 탈북민 10명 중 6명이 중국에서 일어나는 성범죄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에 거점을 둔 북한인권 단체 KFI(Korea Future Initiative)는 20일(현지시간) 탈북여성들의 참혹한 인권 상태를 조사한 ‘중국 내 탈북여성 성 노예화 보고서’(Sex Slaves: the Prostitution, Cybersex and Forced Marriage of North Korean Women and Girls in China)를 발표했다.
보고서가 발표된 당일 오전부터 CNN, BBC 등 외신은 이번 보고서에 큰 관심을 보이며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KFI 조사팀은 같은 날 오후 영국 하원에서 보고서 발표회를 가지며 전 세계에 여성 탈북민들의 인권 유린 상황을 전했다. 보고서 발표회에 참석한 영국 피오나 브루스 하원 의원 등 영국 의원들은 KFI 연구팀과 소속 탈북민들의 발표가 끝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탈북자 출신 영국 거주 북한 인권 운동가이며 이번 보고서의 서문을 작성한 박지현씨는 본지 기자와의 SNS를 통한 인터뷰에서 “본 보고서는 KFI가 2년간 중국 현지에서 조사해 발간한 보고서다”고 말하며 보고서의 공신력을 확인시켰다. 박지현씨도 중국에서 강제 결혼을 경험한 탈북여성 중 한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인신매매단이 탈북여성을 성매매, 사이버섹스, 강제 결혼의 대상으로 거래하는 중국 지하시장의 규모가 1억500만 달러(한화 약1254억 원)에 이른다. 보고서에 기록된 가장 어린 피해자의 나이는 고작 9살이다.
중국 내 성매매 피해 탈북여성들은 30위안(약 5,100원)에 매춘을 강요받으며 1,000위안(약 17만원)에 중국인 남성에게 팔려가 아내가 된다.
중국 인신매매단은 탈북여성을 성노예로 만들기 위해 납치와 취업사기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의주 출신의 전모 여성은 국경 근처에서 납치를 당해 다음날 인신매매단에게 팔려갔다고 증언했다. 또 ‘도시에 일자리를 알아봐주겠다’는 말에 속아 매춘 산업에 던져진 여성의 증언도 있다.
북한 내에서 북한 여성들을 납치하거나 속여 중국 인신매매단에 팔아넘기는 북한 브로커들도 존재한다고 보고서는 전한다. 탈북을 미끼로 북한 여성을 중국으로 데려간 뒤 중국인들에게 팔아넘기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9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열린 북한 인권 정례검토(UPR)를 통해 북한 중앙재판소는 “공화국(북한)에 인신매매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범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한 피해 탈북여성은 보고서를 통해 탈북여성 성매매의 주요 고객 중 하나가 한국 남성이라는 사실을 증언했다. 또 탈북여성이 등장하는 웹캠 사이버섹스 사이트 가입자의 상당수가 한국 남성으로 추정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탈북여성들이 강제북송의 위기와 공포에 시달리기 때문에 더욱 쉽게 중국 인신매매단의 표적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이 탈북자 강제 북송을 멈추지 않을 것이므로 탈북자들이 연합해 유엔국제사법재판소(ICJ)에 중국을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NN은 중국 외교부에 탈북자 강제 북송에 대한 코멘트를 요구했지만 회답은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북한 인권 문제에 침묵하는 한국 정부에도 각성을 요구했다.
KFI 간사 박지현씨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침묵은 곧 살인 입니다. 한국정부의 침묵은 북한 독재자들의 북한주민 인권침해와 무고한 주민들 탄압에 바로 동조하는 것이 됩니다”며 한국 정부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여이레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